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안의 호랑이를 길들여라 - 행복한 삶을 위한 틱낫한 스님의 지혜로운 조언
틱낫한 지음, 진현종 옮김 / KD Books(케이디북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틱낫한'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낯익은 스님이시며,그동안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고, 그 책들 속의 글들은 아주 짧으면서도 쉽게 쓰여져 있기에 몇 권정도는 읽은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대 안의 호랑이를 길들여라' 역시 먼저의 스님의 책들과 별로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아주 쉽고 짧막한 문장들이지만 한 구절도 빠트릴 수 없을 정도로 주옥같은 구절들인 것이다.
이번에 스님께서 전해주시려고 하는 주제는 '화'에 관한 이야기이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아 오르는 '화'란 무엇이며, 그 '화'를 다스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를 이야기 해 준다. 곶감보다도 더 무섭다는 '호랑이'에 비유하여.....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많은 심리상태중에 사랑은 쉽게 증오로 변할 수 있는 것이며, 그 증오는 화로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화'는 오로지 '전념(專念, mindfulness)만이 있다. 그 전념의 대상은 '씨앗'인 것이다. 우리 마음속의 많은 씨앗중에 '화'라는 씨앗에 물을 주어서 싹을 틔우지 못하게 하는 것이 바로 우리 마음속의 호랑이를 길들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이관지(一以貫之)하는 전념. 이것은 마음모음, 마음챙김, 깨어있음, 각성 등의 낱말로도 바꾸어 쓸 수 있는 것이다.
 
 

전념해서 호흡를 하고 야외에서 전념해서 거든 수행을 하는 것은 화를 보듬어주는 훌륭한 방법이다. (p85)
행복은 개인에게 달린 문제가 아니다.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행복하지 않다면, 상대방이 행복해 지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p107)
삶이란 지금 이 순간에만 누릴 수 있는 것이다. (p193)
우리가 누리는 행복의 양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자유의 양에 달려 있다. 가장 커다란 자유는 후회, 두려움, 걱정 그리고 슬픔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자유로운 사람만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p213)
이런 이야기를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을 정도로 분위기있는 사진들과 함께 아주 짤막짤막하게 시적으로 들려주는 것이다.
마음의 화를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곁에 두고 생각이 날 때마다, 필요한 순간마다 읽어본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part 1, part2 가 틱낫한 스님이 전하는 말씀이라면, part3, part4 는 옮긴이인 진현종이 프랑스의 플럼 빌리지를 찾아서 그곳에서 체험한 수행담을 이야기한다. 진현종은 이전에도 몇 번 틱낫한 스님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그곳을 찾았지만, 자신이 직접 체험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그곳의 명상센터에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없는 상태에서 수행을 하게 된다는 것이 다른 명상센터와 다른 점이기도 하다.
 
 
이런 구성으로 될 때에 이전의 책에서도 이런 구성이 있었듯이, 틱낫한 스님의 말씀과 옮긴이의 명상센터 체험과 그곳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도 낯익은 글들이기에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행복이 우리안에 있는 것처럼. 우리가 삶을 어떻게 느끼고 즐기느냐 하는 것이 우리에게 있는 것처럼. 화를 다스린다는 것도 결국에는 내 안의 마음가짐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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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수업
아니샤 라카니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황당한 이야기같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고, 지금도 이런 일이 행해지고 있으리라는 것이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몇 년전에 방영된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되기도 하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제와도 근접해있는 두가지 색깔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공교육의 무너짐과 사교육의 독버섯처럼 뻗어나가는 폐단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읽는내내 흥미로움을 자아내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작가 '아니샤 라카니'의 데뷔작인데, 최근까지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있는 명문 사립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쳤기에 이 소설의 내용이 작가의 체험이 많이 녹아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명문대를 갓 졸업한 애나가 부모가 원하는 돈 잘 버는 애널리스트를 마다하고 맨해턴의 명문 사립 중학교의 교사가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애나는 선생님이 되는 것,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직업이라고 생각하기에 학생들을 열정적으로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난, 아이들을 가르칠 때가 제일 좋아, 학생들과 함께 있을 때만큼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삶의 목적이 뚜렷해 보일 때가 없다'(p21) 고  말하지만, 그녀의 첫 수업은 학생의 말을 빌리자면 '완전 개판'이란다. 못 가르쳐서가 아니라, 맨해턴 명문가,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과는 맞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그들의 부모는 학교의 수업보다는 학교 밖의 가정교사에 더 관심이 많고, 그들의 가정교사가 해 주는 과제물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당돌한 십대 학생이 그의 가정교사에게 던지는 당돌한 말. "내가 작성한 것처럼 써요, 알았죠?" (p9) 
  당돌한 것은 맨해턴 사립학교의 학생들뿐이 아니라, 돈으로 모든 과제물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상류층 부모들. 그리고 물쓰듯 던져 주는 갖가지 명목의 돈들에 길들여지는 사립학교 교사들의 명문가 가정교사화.
가정교사 1시간당 200달러, 때에 따라서는 특별한 숙제는 1000 달러.
공교육과 사교육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는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오십보, 백보가 아닐까....
   
