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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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을 일컫는 말은 여러 가지이지만 "변함없는 한 가지는 '끊임없이 읽고 쓰는 사람' 이라는 것이다.그는 지금 유용한 정보를 흥미롭게 조리해 평범한 독자에게 전달하는 '지식소매상'을 자처하고 있다.(책날개 글) 나 역시 '유시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시사토론의 사회를 보는 방송인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었다. 그런 활동을 하기전에 책으로 먼저 알게 된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그를 모르던 시절, 대학생들에게 많이 읽히던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와 '거꾸로 읽는 세계사'(구판)를 통해서이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너무 흥미롭게 읽으면서 책에 밑줄까지 긋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속의 글 중에 "'거꾸로 읽은 세계사'는 99퍼센트 이상, 누군가 쓴 좋은 역사책들을 발췌 요약한 것이었다. 이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역사책이라고 하기 어려운 짝퉁이다." (p310) 라고 적고 있다. 어쨌든 나에게는 유익하고 좋은 책이었다. 정치인이 아닌 '지식소매상'으로서의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인터넷 서점에서 접했을 때에 요즘에 자주 눈에 띄이는 유명인들의 독서편력쯤으로 생각했다. 자신의 인생에 지표가 되었던 몇 권의 책을 소개하고 신변잡기를 늘어 놓는 리뷰형식을 겸한 책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책을 읽어 보니 깊이가 있는 내용들이 지식인으로서의 지적 능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시기적으로도 방황을 잃고 갈 길을 바로 잡으려는 그에게 오래된 지도를 다시 펴 보는 의미가 될 수 있는 책들을 다시 꺼내 읽어 보고 쓴 글들이다. 이 책에는 모두 14권의 책이 소개된다.
 
1.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2.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3. 청춘을 뒤흔든 혁명의 매력 : 마르크스·엥겔스, 『공산당 선언』
4. 불평등은 불가피한 자연법칙인가: 맬서스, 『인구론』
5.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푸시킨, 『대위의 딸』
6. 진정한 보수주의자를 만나다 : 맹자, 『맹자』
7. 어떤 곳에도 속할 수 없는 개인의 욕망 : 최인훈, 『광장』
8. 권력투쟁의 빛과 그림자 : 사마천, 『사기』
9. 슬픔도 힘이 될까 :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10.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가 : 다윈, 『종의 기원』
11. 우리는 왜 부자가 되려 하는가 : 베블런 『유한계급론』
12. 문명이 발전해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 조지, 『진보와 빈곤』
13. 내 생각은 정말 내 생각일까 :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14. 역사의 진보를 믿어도 될까 : 카, 『역사란 무엇인가』
그 책의 저자들이 '시공간을 뛰어 넘어 인류가 고민했던 질문들에 답해 왔던 책 들. (...) 한 시대를 흔들고, 한 사회를 무너뜨리기도 했던 '한 권의 책'(책 뒷표지글) 이것은 문명의 역사에 이정표를 세웠던 위대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위대한 책을 남긴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 그 책들에 기대어 나름의 행로를 걸었던(...) 지금까지 내 삶에 깊고 뚜렷한 흔적을 남겼던(p6~7) 책들이다.
  
이 14권의 책 중에는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읽었던 책들도 있었다. 표도르 도스토엡스키의 '죄와 벌',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대위의 딸 그리고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그리고 최인훈의 '광장'이다. 지금은 기억도 까마득하지만, 그 시절에는 몇 십권씩 세트로 나오는 고전 문학책들을 찾아가면서 읽고 수첩에 그 책의 번호를 메모로 남겨 두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이후에는 두께가 얇은 책들은 문고판으로도 많이 읽었었다. 깨알같은 글씨의 책(그당시의 책은 지금보다 글씨체가 작았던 것같다)을 며칠씩 틈틈히 읽곤 했는데, 고등학생으로서는 어려운 인명이나 지명조차 버거워서 줄거리 위주로 읽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역사적 배경이나 정치적 사건 등을 거의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청춘의 독서'를 통해서 그 책들이 배경지식이나 그 시대의 사회적 변화, 정치적 사건 그리고 작가가 그 작품을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들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다. 도스토옙스키가 '죄와 벌'에서 던진 질문은 '선한 목적이 악한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이다. 정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작품속에서 주인공은 정신적, 정서적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고, 죄를 지으면 벌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 삶의 이치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서정적 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푸시킨의 '대위의 딸'에서도 작가가 의도적으로 푸카초프와 농민반란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았음을 오늘에야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푸시킨은 200년 전 전제정치와 농노제도가 실시되던 동토의 러시아에서 인간의 자유를 노래했'음을, '인류가 오늘날까지도 완전히 실현하지 못한 휴머니즘과 민중에 대한 사랑을 문학으로 꽃피웠'음(p110)을 이제야 나는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작가에게 리영희는 철학적 개인의 경험을 안겨준 사상의 은사였고,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는 품위있는 지식인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 준 인생의 교과서였다. 