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경 -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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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였던가 해인사를 찾았었다. 늦가을이어서였는지 인적이 드문 해인사에 이르는 길은 수려한 경관을 보여주고 있었으며, 남은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은 넋을 잃고 바라볼 정도로 아름다웠었다.
그곳에 가게 된 이유는 국보 52호인 팔만대장경이 궁금해서 였는데, 해인사 경내의 뒷부분에 장경판전안에 보관되어 있었다. 그래서 판전 틈새로 보이는 경전들을 둘러 볼 수 있었는데, 좀 오래된 기억이어서 지금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올해로 고려대장경이 간행된지 1,000년 (고려 현종 2년, 1011년 시작 선종 4년 1087년 완성,팔공산 부인사에 보관중에 몽고침입으로 불에 탔다)을 맞는다고 한다. 그래서 가을에는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이 열린다고 한다.
이에 맞추어 조정래 작가의 '대장경'이 오페라로 공연이 되기도 한다.
얼핏 생각하면 조정래의 새로운 작품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대장경'은 이미 작가가 32살(1976년)에 발표한 처녀장편소설인 것이다.



굵직한 대하소설 32권을 쓰기 시작한 것이 마흔살부터 였으니, 그 이전의 작품인 것이다. 1976년,  역시나 작가는 이 작품을 쓰게된 동기가 독재 정권에 하고 싶은 말이 있었기때문은 아닐까?
합천 해인사에 봉안되어 있는 '팔만대장경'이 민족의 거대하고 거룩한 문화유산일 수는 있으되, 불법의 힘으로 외적(몽고의 난)을 물리칠 수 있다는 당시 집권세력의 정치 술수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그것이 '대장경'의 주제이고, 그 소설을 쓴 목적일 수 있다.
'팔만대장경'이 나라 잃은 민중들의 순정한 나라 사랑과 고결한 신앙심의 합일로 이루어진 청정한 영혼의 꽃임을 나는 쓰고자 했다. 왜냐하면 '팔만대장경' 한 장, 한 장은 오늘날 보아도 상상을 초월하는 극치의 예술로, 보는 자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수많은 영혼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위대하고 칼칼하고 싱싱한 예술품의 가치를 쓰고자 감히 필을 든다. (p4, 작가의 말 중에서)
그렇다. 거란족을 막아내기 위해서 70여년에 걸쳐 만들어졌던 고려대장경이 몽골군에 의해서 불타 없어지자 정방정치의 일인자였던 최우는 외적의 침략에 대한 당시의 정권에 대한 비난과 계속되는 몽고족에 의한 패배를 대장경의 조성으로 돌렸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또 후세의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모르는채 역사책에 쓰여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작가의 처녀 장편소설이 이처럼 왜곡된 민족사의 한 획을 주제로 삼았다면, 그 이후의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대하소설이 나올 수 있는 밑바탕이 '대장경'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 소설은 몽골군의 침입으로 부인사의 대장경이 불에 타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10만 기병의 침략군에 비해서 부인사를 지키는 지원군은 승려를 비롯한 천 명 안팎. 싸움다운 싸움도 아닌.... 픽픽 쓰러진 고려인들. 칼에 찔리고, 불에 타고... 여기에서 살아 남은 근필은 불타는 가운데 스님의 시퍼런 광채의 사리 3 점을 수습한다.
고려 고종은 강화에 천도되어 있지만, 왕의 귀를 막고 있는 정방정치의 실세인 최우는 부인사의 대장경이 소실된 사실마저 말하지 않다가, 그 돌파구로 대장경의 조성을 거론하게 되고, 이에 처음에 수기대사는 최우의 술수에 반대를 하기도 하지만 결국 대장경을 조성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작가는 고뇌하는 고종의 심리와 수기대사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그리고 대장경의 조성과정을 세밀하게 써나가고 있다.
몽골의 침략으로 강화에 천도한 위정자들을 비롯한 사람들은 대장경 조성당시에 그리 경제적으로는 어렵지 않게 생활했음에도 가여운 민초들은 몽골군에 의해서 무참하게도 핍박받으면서, 그리고 헐벗고 굶주리면서 생을 살아가야 했음을 이야기 속에 담아 놓고 있다.
천도 이후 지금까지 그들의 꺾을 줄 모르는 호화로운 생활은 정녕 누구에 의함이며 누구를 위함인가. 백성은 어리석은무리가 아닌 것이다. 천한 무리도 아닌 것이다. 다만 견딜 줄 알고 참을 줄 아는 착한 무리인 것이다. 그리고 말을 하지 않는 무리일뿐이다. 그래서 민심이 천심이라고 하지 않던가. 나라를 다스린다는 자들이 민심을 잃으면 천심을 잃고, 천심을 잃으면 역사를 잃는 것이다. 역사는 잃은 정객을 당대만이 아니라 두고두고 자손 만대를 이어내리며 역적이 되는 것이다.  (p304)
얼마나 힘있는 문장인가?
이 시대의 위정자뿐만이 아니라 그 어떤 시대를 막론하고 위정자들이 귀기울여야 할 대목이 아닌가 한다.
어떤 전쟁이 힘겹지 않은 전쟁이 있겠느냐....
그러나, 몽골군에게 살륙당하는 민초들은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을 수 있는 대장경의 조성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
목수 근필이도, 12살 짜리 장균이도.
근필은 오직 대장경 판각에 온 힘을 쏟아 섬뜩 섬뜩할 정도 광기어린 열정을 보이지 않았던가.
그리고 장균이는 가화의 연정에도 판각이 끝날 때까지 한 치 흐트러짐없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던가.
81,137 장의 경판본인 162,274 장의 글씨, 한 판 양면을 650자로만 치더라도 52,739,050 자를 백여 명의 필생들이 3년에 걸쳐서 쓰고, 또 판각을 하고, 목수들은 대장경을 보관한 판전을 짓고.