미국 상류계층을 들여다 보는 재미도 이 책이 가지는 흥미로운 부분들이고, 명품에 쏠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우리들이 접하고 있는 현실의 세계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상당 부분이 있기에 공감이 가는 것이다.
우리의 교육 현실, 그리고 상류층의 방종(?)......
비근한 예로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의 수행평가를 들여다 보아도 이것이 학생들의 숙제가 아닌 엄마 숙제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 정도이니.
학교 수업후에 과외로, 학원으로 내몰리는 학생들. 그들에게 부과되는 각 과목의 수행평가들. 그리고 때론, 학생들이 하기에는 버거운 내용들로 뒤범벅이 된 과제들. 보다 못한 엄마들은 수행평가에 매달리게 되고, 학생들은 이런 현상에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중의 애나의 깨달음의 한 마디.
'바다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비싼 요트를 타고 바다에서 표류하는 기분'(P259)이었다는 말. 이것은 그녀의 심리상태를 그대로 표현한 글이 아닐까.
또한, 랜디의 추억속의 선생님."만약 옷만 잘 입고 수업을 엉망으로 하셨다면 우리는 그렇게 선생님을 따르진 않았을거예요. 그분은 한마디로.... 종합선물세트였어요, 나한테 그분은 '교사란 이러이러해야 한다'라는 통념에 도전한 최초의 선생님이었죠. 뛰어난 수학 교사인 동시에 패션과 음악을 비롯한 모든 대중문화도 좋아하셨거든요. 그래서 우린 '이거 아니면, 저거'일 필요가 없었어요." (p277)
'화려한 수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참 많다. 미국 상류층의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학교의 역할, 교사의 역할, 그리고 학생들의 역할. 그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그리고, 진정한 교육의 가치, 그리고 삶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를 일깨워준다.
교육현장이라는 테두리안의 이야기이지만, 단순히 그곳이 아닌 모든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교훈을 준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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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 열정 용기 사랑을 채우고 돌아온 손미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손미나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인 손미나에게서 느껴지는 단상들은 도전과 열정이 아닐까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뒤로 하고,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날 수 있었던 용기와 도전. 그 이야기들을 '스페인, 너는 자유다'에 담아 독자들을 찾아 왔다. 그후에는'태양의 여행자 손미나의 도쿄 에세이'로 도쿄에서의 일상들을 잔잔한 행복에 담아냈다. 이어서 이제는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에 위치한 나라인 아르헨티아를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고 있다. 이미 두 권의 책을 통해서 그녀의 필치와 여행패턴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망설임없이 이 책을 읽게 되는 것이다.
 
스페인과 닮은 나라, 아르헨티나. 그곳은 19 C 에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경제부국이었고, 국내자원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했던 나라이다. 그러나, 오랜 독재정권의 장악으로 인하여 경제는 피폐해질 수 밖에 없어서 20C 인류 역사의 최고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는 경제위기에 도달했다. 오죽하면 식당메뉴에 '이 가격은 음식을 다 드시고 나가실  때에 바뀔 수도 있습니다.'라는 글이 쓰여지기도 했다니, 그 엄청난 경제위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잇단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현상의 반복.....그런 악순환속에서도 아르헨티나에는 축구가 있고, 음악이 있고, 춤이 있고, 또한 희망이 있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인들의 축구에 대한, 예술에 대한 열정은 그들에게는 예술이 삶 그자체이고 삶을 지탱해주는 전부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이야기들이 그녀의 책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에 실려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여행에세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여행에세이와는 많은 차별화를 가지다고 할 수 있다. 주로 아르헨티나를 소개하는 여행에세이들은 남미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중에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도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슬쩍 지나치는 이야기들이다. 그런 책에서는 진정한 아르헨티나의 모습을 발견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손미나'의 여행에세이의 특징이 그러하듯이, 잠깐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에 대한 소개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그곳에 머물면서 여행자이면서도 여행자가 아닌, 생활인으로 보고 느끼고 몸소 체험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아르헨티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축구이야기. '디에고 마라도나'의 축구 인생을 찾아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로운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르헨티나의 열정적인 춤인 탱고. 손미나가 이것을 그냥 지나칠리가 없는 것이다. 탱고 역시 직접 배워본다. 탱고의 황제 '카를로스 가르델'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기도 하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민촌인 '비야21'의 '훌리오'를 찾아 그곳을 탐방하기도 하고. 아르헨티나의 농축산업의 중심지인 중앙의 팜파 농장의 체험. 그리고 아르헨티나 가장 남쪽의 '파티고니아'의 빙하, 그것은 평생 한 번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 이상의 아름다움이 없을 것 같은 아름다움 빙하지대.
 
