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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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이 읽히는 책인 ’올림픽의 몸값’의 저자인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이다.나에게는 몇 년전에 읽은 ’공중그네’와 ’인 더 풀’그리고 ’스무살 도쿄’로 좋은 느낌을 가지게 했던 작가이기도 하다.
’우울할 때는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읽어라’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작품들은 일본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내용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는 글솜씨때문에 독자들이 부감없이 읽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오 해피데이’는 그의 작품들중에서는 좀더 쉽게 읽을 수 있고, 읽으면서 한 번쯤 가볍게 웃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이 아닐까 한다. 그것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30대 중후반의 여섯 가정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그 이야기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사람들, 바로 우리주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참 많다는 것이다.
[목차]
Sunny Day
우리 집에 놀러 오렴
그레이프프루트 괴물
여기가 청산
남편과 커튼
아내와 현미밥
흔히, 말하기를 ’사는 것이 다 똑같지 뭐... 301호나 302호나 다 똑같아’라고 이야기들을 하는데, 그처럼 똑같은 것 같은 일상이지만 분명 우리 이웃과 나의 생활은 다른 것이다. 바로 ’오 해피데이’는 공감이 가면서도 우리집의 이야기가 아닌 이웃집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이야기 6편이다. 

쓸모없게 된 피크닉 테이블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ID 를 만들고 옥션에 가입하고 판매문구를 작성하고 사진을 찍고 경매를 지켜보는  서툰 과정을 통해 점점 세상살이에 참여하는 느낌을 받게 되는 주부의 일상을 그린 Sunny Day’ 가족들의 무관심속에 생활하던 주부가 사회생활을 맛보는 기분을 느끼는 이야기이다. 옥션 경매는 자신이 내놓은 물건의 인기가 자신의 인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세상과는 동떨어진 일상을 살아온 주부의 일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기력한 일상에 활력소를 찾은듯 생기가 돋아나는 주부의 모습

우리 가정에서의 집안의 인테리어는 누구의 몫이었을까? 오랜 세월을 다른 취향을 가지고 살아왔던 사람들이 결혼과 함께 부딪히는 여러 갈등들.... 세련된 아내의 취향에 남편은 모든 가정의 인테리어에서 뒤전으로 물러날 수 밖에 없는 존재였을 것이다. 그런데, 별거로 모든 살림살이를 가지고 떠난 텅빈 공간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미는 과정에서 옛 학창시절의 취미도 살릴 수 있고, 자유와 행복을 만끽하는 남편... 우연히 들려던 집에서 아내가 느낀 반응, 충격, 그것은 남편과 아내가 살았던 8년의 모습이 송두리채 무시된 공간의 인테리어, 그러나 그것이 그들을 이어주는 끈이 될 것같은 예감이 드는 ’우리집에 놀러오렴’
아내들이여! 남편에게도 자신의 공간을 꾸밀 수 있는 특권을 주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밖에도 재택업무를 하는 마흔을 앞둔 주부가 영업사업에게 품는 분홍빛 로맨스, 꿈에 나타나는 그레이프 프루트괴물과의 사랑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그레이프 프루트 괴물’유머러스하다. 한때의 그런 설레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중년 여성의 아름다움일지도 모르겠다.
어느날 갑자기 회사의 도산으로 실직을 하게된 30대 중반의 남성이 외향적인 아내가 그 다음날로 출근하면서 아내의 역할을 잘 해나가는 과정과 그 생활이 재미있고 자신의 천성처럼 느껴지는 ’여기가 청산’ 바로 남편에게는 가정이 청산인 것이다. 반드시 남자가 직장으로, 아내는 가정이라는 선입견을 벗을 수 있는, 성역할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인데, 심리묘사나 상황묘사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작가의 필체가 두드러진다. 
그밖에도 무계획적인 남편의 새로운 사업이 시작될 때마다 좋은 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아내가 남편에게서 새로운 사업 수완을 느끼는 이야기도 퍽 재미있게 그려 나간다.
’아내와 현미밥’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작가들이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들의 이야기를 쓴 글을 읽을 때마다 당사자가 읽는다면 기분이 상할 것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그런 이야기가 전개된다. 코믹소설을 쓰는 작가가 자신의 주변이야기를 쓸까 말까 망설이다가 써놓고는 좋은 평이 기대되지만 결국에는 다른 작품으로 교체하기 위해서 부랴부랴 작품 활동을 하는 모습도 꽤 코믹하>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여섯 가정의 이야기가 마치 내가 언젠가는 느꼈던 그런 이야기들로 다가오기도 하기때문에 작품들에 공감이 간다.
’오쿠다 히데오’의 좋은 작품들이 끊임없이 출간되어서 책읽는 재미가 솔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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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 - 단 하루의 만남을 위한 4년간의 노래
이채윤 지음, 윤제균.이승연 각본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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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모니'는 많은 관객들에게 가슴깊은 눈물을 흘리게 한 감동적인 작품이다. 그런 영화을 바탕으로 다시 소설로 쓰여진 것이 소설 '하모니'이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서는 좀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 '하모니'를 보고 온 사람들이 많은 감동을 받았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는 소설 '하모니'를 읽으면서 후반부에서 많은 눈물을 흘러야만 했다. 그것은 너무도 담담하게 죽음의 길로 가는 '하모니'의 지휘자인 사형수 문옥의 이야기때문이었다.
여성 수감자들만이 있는 청주 교도소, 그곳에 한 살짜리 아이와 죄수 어머니가 수감되어 있으며, 교도소에서 태어난 아이는 18개월이 되면 그곳을 떠나야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5호방에 수감된 사람들은 한때는 피해자였지만, 가해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가지고 들어온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가정폭력에 의해서 남편의 구타에 시달리다가 살인자가 된 정혜, 자신의 제자와의 부정을 일삼는 남편을 살해하고 자식들로부터도 외면받는 문희, 의붓아버지의 상습적인 성폭행에 살인을 하고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고, 어머니의 면회마저 거부하는 유미...
모두 가슴속 깊게 새겨진 상처가 너무 깊어서 아물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서로 어울릴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었던 개개인들을 하나로 연결해 주는 것은 바로 음악인 것이다. 음악은 마음의 문을 열어야 된다. 그리고 합창을 하려면 서로를 알아야 한다.  바로 음악이 교도소안의 상처받은 사람들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여자 수감자들의 이야기이기에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여성문제가 작품속에 들어있다. 가정폭력, 남편의 부정행위, 성폭행 등.... 