이 소설은 비참한 우리의 역사 속의 한 장면이기도 하지만, 작가는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도 깔끔한 문장으로 이 이야기를 써나간다.
그래서 청아하게까지 느껴지는 '대장경'.


'대장경'이 밑거름이 되어 작가의 대하소설들이 쓰여졌음을 느끼게 해준다.
언제나, 조정래 작가는 글에 대한 열정이 돋보이는 작가이다.
그래서 작가는 '황홀한 글감옥'에 갇혀 살아오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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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 명쾌한 NLP - Neuro-Linguistic Programming 간단 명쾌한 시리즈
가토 세류 지음, 정지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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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전에 '간단 명쾌한 동양사상'을 읽었는데, 동양사상이라고 하면 좀 어렵게 느껴지는 분야인데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간단 명쾌한 NLP'를 읽게 되었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NLP가 무슨 말인 줄도 모르고 있었다.

NLP는 인생을 즐겁게 해 주는 심리학 (p23)
이라고 하는데, 너무 포괄적인 설명이기에 이 문장만으론 전혀 짐작이 가지를 않았다. 심리학의 일종이라는 것 밖에는....


그러나, 책의 내용은 '간단 명쾌한~~' 시리즈를 읽으면서 느꼈던 것처럼 일상생활속에서 접할 수 있는 각종 사례들을 들어가면서 너무도 재미있게 쉽게 풀이해 주는 것이다.
NLP는 이미 1970년대에 탄생한 심리학 이론이며, 처음에는 이 이론에 대한 가능성과 불가능성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지금은 비즈니스, 교육, 의료, 심리, 테라피, 예술 등에 활용되고 있는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기법이다.


