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산드라의 거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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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에 중독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베르나르가 새 책을 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어김없이 내 손엔 그의 신간서적이 들려지게 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친구처럼 무조건적으로, 반사적으로 읽게 되는 것이 베르나르의 작품들이다.


작가는 '신'에서 한국소녀 '은비'의 이야기를 살짝 비추기도 했는데, '카산드라의 거울'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한국 사람으로 표현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사람이 아닌 북한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들이 탈북을 하는 과정에서 죽게되고, 혼자 살아 남아서 프랑스에 가게 된 탈북자인 것이다. 이름은 김예빈.
내가 한국 독자가 아니라면 별 생각없이 읽겠지만, 어딘지 좀 어색한 이름이다. 북한출신의 이름이기에는 어설픈.... 그리고, 남자의 이름이기에도 어설픈 이름이 읽는 동안에 좀 거슬리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작가는 한국인이 아닌 탈북자를 작품의 주역으로 등장시킨 것은 "우리가 귀를 기울이기를 거부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발언권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카산드라의 거울'의 화두는 "우리는 미래를 볼 수 있는가? 볼 수 있다면 그 미래를 바뀔 수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카산드라 !
어디선가 들어 본 이름같은데....
바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이다. 아폴론 신은 카산드라에게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지능력을 준다. 그러나 사람들이 카산드라의 말을 믿지 않게 될 것이라는 선물을 함께 주게 되는 것이다.
고대의 카산드라와 같은 이름을 가진, 그리고 예지 능력을 가진 '카산드라 카첸버그'라는 소녀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소녀가 기억하는 것은 13살의 어느날 부모님과 함께 이집트 여행중에 오페라 '베르디'의 '나부코'를 관람하던 중에 혼자 화장실에 간 사이에 테러에 의한 큰 폭발로 부모를 잃게 된다. 산산조각이 난 부모님의 사체를 퍼즐처럼 모으던 그 기억이 이 소녀가 기억할 수 있는 최초의 기억이다.
자신의 과거를 잃어버린 소녀, 그러나, 그 소녀는 미래의 테러 장면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과거를 기억 조차하지 않는 소녀의 미래의 예지 능력을 믿어 주지는 않는 것.



부모를 잃은 후에 다니던 기숙학원'이롱델'에서 교장과의 마찰로 가출을 하여 찾은 시립쓰레기 하치장에서 만난 특이한 노숙자 4명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물론, 그들도 카산드라를 반기지는 않지만.
소포로 전달된 이상한 손목시계 '5초후의 사망 확률'을 보여주는 시계.
그것은 컴퓨터 천재인 오빠가 보내온 것.


트로이 목마와 얽힌 그리스 신화의 고대 카산드라와 현실의 카산드라 카첸비그.
그리고, 사회로부터 외면당한 사람들인 4명의 노숙자들.
전생까지도 볼 수 있게 되지만, 카산드라는 현재의 자신의 모습은 13살 이후로만 기억할 수 있다는 것. 카산드라의 13살 이전의 기억은 커다란 검은 구멍처럼  뻥 뚫려 있는 것이다.



그리고, 카산드라는 지워져 버린 어린 시절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는 오빠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천재인지 악마인지 모르겠는 그 사람은 과연 누구지 ? (p380)

베르나르는 기존의 작품에서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를 그 어떤 작가들보다도 치밀한 구성과 과학적 논리를 동원하여 표현하곤 했다. 그런데, '카산드라의 거울'에서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카산드라의 이야기를, 그리고 사망확률을 나타내는 시계를 비롯한 과학적 상상력의 세계도 함께 가미하여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를 창출해 내고 있다.
그리고, 소설속의 여기 저기에 사회적 이슈가 되는 문제들이나, 현대 문명을 은유적으로 비꼬는 류의 이야기를 살짝 살짝 끼워 넣기도 한다.
평범하게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이야기들까지 작가 특유의 묘사로 표현하기에 읽으면서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이야기들도 곳곳에 깔려 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카산드라의 엄마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는데, 자폐증 아동 심리학자였던 카산드라의 엄마는 자신의 연구를 입증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폐 아동을 실험대상으로 삼았지만, 그의 오빠를 '실험23', 카산드라를 '실험 24'로 연구를 실시했다는 설정은 아연실색할 일이기도 하다.

그래. 결국 나는 괴물이었어. 정신병자였어. 동료들이 반박하는 자신의 뇌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나 자신의 부모가 만들어 놓은 서커스의 구경거리 동물이었어. 그리고 그 이론이란 또 얼마나 어이없는 것인지! 우뇌로 하여금 좌뇌의 폭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기능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거였다. (p469)




엄청난 사실에 맞부딪힌 카산드라.
소녀의 행보가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어준다.
이 책의 구성은 1권은 〈미래의 이야기〉, 〈현재의 이야기〉의 일부
2권은 <현재의 이야기> 의 일부와 〈과거의 이야기〉순으로 되어있다.
미래를 알 수 있는 카산드라의 현재의 이야기와 과거의 이야기 속에서 그가 잃어버렸던 기억속의 카산드라의 모습을 찾아 나갈 것이라는 예측이 들기는 하지만, 워낙 반전의 묘미를 재미있게 엮어 나가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이기에 다음 이야기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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