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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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독자들에게 읽혀 오고 있는 소설이기에 관심이 가는 소설이었다. 더군다나 책 제목과 표지에서 느껴지는 단상들이 아주 복잡하다고나 할까. 벨라스케스가 그린 '왕녀 마르가리타'를 보고 프랑스 작곡가가 작곡한 피아노 연주곡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이다. 이 책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 벨라스케스의 작품중의 '왕녀 마르가리타'는 연작으로 책표지의 그림은 '마르가리타 왕녀와 시녀들'이다. 그리고, 그림 역시 책표지에는 짤린 부분들이 있다. 벨라스케스가 마르가리타를 화폭에 담는 모습을 보려고 정면으로 들어서는 순간을 그린 그림으로 왕 내외의 모습은 그리지 않았지만, 왼쪽으로 벨라스케스 자신이 화폭에 그림을 그리다가 정면을 바라보는 모습과 뒷 문을 통해 나가려던 사람이 왕의 등장으로 멈칫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재미있는 것은 분명히 왕녀 마르가리타가 주인공임에도 아주 뚱뚱하고 못 생긴 (누가 보아도 못 생겼다고 느끼는) 시녀가 더 앞에 크게 부각되어서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이 그림을 보면 그 시녀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못 생긴 여자. 그녀들이 세상에서 당하는 멸시. 차별대우. 바로 그런 여자가 이 소설속에 있다. 그녀는 자신을 '세상이 만들어낸 장애인'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서 부터 못생겼기에 친구조차 없었던. 그녀가 가장 먼저 들었던 최초의 말은 '야, 이 못난아'였고, 그의 별명은 메주, 미친 메주, 호박, 돼지, 괴물, 산돼지... 못 생겼기에 열심히 공부했지만, 취업은 예쁘고 날씬한 아이가 차지하게 되고,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실력보다는 외모가 우선이라는 기정사실.
이렇게 못 생겼기에 언제나 세상에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그런 못 생긴 여자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녀는 어떻게 할까? 사랑이 다가오기에 그녀가 느꼈던 감정들. 그것은 나중에 두껍고 긴 편지에 고스란히 담겨진다.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숨김없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 사람들의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다는 사실. 누구도 날 사랑해 주지 않는 거란 절망감.... (p274)
저는 세상 모든 여자들과 달리 자신의 어두운 면만을 내보이고 돌괴 있는 '달'입니다. 스스로를 돌려 밝은 면을 내보이고 싶어도... 돌지마, 돌면 더 이상해....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는 달인 것 입니다. (p283)
이런 못 생긴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는 남자. 그는 아픈 가정사를 가졌다. 19살 그에게 세상은 어떤 것이었을까
언젠가는 말을 세우고 자신이 달려온 쪽을 바라는 것이 인생이다. 인간에겐 결국 영혼이 필요하고 영혼은 인디언만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것이기 때문이다. (p40)
19 살, 세상이 부럽지도 부끄럽지도 않은 나이라고 하는 그 나이의 그.
그리고, 또 한 남자. 어머니의 자살로 아픈 마음을 가졌지만 그래도 밝은 듯 보이는 요한.
서로를 간호하는 느낌으로 걸어가던 길고 긴 골목도 잊을 수 없다. 인간의 골목. 그저 인생이란 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 불과한 인간들의 골목.... 모든 인간은 투병중이며. 그래서 누군가 간호하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그리고, 골목의 끝에서... (214)
요한은 '세상은 거대한 고아원'이라고 생각한다. 존 레논의 딸기밭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장소이며, 결국 이 세상의 모든 것은 거짓이라고 믿는다.
이 세 사람이 꾸며 나가는 사랑이야기. 벨라스케스의 화폭속의 시녀처럼 그들은 가혹한 세상앞에 들러리 선 시녀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그림속의 시녀가 공주보다 더 크게 부각되었듯이. 그들도 인생의 아픔을 거치기는 하지만 그들만의 인생이 있고, 사랑이 있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러워하지 말기
이것이 의미하는 모든 것을 이 소설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결코 가혹한 세상앞에 왕녀의 들러리가 아닌, 인생에 있어서 내가 곧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그런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물론, 아쉬움이 남는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다음의 문장을 곱씹으면서, 20살 청춘들의 사랑이야기를 읽은 감상을 끝내려 한다.
어둠속에서 결국 나는 살아 있는 왕녀를 위한 왈츠가 아닌,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로서의 내삶을 직시한다. (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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