이 책을 통해 강대국의 이기적 이유와 목적에 의해서 강행되었던 베트남 전쟁의 진실을 알게 된다. '이당시 대한민국은 벌거벗은 임금님을 벌거벗었다고 말할 수 없는 나라(p40)였다. '북괴의 간첩이나 용공분자로 몰리지 않으려면 진실을 알려고 하지도 말아야 했고, 진실을 알아버린 경우엔 그것을 남에게 말하지 말아야 했다. (...) '비굴과 자기 모독, 그리고 지적 암흑상태가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 (p40) 이 책의 내용을 설명하는 중에 꼭지의 제목이 너무 좋아서 적어 본다. "지식은 맑은 영혼과 더불어야 한다. " (p42)
  이 책을 읽으면서 격세지감을 느낀 책은 카를 마르코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돌이켜 생각하면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 읽을 만한 가치가 없었다.'(p59)라고 말하는 '공산당 선언'은 이상은 훌륭했을지 몰라도 그 이상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은 그야말로 볼품없는 허깨비였고, 결국에는 붕괴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토마스 맬서스'의 '인구론'이다. 아무도 우리 사회에서 이 책을 읽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회 인구문제에서 항상 거론 되던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그래서 인구억제 정책을 써야 한다던 글이 쓰여 있다는 이 책....
맬서스는 사회를 '가치있는 상류계급'과 '가치없는 하류계급'으로 나누어서 하류계급은 성적욕구를 억제하지 못하는 집단이며 인구증가의 요인이 되는 집단이니, 인구증가를 막기위해서 빈민들의 위생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 전염병이 창궐하게 만들어야한다는 기막힌 생각을 써 놓았다고 한다. 빈민들을 위한 자선이나 구제책까지를 부정하였다고 한다. 어떤 편견에서인지 피임조차 막았다는 이야기이다. 이제까지 우리 모두는 갖가지 편견과 고정관념을 지니고 '인구론'를 대했던 것이다.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오늘날의 사회에 반영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언론의 횡포를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신문의 헤드라인에 실린 기사를 우리가 얼마나 믿어야 하는가?' 하는 주제를 가지고 쓰여졌다. 신문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진실을 왜고가고 거짓 편견을 유포할 경우에 그것을 독자들은 그대로 믿을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오는 문제들이다. '보이는 것과 진실과의 거리'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다.
14권의 책의 저자들이 말하고자 했던 것들이 얼마나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었는가? 그들이 바꾸고자 했던 사회는 과연 어떤 사회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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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인연 - 최인호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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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이들에게는 어른들의 추억속의 이야기로 들리는 '별들의 고향'의 작가 '최인호'의 신작 에세이이다. '별들의 고향'을 거론하는 것은 197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큰 이슈가 되었던 소설이며, 영화였기때문이다. '최인호'님은 문단에서 '최연소 신춘문예당선', '최연소 신문 연재소설 작가'등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도 더 작가를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은 1970년대의 암울하고 칙칙했던 분위기에 활력소같은 세련된 문체로 청년 문학의 중심에 서있었던 분이다. 발표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니까. 작가의 많은 작품들을 읽었지만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지금은 절판된 '왕도의 비밀'이다. 광개토대왕 시대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한 장편소설로 우연히 발굴된 고구려 토기에 새겨진 '井'자 문양에서 알 수 없는 호기심을 느낀 소설 속의 화자가 그 문양의 뿌리를 찾아가면서 마침내는 그 문양이 광개토대왕의 표식이자, '물의 손자이며 해의 아들'인 한민족의 상징이 아닐까 추리해 나가는 광대토대왕과 장수왕 시대의 역사소설의 형식을 빌린 것이었다. 그때 그 작품이 좋았던 것은 한 사람의 작가가 쓴 소설이 역사속에 파묻힐지도 모르는 사실을 밝혀 줄 수 도 있다는 생각을 했기때문이다. 그이후로 '최인호'님은 역사적 소재를 가지고 많은 작품들을 발표했다. 2008년에 발표한 '산중일기'선답에세이로 천주교 신자이면서 불가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사는 작가 최인호의 지나온 이야기와 진솔한 고백이 담겨 있는 영혼의 성장기. (출판사 리뷰 중에서)였다면 '최인호의 인연'자신의 전 생애를 통틀어 가장 빛나는 순간에 맺었던 ‘인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글들(출판사 리뷰 중에서)이다.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으로 떠나는 최인호의 추억 여행(책 뒷표지 글)이다.