  이 책 속에는 이런 작가의 체험이 담긴 아르헨티나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아르헨티나의 역사,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체험속에서 자연스럽게 글로 쓰여지기도 한다.
 
  그녀가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후에 간 여행이야기이기에 그녀가 느낀 인생의 참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너무도 아름다운 마음과 함께.

이해하려고 애쓸수록, 마주하고 끝장을 보려할수록 더 큰 아픔으로 느껴지면 삶을 짓누르는 것들이 있지. 그런 것들은 그냥 편안하게 놓아주어야 해. 인생은 때로 있는 그대로, 바람이 부는 대로 흘러가게 두어야 하는 거야. 기쁨과 아픔이 공존하는 것이 바로 인생이고 그 모두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름다운 거 아니겠니? 가끔은 이해할 수 없기에. 아름답지만은 않기에. 완벽하지 않기에 더욱 사랑할 수 밖에 없고 또 사랑해야 하는 것드리 있지 않을까. 아르헨티나처럼, 너 자신처럼, 그리고 너의 인생처럼 말이야. (P232)

 
  그리고, 손미나가 더욱 빛나는 것은 스페인에서, 일본에서, 아르헨티나에서... 그녀가 가는 곳에서 그녀는 새로운 만남을 가지게 되는 것이고, 그 만남은 잠깐 스쳐가는 만남이 될 것이지만, 끈끈한 정과 사랑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헤어질 때에는 눈시울을 적시는, 아니면 흐느껴 울 수 있을 정도의 깊은 정과 사랑이 짦은 만남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녀가 정말 너무도 우연히 만났던 골든벨 소녀 수영이 이야기는 어쩌면 손미나를 꼭 닮은듯한 도전과 열정으로 자신의 삶을 빛나게 하는 이야기여서 너무 너무 정말 너무 감동적이었다. 누가 가난해서 자신의 일을 이루지 못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우리 청소년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아마도 손미나의 도전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다음엔 어떤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줄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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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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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먼 그대'를 통해서 알게 된 작가, 그러나 그녀는 그동안 세간의 주목을 참 많이도 받았던 것이다. 작가 김동리와의 만남에서 사별, 그후에도 계속된 법적분쟁까지.
작가의 가족사야 들출 필요조차 없는 이야기이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그런 과정을  알고 있는 독자들이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책속에 끼어 있는 것이다. 그동안 성공한 작가로 활동하면서 지칠대로 지친 그녀가 선택한 산티아고 순례길. 그 길을 걸었던 사람들의 체험담은 이미 시중에 여러 권이 나왔고, 나 역시 그 책들 중의 몇 권은 이미 읽었기에 그 길에 대한 유래나 순례길에 대한 정보는 많이 갖고 있다.
작가 역시 그런 것을 감안했는지, 그런 부분들은 많이 생략하고, 자신이 그 길을 걷게 된 심리적 상황이나 순례길을 걸으면서 느낀 체험담과 순례길을 걷고 돌아온 후의 후일담을 담는 형식으로 책을 꾸며 나가고 있다.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중견 작가의 글 답게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문체가 '역시, 알아주는 작가의 글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런데, 이 순례길에는 이미 3번씩이나 이 길을 걷고 이미 산티아고 순례기를 펴낸 사람이 동행을 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 길을 걷는다. 거의 40~50 여 일을 오직 노란 화살표만을 따라서 걷는다. 그 길을 걸으면서 자신이 욕심껏 가지고 왔던 물건들은 하나, 둘씩 길위에 버려지기도 한다. 감당할 수 없는 무게때문에.
그런데, 물건만이 버려지는 것일까? 물론, 그것은 작은 일부분에 해당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의 터전이었던 곳에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온 많은 것들을 버리게 된다. 그것은 자신의 욕심이었을 수도 있고, 또는 오만, 미움, 분노, 질투......
부르튼 발로 걸어 오면서 그것들을 버리고, 묵상하고, 기도하고....
이런 과정이 매일 매일 반복되는 것이다.
 

