파라다이스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기발한 상상력' '과학적 사고'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은 읽으면 참 기발하다는 생각이 안 들 수 없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끌어나간다.
'파라다이스1'에서 8편의 글이, 그리고 '파라다이스2'에 9편의 글이 실려 있다.
1권과 2권은 같은 '파라다이스'라는 책제목이 붙어 있지만, 그 느낌은 매우 다르다. 1권에서 '있을 법한 과거'와 '있을 법한 미래'의 이야기를 과학적 추리력으로 환경오염, 지구파괴, 나라가 사라진 하나의 인류, 인간의 멸망과 새로운 탄생 방법 들을 과학적 분석과 상상력에 의해서 풀어나갔다면, 2권은 읽으면서 느끼는 충격적인 생각과 상상력이 덜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1권의 느낌이 '너무 획기적인 이야기아니야. 정말 그렇게까지야 될 수 있겠어...' 라는 생각이 든다면, 2권의 느낌은 '응, 그런 일도 있을 수는 있겠지, 그래, 그럴 수도 있어.'라는 생각이라고 하면 어떨까싶다.
2권 역시. '있을 법한 미래' '있을 법한 추억' '있을 법한 과거' '막간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 맞춤 낙원 (있을 법한 미래)
처음엔 알딸딸하다고 해야할까~~ 친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형식으로 시작되지만, 어쩐지 사람의 이야기가 아님을 감지하게 된다.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하게 생각하다보면 조금씩 이야기의 틀이 잡히게 된다. 모든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는 순간, 그것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 착각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그것이 자신을 향한 찬사가 아니었음을 알게 될 것이고, 가장 정상에 오른 순간이 있으며,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내리막길을 걷게 됨을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 남을 망치는 참새 (있을 법한 과거)
이 이야기 역시 처음에는 무슨 참새이야기?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차츰 인간의 양면성을 생각하게 되어 갈 것이다. 시발린은 참새처럼 여리고 가냘프고 불행한 여자.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녀를 돕는 사람을 수렁으로 끌고 들어가는 사람이며, 그것이 자신에게 내려진 저주'라고 이야기한다. 그녀의 행동에 의해 지칠대로 지친 남자가 내뺃는 말.

사람은 남을 도울 수 없으며, 기껏해야 남들이 겪는 고통의 증인이 되고 잘 견디라고 격려나 할 수 있을 뿐이다. 끼어들면 바로 끝장이다. 특히, 어떤 감사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주제넘게 도와주려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 (p57)
불행의 길을 찾아들어가는 것처럼 부질없는 행동을 하여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는 여자. 그리고 인간의 양면성이 그대로 나타나는 의사 '막시밀리앵 폰 슈바르츠'박사. 그는 저명한 정신과 의사로 알려져서 대중들에게는 인자하고 사람을 감동시키는 '사랑의 화학 전문가'이지만 그는 작은 키에 대한 컴플렉스를 비롯하여 코카인 흡인, 여성구타, 부모학대그리고 박사는 '인류 전체를 증오하며, 사람 모두를 죽여 버릴 수 있다면 아주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양면성을 가진 성격의 소유자. 3사람의 이야기가 연애소설처럼 펼쳐지는 가운데 독자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것이다.
☆ 농담이 태어나는 곳 (있을 법한 미래)
인기 코미디언, 그가 하는 농담은 작가들에 의해서 쓰여진 대본을 자신의 농담처럼 하는 것. 그것은 자신의 농담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본 작가의 것도 아니다. 그는 자신의 농담들이 누눈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을 도둑질하는 행위라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농담의 근원지는 어디일까? 그런데, 이 작품은 처음의 단순한 농담의 기원을 찾아 나서는 일을 넘어 예상하지도 못한 모험이 펼쳐진다.
 
☆ 대지의 이빨 (있을 법한 과거)
베르나르는 개미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미에 대한 조사가 다시 시작된다. 이번에는 마냥개미. 마냥개미가 지나간 길에는 아무 것도 남겨지지 않는다. 모든 것을 휩쓸 정도의 마냥개미. 여왕개미를 촬영하기 위해 식인부족과의 생활을 하게 되는 개미조사의 열정....
개미하면 베르나르가 떠오르듯. 마냥개미하면 또 베르나르가 떠오르게 될까...
 