이것은 엄밀하게 설명하자면, 처음엔 주인공인 정혜가 아들과의 단하루의 외박을 위해 시작한 합창단 결성이었지만, 그 외박은 아들을 입양시키기 위한 외박이었고, 재소자들의 합창단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4년만에 서울에서 열린 합창단 공연에서 자연스럽게 아들 민우의 양부모에 의해서 무대위에서의 만남과 공연후의 짧은 재회가 이루어 지는 것이다.
몇 년전에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고, 또한 그 영화를 관람하면서 '사형제도'에 대한 생각을 할 적이 있는데, '하모니'도 사형제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들어 준다.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문희의 마음과 행동을 생각할 때에 꼭 그녀에게 사형이 집행되었어야 할까하는 의문이 들기때문이다.
그외에도 죄수들에 대한 선입견과 그들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각도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본다.
지휘자였고, 하모니의 주축이 되었던 문희가 떠나간 자리에도 아름다운 노래는 울려 퍼질 수 있으니, 그녀의 역할은 어떤 사람보다 이 세상에 더 많은 것을 남겨두고 떠난 것이 아닐까?




처음에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영화를 다시 소설로 썼기에 인물묘사, 심리묘사가 섬세하지 못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너무 영화에 충실하게 쓰여졌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읽다보니, 그 내용이 깊은 감동과 함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이 책에 나오는 글귀중에
'1% 의 희망이 99%의 절망을 극복하는 아름다운 용서'라는 말이 가장 소중한 글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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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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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서든, 어떤 평가도 내릴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기업 회장의 자살도, 경제난에 허덕이다가 선택한 가족의 동반 자살도, 세상을 살아가기 힘겨워서 허덕이던 노숙자의 초라한 죽음도, 자연 재해에 의해서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죽음이 덮쳐 온 경우에도......
어린 시절에 동네어귀에서 초상이 난 경우가 있었다. 그당시에는 마지막 순간을 가정에서 보내도록 하는 것이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집을 떠나서 객사를 하면 큰 일이 나던 시절이었으니까... 초상난 집에 달려 있던 등이 너무 음산하고 서늘한 느낌이 들어서 장례가 있은 후에도 한참을 그 집앞을 지날때면 등골이 오싹했던 것이 나의 가장 오래된 죽음에 대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하여간에 죽음에 대한 느낌은 언제나 찌푸린 겨울 하늘과 같은 풍경을 연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발하게도 '텐도 아라타'는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죽음들을 찾아 다니면서 애도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심도있게 다루는 묵직한 장편소설 '애도하는 사람'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텐도 아라타'의 그동안의 작품 경향은 아동 학대문제, 여성에 대한 폭력 등 세상의 모든 아픔에 대한 치유와 가정의 의의를 생각하게 하는 약자의 편에서 현대인의 정신적 어둠을 묘사하는 작품을 써왔다.
'애도하는 사람'은 처음 작품 구성,스케치에서부터 7년이라는 세월에 걸쳐서 완성된 작품이라고 하니, 작가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런 작가의 작업을 생각하니 더 꼼꼼하고 소중하게 읽게 되는 것이다.