순례자는 자기 삶이 속해있던 '내 것'의 축에서 걷는다는 지극히 반문명적인 방법으로, '내 것'밖의 축을 향해 이동해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이동을 이끄는 것이 화살표이고, 그 화살표는 성지 산티아고에서 끝난다. (p119~120)
길을 걷다보면 한 걸음이전과 한 걸음이후가 '변화' 그 자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 걸음 사이에 이미 이전의 것은 지나가고 새로운 것이 다가온다. 그 새로운 것은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이미 지나가서 이미 과거의 것이 된다. 같은 풀, 같은 꽃, 같은 돌멩이, 같은 나무라도 한 걸음사이에 이미 그 자태가 변해 있다. (p120)

 
  그런데, 전에 읽었던 산티아고의 순례기의 작가들은 홀로 걸었다. 그 길은 홀로 걸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홀로 있을 때만이 가장 자신이 자신을 가장 잘 알 수 있기때문일 것이다.
서영은 작가는 먼저 이 길을 체험한 사람과 함께 걷는다. 그녀는 작가에게 자신이 체험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가 될 줄이야.
서로의 취향이 다르기에 걷는 과정에서 겉으로는 나타내지 못하는 많은 내면적 갈등을 겪게 된다. 식습관, 숙박, 걷는 템포.... 그 모두가 갈등의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엔 그런 투덜거림이 이해가 되었지만, 빈도가 많아지면서 책을 읽는 나는 짜증까지 날 정도였다. 저런 사소한 것조차 서로 이해를 하지 못한다면 왜
노란 화살표를 따라 산티아고를 걷고 있는 것이냐고.....
그 길을 걷는 마음이라면 그 정도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냐고 그들에게 묻고 싶었다.
 
  잠깐 다른 이야기로 돌아가서~~ 난, 중견작가들의 에세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의 글속에는 너무도 짙은 아집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기때문이다. 그 정도 문단의 위치에 있기때문인지 에세이속에는 그들의 까칠한 성격이, 한 치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아집이 그대로 나타나는 글들을 많이 접해 보았었다.
그런데 이 책속에서도 그런 느낌은 이 곳, 저 곳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작가는 이 책이 가장 사실에 가까운 글임을 이야기했는데, 나는 이런 의구심까지 생겼다.
동행한 사람도 글을 쓰는 사람이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 책을 읽어 볼 것인데, 어떻게 동행인에게 품었던 마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작가는 그 길을 걷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을 것이며, 그것은 바로 내려놓음이 아니었으까?  순례를 할 때에 품었던 그 마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두고 두고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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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중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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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는 무슨 무슨 문학상 수상작품들이 수록된 책들을 많이 읽었었다. 그 책들에는 추천작가의 작품을 비롯하여,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까지 고루 수록되어 있어서 한 권의 책을 통하여 여러 작가들의 문학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재미가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런 책에는 작품들이 실린 뒷부분에 심사평이나 수록 작품의 해설이 실려 있어서 작품들을 읽으면서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또는 읽으면서 놓쳐 버렸던 부분들을 재조명해 볼 수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어떤 작품을 대할 때에 그 작품은 읽는 사람들 나름대로의 느낌으로 읽어야 하는 것이기에 해설들을 읽으면서 마치 실험실에 놓인 어떤 물체를 해부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그런 해설들이 다른 책들을 읽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런 문학상 수상집들을 등한시하게 되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번에 읽게 된 '2010 제 1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은 이런 의미에서 다시 문학상 수상집들을 접하게 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동네에서는 2010년부터 '젊은 작가상'을 신설하였다. 등단 10년이내의 작가들의 작품들중에서 선정하게 되었는데,'상상력의 나이가 더 젊은 작품'(P305)이 수상자 선정 결정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젊은 작가들을 위해서 이런 상을 마련한 것은 아마도 앞으로 좋은 작품을 많이 쓰라늘 격려의 상이 아닐까 한다.
이 책에는 7명의 젊은 작가들의 신선하고 풋풋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고, 그 작품을 뒷받침해주는 작가노트가 있어서 작품의 구성과정을 엿볼 수가 있다. 그리고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역시 젊은 평론가들이 해설을 해주고 있어서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1F/B1(김중혁)
대상수상작인  '1F/B1'은 특이한 곳에서 소재를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이 어떤 건물에 들어 갔을 때에 마주치게 되는, 그러나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층을 나타내는 표시중의 하나인 '1F/B1'. 층과 층을 나타내는 공간인 '사이'
건물관리인들의 이야기와 재건축 이권을 둘러싼 이야기를 가지고 소설을 풀어나간다. 작가는 건물관리인을 '특히 숫자와 숫자 사이에 있는 슬래시 기호(/)를 볼 때마다 우리의 처지가 막 저렇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층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우리는 언제나 끼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곳도 저곳도 아닌, 그저 사이에 끼인 사람들입니다.' (P42)
작가는 명쾌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기보다는 '사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미미한 존재이지만 꼭 필요한 존재에 대해서.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사이의 현실의 틈속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하여 독자들을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이끌어 준다.
 
