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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평점 :
요즘 많이 읽히는 책인 ’올림픽의 몸값’의 저자인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이다.나에게는 몇 년전에 읽은 ’공중그네’와 ’인 더 풀’그리고 ’스무살 도쿄’로 좋은 느낌을 가지게 했던 작가이기도 하다.
’우울할 때는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읽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작품들은 일본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내용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는 글솜씨때문에 독자들이 부감없이 읽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오 해피데이’는 그의 작품들중에서는 좀더 쉽게 읽을 수 있고, 읽으면서 한 번쯤 가볍게 웃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이 아닐까 한다. 그것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30대 중후반의 여섯 가정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그 이야기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사람들, 바로 우리주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참 많다는 것이다.
[목차]
Sunny Day
우리 집에 놀러 오렴
그레이프프루트 괴물
여기가 청산
남편과 커튼
아내와 현미밥
흔히, 말하기를 ’사는 것이 다 똑같지 뭐... 301호나 302호나 다 똑같아’라고 이야기들을 하는데, 그처럼 똑같은 것 같은 일상이지만 분명 우리 이웃과 나의 생활은 다른 것이다. 바로 ’오 해피데이’는 공감이 가면서도 우리집의 이야기가 아닌 이웃집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이야기 6편이다.


쓸모없게 된 피크닉 테이블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ID 를 만들고 옥션에 가입하고 판매문구를 작성하고 사진을 찍고 경매를 지켜보는 서툰 과정을 통해 점점 세상살이에 참여하는 느낌을 받게 되는 주부의 일상을 그린 ’Sunny Day’는 가족들의 무관심속에 생활하던 주부가 사회생활을 맛보는 기분을 느끼는 이야기이다. 옥션 경매는 자신이 내놓은 물건의 인기가 자신의 인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세상과는 동떨어진 일상을 살아온 주부의 일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기력한 일상에 활력소를 찾은듯 생기가 돋아나는 주부의 모습

우리 가정에서의 집안의 인테리어는 누구의 몫이었을까? 오랜 세월을 다른 취향을 가지고 살아왔던 사람들이 결혼과 함께 부딪히는 여러 갈등들.... 세련된 아내의 취향에 남편은 모든 가정의 인테리어에서 뒤전으로 물러날 수 밖에 없는 존재였을 것이다. 그런데, 별거로 모든 살림살이를 가지고 떠난 텅빈 공간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미는 과정에서 옛 학창시절의 취미도 살릴 수 있고, 자유와 행복을 만끽하는 남편... 우연히 들려던 집에서 아내가 느낀 반응, 충격, 그것은 남편과 아내가 살았던 8년의 모습이 송두리채 무시된 공간의 인테리어, 그러나 그것이 그들을 이어주는 끈이 될 것같은 예감이 드는 ’우리집에 놀러오렴’
아내들이여! 남편에게도 자신의 공간을 꾸밀 수 있는 특권을 주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밖에도 재택업무를 하는 마흔을 앞둔 주부가 영업사업에게 품는 분홍빛 로맨스, 꿈에 나타나는 그레이프 프루트괴물과의 사랑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그레이프 프루트 괴물’은 유머러스하다. 한때의 그런 설레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중년 여성의 아름다움일지도 모르겠다.
어느날 갑자기 회사의 도산으로 실직을 하게된 30대 중반의 남성이 외향적인 아내가 그 다음날로 출근하면서 아내의 역할을 잘 해나가는 과정과 그 생활이 재미있고 자신의 천성처럼 느껴지는 ’여기가 청산’은 바로 남편에게는 가정이 청산인 것이다. 반드시 남자가 직장으로, 아내는 가정이라는 선입견을 벗을 수 있는, 성역할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인데, 심리묘사나 상황묘사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작가의 필체가 두드러진다.
그밖에도 무계획적인 남편의 새로운 사업이 시작될 때마다 좋은 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아내가 남편에게서 새로운 사업 수완을 느끼는 이야기도 퍽 재미있게 그려 나간다.
’아내와 현미밥’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작가들이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들의 이야기를 쓴 글을 읽을 때마다 당사자가 읽는다면 기분이 상할 것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그런 이야기가 전개된다. 코믹소설을 쓰는 작가가 자신의 주변이야기를 쓸까 말까 망설이다가 써놓고는 좋은 평이 기대되지만 결국에는 다른 작품으로 교체하기 위해서 부랴부랴 작품 활동을 하는 모습도 꽤 코믹하>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여섯 가정의 이야기가 마치 내가 언젠가는 느꼈던 그런 이야기들로 다가오기도 하기때문에 작품들에 공감이 간다.
’오쿠다 히데오’의 좋은 작품들이 끊임없이 출간되어서 책읽는 재미가 솔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