  
내가 느낀 작가의 글들은 초창기때의 글들보다 섬세하면서도 마음속에서 한 번 더 다듬어진 '묵은지'처럼 곰삭은 그런 느낌의 글들이다. 세월의 연륜을 거쳐 오면서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글들이 우리의 마음속으로 와닿는 느낌이었다. 
  
1부 _나와 당신 사이에 인연의 강이 흐른다
2부 _인연이란 사람이 관계와 나누는 무늬다
3부 _우리는 모두 우리가 나누는 인연의 관객이다
우리가 생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인연'들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인연'이란 반드시 사람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의미없이 스쳐가는 풍경들도, 그리고 우리곁의 사물들과 식물, 동물 들과 얽히게 되는 것이 모두 우리의 인연 이다. 젊은날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자연이 어느 순간에 우리의 마음속으로 들어와 있는 것을 나도  종종 느끼고 살지만, 작가 역시 그런 마음인가보다. 화단의 꽃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 모습에 감동을 느끼는 걸 보면. '우리가 있는 그대로 우리 자신을 보여 주는 일이 당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유일한 길이 될터이다.(p127)
유년시절의 이야기에서 부터, 가족, 친지, 지인의 이야기, 결혼 이야기 그리고 난초와 모과나무 이야기, 정원의 새와 딸기의 이야기까지 모두 잔잔하면서도 진솔한 이야기들로  책 속의 이야기들은 가득하다.(43꼭지) 그런데, 내가 '최인호'님의 책을 많이 읽었기때문인지 전에 읽었던 내용들이 조금은 다듬어져서 다시 실린 내용들도 있었다. 어머니를 창피하게 생각했던 철없던 시절의 마음은 그 분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아들의 마음속에는 미안함으로 영원히 남는 것 인가보다.
   
 작가가 1970년대 마음의 욕심때문에 버거웠던 삶이 열릴 수 있었던 것은 '마태오 복음 5장'의 말씀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시 오만과 편견으로 전보다 더 큰 갈등과 괴로움에 시달리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나는 이처럼 장편소설을 몇 세트씩 출간할 정도의 작가라면 글쓰기가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그는 '원고지를 메워 먹고 산지가 오래된 탓인지 꼭 필요하지 않으면 펜을 들기가 몸서리 치도록 싫어졌기 때문'(p190)에 편지쓰기를 싫어한다고 한단다. 자각의 표현대로 '펜을 들면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듯 글을 뽑을 줄 알았는데' (p190) 역시 글을 쓴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들과 함께 그는 유머 감각도 뛰어난 분인데, 이 책을 읽는 도중에 너무 재미있었던 부분이 있어서 소개한다.아내와 5년 연애끝에 결혼을 했기때문에 연애 편지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 여성지에서 내용 공개를 요구했고, 거절하자 거금을 주겠다고 해도 절대로 공개하지 않은 첫번째 연애 편지가 공개되었다. 잔뜩 기대를 하고, 소설가의 연애 편지는 어떻까 궁금했다. 아주 근사한 미사여구로 가득 찬 아름다운 詩같은  편지를 기대했는데.... 읽은후에 그 편지를 다시 읽게 된 작가의 겸연쩍은 표정이 떠올라서 혼자 웃었다. 그렇다. 
 
사람의 인연이란...."우리모두는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이다. 이 별들이 서로 만나고 헤어지며 소멸하는 것은 신의 섭리에 의한 것이다. 이 신의 섭리를 우리는 '인연'이라고 부른다. 이 인연이 소중한 것은 반짝이기 때문이다. 나는 너의 빛을 받고, 너는 나의 빛을 받아서 되쏠 수 있을 때 별들은 비로소 반짝이는 존재가 되는 것. 인생의 밤하늘에서 인연의 빛을 밝혀 나를 반짝이게 해 준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삼라와 만상에게 고맙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머리글 에서)
  
우리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먼저 보는 것도 중요하고, 나와 인연으로 맺어진 모든 것에 '붓'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작가의 마지막 글에서 스스로 가진 것을 버리고 스스로 낮은 곳으로 내려 가시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무엇이 인간의 참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해 준다. 그리고, 마음이 아름다워지고 풍요로워지는 글들과 함께 사진작가 '백종하'님의 사진은 예술 사진이었다. 내가 언제나 카메라의 프레임에 담고 싶었던 컷들을 너무도 소박하면서도 잔잔한 여운을 남기면서 담아 주셨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도 풍요로워지고, 눈도 아름다워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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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축지법 -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의 카피라이터가 전하는 성공과 사랑, 그리고 크리에이티브의 비밀
송치복 지음 / 부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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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지금도 종종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유명한 광고 문구이다. 이 문구를 유행시켰던 카피라이터 '송치복'님의 책이 바로 '성공의 축지법'이다. 책은 크기나 두께가 출퇴근시에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읽기 좋을 정도이지만 그 내용은 그렇게 가벼운 글들은 아니다. 얼핏 보기에는 카피라이터의 책이기에 글들이 간결하면서도 새로운 발상을 가지고 만들어 졌지만 책의 내용은 깊이가 있다.