'애도하는 사람'은 작가 스스로도 '정점에 이른 작품'이라 평했으며, 평단에서 역시 '21세기 최고의 걸작'이라는 격찬을 받았다. (책날개, 작가 소개글 중에서)


'애도하는 사람'이라고 불리는 시즈토는 자신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죽은 사람들을 애도한다.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는 가족들도, 시즈토 자신도 확실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다만, 친구의 죽음을 접하면서 오히려 자신보다는 이 세상에 살아 남아야 하는 사람은 친구였다는 생각, 그리고 자신이 돌보던 소아병동의 아이들의 죽음, 어느날 보았던 길가의 어떤 죽음에 대한 꽃다발 등등.... 누군가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자신도 정확한 답변을 할 수는 없다. 다만, 한 두 죽음을 찾아 다니다 보니 이 세상의 모든 죽음에는 경중이 없다는 것, 그리고 누구나 애도를 받을 자격이 있는 죽음이라는 것....
그 죽음을 기억해주고, 애도해 주고 싶다는 것뿐이다.

이 사람은 누구에게 사랑받고,누구를 사랑했을까요? 어떤 일로 사람들이 고마워 했을까요?
이것이 모든 죽음에 대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묻는 물음이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삶이었고,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삶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죽음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 그는 죽음을 찾아 다니면서 이상한 행동과 함께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
어쩌면, 그의 행동을 자신이 세상을 떠나고 싶었던 마음이 모든 죽음에 대한 애도와 죽음을 자신만이라도 기억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 우러난 행동일 것이다.
나는 돌아가신 분을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것을 '애도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p165)
모든 죽음에 대한 애도를 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소설의 소재가 된다는 것은 확실히 기발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텐도 아라타'는 아동학대, 아내 폭력, 학생들의 집단 구타 등 약자들의 이야기도 은연중에 작품의 내용 여기 저기에 비치고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애도하는 사람'인 시즈토의 이야기를 뒷받침해주는 3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이야기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곳에는 빠짐없이 나타나서 기삿거리를 낚아채 가지만, 진실과는 거리가 먼 가십거리에 가까운 기사를 쓰는 기자인 마키노.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이혼의 상처를 안고 방탕하게 살아간다.
우연히 만난 '애도하는 사람'을 만난 후의 변화와 그의 헤어진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의 블로그를 보면서 느끼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
아들의 블로그에 실린 '인터뷰하는 사람'이라는 곳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친 아빠는 기자엿다. (...) 아주 훌륭한 기자엿다고 엄마가 그랬다. (...) 하지만 친 아빠는 죽었다.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나는 이제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외롭지 않다. 엄마와 지금의 아빠가 있기때문이다. 끝. (p220)
또, 한 사람은 애도하려 가는 길에 만난 '유키꼬'이다. 그녀 역시 성장과정과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사랑인지, 집착인지 모르는 어떤 절의 주지와의 결혼을 하게 되고, 남편의 요구에 의해서 사랑하는 남편을 살인하지만, 항상 그의 오른쪽 어깨에서는 남편의 망령인지, 망상인지가 빈정거리면서 그녀를 힘겹게 만든다. 그녀 역시 '애도하는 사람'과 같이 죽음의 현장들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자신의 참 모습을 찾아 가게 된다. 자신의 어깨에 있던 무거운 짐, 그녀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내려 놓을 수 없었던 죄책감에 대한 망상을 내려 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신의 길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한 사람은 시즈토의 어머니인 '준쿄', 아들의 뜻모를 '애도하는' 여행을 묵인해주지만 말기암에 걸려서 아들의 모습을 꼭 한 번 보기를 원한다.
'준쿄'는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생명과는 무관하게 낙관적이고, 자신의 병에 대한 생각도 긍정적이다. 미혼모가 될 딸의 출산과 자신의 남은 인생이 엇비슷하다는 것이 또한 어떤 결말이 이루어질 지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묵묵히 걸어가면서 각양각색의 사연이 담긴 죽음을 애도하는 시즈코의 말과 행동은 마키오에게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부정적인 시각에서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세계로 만들어 가게 해주고, 자신의 사랑과 살인에 대해서 항상 의문을 가지고 있던 유키요에게도 자신이 가졌던 사랑이 결코 집착이 아닌 사랑이었으며, 그녀의 남편이 보여준 행동도 결국에는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만들어 준다.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시각이 이처럼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현재까지의 모습을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 기억할 수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해. 어떻게든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없을까하고 ... (p256)

