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의 동행
미치 앨봄 지음, 이수경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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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 앨봄'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가이다. 어느해던가 오래전 제자로부터 한 권의 책이 보내졌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었다. 루게릭병으로 죽음을 앞둔 모리선생님과 앨봄이 화요일마다 만나서 나누는 이야기인데, 그 속에는 인생의 깊은 성찰을 깨달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그 제자와 나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오래전의 스승에게 보내는 책 한 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란 책을 나에게 보내주기 위해서는 그가 책을 읽고 받았을 감동과 그 책을 나에게 보내주고 싶었던 마음이 어떤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학생에게 나란 스승은 과연 '모리'와 같은 존재처럼 느껴졌던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니 한없이 내가 작아 보였던 기억이 난다. 그러한 인연으로 만난 작가가 '미치 앨봄'이었고, 그이후에 그의 작품들이 출간되면 읽기 시작했다.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그리고 '단 하루만 더' . 모든 작품들이 잔잔한 감동을 주면서 고난과 역경속에서 인생에 대한, 삶에 대한,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 보게 해 주었다. 그런데, '미치 앨봄'이 어릴적 다니던 유대교회의 랍비인 '렙'과의 8년간에 걸친 만남을 가지면서 나누었던 긴 대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8년의 동행'이라는 책으로 출간된 것이다. 

  나는 어쩌면 '8년의 동행'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연장선상에 놓인 책이라는 생각과 함께 '미치 앨봄'의 글들이 궁금해졌다. 책장을 넘기자 '미치 앨봄'의 인쇄 싸인본과 함께 '한국독자에게' 보내는 글이 있다.  
 
 누군가 당신에게 "내 추도사를 써 주겠나?" 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앨봄'은 부모님대에서부터 다니던 유대교의 랍비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게 된다. 누군가를 위해서 추도사를 쓰고, 장례식을 집전하던 랍비의 추도사. '앨봄'은 자신에게 이런 제안을 한 이유조차 이해할 수가 없다. 랍비인 '앨버트 루이스'(렙)의 추도사를 쓰기 위해서는 그와의 만남을 가지면서 그에 대해서 잘 알아야 되지 않을까? 그래서 시간이 될때마다 '렙'을 찾아와서 그와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모리'선생님에게서 인생 수업을 들었던 것처럼. 그런 가운데 또 만나는 사람이 '헨리 코빙턴 목사이다. '앨버트 루이스'와 '헨리 코빙턴'. 이 두 사람의 삶이 교차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리고 '미치 앨봄'의 이야기까지.
'앨버트 루이스'와 '헨리 코빙턴' 두 사람은 '미치 앨봄'의 인생스승으로 교회목사들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인생역정은 너무도 판이하다. '앨버트 루이스'는 유대교 랍비로서 자신의 신도들에게 신앙심을 강요하는 것도 아닌 자연스럽게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사람이다. 권위적이고 성서적인 설교보다는 기쁨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설교를 한다 그래서 그의 설교는 노래로 불러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의 삶자체는 즐거움이고 평화로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헨리 코빙턴'은 어릴적 생쥐와의 동거를 할 정도로 빈곤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아버지는 마약상이었다. 그렇지만 '헨리'는 하나님, 예수님, 아니 그 어떤 초월적인 존재보다도 아버지를 존경했다. 그에게 유일한 영웅이던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오는 상실감에 그는 원하는 것은 모두 손에 넣겠다는 생각에 마약, 술, 총격, 감옥에 수감되는 모든 세상의 낮고 어두운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경험하게 된다. 어느날 마약 탈취사건후에 그들의 보복이 두려워서 쓰레기통 옆에서 떨면서 밤을 지새우는 과정에서 자신이 살 수만 있다면.... 하나님을 따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그가 목사가 되는 이유이다. 노숙자를 위한 쉼터가 바로 그의 교회인 것이다. 지붕에서는 물이 줄줄 새는, 가스조차 끊어져서 추위에 떠는....