 
저자는 1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죽음을 보게 되고 '죽음이라는 개념이 느닷없이 현실이 되고 날카로운 창이 되어 밤마다 소년의 가슴을 찔렀습니다.'(p15)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큰 마음의 상처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이후의 이어지는 방황은 불면, 가출.... 그리고 신문배달, 입시학원 칠판닦이, 검정고시 합격, 해병대, 성직자의 길을 선택, 신부포기, 결혼, 취직, 카피라이터, 2002대선캠페인 등의 평범하지는 않지만, 인생의 새로운 길을 향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인생의 길을 걸어 가고 있었던 것이리라.... 그런데, 어느 순간 '일은 하는 일마다 성공했으나 삶은 가는 곳마다 아팠습니다.'(p18)라고 이야기하는 순간이 오게 되고 저자는 그 길로 자신의 갈증을 풀어주기 위한 여행을 떠납니다. '인생은 캄캄한 밤 길 - 인생이라는 여행길을 가다가 풀리지 않는 갈증들을 풀기 위해 떠나는 여행' 이라고 표현할까요? 물론, 각자 다른 갈증을 가지고 있으니까 각자가 얻으려는 해답도 다르겠지요. 우리들의 갈증을 풀어줄 해답을 인생이라는 길에서 벗어나서 떠난 여행길에서 만난 '바람'에게, '고래'에게, '모래알'에게 묻는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을 떠나다', '바람에게 묻다','고래에게 묻다'. '모래알에게 묻다'의 4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바람, 고래, 모래알과 50소년(저자)의 대화가 선문답 형식으로 실리고,  한 꼭지가 끝나면 그 대화의 내용을 대학시절에 노트정리를 보는 것같은 형식으로 카피라이터답게 간결하게 요점정리를 해 준다. (나중에 정리된 글만 다시 읽어 보아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전하는 '성공의 속삭임'(명언)과 함께 저자가 해설까지 들려준다.
 
얼핏 보기엔 쉬운 내용의 책인듯하지만 문장 하나 하나 깊고 오묘한 뜻이 내포되어 있고 각각의 주제를 풀어 나가는 방법도 특색이 있다.
그럼, '성공'이란 무엇일까? '이루고 싶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성공의 축지법'은 설마, 훨훨 날라서 십 리 밖에 까지 갔다 오는 기술을 일컫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책에서의 '축지법'이란 지름길과 그 길을 효율적으로 가는 방법, 즉, '원하는 것을 이루는데 필요한 지름길'을 말한다.
인생의 길이 다양하듯이, 각자가 원하는 성공도 각양각색일터이니까 저자는 세 장으로 나누어서 '바람', '고래','모래알'과의 대화를 통해서 설명해 주는 것이다.
  * 첫번째 여행길은 다른 사람과 달리 사는 것을 유독 아프게 느끼시는 분, 주식에 뼈아픈 추억이 있으신 분, 사랑을 떠나 보내 본 경험이 있으신 분, 플레이걸, 플레이 보이가 되고 싶으신 분, 하늘의 시계를 가지고 싶으신 분, 돈과 권력을 얻는 방법을 알고 싶으신 분, 하늘의 무늬, 즉 천문에 통달하고 싶으신 분을 위한 여행이다. 그런데, 좀 추상적인 느낌이 드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철학을 전공하신 분이기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만물들은 생명의 시계가 있다. 사람의 시계는 하루 24시간이지만, '생명의 시계'는 5가지 시간을 가지고 있다. 나무-불- 흙- 쇠-물 , 물론 인간도, 나무도 그 무엇도 5가지 시간에 의해서 존재한다. 기업이나 브랜드, 심지어는 사회적 이슈까지.... 생명의 시간의 흐름은 저절로 순리적으로 흘러가는 것이며, 그것을 막아서도 안된다. 시간의 파도타기는 돈을 버는 원리이기도 하다.
