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사생활 - 세기의 남성을 사랑에 빠뜨린 결정적 비밀들
김정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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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목차를 살펴보니, 세기적인 사랑이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어 오던 이야기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단편적으로 접했던 이야기를 이처럼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놓으니 참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저자인 김정미는 TV 드라마 작가, 다큐멘터리작가였으며, 현재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면서 '주간한국'칼럼 [역사속 여성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그동안 재미있는 사극의 소재를 찾기위해서 각종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역사속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기에 이와같은 책을 집필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머리글 중에서

소중한 개개인 사랑 가운데 특별히 본보기로 할만한 9가지 사랑 (책머리글중에서)
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 책속의 주인공들은 책의 표제처럼 '사랑'이라는 표현보다는 '연애'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사례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랑'과 '연애'를 어떤 개념으로 생각하느냐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도덕적, 윤리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 정상적이라기보다는 불륜으로 시작되었으며, 때론 정치적인 상황에서 아니면 자신의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사랑'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으로 시작했던 경우들도 있는 것이다.
그랬기에 그들의 사랑은 아름답게 끝난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집착과 욕망, 이기적인 사고와 질투심에 아픈 상처를 남기기도 했던 것이다.
사랑을 위해서 왕좌까지도 버렸다고 해서 세간의 관심을 집중하였던 에드워드8세(윈저공)과 심슨부인의 사랑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지만, 첫 만남은 어느정도 야심이 깔린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젊지도, 미인도 아닌 이혼경력의 유부녀에게 끌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훗날 윈저공은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윌리스는 내게 행복뿐 아니라 삶의 의미도 안겨 주었습니다. 그녀는 흠 하나 없고 완벽한 여인입니다. (P15)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들의 연애는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에드워드 8세와의 만남때문에 이혼을 해야 했다는 것은 도덕적 문제가 뒤따르게 되고 왕위를 버린후의 윈저공 부부의 행보도 정치적으로 산뜻한 느낌을 주지는 않기때문이다.
 
이와함께 왕실의 연애 사건은 스코틀랜드의 메리스튜어트의 경우에도 몇 차례의 불륜을 거치면서 결혼을 하고 결국에는 그 사랑의 배신으로 참수형을 받아야 했으니까....
불꽃같은 삶을 살고 그 불꽃에 스스로를 태워버린 여인, 메리 스튜어트는 그런 여인이었다. (P183)

 
또 다른 경우로는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경우도 들 수 있을 것이다. 영국 왕실의 전통과 권위에 희생당한 불행한 사랑(?)이었을 것이다. 차알스 황태자와 카밀라의 부적절한 사랑의 놀음에 왕실의 마스코트역할을 해야만 했고, 급기야는 불확실한 사망원인도 그녀를 더욱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 차알스의 사랑은 카밀라 파볼스뿐이었다'는 파염치한 이야기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아름다운 건축물인 '타지마할'을 이야기하게 되면 떠오르는 왕비 뭄타즈 마할과 샤자한의 사랑은 참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세계 7대 불가사의 에 해당하는  타지마할을 생각하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던 시대의 22년간에 걸친 타지마할의 건설을 위해서 쏟아부은 부와 권력을 아름답게만 생각할 수는 없을 것같다.
 
이런 류의 이야기들과 함께 일본의 20세기초의 페미니즘의 선봉자와 같았던 '히라쓰카 라이초'의 연애담도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태양과 같은 삶. 스스로 자신의 빛을 발하는 남녀관계를 원했던, 그런 그녀를 아름답고 빛나게 했던 오쿠무라.
확실히 이 시대뿐만 아니라, 현재라고 해도 획기적인 연애담인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된 이야기로는 미술가인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이야기이다. 멕시코인의 이야기였기에 접하기가 쉽지 않았기때문인 것같다.

  프리다 칼로는 소아마비였는데, 또 교통사고로 두 팔만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가 할 수 있었던 것이 그림 그리기였고, 21살이나 연상인 디에고 리베라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디에고의 여성 편력이 만만치 않아서 서로를 죽도록 사랑하면서도 죽도록 미워하면서 그렇게 사랑을 완성시겼다.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두 명의 걸출한 멕시코 화가는 서로를 죽도록 연모하고 죽도록 미워하면서 그렇게 사랑을 완성시켰다. 그들에게 삶의 질곡과 분노, 질투, 치졸함은 그들이 나눈 사랑에 비해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훗날 프리다 칼로의 그림에서 표현되듯이 프리다는 디에고였고, 디에고는 프리다였다. (P142)

이밖에도 몇 명의 연애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모두 정상적인 범주의 사랑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하기야, 그렇기때문에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머리글에 나온 저자의 '본보기할 만한'이라는 문장에는 절대로 수긍을 할 수가 없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어떻게 보면 비비안리처럼 히스테릭칼한 성격으로 상대방을 때론 질리게도 만들고, 흉악 살인범이었던 클라이드 배로우의 경우처럼 '히브리스토 필리아'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대로 사랑을 시작하거나, 사랑을 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준비하고 아름답게 잘 매듭짓게 하는 역할을 해 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이런 이야기는 그들의 특이한 연애담으로 생각하고 재미있게 읽는 것으로 흡족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은 집착도 아니고,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도 안되고, 한때의 질투로 시작되어서도 안된다'고 말하고 싶다.
사랑은 불꽃처럼 타오르면, 쉽게 꺼질 수 밖에 없음을 이 책의 주인공들을 통해서 배웠을 것이다. 사랑은 잔잔한 바람처럼 그렇게 맞이해야 오래가고 색이 바래지지 않는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연애의 사생활'은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연애 이야기로 읽는다면 그것이 전부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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