☆ 당신 마음에 들 겁니다 (있을 법한 미래)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만끽하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TV드라마 각본 선정과정을 계기로, 시청율을 의식한... 대중들이 원하는....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덩달아 좋아하게 되는.... 그런 것들을 통해서 자신들의 일을 스스로 결정짓지 못하는 사람들의 우매함을 일깨워준다. 음식점에 가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서부터, 직업선택, 배우자 선택, 드라마 선택, 의상 선택...
그것들이 자신의 선택에 의한, 자신의 취향에 의한 선택인가? 타인이 권하고, 좋아하는 것이 아닌 당신의 마음의 선택을 해 본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자유로움속에서 누구와도 닮지 않은 진정한 개성. 누구에게도, 그 무엇에도, 영향받지 않는 자기만의 취향에 의한 선택. 우린 어쩌면 자유를 활용할 줄 몰라서 그 자유를 박탈당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당신 마음속 깊은 곳에는 뭔가가 있어요. 직관, 무의식, 오직 당신만의, 어느 누구와도 닮지 않은 진정한 개성, 누구에게도 그 무엇에도 영향받지 않고 자기망의 선택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존재하는 개성말입니다! 당신은 눈먼 양 떼 중 한 마리 양이 아니란 말입니다! (P207)
'똑같은 소리로 일제히 '메~' 소리밖에 낼 줄 모르는 양 떼같은 인간들! (P208)
여러분이 직접 생각해야만 하는 것을 누가 여러분에게 말해 줄 거라 기대하지 마십시요. 어떤 외부적 영향도 받지 말고 혼자 깊이 생가하십시오. 설령 여러분 생각이 틀렸다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저지르는 오류조차 여러분을 규정합니다. 적어도 그 오류가 여러분 대신 생각하려는 사람들 것이 아니라. 여러분만의 것이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자유를 활용하십시오, 그러지 않으면 자유를 잃게 될 것입니다. (P218)


☆ 상표 전쟁 (있을 법한 미래)
'코카콜라 총매출액, 스페인 국민총생산보다 높아' '마이크로 소프트 총매출액, 아프리카 모든 국가 총생산액과 맞먹어' 이런 세상이 온다면, 미래의 기업이 국가의 권력을 뛰어 넘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지 않을까.... 지금도 '정경유착'이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느데... 대기업들이 국가를 해체시키고 세상을 장악하게 되고, 심지어 위성끼지 점령하게 된다면... 기업의 상표가 국기보다, 기업의 CM송이 국가(國歌)보다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갈 때에.... 미래의 기업들이 벌이는 상표전쟁.  과장이 지나치다 싶으면서도 '있을 법한 미래'의 이야기이기에 먼 미래가 궁금해지는 이야기.
☆ 허수아비 전략 (있을 법한 과거)
베르나르의 '있을 법한 과거'의 이야기는 현실 세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대중의 판단과 선택을, 당신의 판단과 선택을 흐리게 하는 전략.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표심잡기 전략. 음흉한 흉계속에서 드러내는 '대중 조작의 네 가지 법칙 추론' - 감정호소 법칙, 점진법칙, 교란법칙, 허수아비법칙
이 작품을 읽는 순간, 당신도 언젠가는 이런 교란 작전에 휩쓸렸음을 자각하게 될 것이다. 
☆  안티-속담
우리가 흔히 심심풀이로 하던 속담을 이야기하고 그 속담이 이치에 많지 않음을 이야기하던 그런 것을 연상하게 만드는 글이다. 예를 들면. '아는 것이 힘이다.' 아니지요. '모르는 것이 약이다.' 속담들은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골똘히 생각해보면 모순점을 발견하게 된다. 노숙자들끼리의 속담에 관한 이야기 나누기인데, 속담이 진실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노숙자는 철학교수, 그리고 반대의견을 가진 노숙자는 청년. 독자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 줄 것인가....
심심풀이로 이야기해보던 우리의 이야기같은 이야기.
☆ 아틀란티스의 사랑 (있을 법한 과거)
지금은 사라진 섬, 아틀란티스. 최면에 의해 전생여행을 떠난다. 1만 2천년정의 아틀란타 섬에서 우주에서 가장 놀라운 여성과의 사랑을 나누었던 기억을 더듬어 가는 이야기. 최면속의 황홀한 사랑이야기를 자신만이 간직하는 남자.
추억도 아름다운데, 전생의 기억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 이렇게 9편의 짧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베르나르식'의 좀더 강한 과학적 추론에 의한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를 좋아한다면 '파라다이스 1'이 더 마음에 와닿을 것이고, 현실과의 괴리감이 좀 덜하고, '아 그럴수도 있겠네.' 하는 수긍이 좀 더 갈 수 있는 현실감이 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파라다이스2'가 더 좋은 작품으로 다가올 것이다. 같은 제목의 책이지만, 별개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는 '파라다이스'이다. 흔히,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프랑스인들보다 한국사람이 더 좋아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 경우도 '있을 법한 미래'의 이야기인 '당신 마음에 들 겁니다'의 경우로 설명해 보면 어떨까한다. 각 출판사의 베스트셀러의 서열에 올라오는 책들. 과연, 그 책들이 베스트셀러의 윗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베스트셀러 몇 위이니까 읽어볼까.... 아니면, 남들이 좋다고 추천하니까 읽어볼까.... 하는 생각에서 읽을 책을 선정하지는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남이 좋아하니까....' ' 저명한 작가이니까.... ' 이런 자신의 선택이 아닌 남들의 선택에 좌우되는 것은 아닐까...
하여튼,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좋아한다. 그의 작품이 출간되면 빼놓지 않고 읽는다. 그의 작품에는 우리들이 생각하지도 못하는 상상력의 세계가 너무도 넓게 펼쳐지고, 그속에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생각이나. 사회의 모순점에 대한 생각들이나. 우주와 세계를 이해하게 하는 생각이 들어 있다. 그리고, 또한, '베르나르'만의 독특한 풍자와 패러독스가 담겨 있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다음엔 어떤 작품으로 찾아올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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