  그렇다면 '미치 앨봄'은 부모로부터 받은 신앙심, 그러나 성장하면서 유대교를 알게 되고, 냉담과 무관심, 그리고 자신의 성공으로 종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서 행복하게 살았다. 이 세사람의 삶. 그 속에 인생의 모든 질문과 대답이 들어 있는 것이다. '미치 앨봄'이 추도사를 쓰기 위해서는 '렙'을 주기적으로 만나고, 그의 설교를 듣고, 그 이전의 설교집들을 보기도 하면서, 어린 시절의 유대교회와의 추억들도 되새겨 보면서, '앨버트 루이스'의 삶을 조명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믿음으로 인해 기쁨이 넘치는 평온한 삶을 살고 있는 모습'.


 

그래. 인생은 아름답다. 그 어떤 것보다도 아름답다.
그래서 미치 앨봄은 '렙'과의 만남을 거듭하는 것이고, 그런 가운데에 자연스럽게 '믿음'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꼭 기독교의 하나님이 아니라도 좋다. 이슬람교의 알라여도 좋고, 불교의 부처라고 좋고, 힌두교의 신이라도 좋다. 그동안 지구상에서 종교로 인한 갈등과 분쟁, 전쟁이 얼마나 많이 일어났던가? '우리들'과 '그들'로 양분되는 종교가 아닌, 각 개인 개인이 믿고 의지하는 '믿음'이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미치 앨봄'과 '헨리 코빙턴'의 만남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앨봄'이 노숙자 쉼터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서 지원금 기탁 문제로 알게 된 목사이다. 낡아서 지붕에서 비가 오면 물이 뚝~~ 뚝~~ 떨어지는 교회의 목사. 노숙자들이 기거하고 있는 교회. 그곳의 목사는 자신이 마약, 총기, 강도, 교도소 복역등의 과거가 있음을 너무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당신은 그런 목사를 믿고 노숙자들을 지원금을 기탁할 수 있을까? 설교를 들어본다. 군더더기가 붙지 않은 간단한 설교. 그러나 목사의 목소리는 우렁차고 몇 안되는 신도들은 그를 믿고 따른다. 노숙자들이 그곳에 머물든지, 떠나든지 상관을 하지 않는다. 기독교를 믿을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차츰 '헨리 코빙턴'과 그의 교회가 마음에 와닿는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들도....
'헨리'교회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카스' 역시, 진실된 마음과 믿음이 엿보인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일까?

사람이 죽음을 앞에 두고 제일 두려워하는 게 뭘까요? 내가 물었다. / "두려워하는 거?" 그는 잠시 생가하더니 입을 열었다. / " 음, 이런 거겠지. 죽음 다음엔 뭐가 있을까? 나는 어디로 가게 될까? 그곳은 내가 상상하던 그런 곳일까?" / 맞아요, 그럴거예요. "그래, 하지만 또 다른게 있지."/ "뭐요?" 렙은 의자 뒤로 몸을 기댔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사람들에게 잊히는 것." (p174)
자신의 이별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믿음으로 장식하는 '렙'. 그는 자신의 장례식에서 자신의 마지막 목소리까지 녹음해서 들려준다.
'하나님의 존재를 믿느냐?' '사후의 삶이 존재하느냐?'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네'. '그렇다.' 라는 대답을 스스로에게,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그의 이별은 '아름다운 이별'이다. '미치 앨봄'이 두 성직자인 인생스승을 통해서 얻었던 그 귀중한 인생의 진리를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깨닫게 되는 것이다.
'사랑' '결혼' '행복' '종교(신앙)' '삶' '죽음'  - 이 모든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이토록 소중한 삶, 하루 하루가 특별할 것없는 그저 그런 날들이라고 투덜거리던 자신들이 너무도 철없는 투정을 부리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허황된 욕망들이 한없이 부끄럽게 여겨지는 것이다.
어쩌면 너무도 판이하게 다른 인생의 길을 걸어온  두 성직자의 모습속에서 내가 힘들때에 나를 잡아줄 믿음이 없는 것보다는 "왜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느냐?" 고 물어볼 신앙이 있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 인생의 동행자인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앨버트 루이스'가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면서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고 죽음을 향하여 가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헨리 코빙턴'은 악의 추억인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기쁨과 함께 일 마일을 걸었네
그녀는 내내 이야기를 재잘댔네
하지만 나는 조금도 더 지혜로워지지 않았네
그 모든 말을 다 듣고 나서도.
나는 슬픔과  일 마일을 걸었네
그녀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네
슬픔이 나와 동행했을 때.
   -로버트 브라우닝 해밀턴-
  (p 244)
오랜만에 만난 '미치 앨봄'의 작품을 읽으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작품들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그때의 그 감동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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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 플라워
김선우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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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이 쓴 두번 째 장편소설. '촛불집회'를 배경으로 한 첫번 째 소설. 촛불광장에 꽃처럼 피어나는 불꽃들. 촛불 하나 하나는 화려하지도 않고 그리 밝지도 않지만, 이들이 수백, 수천, 수만, 수십만,수백만 개가 모이면 화려한 꽃처럼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고, 위선에 가려졌던 거짓들이 밝혀지고, 나뿐만 아니라 내곁의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세상 사람들에게 무언의 이야기로 우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줄 수 있는 소박하지만 힘있는 빛이 되는 것이다.
   