고인을 기억할 때, 죽음의 비참함과 비애가 아니라 그 사람의 긍정적인 면만 기억하기로 했다고 한다. 긍정적인 면이라는 것은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다르겠지만, (...) 어떤  인물이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세 가지  여건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누구를 사랑했는가? 누구에게 사랑을 받았는가? 누군가가 어떤 일로 그에게 감사를 표한 적이 있는가?
(265)
'텐도 아라타'는 준쿄의 말기암에 대처하는 부분을 너무도 긍정적이고, 죽는 날까지 그녀가 하던 봉사활동이라든가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삶을 마무리하는 부분을 너무도 아름답게 그려 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3개월, 한 달, 3주, 며칠..... 점점 줄어드는 시간들을 딸의 출산을 기다리면서 맞이하는 모습이 어쩌면 더 슬프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신체의 기관들마저 멈추어가는 순간들, 모든 기관들이 마비되고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있다는 청력.....
준쿄의 귀에 들리는 아련한 소리들... 딸의 출산의 소리, 자신의 스려지는 모습을 안스러워 하면서 하는 이야기들,  미안해, 엄마...., 잘 참으셨군요,
귀에 익은 목소리, 애타게 기다리던 목소리가 '늦었습니다.' 한다. 희미하게 남은 힘을 그러모아 눈을 뜬다. 정말로 보이는건가. 진짜 현실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p640)
  준쿄가 마지막까지 기다리던 아들 '애도하는 사람' 아들을 애타게 기다리던 엄마의 모습이 너무도 안스러워서 나는 한 줄기 눈물을 흘린다. 끝까지 아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무언의 응원을 보냈던 엄마는 아들의 애도를 받으면서 이 세상끝으로 떠나간다.
 당신은 ... 나를 사랑해 준 사람입니다., 당신은 ... 내가 깊이 감사하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사랑입니다. (p640)
아들의 애도를 받으며 떠난 세상을 바로 이와같은 세상인것이다.
이 세계에서는 누구나 차별없이 존재한다. 그리고 누구나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서로에게 사랑받는 것이... 서로에게 감사하는 것이 전해진다. (p641)


한 작가의 머리에서 오랜 시간을 거쳐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진 장편소설 '애도하는 사람'은 말도 안되는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겠지만, 이 소설에서는 독자들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사랑과 집착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준다.


그렇다, 어떤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우리들이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우리의 삶이 모든 사람에게 소중하고 깊은 뜻을 가지고 있는 것과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소중한 삶에 대해서 부정적인 사고 방식으로 살아가기 보다는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를 생각해 보게 해 준다.
다소 두꺼운 책이지만, 읽는내내 삶에 대한 단상들이 이것 저것 떠오르면서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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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냄새
양선희 글.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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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이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의 글이다. 저자 양선희는 1987년에 '문학과 비평'을 통해서 시인으로 등단하였으며, 1997년에는 동아일보 신춘 문예 시나리오가 당선되었다. 이명세 감독과 함께 '첫사랑' 시나리오를 공동으로 집필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원주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산문과 운문쓰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녀의 포토에세이인 '엄마 냄새'는 어느날 엄마의 외로움을 알고는 딸이 엄마에게 편지와 함께 사진을 함께 담아 보내는 과정에서 쓴 글이 풍경 1~15 의 꼭지로 실려 있다. 그녀는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이 외로움'이라는 말로 엄마의 외로움을 대변해 주고 있다.  저자는 엄마에게 '아름다운 풍경이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것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편지와 함께 엄마한테 드려야지!'(p16) 하는 생각에서 사진찍기를 배웠기때문에 전문적인 사진작가의 사진보다는 색감이 너무 강하거나 2% 정도 모자라는 사진들이기는 하지만, 그 사진들에는 엄마와 딸을 연결해 주는 많은 이야기가 있는 엄마와 딸을 위한 사진들이기에 그 어떤 사진작가의 사진들보다 소중한 것들이다.