* 두번째 여행길은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서 비즈니스도 사랑도 잘 안되시는 분, 천부적인 창의성이 없어 직장 생활이 힘드신 분, 사물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필요하신 분, 창조의 축지법을 익히고 싶으신 분.....    바다의 고래에게 묻는다. 땅의 이치를 안다는 것은 본질의 줄기 즉, 그 맥을 알고 그 맥의 시간 (나무-불-흙-쇠- 물)을 아는 것이다. 그런데, 본질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질을 깨닫고 끊임없이 연습과 수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생이맥'이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 세번째 여행길은 인간이 무엇인지 알면 소원이 없겠다는 분, 이 사회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싶으신 분, 카오스 이론과 집단 지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으신 분..... 바닷가의 모래알에게 묻는다. 까칠까칠한 성격이었던 모래알은 이젠 동글동글 모래알이 되었다. '집단 자성'- 집단의식에서 비롯된다. 다수 사람이 어떤 자성에 꼼짝없이 일정기간 노출되면 생긴다.대표적으로 '강남 4.19세대'와 '신도시 386세대'를 들 수 있다. '집단 이기주의'는 각 집단의 이해관계가 대립될 때 집단 지성이 이기적인 형태로 표출되는 것이다. '하이트 맥주 광고제작', '2002대선 캠페인'의 예를 통해서 진실의 길을 분석해 본다.
세번째 여행길이 많은 글들은 담고 있다. 우리는 '지구의 한 조각'이다. 사랑도 역시 지구의 한 조각과 지구의 한 조각상이에서 생기는 에너지이며 두 존재의 스타일 사이에서 일어나는 자성의 변화 또는 에너지를 일컫는 말이며, 사랑은 존재로서 존재를 이해하는 것이다. '사랑의 축지법1','사랑의 축지법2'로 저자가 잘 정리해 두었으니 사랑의 축지법을 알고 싶으신 분을 문을 두드려 보라....
'돈과 권력'.'사랑','비지니스'에 관한 축지법을 소개해 준다. 그리고 정리까지...
우리가 지구의 한 조각임을 인식하는 것부터 모든 갈증은 풀리게 될 것이다.
나는 '성공의 축지법'을 어떤 성공을 위한 가이드북처럼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런 생각으로 읽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성공이라는 개념을 떠나서 인생의 길을 향해서 열심히 걸어 오다가 어느 시점에서 나를 되돌아 보고, 인생의 길을 걸어오느라 힘들어서 헐떡거리던 숨을 몰아 쉬던 것을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 과정에서 인생의 지침서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던 길을 멈추고 물 한 모금 마실 수 있는 여유로움을 찾는 과정에서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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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브로드 1
팻 콘로이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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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우스 브로드'는 1권과 2권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한 권이 500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이런 두꺼운 책을 읽으려면 아주 재미있지 않으면 그 분량만으로도 부담감이 가중되는 것이다. 이 긴 소설의 저자는 팻 콘로이(Pat Conroy)로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미 미국에서는 각종 상을 수상하여 거장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라고 한다.
2009년《뉴욕타임스》종합 베스트셀러 1위!
예약판매만으로 인터넷 서점 ‘아마존’ 상위권 진입,
전 미국 언론과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은 거장 팻 콘로이의 위대한 문학세계 -
바로 이것이 출판사 책소개의 글이다.

1권은 PART1,  PART2, PART3 의 일부분으로 되어 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찰스턴이 이 소설의 무대이다. 2009년에 발표한 작품이지만, 시대적 배경은 주인공 레오가 18살이던 1969년 6월 16일에 일어나는 일이 발단이 되고, 그 이전의 어린날의 회상과  PART2부터는 레오가 38살이 되는 1989년부터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찰스턴은 레오가 표현하기를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도시'라고 한다.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도시이며, 그도시에 대한 아버지의 애정이 그대로 레오에게 물려진 그런 도시이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모두 그런 찰스턴을 자랑스러워하고 그들의 삶의 터전으로 살아 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레오의 아버지는 과학선생님으로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깨어있는 모든 순간들을 아름답게 느끼는 섬세한 성격이면서도 소박하고 소심함으로 꽉 차 있는 분이다. 격렬한 충동이나 대담함이 없는 그런 분이지만 마음이 깊으신 분이다. 어머니는 한때 수녀의 길을 걸었으나 지금은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시다. 소녀시절부터 사랑했으며, 수녀가 된 후에도11년이란 세월동안 변함없는 마음을 가진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들인 분이다. 그래서인지 신앙심에 집착을 하는 수도자의 자세를 가진 분이다. 그런 부모에게 자랑스럽기만 하던 레오의 형이 어느날 욕조에서 목과 손에 면도칼을 긋고 자살을 한다. 레오에게도 질투조차 할 수 없는 존재인 영웅처럼 따르던 형의 죽음이라는 충격의 여파는 레오를 정신병원으로 보내게 된다. 모든 가족의 마음은 황폐해지고 어머니는 특히 어떤 삶도 비극을 피하며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직접 겪게 되면서 삶의 기만적 본질을 인정하게 된다. 레오는 겁많은 아이, 소심한 아이로 변하게 되고 형이 있을 때는 그렇게 많던 친구들도 한순간에 다 떠나 버린다. 그런 어느날 모처럼 참석하게 된 파티에서 누군가가 넣은 마약에 의해 보호관찰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런 힘든 어린시절의 상황이 수년간의 끔찍한 방황속에서 헤메이게 되지만 신문배달일을 하게 되면서 스스로 찰스턴에서 가장 멋진 신문 배달부로, 그리고 1969년 6월 16일에 3가지 사건이 일어나면서 만나게 되는 친구들과의 우정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되는 인물로 변하게 된다.