'김선우'는 1996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서 '대관련 옛길'등의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등단한다. 그동안, 시집과 산문집, 어른을 위한 동화 등을 펴내기도 했고, 첫번째 소설인 '나는 춤이다'에서는 무용가 '최승희'의 삶을 써서 독자들의 신선을 받기도 했는데, '캔들 플라워'역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촛불집회'를 소재로 삼아서 신선한 느낌과 함께 작가의 소설적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의 내용도 평범한 이야기일듯하면서도 '촛불 집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보다는 새로운 소재와 독특한 캐릭터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이야기의 촛점이 되는 '지오'가 그런 인물중의 하나이다. 15살 캐나다 소녀이지만 그의 핏속에는 엄연히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캐나다의 오지마을인 레인보우 달계곡에서 학교 교육을 받지 않고 가정교육만을 받은 아이. 7살이전의 기억을 송두리채 잃어버렸지만 희미하게 꿈속에서 알게 된 자신의 분신. 꿈속의 그애, Vayu.  운명을 같이하고자 함께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 엄마의 오래된 콘솔서랍에 고이 간직된 사진과 똑같은 아이.  홀로 떠나는 성장 여행. 소녀는 운명처럼 한국을 여행지로 정한다. 여행지이자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에서 만난 '촛불광장'. 그 광장에 꽃피워진 '캔들 플라워' 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2008년 5월 17일 한국 도착에서부터 6월 21일 레인보우 달계곡으로 출국할 때까지 소녀의 눈에 비치는 '촛불집회'의 모습이 지오의 입을 통해서 진실되게 표현되는 것이다.
  지오가 한국에서 만난 10대~20대의 학생 그리고 사회인들이 참여하는 '촛불집회'의 모습도....  그리고 '숙자씨'라는 할머니의 이야기도 그려진다.
지오가 만난 10대들은 '시험지옥'과 '미친교육'에 시달리면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상처받은 아픔을 가진 학생들이었지만, 지오와의 만남과 '촛불집회'를 통해 치유받고 있는 것이다. 20대 사회인인 희영이도, 연우도 모두 아픔을 간직한채 살아가지만 그들 역시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존재들이 되는 것이다.
누렁소를 가지고 광화문 네거리에 나타났던 할머니. 숙자씨의 죽음을 둘러싼 정부의 대응책과 보수언론의 기자의 언론플레이. 그동안 독재정권에서 행했던 모습을 민주화가 이루어진 대한민국의 세종로 한복판에서 버젓이 재현되는 모습.
촛불, 손팻말, 종이학, 비폭력 집회에 맞서는 닭장차, 물대포, 언론 통제용 조명등. 사진도, 동영상도 찍어봐야 온통 백색으로 밖에 나오지 않는 강렬한 조명등이 있다니.... 국민의 작은 소리도 아닌 큰 소리를 들은 척도 하지 않는, 아니 들리지 조차 않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그래도 '촛불 집회'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떠돌아다니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언론통제 조명등. 나로써는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5만 명이 15만 명이 되고, 결국에는