또한, 다채로운 작가의 노트가 눈길을 끈다.
☆ 저녁의 구애 (편혜영)
여성작가의 필치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인물의 심리묘사나 상황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평이하지 않은, 그러나 우리의 일상에서 접할 수도 있을듯한 그런 이야기.
낯선 도시, 언젠가 도움을 받았던 사람의 죽음을 기다리는 장례식장. 지진발생 가능성이 높은 도시에서 그런 분위기에 압도되었는지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구애를 보내는 전화를 한다. 구애를 하기에는 어울리지도 않는 장소와 상황. 그가 내뺃는 구애의 말들조차 자신의 진심이 들어 있지도 않은 듯한, 그러나, 그것 조차도 믿음이 안 가는... 상투적이고 진부한 어디선가 들었던 것같은 구애의 전화를 한다.
받는 사람조차 별 감흥이 없는 구애의 전화.
작가노트를 보면 그녀는 '프리스 쉬베르'의 '저녁의 구애'의 그림을 보고 떠오른 단상들을 소설화한 것이다. 그 그림속의 주인공들의 모습처럼 소설속의 '김'의 모습을.

'텅빈 국도변에서 조등처럼 타들어가는 트럭의 불꽃이 고백을 부추기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고백이나 구애는 인생의 많은 장면들이 그렇듯이 모두 진실인 것도 아니고 필연적인 것도 아니다. ' (P84) - 작가노트의 글중에서
그렇다, 인생의 많은 부분이 그렇듯이 진실, 필연... 이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진실속에 거짓. 거짓속의 진실. 그것조차도 긴가 민가한 것이 우리의 인생의 한 단면이 아닐까. 또한, 우리들의 심리상태가 아닐까... 
소설의 많은 부분들이 암시적으로 다음 장면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 놓쳤던 부분들을 해설에서 권희철이 명쾌하게 조목조목 풀어준다.
'저녁의 구애'는 사랑고백 그 자체가 아니다. 삶과 죽음을 오가는 충동의 변곡점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죽음과 삶 어느 쪽도 아니며, 죽음에서 삶으로 돌아서는 이순간, 우리는 그 어느쪽도 아닌 무언가의 그림자를 슬쩍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P91)
아니, 해설이 더 소설같지 않은가? 그래서 평론은 읽는 재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 변희봉(이장욱) 
처음에는 좀 황당스러웠다. 실존인물이 소설의 제목이라니...
더군다나 '괴물'의 송강호 아버지가 '변희봉'이 아니고, '김인문'이라니, 프란다스의 개에 나온 경비원이 '장항선'이라니... 하마트면 옆에 있는 조카에게 물어볼 뻔했다.