NLP는 Neuro-Linguistic Programming의 약자이며, '신경 언어 프로그래밍'이라고 번역한다. (...) NLP에서는 오감과 언어에 따른 체험이 뇌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행동을 결정짓는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원인(기본이 되는 체험)에서 결과(현재의 상태)에 이르는 과정에 주목한다. 그리고 뇌에 구성된 프로그램을 다양한 기법을 통해 수정하여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과를 변화시키고,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상태로 인도하고 있다. (p24)
위에 적은 NLP의 설명이 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아주 간단하게 줄여서 이야기하면 뇌는 인지되어 있는 것들만을 인식하기 때문에 우리의 뇌에 긍정적인 언어나 행동들을 인식시켜 놓으면 우리들은 무의식 속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할 수가 있다. 할 수 있다."라는 마음은 현실까지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이 된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현실만 바꾸어 놓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의식 방향도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의 가능성도 넓혀 줄 수 있고, 상대방의 상황도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관계는 원만하여 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이 책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해당하는 요약이고, NLP학습은 연습과 피드백을 반복하여 그 기법을 습관으로 만들면 우리들은 의식하지 않고도 그 기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NLP의 주체는 '나자신'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의 키워드는 일상생활 속에서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대를 더 나은 상대로 인도하는 것이 NLP가 추구하는 가장 큰 목표이고, 여기에는 뇌작용과 함께 비언어적 부분까지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흔히, 우리들이 롤모델이라고 하는 것도 이 이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NLP에서는 facing이라고 하는데, 자신이 롤모델로 닮고 싶은 사람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을 따라하는 것.... 상대와 자신의 비숫한 점을 찾아서 닮고 싶은 사람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NLP는 사람이 사람답게, 자유롭게 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p257)
사람은 제한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따뜻하게 감싸 안는 마음만 남게 된다. 우리는 모두 멋진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 가능성의 주인은 바로 당신이다. (p259)


이 이론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과정을 몸에 익히게 되면 즐겁고 유쾌한 생활이 몸에 익숙하게 되면서원만한 인간관계가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NLP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긍정적인 태도와 자신의 자원을 계발하는 것이 중요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느끼고, 말하고, 듣고, 생각하는 것.....
그것은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
저자도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이지만, 이 책은 읽는 것으로 끝나면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NLP를 이해하고, 실생활에서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ㅣ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새해에는 그 누구나 희망에 차서 새로운 삶의 모습으로 변하기를 원하는데, 바로 이 시점에서 읽으면 가장 좋은 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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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 - 살아가는 동안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
루프레히트 슈미트.되르테 쉬퍼 지음, 유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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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의 마지막 날에서 2011년 첫날에 걸쳐서 읽은 책이다.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는 느낌은 언제나 아쉬움이 남듯이.
인생의 마지막 날을 기다리는 사람들 역시 많은 아쉬움과 추억을 담고 이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의사가 건네는 더 이상 치료가 불가함을 의미하는 한 마디말에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사랑하고, 꿈꾸고, 일을 한다.
마치 그런 이은 아주 오랜 후에나 있을 것처럼. (p9)

그런 사람들에게 마지막 편안한 길을 가기 전에 머무는 곳인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호스피스 '로이히 포이어'. 이곳은 '등대의 불꽃'이라는 뜻을 가진 곳이다.
이곳에 있는 입주민들에게 11년간에 걸쳐서 그들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해 주는 요리사 '루프레히트 슈미트'

그가 전하는 '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
이곳의 입주민들에게 식사란 괴로운 일상 중의 한 부분일 수도 있다. 맛있게 먹어야 할 음식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도 많이 있기때문이다. 이미 입맛도 잃었고, 몸에서 음식을 받아들이지 않기에, 식사가 힘겨운 일이기도 한 사람들이 많이 있기때문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한 끼의 식사는 그들이 맛 볼 수 있는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처음 '루프레히트 슈미트'가 이곳에 왔을 때에는 그동안 일류 주방장으로 활동을 했기에 그가 만드는 음식들이 입주민들에게 가장 맛있는 음식일 줄 알았지만, 곧 그것이 아님을 인지하게 된다.  건강에 좋은 식재료를 가지고 자신의 요리 경력을 최대한 살려 특별 메뉴를 준비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원하는 음식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그곳의 사람들에게 매일 매일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물어보고 그 음식을 만들어 준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요리사는 그 음식을 만드는 방법, 들어가는 소스 등을 하나 하나 물어보고 똑같은 음식을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음식은 '보통의 음식'들, 평소에 먹었던 음식들.
그리고, 추억이 담긴 음식들이었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맛. 그때 상황을 떠 올리면 곧바로 입안에 침이 고이고, 그 음식에 대한 기대가 몇 배나 높아진다. (p52)