세종로 네거리를 흘러 넘친 인파는 서울 시청 광장과 남대문까지 이어지고, 수십만 개의 촛불이 서울 도심을 밝혔다. 서울 60만 (...) 전국 70여 개 도시에서 백만의 촛불이 한반도를 수놓았다. (p317)
이 소설의 또다른 이야기는 숙자씨 할머니의 개 보리의 눈에 비친 인간들의 모습이다. 인간이 본 인간의 모습보다 더 날카롭고 예리한 눈으로 바라본 인간들의 모습.
지오는 7년전의 사고로 이전의 기억은 잃었지만, 각나라의 언어를 습득하는 능력은 특출하며, 레인보우 달계곡에서 자라면서 동식물과의 대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보리도 지오와의 마음의 대화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캔들 플라워'는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대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사회적 소설의 의미도 있겠지만, 촛불집회'라는 매개체로 어떤 이유에서든간에 마음의 상처를 간직한 젊은이들의 치유과정이 그려지는 성장소설의 의미도 같이 가지고 있다.
운명은 질문하는 자를 사랑한단다. 힘들 땐 레인보우를 생각하렴. (p88)

누군가 아프면 함께 아파지는 사람이 있는 존재들이니까. 사람을 함부로 미워하면 안된다는 새삼 깨달은 순간이었어. (213)

또한 시인이 쓴 소설이기에 소설의 문체가 시어같은 감각적이 문장들이 엿보인다.
은빛 솜털날개를 단 꽃씨가 드넓은 수평 속에 스미듯이, 목적을 미리 정하지 않은, 속도감을 버린 꽃씨의 유영처럼. (p14)

푸르스름한 새벽이 멍든 얼굴로 찾아 왔다. (p232)
" Aamor Fati "(아모르 파티: 니체의 운명관) : 운명에 대한 사랑.

지오가 인천공항 출국장을 나서면서 속삭였던 말. '아모르 파티'
한 달여간의 한국에서 만난 운명,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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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숨은 고양이 찾기 -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고양이를 찾아 떠난 여행 이야기
장원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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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파리의 숨은 고양이를 찾아' 떠난 여행은 일탈을 꿈꾸는 마음에서, 가슴속의 한 부분을 비워버리기 위해서 떠난 여행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거기에는 '단지 고양이면 돼'라는 단서가 붙게 된 것이 아닐까?
 

고양이를 찾아가는 여행....
그래, 단지 고양이면 돼.
다른 무엇도 필요없어.
(p12)
'고양이'하면 파리보다는 일본이 더 먼저 떠오른다. 아마도 '마네키네코'때문일 것이다. 일본에서 고양이는 복을 주는 동물로 생각되고 있다. '마테키네코'는 암컷은 왼손을 들고 있는데, 손님을 불러주는 것이고, 수컷은 오른손을 들고 있는데, 재물을 불러주는 것이라고 해서 일본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캐릭터 상품이기도 하다. 유럽에서의 고양이에 대한 단상으로는 '김영하'작가의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라는 책으로 기억되는데(90% 정도는 맞는 것 같은데, 확실하지가 않다) 작가가 버리고 비우기 위해 떠난 시칠리아에서 길고양이를 보살피던 이야기와 함께 사진이 실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닉네임 '레드캣' 장원선은 숨은 고양이들을 찾기 위한 목적만을 가지고 파리로 떠난 것이다.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들을 친지들에게 맡기고. 이 역시 쉬운 결단은 아니다. 나 역시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지만 국내 여행에는 아무리 멀어도 꼭 데리고 간다. 이 경우에는 숙소잡기가 장난이 아니게 힘들다. 작은 말티즈이고 착해서 숨겨서 들어가도 되기는 하지만 양심이 허락하지를 않아서 처음부터 양해를 구하지만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 갈때는 친지에게 맡기는데, 영리해서 가방을 챙기는 것부터 눈치채고 안절부절 못한다. 고양이를 끔찍하게 좋아하는 저자는 그런 어려움도 멀리한 채 파리로 간다. '고양이들을 찾아서~~
  파리는 고양이들의 천국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는 다르다. 고양이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여기 저기에서 드러난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양이의 영리함을 요물이라고 치부하거나, 불길한 기운을 가진 영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파리에서 만난 고양이 용품점. 사람들보다 더 화려한 용품들. 기본적인 용품에서 악세사리까지 완벽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Shop information'까지 소개해 준다. 파리시내에서는 쉽게,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는 고양이만을 위한 용품점이다.  파리의 센 강변의 고서점 '셰익스피어& 캠퍼니'에는 검은 고양이 '키티'가 있는데, 이 고양이 역시 유명인사 못지 않은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고양이. 파리에 가보았다면 꼭 거치는 장소들인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몽마르뜨언덕' ' 노트르담 대성당' '센' 강변 '미라노다리' '퐁네뜨 다리' '에펠탑' 이 모든 곳에서 고양이들과 만난다. 특히 '루브르'와 '오르세'의 미술품에 그려진 고양이까지 찾아본다. 한 마리, 한 마리 놓치지 않으려고 주의 집중을 하면서.
 
