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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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연일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다.오랫만에 낸 장편소설이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상력이 독자들을 소설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들고 있다. 오래전부터 하루키의 소설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읽히고 있다. 내가 처음 읽었던 그의 소설은 '상실의 시대'그리고 다음으로 '해변의 카프카'였다. 하루키 소설의 분량은 보통 책의 2배가 될 정도로 두꺼운데도 지루한 줄 모르고 읽었던 소설을 '1Q84'를 읽은 후에 다시 꺼내 읽는 느낌은 내가 처음 읽던 그때와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1Q84'와 '해변의 카프카'는 구성에서 닮은 점이 많았다. 
그리스 신화인 '오디프스의 비극'을 연상시키는 아버지의 말 '소년은 언젠가 그 손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언젠가 어머니와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라는....
열다섯 살의 생일이 되는 날, 소년은 집을 떠난다. 아버지의 저주의 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리고 어릴적에 소년을 버리고 집을 떠난 어머니와 누나를 찾아서 길을 떠난다. 자신에게 '카프카'라는 이름을 붙이고....
소년이 찾아간 곳은 도쿄에서 떨어진 낯선 지방의 고무라 도서관이다. 왠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곳이다. 그는 그곳에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현실세계인지, 환상의 세계인지 모르는 그런 경험들....
아버지의 말이 맞은 것일끼?
그곳의 신사에서 정신을 잃고 깨어보니, 피투성이인 자신,그리고 그날 아버지는 집에서 살해되었다.
고무라 도서관 책임자 사에키상의 소녀시절의 생령과는 사랑을 하게되고....
뒤죽박죽 되어가는 생활속에서 소년은 혼돈스럽다.
그리고, 어릴 적 사고이후 모든 기억을 잃었지만 고양이와는 대화를 할 수 있는 나카타상. 그런데 그의 정체 역시 심상치 않다. 
독자들은 읽으면서 읽을수록 소설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자신을 느끼게 될 것이다.
'열다섯 살'은 유년기의 끝이자 성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성장의 두려움에 흔들리고 방황하다가 결국에는 제자리로 돌아오고야 마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의 캐릭터처럼 '해변의 카프카'의 캐릭터도 참 독특하다.
그리고, '삶과 죽음','선과 악', '어른과 아이', '의식과 무의식'이 혼재되어 있다. 이것이 현실세계인지 환상의 세계인지 혼란스럽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독자들의 흥미를 끄는 것은 전개과정이 어떻게 흘러갈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미스테리한 사건들때문에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빨려 들어 가는 것이다. 분명히 추리소설이 아닌데도 결말이 궁금해지는, 잠깐의 긴장도 늦출 수 없는 스토리 전개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의 재미인 것이다.
읽고 난 후에도 한참을 소설 속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마력일 것이다.
그런 느낌을 받고 싶다면, '1Q84'를 읽은 후에 다시 '해변의 카프카'를 읽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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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이희재 지음 / 청년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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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생인 아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다닐때 단골로 추천도서에 올랐던 작품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이다.  브라질 작가인 '바르콘셀로스'가  1968년에 쓴 작품인데, 지금까지도 쭉  전세계적으로 읽히는 책이다. 작가 자신의 자서전적인 소설로, 가난하고 외로운 환경에 처한 제제의 성장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이다. 

그런데, 이 책은 비평가가 뽑은 한국 만화계 10인 중의 한 명인 이화백 화백이 그린 만화이다.  80년대 소년 잡지책에 연재되었는데, 그 잡지책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그때는 흑백이었던 만화를 지금의 이 책에서는 색을 입혔다. 

이 작품에 나오는 '제제'은 어른들이(특히, 아버지)보기에는 말썽꾸러기로 보일지 모르겠으나, 착하고 순수한 동심을 가진 아이이다. 

아빠의 실직으로 집안은 경제적으로 궁핍하여 제제 엄마가 방직공장에 야근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고 누나 역시 공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  제제는 어린 마음에 실직을 하고 기운이 빠져 있는 아빠에게 노래 선물을 하지만 아빠는 자기를 놀리는 줄 알고 허리띠로 흠씬 매를 때린다. 사실, 제제는 그 노래의 가사 내용도 모르고 노래이기때문에 기뻐하실 줄 알았던 것인데.... 

아빠는 매를 때리고는 나중에 미안하다고 하지만, 제제에게는 벌써 마음의 상처가 깊은 것이다. 그외에도 가족들은 제제에게 학대를 가하고 그때마다 제제는  육체적 아픔보다도 더 큰 마음의 상처가 커지는 것이다. 