 
 
저자가 사진을 배울 당시에 사진 강사는 '사진을 찍을 때 원하는 것을 부각시키고 나머지 것은 과감하게 빼버려라'(p17)라는 가르침을 주는데, 이것은 비단 사진 좔영뿐만이 아니라,우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버거운 짐은 욕심껏 짊어지고 힘겹게 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인생에서도 버릴 것은 버리고,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아야 한다. 미움과 욕심, 질투 그리고 또 무엇이 있을까?
'엄마 냄새'는 그녀가 엄마에게 보내는 사진과 편지 형식의 글들이기에 그것 자체가 엄마와 딸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제목부터가 포근하고 달착지근한 느낌이 든다. 딸은 엄마에게 추억속의 이야기들을 끄집어 낸다. 엄마와의 산책, 연애담, 손주(그녀의 아들과 딸)이야기, 어린시절에 오리를 잡던 이야기, 추억의 놀이문화, 꽃밭가꾸기, 연꽃에 대한 전설 그리고 자신의 詩도 함께 실어 보낸다.
 
 



모든 이야기가 엄마와의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글들을 읽다보면 글속에는 많은 정보들도 들어 있다. 가령, 어떤 꽃에 대해서는 자세한 그 꽃의 정보가, 그리고 동물들의 정보, 그밖의 많은 정보들이 담겨 있다.
읽는 도중에 과연 엄마와 딸의 편지글이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안부 편지나 일상의 범주를 뛰어 넘는 글들이 나오기때문이다.
그러나, 그 틀은 엄마와 딸의 이야기임에는 틀림이 없고, 추억이 얽힌 이야기와 일상의 이야기가 뒤섞여 있다.


나는 엄마와의 정겹고 포근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저자가 한없이 부러워진다. 보고 싶어도, 말하고 싶어도, 편지를 쓰고 싶어도, 사진을 찍어서 보여드리고 싶어도, 함께 나들이를 하고 싶어도 기다려 주지 않고 떠나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더 한층 묻어나는 그런 밤이기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책 속에서 엄마냄새를 찾아본다.

그러나 그런 꽃향기들을 일순간에 무색케 하는 게 있어요, 그건 바로 엄마 냄새에요. 채 눈을 뜨지도 않은 새끼들도 젖이 불어 넘치는 어미의 품을 찾을 수 있게 하고, 자지러지는 아기의 울음을 멈추게 하고, 상처 투성이인 마음을 어루만져 새 살을 돋게 하고, 미로 속에서도 길을 찾게 하느 바로 그 냄새요, 엄마 냄새를 떠올리면 그리움에 목이 메지만, 그 체취를 더듬다 보면 어느새 상한 마음이 회복되는걸 느껴요, 참 이상하지요? 제가 겪는 모든 고통의 치료약이 바로 엄마 냄새니 말이에요. 그러니 엄마, 제 곁에 오래 오래 계셔야 해요. 꼭 그러셔야만 해요! (p264~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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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사생활 - 세기의 남성을 사랑에 빠뜨린 결정적 비밀들
김정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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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목차를 살펴보니, 세기적인 사랑이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어 오던 이야기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단편적으로 접했던 이야기를 이처럼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놓으니 참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저자인 김정미는 TV 드라마 작가, 다큐멘터리작가였으며, 현재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면서 '주간한국'칼럼 [역사속 여성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그동안 재미있는 사극의 소재를 찾기위해서 각종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역사속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기에 이와같은 책을 집필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머리글 중에서