그러나, 이곳의 사람들은 언제 입맛을 잃어버릴지, 고통속에 음식을 거부하게 될지, 아니면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음식을 신속하게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문을 열고 그들이 있는 곳에 들어서는 순간, 문앞에 촛불이 켜 있으면 그 누군가 밤사이에 세상을 떠난 것이기에....
세상을 떠난 사람이 주문했던 음식을 아직 대접하지 않았다면 큰 후회가 생기게 되는 것이기에.

많은 이들이 가까운 사람에게 더 엄격한 것 같아요. 자신이 느끼는 작은 즐거움을 그들에게 전달하는 것만큼 삶에서 중요한 일이 있을까요. (p187)

이처럼 가슴이 먹먹해지는 음식들이 있는 것이다.
나의 아버지의 경우에도 건강하시던 분이 출근후에 갑자기 심근경색증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그 날이 월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 바로 전 일요일 아버지는 냉면을 먹고 싶어 하셨다. 항상, 일요일 점심은 소면을 드시거나, 국수 요리를 좋아하셨는데.
공교롭게도 일요일 예배를 다녀오신 엄마는 시간이 없어서 냉면을 해 드리지를 못했는데, 그것이 두고 두고 가슴이 아프셨는지, 엄마는 그이후에 그 음식이 후회로 남는 음식이 되셨고, 냉면을 드시지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인생을 통해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세상의 어느 누구도 내일을 기약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간이란 한번 지나가버리고 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선물과도 같다. (p230)

우린 누구나 죽음이 어느 순간에 찾아올 줄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이 되어가고 있음을 감지할 때에 가장 맛있게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일까.
아마도 '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처럼 가장 평범했던 음식. 가장 추억이 많이 깃든 음식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과 죽음, 그리고 마지막 순간의 음식.
이런 이야기를 읽는내내 가슴은 참 무겁게 가라앉는다.
그리고, 많은 생각들이 들쑥 날쑥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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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의 거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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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에 중독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베르나르가 새 책을 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어김없이 내 손엔 그의 신간서적이 들려지게 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친구처럼 무조건적으로, 반사적으로 읽게 되는 것이 베르나르의 작품들이다.


작가는 '신'에서 한국소녀 '은비'의 이야기를 살짝 비추기도 했는데, '카산드라의 거울'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한국 사람으로 표현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사람이 아닌 북한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들이 탈북을 하는 과정에서 죽게되고, 혼자 살아 남아서 프랑스에 가게 된 탈북자인 것이다. 이름은 김예빈.
내가 한국 독자가 아니라면 별 생각없이 읽겠지만, 어딘지 좀 어색한 이름이다. 북한출신의 이름이기에는 어설픈.... 그리고, 남자의 이름이기에도 어설픈 이름이 읽는 동안에 좀 거슬리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작가는 한국인이 아닌 탈북자를 작품의 주역으로 등장시킨 것은 "우리가 귀를 기울이기를 거부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발언권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카산드라의 거울'의 화두는 "우리는 미래를 볼 수 있는가? 볼 수 있다면 그 미래를 바뀔 수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카산드라 !
어디선가 들어 본 이름같은데....
바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이다. 아폴론 신은 카산드라에게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지능력을 준다. 그러나 사람들이 카산드라의 말을 믿지 않게 될 것이라는 선물을 함께 주게 되는 것이다.
고대의 카산드라와 같은 이름을 가진, 그리고 예지 능력을 가진 '카산드라 카첸버그'라는 소녀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소녀가 기억하는 것은 13살의 어느날 부모님과 함께 이집트 여행중에 오페라 '베르디'의 '나부코'를 관람하던 중에 혼자 화장실에 간 사이에 테러에 의한 큰 폭발로 부모를 잃게 된다. 산산조각이 난 부모님의 사체를 퍼즐처럼 모으던 그 기억이 이 소녀가 기억할 수 있는 최초의 기억이다.
자신의 과거를 잃어버린 소녀, 그러나, 그 소녀는 미래의 테러 장면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과거를 기억 조차하지 않는 소녀의 미래의 예지 능력을 믿어 주지는 않는 것.