그래도 제제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제제가 생활하는데 큰 사랑의 힘이 되어주신 뽀루뚜가 아저씨, 어린 동생 루이스, 글로리아 누나 그리고, 언제나 제제가 찾아가서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놀 수 있는 언제나 변함없는 '라임 오렌지 나무'.... 

무엇보다도 제제에게 큰 위안이 되어 주는 것은 '라임 오렌지 나무'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들도 세월이 지나면 아름다운 추억이 되듯이 라임 오렌지나무밑의 제제는 아름답게 커간다. 

이희재 화백의 그림은 거칠고 센 느낌의 터치가 특징인데, 아마도 제제의 생활이 거칠고 힘들기에 잘 어울리는 만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마냥 꿈을 먹고 사는 소년 소녀들에게는 동화처럼 아름답고 부드러운 느낌의 만화로 표현을 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날의 추억을 기억삼아 어른이 되어서도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은 만화책이지만, 그 속에는 많은 감동이 깃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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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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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중간 정도를 읽을 때까지는 15살 소년과 36살 여인의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하기에는 좀 칙칙하고 부도덕적인 그런 종류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법정에서 미하엘과 슈미츠의 만남이후로 접어 들면서 자신의 문명을 감추기 위해서 모든 죄를 뒤집어 쓰는 슈미츠에 대한 연민과 애틋한 사랑이 마음속에 깊은 감동으로 찾아오는 것이었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미하엘은 황달에 걸려서 몸이 약해지고 어느날 하교길에 구토를 하게 되는데, 어떤 담장밑에서 자신의 구토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을때 한 여인이 나타나서 그 상황을 모면하게 해준다. 여인은 철도회사에 다니는 36살의 슈미츠인데, 미하엘을 자신의 집에 데리고 가서 더러워진 몸을 씻어준다. 고마운 마음에 다시 그녀의 집을 찾아가고...... 그때부터 소년과 여인의 사랑이 시작된다. 매일 한나(슈미츠)에게 책을 읽어주고 사랑을 나눈다. 

그때부터 미하엘은 한나와의 생활이 즐겁고 새로운 세상이 된다. 그러나 미하엘은 한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  어느날, 먼발치에서 미하엘의 모습을 본 것을 끝으로 한나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미하엘은 친구하고 놀면서 한나를 아는척도 하지 않은 것이 그녀를 떠나게 했는가해서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낀다.  

그리고 몇 년 뒤 미하엘은 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었다. 나치 시대의 전범 재판에 관한 세미나의 일원으로서 미하엘은 어느 재판을 방청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그곳에서 한나와 재회한다. 나치 시절 강제 수용소의 여자 감시원이었던 한나는 수용소의 여자들을 교회에 가둬놓고 불을 질러 몰살시킨 죄목으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재판이 점차 진행되면서 미하엘은 한나가 무언가 비밀을 숨기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녀가 전범으로 법정에 서게 된 것, 과거에 자신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했던 것, 언젠가 함게 떠났던 여행에서 자신이 남긴 쪽지를 그녀가 끝내 못 보았다고 우겼던 것, 전차 회사에서의 승진 기회를 거부하고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것, 이 모든것이 그녀의 비밀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미하엘은 그녀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자신이 그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한나는 살인범이라는 낙인보다도 그 비밀이 밝혀지는 것이 더 수치스럽기라도 한듯, 없는 죄까지 뒤집어 쓰고 실형을 받는 쪽을 선택한다. 결국, 그녀은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그렇다면, 한나가 죄를 뒤집어쓰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비밀은 무엇일까? 어렴풋이 느껴지는 비밀은 한나가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이후에도 법학자가 된 미하엘은 무엇인지 모를 고통에 시달리게 되고, 잠못이루는 밤에 그가 좋아하는 책을 소리내어 읽기 시작하다가 감옥에 있는 한나에게 책을 읽은 목소리를 녹음한 카세트를 보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카세트를 받은 한나는 편지 한 줄 보내지 않는다.  마침내, 한나가 사면되기 전날, 거의 20년만에 두 사람은 만나게 되고, 내일 한나가 출옥하면 새로운 삶을 같이 살기 위한 준비를 한다. 사면되는 날 아침, 한나는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그녀의 유품 한가운데에는 신문에서 오려낸 소년 미하엘의 고등학교 졸업 사진이 고이 간직되어 있다. 미하엘은 한나의 유언에 따라 그녀가 그동안 모은 돈을 유대인 관련 단체에 기증한다.
 