'루브르 박물관'의 그 수많은 예술품들을 보는 것만도 시간이 부족하던 경험에 의한다면 '명화속의 고양이 찾기'란 웬만한 고양이 마니아가 아니라면 생각도 못할 일이다. 그런데, 그것을 했다는 것. 더 놀라운 것은 '명화속의 고양이'들을 모아 놓은 화첩이 있다는 것이다. 파리에는~~ 이처럼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친근한 반려동물이 고양이 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풍속화속에도 고양이들이 많이 선보이는데 이것은 고양이는 한자로 묘(猫)이며 중국 발음은 마오(mao), 70세 노인을 나타내는 모( 耄) 의 발음도 마오이기 때문에 고양이는 70세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의 선인들에게 고양이는 장수를 뜻하는 吉한 동물이었덕 것같다.

  
  
저자는 이밖에도 파리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사랑을 이야기해 준다.
마지막으로 파리를 떠나 독일의 퀼른에 들리는데, 그곳에는 '장원선'이 키우는 고양이인 '노르웨이숲 고양이' 브리더들이 있기때문이다. '노르웨이숲 고양이'는 고양이 종의 명칭이며, 이 종을 전문적으로 사육하고 번식시키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장원선 역시 우리나라 '노르웨이숲 고양이'의 브리더인 것이다. 독일과 한국. 서양과 동양이라는 문화권을 달라도 '노르웨이숲 고양이'를 통해서 그들은 공감을 얻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끝부분에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들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데, 아주 슬픈 이야기는 3개월도 채 못 살고 간 작은 고양이 '엔프'이다. 태어날 때부터 병약했는데, 파리로 떠나기전에 회복되어 안심하고 길을 나섰고, 돌아오니 잘 먹고, 잘 놀아서 안심을 했는데, 파리에서 온 3일후에 외출에서 돌아오니 가장 먼저 나와서 반기고는 곧 그녀의 품안에서 눈을 감았다고 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아파도 참았고,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으며,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서 힘겹게 버틴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이야기가 너무도 수긍이 간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인간과 동물이지만 서로간에 느낄 수 있는 끈끈한 그 무엇인가가 있음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눈빛과 동작에서~~~
'파리' '고양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했던 책인데, 고양이와의 교감을 통해 삶의 많은 부분들이 새롭게 느껴지기도 하는 책이다. 특히, 저자가 일러스트레이터이기에 책속의 볼거리는 너무도 풍부하다. 글, 사진, 그림... 사진과 그림이 혼합된 일러스트 하나 하나가 참신하면서도 아름답다.
고양이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파리의 고양이들을 보니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면서 주린 배를 채우는 길고양이들이 더 불쌍하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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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는 나의 힘 - 심리학, 내 안의 콤플렉스와 만나다
정승아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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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들은 콤플렉스라고 하면 흔히 열등감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열등 콤플렉스는 콤플렉스의 한 종류일뿐이다. 우월 콤플렉스, 열등 콤플렉스, 신데렐라 콤플렉스, 착한아이 콤플렉스, 좋은엄마 콤플렉스 등 콤플렉스의 종류는 수없이 많은 것이다.

