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냄새
양선희 글.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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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딸이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의 글이다. 저자 양선희는 1987년에 '문학과 비평'을 통해서 시인으로 등단하였으며, 1997년에는 동아일보 신춘 문예 시나리오가 당선되었다. 이명세 감독과 함께 '첫사랑' 시나리오를 공동으로 집필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원주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산문과 운문쓰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녀의 포토에세이인 '엄마 냄새'는 어느날 엄마의 외로움을 알고는 딸이 엄마에게 편지와 함께 사진을 함께 담아 보내는 과정에서 쓴 글이 풍경 1~15 의 꼭지로 실려 있다. 그녀는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이 외로움'이라는 말로 엄마의 외로움을 대변해 주고 있다.  저자는 엄마에게 '아름다운 풍경이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것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편지와 함께 엄마한테 드려야지!'(p16) 하는 생각에서 사진찍기를 배웠기때문에 전문적인 사진작가의 사진보다는 색감이 너무 강하거나 2% 정도 모자라는 사진들이기는 하지만, 그 사진들에는 엄마와 딸을 연결해 주는 많은 이야기가 있는 엄마와 딸을 위한 사진들이기에 그 어떤 사진작가의 사진들보다 소중한 것들이다.



 
 
저자가 사진을 배울 당시에 사진 강사는 '사진을 찍을 때 원하는 것을 부각시키고 나머지 것은 과감하게 빼버려라'(p17)라는 가르침을 주는데, 이것은 비단 사진 좔영뿐만이 아니라,우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버거운 짐은 욕심껏 짊어지고 힘겹게 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인생에서도 버릴 것은 버리고,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아야 한다. 미움과 욕심, 질투 그리고 또 무엇이 있을까?
'엄마 냄새'는 그녀가 엄마에게 보내는 사진과 편지 형식의 글들이기에 그것 자체가 엄마와 딸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제목부터가 포근하고 달착지근한 느낌이 든다. 딸은 엄마에게 추억속의 이야기들을 끄집어 낸다. 엄마와의 산책, 연애담, 손주(그녀의 아들과 딸)이야기, 어린시절에 오리를 잡던 이야기, 추억의 놀이문화, 꽃밭가꾸기, 연꽃에 대한 전설 그리고 자신의 詩도 함께 실어 보낸다.
 
 



모든 이야기가 엄마와의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글들을 읽다보면 글속에는 많은 정보들도 들어 있다. 가령, 어떤 꽃에 대해서는 자세한 그 꽃의 정보가, 그리고 동물들의 정보, 그밖의 많은 정보들이 담겨 있다.
읽는 도중에 과연 엄마와 딸의 편지글이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안부 편지나 일상의 범주를 뛰어 넘는 글들이 나오기때문이다.
그러나, 그 틀은 엄마와 딸의 이야기임에는 틀림이 없고, 추억이 얽힌 이야기와 일상의 이야기가 뒤섞여 있다.


나는 엄마와의 정겹고 포근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저자가 한없이 부러워진다. 보고 싶어도, 말하고 싶어도, 편지를 쓰고 싶어도, 사진을 찍어서 보여드리고 싶어도, 함께 나들이를 하고 싶어도 기다려 주지 않고 떠나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더 한층 묻어나는 그런 밤이기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책 속에서 엄마냄새를 찾아본다.

그러나 그런 꽃향기들을 일순간에 무색케 하는 게 있어요, 그건 바로 엄마 냄새에요. 채 눈을 뜨지도 않은 새끼들도 젖이 불어 넘치는 어미의 품을 찾을 수 있게 하고, 자지러지는 아기의 울음을 멈추게 하고, 상처 투성이인 마음을 어루만져 새 살을 돋게 하고, 미로 속에서도 길을 찾게 하느 바로 그 냄새요, 엄마 냄새를 떠올리면 그리움에 목이 메지만, 그 체취를 더듬다 보면 어느새 상한 마음이 회복되는걸 느껴요, 참 이상하지요? 제가 겪는 모든 고통의 치료약이 바로 엄마 냄새니 말이에요. 그러니 엄마, 제 곁에 오래 오래 계셔야 해요. 꼭 그러셔야만 해요! (p264~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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