한나가  그토록 자신의 자존심과 같이 생각했던 문맹임을 알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왜 그렇게도 서글프게 느껴지는 것일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결함을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인 것일까?     미하엘의 독서 낭독 카세트를 전달받은 후에 그때부터 책을 사서 혼자 글을 배우는 한나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미하엘과의 새로운 삶을 살기보다는 죽음으로 사랑을 마음에 담고 간 한나의 모습이 한없이 애처럽게 생각된다.

책장이 넘어가면 넘어갈 수록,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은 전범국가인 독일인만이 느끼는 감정이 아닌, 현대사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의 뼈아픈 마음일 것이다.
소설의 후반부로 접어들면 접어들수록 큰 감동이 느껴지는, 그리고, 마음이 더 무거워지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소설이다.
너무도 감동적인 소설이다. 그래서인지 권터 그라스의 '양철북'이후에 현대 독일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성공한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를 비롯한 35개국에서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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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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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은 새로운 작품이 출간되기가 무섭게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그의 여행에세이라고 할 수 있는 '자전거 여행'은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여행을 하는 그의 발자취를 함께 따라가 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행길의 글들이 담겨 있는 산문집이다.
그리고, 그의 소설인 '남한산성'과 '칼의 노래'는 조선의 역사를 토대로 한 작품이다. 역사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잘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역사소설은 대하소설 스케일의 작품들을 선호하는데 반하여 김훈 작가의 두 작품은 300여페이지 남짓의 소설로 역사적 사실만을 빌려온 듯한 인상을 주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남한산성'은 조선의 역사중 가장 치욕적인 사건이었던 인조의 어가행렬이 청의 진격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들어간 후 47일간의 기록이지만, 역사적인 사실들보다는 인간적인 면의 묘사가 더 잘 이루어진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칼의 노래'역시 임진왜란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한산섬 달밝은 밤에 시루에 혼자 앉아 큰 칼옆에 차고 깊은 시름에 빠져 있던....' 성웅 이순신이라기 보다는 인간 이순신를 더 부각시켜서 묘사한 작품인 것이다. 임진왜란시에 이순신의 백의종군에서 부터 장렬하게 전사하는 모습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은 것이다. 이순신 1인칭 서술의 기법으로....
그래서 이 작품에는 이순신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과 부하들의 식사를 걱정하고 죽음을 걱정하는 모습이 더 크게 부각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순신에게는 자기대신 가족을 지켜야 됐고, 또 자신의 아들이기에 죽어야만 했던 막내 아들의 모습이 꿈속에서 까지 떠오른 것이다.
또한, 여인의 죽음도...
모두 이순신으로 인해서 비극적인 삶을 맞이했다는 미안함과 부담감이 항상 마음을 짓누른다.
하여간에 역사적인 사실들도 '김훈'의 소설로 거듭날때는 그만의 독특한 소설적 상상력으로 재탄생이 되는 것이다.
대하소설을 좋아하고, 역사적 사실이 소설화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좀 아쉬운 점들이 많이 남는 작품들이기는 하지만....

마지막으로 김훈 작가의 인터뷰 내용을 들어보면 왜 그가 '칼의 노래'를 이런 형식으로 탈바꿈시켰는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순신이란 인물을 '희망이 없는 채로 삶을 돌파하는 한 인간으로 만들어 내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난중일기는 절망의 기록'이라고 덧붙인다.
'끔찍한 절망속으로 나아간 이순신의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하니, '칼의 노래'가 역사소설이 아니고, 김훈 나름대로의 우리의 모습을 이순신을 통해서 투영하고자 소설화하였음을 독자들은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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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양장) - 故 김영갑 선생 2주기 추모 특별 애장판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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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에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다가 세상을 떠난 사진작가 '김영갑'에게 '그 섬'은 제주도이다. 아니 제주의 초원, 오름, 바다였던 것이다.
작가는 항상 제주도의 풍경을 담는 사진을 찍었다. 1982년에 제주를 알게 된 gn에 '그 섬'에 정착하면서 제주의 풍광을 뷰파인더에 담는 작업을 했다.
사진의 주제는'외로움과 평화' - '김영갑'의 일생의 모습과 같은 주제이다.
작가는 '섬의 외로움과 평화'를 찍는  사진 작업을 수행이라 할 만큼 영혼과 열정을 바쳤다.