난해한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그 '복잡한 마음의 덩어리들', 그것이 바로 콤플렉스이다. (p126)
'복잡한 마음의 덩어리들'인 콤플렉스는 그것이 바로 필연이고 숙명이며, 어쩔 수 없는 삶의 조건들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내 안의 또다른 나'를 콤플렉스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우월 콤플렉스와 열등 콤플렉스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데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열등 콤플렉스에만 신경을 쓰고 그것이 우리의 삶을 괴롭히는 족쇄이거나 또는 굴레처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가정환경에서, 외모에서, 학벌에서, 직장에서의 위치에서.... 또 이것은 더 세분화되어서 외모라면, 키가 작고, 얼굴이 못 생겼고, 목소리가 어떻고..... 이러면서 자신을 괴롭히고, 타인들앞에서 자신감을 상실하고 힘들어 하기도 한다.
내가 오래전에 학교에 근무할 때에 나는 내 목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듣는 사람마다 '허스키'라고 이야기를 하곤 했다. (박경림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를 여러번 듣다 보니 내 목소리에 열등 콤플렉스를 느꼈던 것같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또 그 소리를 듣지 않을까해서..... 그런데, 어느날 학급 학생중의 하나가 감기에 걸려서 목소리가 잠기자 선생님 목소리와 비슷하다면서 좋아하던 것이 생각난다. 바로 동전의 양면처럼 내가 열등 콤플렉스라고 느끼는 것이 타인에게는 우월 콤플렉스처럼 생각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완벽할 정도의 '착한 아이' '좋은 엄마' 들도 때론 콤플렉스를 느끼는 것이다. '착한아이 콤플렉스' '좋은 엄마 콤플렉스'를~~~ 이것이 무슨 콤플렉스가 될까 하겠지만, 이런 경우에도 타인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서 또는 자신의 본 모습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하게 되고 그 자체가 고통이 된다면 그것 역시 콤플렉스가 되는 것이다.
콤플렉스는 부모의 영향, 인간관계에서의 영향, 자신의 마음속에 잠재된 심리적 영향 등을 받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심리학를 전공하고 신경 정신과에서 연구 교수로 재직중이기때문에 그동안의 자신의 임상 경험과 연구 결과, 문헌 등을 바탕으로 많은 사례들과 함께 콤플렉스의 개념에서부터, 사례, 분석, 극복할 수 있는 방법까지를 이야기해준다.
만약에 우리들에게 열등 콤플렉스가 없다면 인생은 너무 무미건조하고 잔잔한 바다와 같은 삶이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게 열등 콤플렉스가 있기에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인생의 목표도 생기고, 삶의 의미가 주어지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콤플렉스는 내 삶의 또다른 에너지이고 이런 콤플렉스를 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친구가 되라고..... 그리고 열등 콤플렉스를 감추려고 하면 그만큼 마음의 부담과 고통이 뒤따르게 되니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인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커다랗게 부풀려서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고는 울적해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콤플렉스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헤어나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콤플렉스는 내 삶의 힘이다. (p229)
콤플렉스는 또다른 나이며, 내 삶의 또다른 에너지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간혹, 연예인들이 TV에 나와서 자신의 얼굴중에 어느 부분에 콤플렉스를 느낀다든지, 또는 깡마른 연예인이 살이 쪄서 다이어트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 얄미운 생각이 들지 않았는가. 바로 그것이 우월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것일지도 모른다. 또다른 자신의 결점을 숨기기 위한, 아니면, 자신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이런 이야기에 우울해 하지 마시라. 콤플렉스를 당신의 친구로 삼았다면 이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당신의 모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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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공부법 - 공부의 대가, 정약용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나만의 북멘토 1
김문태 지음, 김정진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다산 정약용. 조선의 문예부흥기라고 할 수 있는 정조시대의 대표적인 실학자이며,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등을 비롯하여 약 500여권의 책을 썼으며, 수원 화성 설계자로서 화성축조를 위하여 문헌 등을 참고하여 '거중기'라는 기구를 만들었다. 이처럼 다산은 實事求是를 실천한 선비이며,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약용은 귀양살이 18년동안 책을 읽느라고 복숭아빼근처의 살이 3번이나 녹아 내릴 정도였으며, 글씨를 너무 써서 벼루가 여러개 구멍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이렇듯 정약용이 공부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 정약용을 등장시켜서 어린이들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다면 상당히 유익한 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유익하지만 재미가 없다면 어린이들은 이 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어린이들의 생각을 알기에 어린이들처럼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는 '꼴찌대장'과 옛이야기속의 단골손님인 '도깨비'를 등장시켜서 도깨비 방망이를 타고 정약용이 살았던 1818년 8월 여름의 글방으로 '슈우우웅~~~' 날아간다.


