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들 플라워
김선우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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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인이 쓴 두번 째 장편소설. '촛불집회'를 배경으로 한 첫번 째 소설. 촛불광장에 꽃처럼 피어나는 불꽃들. 촛불 하나 하나는 화려하지도 않고 그리 밝지도 않지만, 이들이 수백, 수천, 수만, 수십만,수백만 개가 모이면 화려한 꽃처럼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고, 위선에 가려졌던 거짓들이 밝혀지고, 나뿐만 아니라 내곁의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세상 사람들에게 무언의 이야기로 우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줄 수 있는 소박하지만 힘있는 빛이 되는 것이다.
   

'김선우'는 1996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서 '대관련 옛길'등의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등단한다. 그동안, 시집과 산문집, 어른을 위한 동화 등을 펴내기도 했고, 첫번째 소설인 '나는 춤이다'에서는 무용가 '최승희'의 삶을 써서 독자들의 신선을 받기도 했는데, '캔들 플라워'역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촛불집회'를 소재로 삼아서 신선한 느낌과 함께 작가의 소설적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의 내용도 평범한 이야기일듯하면서도 '촛불 집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보다는 새로운 소재와 독특한 캐릭터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이야기의 촛점이 되는 '지오'가 그런 인물중의 하나이다. 15살 캐나다 소녀이지만 그의 핏속에는 엄연히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캐나다의 오지마을인 레인보우 달계곡에서 학교 교육을 받지 않고 가정교육만을 받은 아이. 7살이전의 기억을 송두리채 잃어버렸지만 희미하게 꿈속에서 알게 된 자신의 분신. 꿈속의 그애, Vayu.  운명을 같이하고자 함께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 엄마의 오래된 콘솔서랍에 고이 간직된 사진과 똑같은 아이.  홀로 떠나는 성장 여행. 소녀는 운명처럼 한국을 여행지로 정한다. 여행지이자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에서 만난 '촛불광장'. 그 광장에 꽃피워진 '캔들 플라워' 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2008년 5월 17일 한국 도착에서부터 6월 21일 레인보우 달계곡으로 출국할 때까지 소녀의 눈에 비치는 '촛불집회'의 모습이 지오의 입을 통해서 진실되게 표현되는 것이다.
  지오가 한국에서 만난 10대~20대의 학생 그리고 사회인들이 참여하는 '촛불집회'의 모습도....  그리고 '숙자씨'라는 할머니의 이야기도 그려진다.
지오가 만난 10대들은 '시험지옥'과 '미친교육'에 시달리면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상처받은 아픔을 가진 학생들이었지만, 지오와의 만남과 '촛불집회'를 통해 치유받고 있는 것이다. 20대 사회인인 희영이도, 연우도 모두 아픔을 간직한채 살아가지만 그들 역시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존재들이 되는 것이다.
누렁소를 가지고 광화문 네거리에 나타났던 할머니. 숙자씨의 죽음을 둘러싼 정부의 대응책과 보수언론의 기자의 언론플레이. 그동안 독재정권에서 행했던 모습을 민주화가 이루어진 대한민국의 세종로 한복판에서 버젓이 재현되는 모습.
촛불, 손팻말, 종이학, 비폭력 집회에 맞서는 닭장차, 물대포, 언론 통제용 조명등. 사진도, 동영상도 찍어봐야 온통 백색으로 밖에 나오지 않는 강렬한 조명등이 있다니.... 국민의 작은 소리도 아닌 큰 소리를 들은 척도 하지 않는, 아니 들리지 조차 않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그래도 '촛불 집회'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떠돌아다니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언론통제 조명등. 나로써는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5만 명이 15만 명이 되고, 결국에는

세종로 네거리를 흘러 넘친 인파는 서울 시청 광장과 남대문까지 이어지고, 수십만 개의 촛불이 서울 도심을 밝혔다. 서울 60만 (...) 전국 70여 개 도시에서 백만의 촛불이 한반도를 수놓았다. (p317)
이 소설의 또다른 이야기는 숙자씨 할머니의 개 보리의 눈에 비친 인간들의 모습이다. 인간이 본 인간의 모습보다 더 날카롭고 예리한 눈으로 바라본 인간들의 모습.
지오는 7년전의 사고로 이전의 기억은 잃었지만, 각나라의 언어를 습득하는 능력은 특출하며, 레인보우 달계곡에서 자라면서 동식물과의 대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보리도 지오와의 마음의 대화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캔들 플라워'는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대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사회적 소설의 의미도 있겠지만, 촛불집회'라는 매개체로 어떤 이유에서든간에 마음의 상처를 간직한 젊은이들의 치유과정이 그려지는 성장소설의 의미도 같이 가지고 있다.
운명은 질문하는 자를 사랑한단다. 힘들 땐 레인보우를 생각하렴. (p88)

누군가 아프면 함께 아파지는 사람이 있는 존재들이니까. 사람을 함부로 미워하면 안된다는 새삼 깨달은 순간이었어. (213)

또한 시인이 쓴 소설이기에 소설의 문체가 시어같은 감각적이 문장들이 엿보인다.
은빛 솜털날개를 단 꽃씨가 드넓은 수평 속에 스미듯이, 목적을 미리 정하지 않은, 속도감을 버린 꽃씨의 유영처럼. (p14)

푸르스름한 새벽이 멍든 얼굴로 찾아 왔다. (p232)
" Aamor Fati "(아모르 파티: 니체의 운명관) : 운명에 대한 사랑.

지오가 인천공항 출국장을 나서면서 속삭였던 말. '아모르 파티'
한 달여간의 한국에서 만난 운명,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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