이렇듯 이 이야기는 진실이 진실이 아니고, 거짓이 거짓이 아닌 그런 세상을 비웃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진실이 무엇이고, 거짓이 무엇인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진실도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를 가리켜 '무효'라고 표현하고 있다. '무효'인 인물, '무효'인 언어. '무효'인 이야기...
작가가 쓴 이 소설조차 '무효'는 아닐까. 변희봉이라는 연기자를 설정하여 진실과 거짓을 풀어나가는 채치가 돋보이는 블랙코미디적 성향의 글이라고 해야 될 것 같다.
☆안녕, 인공존재! (배명훈)
이 책에 실린 소설중에서 가장 특색이 있고, 난해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나로호' 발사가 실패한 지금. 과학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과학적 지식. 특히 우주선과 IT산업에 관해서는 문회한인 나로써는 이 글에 나오는 과학적 이야기가 난해하게만 들릴 수 밖에. 그 정도가 끝이 아니라면 어떨까~~
철학적 사유까지를 독자들에게 요구하다니...
작가노트중에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이 글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읽히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글은 다른 글들보다 편차가 더 심하리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P174)
대중성과 거리가 먼 글이면 어떠랴. 이런 기회를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존재론적 탐구'를 슬쩍이라나만 접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한다.
새로운 시도로 찾아오는 글이어서 더 멋진 것은 아닐까~~
☆중국어 수업 (김미월)
이야기의 시작은 서울~인천간 지하철에서부터 시작된다. 우연인 것도 같고, 우연이 아닌 것같기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중국어가 있다. 중국어가 있다는 것은 불법 체류자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 중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중국인 불법 체류자일 것이다. 불법 체류자와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이에 관한 소설들이 자주 눈에 띄게 되는데, 여기에 김미월 작가도 한 몫을 하게 된 것이다.
☆돌아오다 (정소현)
단편이 가지는 묘미는 작품의 짧은 호흡속에서 빠르게 읽히다가 마지막에 생각하지도 못한 반전이 가져다 주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반전이 유감없이 표현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외할머니와 손녀의 까칠한 동거. 외할머니의 자식인 외삼촌과 엄마가 떠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손녀인 것이다. 그들이 떠난 두려움때문에 손녀마저 자신을 버리고 떠날까 하는 마음에 손녀에게 모질게 구는 할머니. 손녀는 외할머니에게는 자신을 키워줬기에 '보험'같은 존재로 외할머니와 함께 해야 하는 그런 관계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손녀는 집을 떠나는 것외에는 어떤 꿈도 희망도 없는 사람.
손녀를 무능하게 만드는 것도 할머니. 그녀의 무능을 질책하는 것도 할머니.
이런 손녀와 윤옥의 만남. 할머니의 죽음후에 윤옥이 사라지고 거기에 남겨진 아기수첩을 통해 알게 되는 자신의 실체.
기억.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떠났지만 외롭지 않을 수 있는 것. 그것은 떠난 자리를 채워준 자신이 다시 되찾은 어린날의 기억과 엄마에 대한 기억'때문이 아닐까.
'어떤 자리의 비워짐과 채워짐' (p266) - 해설부분에서
이 작품은 마지막까지 읽기전에는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반전이 가져오는 큰 여운이 있으니까~~~
☆ 개그맨 (김성중)
첫사랑이라기엔 그렇게 가슴 두근거리지도 않았던 유명개그맨과의 인연.
개그맨에서 유명 개그맨까지. 그리고, 그의 몰락과 이민....
남편과의 사별후에 보내온 엽서 한 통. 그리고, 그를 만나러 해외로.
그곳에서 개그맨은 '인생의 1권을 들추지 않'(p288)고 살았다고 한다. 그들의 만남은 어떤 것이었을까?  예기치못한 모습으로의 만남.
'강지희'는 이 작품의 해설에서 '사랑의 시차'를 이야기한다.
그렇다. 첫사랑에서 뿐만아니라. 우리의 삶에서, 인생 전반에 걸쳐서 얼마나 많은 '사랑의 시차'를 겪었던가....
그것을 돌아보는 지금의 나는 어떤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일까.
많은 단상들과 함께 신선하고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렇듯 젊은 작가 7명은 자신의 문학적 소양을 아낌없이 글속에 담아내고 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문단에 등단한지도 비슷한 작가들의 글이 모두 다른 빛깔을 담아내고 있다.
오래전, 학창시절에 친구가 신춘문예에 도전한다고 글을 쓰던 기억이 난다. 물론, 젊은날의 치기로 끝났지만. 이처럼 등단이란 쉬운 일도 아니고, 등단을 했다하더라도 독자들의 책꽂이에 꽂힐 수 있는 차기작품을 쓰기란 그리 만만하지 않은 것이다. 기성작가들은 자신이 쌓아온 이름만으로도 베스트셀러의 대열에 낄 수 있는 작품을 쓸 수 있지만. 젊은 작가들은 힘겹게 자기와의 싸움에서 견디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10년부터 제정된 '젊은 작가상'은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이 좋은 느낌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왔다면, 다음에는 좀더 쉽게 독자들에게 파고 들 수 있기때문이다.
맘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그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다음번엔 주저없이 그 책을 읽게 될 것이다.
젊은 작가들이! 거침없이 당신들의 이야기를 펼쳐 보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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