그날은 고등학교 3학년 여름, 고등학교로 전학을 오는 고아원 출신 2명의 아이- 스탈라, 나일스- 첫 만남부터 그들은 탈주를 막기 위해 수갑을 찬 상태였다. 그때까지 아무도 그들을 친절하게 대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그들에게 레오는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다. 스탈라는 사팔뜨기이며 제멋대로였지만 나중에 레오와 결혼을 한다.
앞집에 이사온 시바포와 트레버- 쌍둥이이며, 엄마는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는 지독한 폭력을 일삼는 방랑자같은 의문의 사나이
코카인 소지문제로 전학을 오게 된 찰스턴의 저명한 변호사 가문의 자제-채드워드러틀레지와 그 여동생 농구선수 프레이저 러틀레지,그리고 채드워드의 여자친구 몰리허거, 이런 가문의 자녀들이 공립학교인 페닌슐라 학교에 온다는 것 자체가 그의 부모들은 자존심이 상할 정도의 대단한 가문
학교의 풋볼 코치를 맡게 된 흑인 안토니제퍼슨의 아들 아이티 그리고 베티....
1969년 6월 16일에 운명이 그들을 하나로 묶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레오를 포함한 10명의 친구들은 그야말로 가지각색의 집안과 인종의 결합인 것이다.
 PART1의 내용은 그런 친구들의 형성과 파티, 그리고 레오의 아픈 어린날의 기억들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로 끝난다. 처음 이 소설을 읽을 때는 이시기의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생각이었으나 그렇지는 않았다. 성장후의 모습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그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얽히고 설킨 서로의 이야기는  PART2로 부터 시작된다. 20여년 후에도 그들은 몇 명을 제외하고는 그들의 자랑스러운 찰스턴에서의 생활을 즐기면서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다. 레오는 자신이 배달하던 신문사의 칼럼니스트, 아이티와 베티는 흑인 경찰- 남부 찰스턴에서 흑인이 경찰 서장이 된다는 것은 그 당시에는 커다란 이슈이다. 아이티가 태어날 당시에는 흑인에게는 투표권마자 없었으니....프레이저와 몰리는 유명인사의 자식들처럼 사교계 여성으로, 몰리는 채드워드의 아내이지만  남편의 외도로 힘든 나날을....
시바는 유명한 여배우로 인기가 하늘을 찌르다가 이제는 서서히 사라져가는 도중, 그런 시바가 찰스턴에 나타난다. 오빠인 트레버가 게이였는데 에이즈 환자로 종적이 묘연해서 그를 찾는 작업에 친구들이 동원된다.
책의 분량이 많은 만큼 나오는 인물들도, 이야기도 다양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에 전쟁의 발단이 되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인종 차별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미국 사회에서의 신분, 계층, 인종 문제, 에이즈 문제 등도 사회문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레오 자신이 9살 나이에 겪었던 충격적인  형의 자살에서 스스로 헤쳐 나올 수 있었던 것이 복잡하게 얽힌 친구들의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
레오가 스탈라와 결혼을 하게 된 것도 사랑이라기 보다는 성급하고 무계획적인 그녀가 어떤 일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작용한 것이다. 레오는 스탈라에게 매력을 느끼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스탈라의 불안정함이 그녀의 일종의 광기임에도 그것을 천재성으로 오판한 것이다. 그녀의 행동을 자제하지 않는다면 형의 장례식에서 느꼈던 그런 세계를 다시 느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던 것이다. 
 PART3에서 게이인 트레버를 찾는 친구들의 활동이 본격화되는데, 어느 허름한 모텔에서 죽어가는 아론 새터필드라는 소년의 모습은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을 엿보게 해 준다. 동성애, 마약, 에이즈.... 그것이 미국의 뒷골목의 실상이기도 하다.