소중한 개개인 사랑 가운데 특별히 본보기로 할만한 9가지 사랑 (책머리글중에서)
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 책속의 주인공들은 책의 표제처럼 '사랑'이라는 표현보다는 '연애'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사례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랑'과 '연애'를 어떤 개념으로 생각하느냐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도덕적, 윤리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 정상적이라기보다는 불륜으로 시작되었으며, 때론 정치적인 상황에서 아니면 자신의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사랑'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으로 시작했던 경우들도 있는 것이다.
그랬기에 그들의 사랑은 아름답게 끝난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집착과 욕망, 이기적인 사고와 질투심에 아픈 상처를 남기기도 했던 것이다.
사랑을 위해서 왕좌까지도 버렸다고 해서 세간의 관심을 집중하였던 에드워드8세(윈저공)과 심슨부인의 사랑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지만, 첫 만남은 어느정도 야심이 깔린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젊지도, 미인도 아닌 이혼경력의 유부녀에게 끌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훗날 윈저공은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윌리스는 내게 행복뿐 아니라 삶의 의미도 안겨 주었습니다. 그녀는 흠 하나 없고 완벽한 여인입니다. (P15)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들의 연애는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에드워드 8세와의 만남때문에 이혼을 해야 했다는 것은 도덕적 문제가 뒤따르게 되고 왕위를 버린후의 윈저공 부부의 행보도 정치적으로 산뜻한 느낌을 주지는 않기때문이다.
 
이와함께 왕실의 연애 사건은 스코틀랜드의 메리스튜어트의 경우에도 몇 차례의 불륜을 거치면서 결혼을 하고 결국에는 그 사랑의 배신으로 참수형을 받아야 했으니까....
불꽃같은 삶을 살고 그 불꽃에 스스로를 태워버린 여인, 메리 스튜어트는 그런 여인이었다. (P183)

 
또 다른 경우로는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경우도 들 수 있을 것이다. 영국 왕실의 전통과 권위에 희생당한 불행한 사랑(?)이었을 것이다. 차알스 황태자와 카밀라의 부적절한 사랑의 놀음에 왕실의 마스코트역할을 해야만 했고, 급기야는 불확실한 사망원인도 그녀를 더욱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 차알스의 사랑은 카밀라 파볼스뿐이었다'는 파염치한 이야기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아름다운 건축물인 '타지마할'을 이야기하게 되면 떠오르는 왕비 뭄타즈 마할과 샤자한의 사랑은 참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세계 7대 불가사의 에 해당하는  타지마할을 생각하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던 시대의 22년간에 걸친 타지마할의 건설을 위해서 쏟아부은 부와 권력을 아름답게만 생각할 수는 없을 것같다.
 
이런 류의 이야기들과 함께 일본의 20세기초의 페미니즘의 선봉자와 같았던 '히라쓰카 라이초'의 연애담도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태양과 같은 삶. 스스로 자신의 빛을 발하는 남녀관계를 원했던, 그런 그녀를 아름답고 빛나게 했던 오쿠무라.
확실히 이 시대뿐만 아니라, 현재라고 해도 획기적인 연애담인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된 이야기로는 미술가인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이야기이다. 멕시코인의 이야기였기에 접하기가 쉽지 않았기때문인 것같다.

  프리다 칼로는 소아마비였는데, 또 교통사고로 두 팔만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가 할 수 있었던 것이 그림 그리기였고, 21살이나 연상인 디에고 리베라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디에고의 여성 편력이 만만치 않아서 서로를 죽도록 사랑하면서도 죽도록 미워하면서 그렇게 사랑을 완성시겼다.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두 명의 걸출한 멕시코 화가는 서로를 죽도록 연모하고 죽도록 미워하면서 그렇게 사랑을 완성시켰다. 그들에게 삶의 질곡과 분노, 질투, 치졸함은 그들이 나눈 사랑에 비해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훗날 프리다 칼로의 그림에서 표현되듯이 프리다는 디에고였고, 디에고는 프리다였다. (P142)

이밖에도 몇 명의 연애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모두 정상적인 범주의 사랑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하기야, 그렇기때문에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머리글에 나온 저자의 '본보기할 만한'이라는 문장에는 절대로 수긍을 할 수가 없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어떻게 보면 비비안리처럼 히스테릭칼한 성격으로 상대방을 때론 질리게도 만들고, 흉악 살인범이었던 클라이드 배로우의 경우처럼 '히브리스토 필리아'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대로 사랑을 시작하거나, 사랑을 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준비하고 아름답게 잘 매듭짓게 하는 역할을 해 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이런 이야기는 그들의 특이한 연애담으로 생각하고 재미있게 읽는 것으로 흡족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은 집착도 아니고,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도 안되고, 한때의 질투로 시작되어서도 안된다'고 말하고 싶다.
사랑은 불꽃처럼 타오르면, 쉽게 꺼질 수 밖에 없음을 이 책의 주인공들을 통해서 배웠을 것이다. 사랑은 잔잔한 바람처럼 그렇게 맞이해야 오래가고 색이 바래지지 않는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연애의 사생활'은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연애 이야기로 읽는다면 그것이 전부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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