 하루의 끼니를 걱정해야 할 만큼 궁핍한 생활을 해야 했지만, 그래도 사진 작업을 할 필름과 인화지를 사는 것은 그에게는 '밥'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다.
그가 제주도에 정착하게 된 것은 '내 사진에 표현하고 싶은 주제(마음)가 다르기 때문이다. 찍고 싶은 사진만 찍으며 살아가는 사진장이로 만족하기 때문이다.'라고 말 할 정도로 인생 그자체가 사진 찍는 작업 뿐이었다.
낮에는 제주, 마라도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밤에는 현상을 하고, 비가 오는 날에는 인화작업을 하는 것이다.
일출사진을 찍겠다고 서둘러 마라도에 나타났다가는 제대로 된 사진도 찍지 못하고 오전 배로 떠나는 사진 작가들의 행동에 사진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설명해 준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또다른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풍경만이 아닌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감동까지 담아 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풍경을 담기 위해서 그는 제주에 홀로 남아 사진 작업을 했던 것이다. 사진 작업은 끊임없는 기다림과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기에....

20여년 넘게 섬의 모습을 찍는 작업을 하고 살던 그에게 그당시만 해도 듣도 보도 못한 희귀병인 '루게릭'병이 찾아오게 되고, 카메라를 잡은 손이 떨려서 사진을 찍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하여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열게 된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이며, 갤러리에는 자신의 생명과 맞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진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은 국제적 수준의 아트 갤러리이며 그가 루게릭병으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직접 자신의 손으로 만든 갤러리인 것이다. 갤러리 마당은 제주의 상징인 '바람','돌','사람'을 주제로 한 아름다운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는 2004년에 출간되었고, 작가 사망후인 2007년에 내용은 그대로인채로 다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사진에 미쳐서 살아 온 김영갑의 삶과 작품 세계, 그리고 투병과정의 이야기가 구술형태로 씌어진 포토 에세이이다.
제1장의 주제가 '내마음의 풍경'으로 '제주의 자연속에서 풍요로운 영혼과 빛나는 영감을 얻었던' 삶과 사진 작업의 이야기라면
제2장은 '한라산, 내 영혼의 고향'으로 사진 작업에 몰두하는 과정에 루게릭병을 앓게 되는 투병의 기록인 것이다.
그리고, 책에는 작가가 어느날 섬에 홀려서 정착하게 되었던 '그 섬'의 사진들이 약 70여컷이 소개된다.
그런데, 사진만을 보면, 그곳이 제주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그런 잔잔하면서도 느낌이 있는, 그의 평생의 사진 주제였던 '외로움과 평화'가 깃든 사진들이다.
제주가 관광지이고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기에 그런 제주의 낯익은 모습을 기대한다면 잘못된 생각일 것이다.
'제주도'를 사랑하는 마음이 관광객이 아닌 오로지 '섬'이 좋아서 그 곳에 머무르게 된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 본 자연의 모습, 가식적이 아닌 자연 그래로의 본연의 모습이  그의 사진속에 담겨 있다.

그의 사진은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그냥 외롭고 평화스러운 것이다.
또한, '초원'은 초원대로, '오름'은 오름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영원의 생명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게 작가의 모습처럼 드러내 놓고 보이지도 않고, 꾸밈이 없는 순수한 모습에서 외로운듯 평화가 깃든 모습이다.
'내가 사진에 붙잡아두려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아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들판의 빛과 바람, 구름, 비, 안개이다. 최고로 황홀한 순간은 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삽시간의 황홀이다.'(p180)
작가는 항상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집념으로 카메라의 셔터를누렸다.
그런 작가에게 루게릭병으로 카메라를 들 수 조차 없었던 때의 생각이 드러난 대목을 소개해 보겠다.
'카메라를 잡을 수 없는 사진가의 삶은 날개 잃은 새의 운명처럼 시련의 연속이다. 폭풍치는 바다에서 날지 못하는 새는 내일을 기약하기 힘들다. 새는 더 이상 짙푸른 하늘을 꿈꾸지 않는다.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없는 사진가는 고민하지 않는다. 눈, 비, 바람, 구름, 안개에 마음이 달아 오르지 않는다. 편안하게 바라보며 잃어버린 것보다는 얻은 것을 생각하며 미소 지을 뿐이다. 이제 마음으로만 숱한 사진을 찍는다 절망하자면 한없이 절망스런 상황이지만 그것을 뛰어 넘어야 한다.'(p234)
사진에 일생을 바친 작가가 지금은 세상을 떠났지만, 제주도의 올레길을 걷다 보면 그의 갤러리를 발견할 수 있고, 갤러리를 둘러 보는 과정에서 김영갑의 담은 사진 풍경에서 '외로움과 평화'를 느낄 수 있다면 그의 사진 작업의 열정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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