아마도 2권에서는 본격적인 트레버를 찾는 친구들의 노력과 거기에서 우려나오는 우정, 그리고, 레오와 몰리의 사랑, 몰리와 채드워드의 불화, 시바의 새로운 이야기 등이, 그리고 레오의 이미 나이가 드신 어머니의 이야기까지가 전개될 것이다.
열 명의 친구들의 우정 못지 않게 사랑은 이리 저리 얽혀 있으니 어떻게 전개될 지도 흥미로운 부분일 것이다. 사회계층과 인종차별을 뛰어 넘는 우정이 어떤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지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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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누가 '에세이'를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붓가는대로 쓰는 것이라고 했는가? '알랭 드 보통'은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잘 알려진 작가이다. 그래서 책의 첫부분에도 자신의 친필 편지를 실어 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같다. 친필 편지의글씨체를 보니 그의 성격이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고 꼼꼼한 필체이다.

  
 그리고, 이 책의 중간에도 몇 번 대한민국이라는 활자가 보이고, 사진에는 '삼성'의 쇼윈도가 비치고, 2007년 당시 인기있던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활자도 보인다. 크게 부각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간간히 보이는 그런 낱말이 친근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의 유머이기는 하지만 대한민국 독자들이 자신의 집을 장만하는데 어느 정도의 힘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독자와의 관계는 작가에게는 글을 통한 상상의 우정이라는 글을 적고 있다. 나도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동물원가기', '행복의 건축'등의 에세이나 소설이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주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도 읽었으니까 어느 정도는 작가의 글 스타일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의 저서를 읽을 때마다. 그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아무리 에세이라고 해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 안된다는 것을 느낀다. 어느정도는 중무장을 하고 글을 읽어야 끝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나 할까? 어쨋든 같은 소재나 주제의 글도 그의 붓끝에 가면 깊은 사유와 관찰력으로 새로운 이미지로 재탄생하는 느낌이다. '지식의 창고'에서 쏟아지는 이야기들같다는 생각, 또는 '갖가지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이 글을 옮긴 '정영목'님도 자신이 '일의 즐거움과 괴로움'이라고 해석을 했으면 더 일에 대한 관점이 자연스러웠을지는 모르겠으나 '알랭 드 보통'은 평소의 글 스타일이 '한데 묶어 놓고, 서로 낯선 것들이 만나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효과를 살피며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사람 아닌가. 그런 면에서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알랭 드 보통이 이 책의 제목을 잡을 때도 '일의 기쁨과 슬픔'을 염두에 두었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p371~372) 라고 옮긴이의 글에 쓰고 있다. 그러니까 '알랭 드 보통'은 일에 대한 한 개인의 감정만이 아닌 문명과 사회에 관한 깊고 은근한 통찰, 거기에 개인감정의 미세한 움직임과도 따로 놀지 않는 통찰을, 거기에 재치와 유머와 서글픔이 보석처럼 박혀 반짝이도록 글로 표현 한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사랑과 이별 등에 관한 이야기들은 상당히 많으나 '일'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는 생각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고한다.사랑의 영역과 일의 영역에는 놀라운 유사성이 있으며, 현대의 일하는 세계의 아름다움, 권태, 기쁨, 그리고 가끔씩 느끼는 공포에 눈을 뜨게 해주는 책을 쓰고 싶었고, 일이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글의 주제를 이와같이 잡았다고 한다.   그의 다른 글에서도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쉽게 앉아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10개의 소제목을 중심으로 직접 자신이 문헌도 조사하고, 현장에 직접 투입되어서 같이 행동하면서 그 일에 관한 모든 것을 총망라해서 글로 써 내려 간 것이다. 그가 주제로 삼았던 것들은 너무도 다양하다. '발트 해를 가로질러 펄프를 운반하거나, 참치 머리를 자르거나, 구역질 날 정도로 다양한 비스킷을 개발하거나, 상담하러 온 사람에게 전직을 권유하거나, 한 세대의 일본 여학생을 매혹시킬 위성을 쏘거나, 들판에서 떡갈나무를 그리거나, 전선을 놓거나, 회계처리를 하거나, 탈취제 자동 판매기를 발명하거나, 항공사를 위해 강도가 높아진 코일 튜브를 만드는' (p368)이 모든 현장에서 그 일들을 직접해 보기도 하고,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하루 일과를 따라가보기도 하고, 인터뷰와 취재를 하기도 하면서 '일의 기쁨과 슬픔'에 관한 에세이를 쓴 것이다. 특히, 이 책은 에세이를 겸한 포토 르포르타주로도 기획된 것이어서 처음부터 사진작가인 '리처드 베어커'와 함께 작업을 했다. 사진은 모두 흑백사진으로 세대에 뒤떨어진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니라 일의 이미지와 흑백사진이 가지는 이미지가 잘 맞아 떨어지는 감이 든다. 처음에 '알랭 드 보통'이 일에 관한 에세이를 시작하는 곳은 런던 가장자리 부두끝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곳에서 본 광경들로 부터 많은 것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쓸 영감을 얻은 것이다. 부두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서 현대 일터의 지성과 특수성, 아름다움과 두려움을 써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특히 일이 우리에게 사랑과 더불어 삶의 의미의 주요한 원천을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첫번째 이야기에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버리기 쉬운 '물선의 관찰' 과정에서는 화물선의 입항을 통해서 어디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들어오는 배인지를, 그리고 필요하다면 수치와 통계까지, 그리고 어떤 지역의 정보는 지역특색, 역사적 사실까지를 작가 특유의 예리한 관찰과 심리묘사까지를 겉들여서 써 나간다.