이렇게 '도깨비' '타임머신'만으로도 멋지고 재미있는 이야기 소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꼴찌대장'과 '도깨비'는 타임머신속의 정약용과 그의 학생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 .... 이들이 이곳에 머무르는 시간은 6일(월~토). 현대의 시간은 잠자는 6시간이 그 곳의 6일.
목차는 (月~土)요일에 따라 공부법을 가르쳐 준다.
요일마다 공부법 소개- 정약용이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글 소개 - 생활속에서 공부법 터득 - 요점정리 의 순으로 아주 재미있게 구성되어있다.
  정약용의 공부법은 학생들에게 무조건 천자문을 외우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왜? 그런 공부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고, 배우는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오늘날의 부모님들도 자녀들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 주고 있는지 한 번쯤 되돌아 보는 것은 어떨까? 막무가내로 '공부해라 ! 공부해라 !' 다그치기만 하지 어린이들이 어떻게 하면 공부에 흥미를 가지고 할 수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었느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공부'란 어떤 목표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이것 역시 어린이들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부모의 목표와 기대치가 자녀들의 목표와 기대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자녀가 스스로 목표를 정했다면, 공부의 필요성과 함께 공부법을 가르쳐 주는 것은 어떨까.... 정약용이 생활속에서 학생들 스스로 공부법을 발견하고 느끼고 실천하려는 마음을 갖게 했던 것처럼...
 
  정약용은 우리의 부모님들처럼 막무가내로 공부법을 가르쳐 주지를 않는다. 생활속에서 느끼게 해 주었다. 낚시를 하면서, 나무를 키우면서, 구슬치기를 하면서, 깨진 사기그릇을 보면서, 어린이들이 스스로 독창적인 생각을 하게 하고 깨닫게 하였던 것이다. 이 책의 내용대로라면 어린이들이 목표를 정한 후에 5가지의 공부법을 가르쳐 준다. 슬쩍 목차만 보아도 그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어린이들의 공부법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방법을 토대로 자신의 공부 방법을 터득하고 자신의 공부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진정한 보물은 자기가 직접 보고 배우고 느끼면서 땀 흘려 얻는 것야. 남이 거져 주는 건 내 것이 될 수 없고, 오래 가지도 않아. (p194)
 
아주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내용들이 만화와 같은 그림들과 함께 실려 있어서 어린이들이 읽기 좋게 되어 있다. 어린이들뿐만이 아니라, 부모님들도 함께 읽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들은 자녀들에게 '공부, 공부, 공부해라' 항상 시도 때도 없이 이야기하지만, 진정으로 자녀들과 함께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이 공부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 생각해 볼 적은 있는가?  자녀들이 재미없고 지루하게만 느끼는 공부의 원리를 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터득시켜 줄 수 있다면 정약용의 공부법에 못지 않는 공부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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