부모를 잃은 후에 다니던 기숙학원'이롱델'에서 교장과의 마찰로 가출을 하여 찾은 시립쓰레기 하치장에서 만난 특이한 노숙자 4명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물론, 그들도 카산드라를 반기지는 않지만.
소포로 전달된 이상한 손목시계 '5초후의 사망 확률'을 보여주는 시계.
그것은 컴퓨터 천재인 오빠가 보내온 것.


트로이 목마와 얽힌 그리스 신화의 고대 카산드라와 현실의 카산드라 카첸비그.
그리고, 사회로부터 외면당한 사람들인 4명의 노숙자들.
전생까지도 볼 수 있게 되지만, 카산드라는 현재의 자신의 모습은 13살 이후로만 기억할 수 있다는 것. 카산드라의 13살 이전의 기억은 커다란 검은 구멍처럼  뻥 뚫려 있는 것이다.



그리고, 카산드라는 지워져 버린 어린 시절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는 오빠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천재인지 악마인지 모르겠는 그 사람은 과연 누구지 ? (p380)

베르나르는 기존의 작품에서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를 그 어떤 작가들보다도 치밀한 구성과 과학적 논리를 동원하여 표현하곤 했다. 그런데, '카산드라의 거울'에서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카산드라의 이야기를, 그리고 사망확률을 나타내는 시계를 비롯한 과학적 상상력의 세계도 함께 가미하여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를 창출해 내고 있다.
그리고, 소설속의 여기 저기에 사회적 이슈가 되는 문제들이나, 현대 문명을 은유적으로 비꼬는 류의 이야기를 살짝 살짝 끼워 넣기도 한다.
평범하게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이야기들까지 작가 특유의 묘사로 표현하기에 읽으면서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이야기들도 곳곳에 깔려 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카산드라의 엄마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는데, 자폐증 아동 심리학자였던 카산드라의 엄마는 자신의 연구를 입증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폐 아동을 실험대상으로 삼았지만, 그의 오빠를 '실험23', 카산드라를 '실험 24'로 연구를 실시했다는 설정은 아연실색할 일이기도 하다.

그래. 결국 나는 괴물이었어. 정신병자였어. 동료들이 반박하는 자신의 뇌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나 자신의 부모가 만들어 놓은 서커스의 구경거리 동물이었어. 그리고 그 이론이란 또 얼마나 어이없는 것인지! 우뇌로 하여금 좌뇌의 폭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기능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거였다. (p469)




엄청난 사실에 맞부딪힌 카산드라.
소녀의 행보가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어준다.
이 책의 구성은 1권은 〈미래의 이야기〉, 〈현재의 이야기〉의 일부
2권은 <현재의 이야기> 의 일부와 〈과거의 이야기〉순으로 되어있다.
미래를 알 수 있는 카산드라의 현재의 이야기와 과거의 이야기 속에서 그가 잃어버렸던 기억속의 카산드라의 모습을 찾아 나갈 것이라는 예측이 들기는 하지만, 워낙 반전의 묘미를 재미있게 엮어 나가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이기에 다음 이야기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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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샤 공주는 아무도 못 말려! 생각하는 책이 좋아 8
로이스 로리 지음, 손영미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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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로이스 로리'는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런 책읽기가 '별을 헤아리며', '기억 전달자'라는 작품으로 뉴베리상을 2번씩이나 수상하게 하였다.
옮긴이의 말을 인용하면