'물류이동'를 취재하기 위해 참치를 추적해 본다. 따뜻한 물에 사는 참치가 어떻게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지 그 과정을 배, 비행기등으로 이동하면서 알아 본다. 그러나 이렇게 유명한 작가도 난관에 봉착한다. 15개 식품업체에 접촉을 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혹시라도 어떤 문제가 야기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어렵게 성공하여, 물류네트워트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서양 몰디브 원양어업 기지에서의 어선 승선, 그리고 50k에 달하는 참치를 잡아 몽둥이를 쳐서 죽이는 끔찍한 살생현장에서 냉동실로 옮겨 어류가공공장의 가공과정을 거쳐서 항공기 화물칸에 실려 런던 브리스톨 교외의 한 슈퍼마켓에서 팔려서 한 가정의 어린이의 스테이크로 식탁에 오르는 과정을 계속 추적해 나간다. 인도양의 바닷속에서 52시간에 걸친 과정의 모든 순간을 목격하고 느끼고 글로 써 내려 가는 것이다. '어휴, 정말 보통의 작가가 아닌 알랭 드 보통만이 가능한 글쓰기이다.
  10개의 소재들이 모두 이런 과정을 거친다. 세계적인 비스킷 공장도, 떡갈나무를 그리는 화가의 그림작업도, 회계사들의 업무도, 송전공학도. 항공산업도.....
직접 부딪혀서 글로 재탄생되는 것이다. 여기에 깊이 있는 작가의 지식까지 첨가되니 읽기에 쉬운 에세이가 아닌, 힘들게 읽혀지는 에세이가 된다. 그의 에세이를 머리를 식히기 위한 글로 생각하면 너무도 큰 착오이다.
글 중에 가장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이 그나마 6. '그림'이다, 떡갈나무를 주로 그리는 화가의 작업과정을 따라잡고, 전시회와 판매과정를 통한 '일'의 의미찾기는 그나마 많이 접해온 이야기이기에 무리없이 읽을 수 있다. 7. '송전공학'은 너무 어려운 이야기이다. 물리적 소양이 필요한 글이라고 해야 할지, 일이라는 개념만을 봐야 할지 혼돈과 이해불가의 문장들도 섞여 있을 정도로....
 
'사실 일은 어떤 거리에서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확확 달라지는 것 같다. 일 안에 완전히 묻혀 있으면, 그 의미는 커녕, 즐거움이니 괴로움이니 하는 것 조차도 아예 사라져 버린 상태가 될 것이다. (...) 기쁨이나 슬픔이라는 말이 나오려면, 일을 원경으로 멀리서 보아야만 할 듯하다. (...) 알랭 드 보통은 타의에 의해 관찰자가 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관찰자의 자리에 서게 된 경우다. (...) 자유자재로 줌을 당겼다 놓았다 하면서도 초점을 놓치지 않는 것처럼, 원경, 중경, 근경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입체감을 살려 가면서 일을 명상한다는 것이 그의 진짜 장점이다. (p373)
그렇다. 알랭 드 보통은 자유자재로 그것도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일이라는 현장의 깊숙이 들어가서 직접 보고 느끼고, 관찰하면서 우리에게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이야기 해준다. 일이 사랑과 마찬가지로 우리 삶의 일부분이고, 진정한 삶을 위해 일을 하는 과정에서 기쁨도 느낄 수 있고, 권태로움도, 슬픔도 느낄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그런데, 좀 어렵기는 하다.'알랭 드 보통'의 스타일이니까.... 그래도 또 그의 작품이 나오게 되면 나는 호기심에  책을 손에 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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