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여행처럼 - 지금 이곳에서 오늘을 충만하게 사는 법
이지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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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상~~
여행에세이를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낯익은 이름이기에 망설임없이 선택한 '언제나 여행처럼'
'삶이 여행처럼 새롭고, 즐겁다면.... ' 하는 단상을 가지고.
  내가 '이지상'작가를 알게 된 것은 2004년에 터키여행을 준비하면서 였다. 동로마제국의 수도였기에 오랜 기간동안 영화를 누렸던 곳. 그러나, 우리에겐 유럽이나 미국의 역사를 중심으로 공부하다보니, 이슬람 문화권의 나라들의 역사를 등한시하였고, 그래서, 멀게만 느껴졌던 나라.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읽었던 책이 '길 위의 천국'(2003)이었다. 그때 저자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글의 흐름이 마음에 들었었다. 얼마후, '황금소로에서 길을 잃다'(2004)가 출간되었음을 알자마자 또 그 책을 읽게 되었다. 2000년에 여행을 했던 프라하의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서.....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던 '황금소로'... 그러나, 내 기억엔 길을 잃기에는 너무 단조롭고 좁은 길이 아니었던가. 물론, 은유적인 표현이겠지만, 여행객들로 북적이던 그 길위에서 아름다운 동행들과 느꼈던 느낌들은 사회주의 국가였던 어둡고 통제된 모습이 아닌, 자유롭고 활달한 사람들로 넘치는 중세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간직했던 것이었다. 이렇듯, 여행은 나에게는 새로움과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가져다 주는 일탈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지상'에게 있어서 여행은 무엇이었을까? 그도 처음엔 나처럼 이렇게 규칙적인 직장생활의 틈바구니속에서 일탈을 꿈꾸면서 떠났던 여행이었지만, 나처럼 잠시 머물다 돌아오는 여행이 아니고, 오랜 동안~~~~ 그리고, 유명 관광지가 아닌 일반인들이 쉽게 찾지 않는 곳까지 자신의 마음이 가고자 하는 곳을 찾아서 배낭을 메고 떠나서, 머물고, 또 다른 곳을 향하여 떠나고, 머물고, 그리고 돌아오고....
이런 과정을 오랫동안 하게 된다. 그가 '여행은 황홀한 독'이라고 했던가.


우리들에겐 그의 방랑생활(?)이 부럽게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직장생활의 권태를 벗어나기 위해서 떠났던 여행속에서 또다른 권태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무엇때문에?'라는 마음의 질문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토록 열망하던 여행길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고, 고통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기도 했고, 노마드적(유목적인)삶이 될 우려까지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그의 한계였고, 인간의 한계였던 것이다.
그에게 '삶은 여행이고, 세상은 수행의 장'(p76)이었던 것이다.

방랑과 방황은 존재 자체의 숙명인 것이다. (p17)
떠남과 돌아옴. 고뇌와 희열, 유한과 무한은 하나가 없으면 하나가 존재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공존하고 있으며 이를 알아 차리는 것은 '깨어 있는 마음'이다. (p130)
'언제나 여행처럼'은 그런 깨달음을 알게 된 저자가 쓴 13번째의 여행이야기이다.
나는 왜 그토록 자유를 갈망하고, 돌아와서도 정신은 안착하지 못하고 방황하는가? 그 흔들림의 정체는 무엇인가? (p8)
그가 여행을 하면서 부딪힌 많은 고민들.
그것은
방랑과 방황, 그리고 노마드적인 삶은 인간의 숙명이었고, 흔들림은 인간을 효율성, 생산성, 기능, 수단으로 대하는 근대화된 사회에 대한 저항이었다. (p8)
저자는 이런 삶과 여행사이에서 가지게 되었던 고민들을 사회학적 시각으로 넓게 생각하게 되었고, 그가 지금까지 '공간여행자'였던 것에서 벗어나 인식의 지평선을 넓혀서 '시간 여행자'가 되어서 이 책을 쓰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에세이라기 보다는 삶과 여행사이에서 가지게 되는 것들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들이 들어간 인문서에 가까운 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학부모들의 관심사인 교육에서부터, 88만원세대, 백수세계, 노마드적인 삶, 공정여행 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와 함께 사회학적 시각으로 풀어준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50줄에 들어선 저자가 늦깎이 대학원생으로 '사회학 석사'가 되고, 강연을 하고, 대학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다져진 인문학적 지식들이 풍부하기때문이다. 이 책의 4부 '노마디즘과 상상력의 세계'는 그중에서도 가장 인문학적 시각이 많이 들어간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여행에세이라는 생각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려고 했던 독자들은 당황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번쯤은 우리가 일탈로 꿈꾸는 여행을 통해서 이런 사회학적 시각으로 삶과 여행을 함께 풀어보는 것도 좋은 독서가 아닐까 한다.
그가 이 책에서 남기는 마지막 글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의 지평선을 넓히는 일이다. 시간 여행자가 되면 매일 똑같은 아침을 맞아도 가슴이 설렌다. 하늘과 바람과 구름과 꽃과 아이들 웃음소리와 빵 한 조각, 커피 한 모금 속에서 여행을 한다. 무지개만 보아도 설레던 동심을 찾으면 일상이 여행이 된다. 그러다 언젠가 다시 배낭을 메고 떠나는 그 순간, 우리는 하늘을 나는 것이다. 혹시라도 공간 여행자에서 시간 여행자로 가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나는 말하고 싶다.
세상은 넓다. 그러나, 사유와 상상의 세계근 더욱 더 넓다. 사유하고 상상하시라. 우리는 지구를 타고 우주를 여행하고 있지 않은가? 일체유심조(일체유심조). 세상은 스스로 맏느는 것이다. (p360)
'모든 것은 자기의 선택이요, 운명'이라고 덧붙인다.
어떠십니까? 시간 여행자가 되어서 '일상이 여행'이고 싶지 않으신지요~~
그리고, 가끔은 낯선 길위에서 새롭고 아름다운 만남을 가지고 싶지 않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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