로이스 로리는 여러 책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나 현실 세계를 슬쩍 흔들어 보임으로써 눈앞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고, 지금까지 존재해 온 것이 모두 옳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패트리샤 공주는 아무도 못 말려!'는 이처럼 어디선가 본 듯한, 읽은 듯한 이야기를 작품속에서 느낄 수 있다.
이 동화를 읽노라면,1881년에 출간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어린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오드리 헵번'이 귀엽고 천방지축 공주로 나왔던 '로마의 휴일'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동화속의 공주, 얼마나 부러운 대상인가!!
16살 생일을 닷새 남겨 놓은 공주의 일상은 
 "정말 심심해 죽겠어" (p10)
그래서 공주는 시녀 테스의 옷을 갈아 입고 마을의 학교에 간다. 머리도 시골스럽게 빗고, 신발도 신지 않고, 얼굴에는 흙칠을 하고서....
답답한 궁전의 생활과는 단 며칠의 학교 생활에서 공주는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고, 학교 생활 중에도 친구들과 잘 지내고, 여섯 살 고아를 돌보기도 하고, 선생님에게는 사랑스럽고, 앞으로 선생님이 되도록 도와주고 싶은 학생인 것이다.
이처럼 공주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행복한 생활에서 평민들인 선생님과 학교 친구들이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닷새후의 공주 생일날에는 다른 나라의 구혼자들이 오게 되고, 그들 중의 한 명과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세 명의 구혼자들의 이야기가 심상치가 않다.

첫번째 구혼자인 데스몬드 대공은 사마귀멧돼지처럼 생기고, 성격도 포악한.... 그리고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흉한 모습이 싫어서 세상의 거울과 비치는 물건은 다 없애 버린...
두번째 구혼자는 퍼시발 왕자, 그는 항상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 본다. 그러나 비듬투성이에 지독한 입냄새, 성격도 괴팍한...
세번째 구혼자는 샴쌍둥이, 한 몸에 두 인격체, 둘은 언제나 티격태격.
아니, 사랑스러운 공주님의 상대역으로는 한참 모자란 사람들.
공주님은 이 위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공주님의 생일날 초대받은 마을 사람들 중에는 학교의 친구도 있고, 잘 생긴 미남 18살 담임선생님도 있는데.....


이런 이야기들은 다분히 동화적 소재들이고, 이런 소재로 만들어지는 동화는 우화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역시나, '로이스 로리'는 이런 소재를 가지고 아름다운 우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세명의 구혼자들 자신이 자신들의 결함을 알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에는 6살 고아의 따뜻한 마음씨와 세 명의 하녀들의 재미있는 노래가 한 몫을 차지한다.

이야기 전반에 흐르는 세쌍둥이 하녀의 허밍과 생일 축하 노래를 비롯해, 도르래 소년과 시녀 테스, 늙고 병든 하인, 그리고 나중에는 구혼자 중 하나인 샴쌍둥이 백작들까지 어우러진 합창과 하모니를 통해 이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삶의 기쁨과 힘을 얻는다. 평소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에 전혀 무심한 왕과 왕비조차도 세쌍둥이 하녀의 노래 때문에 처음으로 만찬과 디저트의 즐거움을 깨닫게 된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그리고, '패트리샤 공주는 아무도 못 말려!'가 돋보이는 것은 언어유희라는 것이다. 작가는 왕비가 귀가 어둡다는 설정을 통해서  왕비가 어떤 말을 듣던지간에 비슷한 발음이나 유추되는 발음에서 다른 단어를 연상시킬 수 있는 장치를 해 둔 것이다.





이런 언어유희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말장난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거듭되는 언어유희를 통해서 독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고정과념을 깨트릴 수도 있는 것이고, 재미있는 새로운 연상들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주의 짧은 학교 생활을 통해서 자신과는 다른 생활을 하는 평민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씨를 갖게 되니, 이보다 더 큰 수확은 없을 것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이기에,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공주의 일상을 벗어나는 생활을 통해서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며, 보이는 일상들 속에는 또 다른 모습이 있음을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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