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 - 박상우 산문집
박상우 지음 / 시작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 나를 찾기 위해, 혼자서 떠나는 여행.

 

  비가 내린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와 함께 내 마음이 가는 곳을 생각해 본다. 삶의 무게가 어깨와 머리를 짓누를 때, 사람들과의 관계에 지쳐 쉬고 싶을 때, 마음이 편안해 지는 안식처를 찾고 싶을 때,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여행을 찾는 경향이 강했다. 무엇을 위해 떠나는 것일까? 생각하기 전에, 지금이 너무 싫어 무작정 도피한다고 할까. 결국 시간이라는 무기와 자연이라는 편안함이 내 마음을 달래주곤 했다. 하지만 그건 나를 찾기 보다는 현상을 피해가는 작은 도피처일 뿐이였다.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는 제목이 좋았다. 왠지 자기만의 아지트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가 가려 뽑은 10개의 공간에는 작가의 깊은 사연이 담겨있다. 박상우라는 작가를 이전까지는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의 작품과 자유에 대한 생각, '나'란 존재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어 좋았다. 1999년 이상 문학상 수상 이후 10년간의 칩거와 여행 생활동안의 흔적이 담긴 그의 작품은, 이제 이 작품을 계기로, 새로운 작가 활동의 시작을 암시하며서 끝이 난다. 더 높이 날기 위한 휴식이라고 할까, 자기만의 깊은 사색이 담겨있는 그의 모습에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 역사와 자연, 사연이 살아있는 저자의 아지트.


  양양 조산리 앞바다에서는 의상법사의 법성계를,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에서는 남이장군과 세조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삿갓 계곡에서는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린 김병연을, 청령포에는 단종의 슬픈 역사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역사와 자연의 풍경, 그리고 저자의 이야기가 잘 어우러진 책이다. 중간 중간 담겨있는 빼어난 사진들은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하게 글과 잘 어우러진다.

  '말무리 반도'와 동일 제목의 책을 지었던 작가의 사연과 말무리 반도의 가게집 처자와의 사연도 인상적이었다. 하나의 작품에는 보이지 않는 뒷 이야기들이 많은가 보다. 그 뒷 이야기는 작품과 맞물려 더욱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말무리 반도>의 또다른 남자 주인공인 저자의 오랜 친구를 보내기 위해 떠났던 대관령으로의 여행과 여행의 끝에 그의 죽음을 인정하고, 종료를 통한 새로운 시작이라는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 역시, 대리체험이라고 할까, 저자의 경험을 통해 또 하나의 경험을 하는 느낌이었다.

# 모든 관계의 출발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 먹고, 광산촌으로 교사를 자원에서 생활했던 시간들, 글은 안 써지고, 고뇌와 시련을 겪었던 그의 시간들이 더욱 작가를 깊이있는 작가로 만든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면을 쓰는 것처럼 연극배우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인생을 깨닫게 해준 용유도, 원유 유출로 생채기를 입었기에 마음으로 품어주어야 하는 태안반도, 호연지기를 느낄 수 있는 청령포, 작가의 인생의 분기점이 된 말무리반도 등 잘 알지 못했던 작가의 아지트를 이 두 발로 꾹꾹 다니면서, 저자의 기분과 나의 체험을 비교해 보고 싶은 충동이 생겨났다. 나만의 아지트인 장소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중요한 건 여행이 아닌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라는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 모든 관계의 시작은 나로부터 시작 되기에, 자신을 잘 아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나만의 숨결, 나만의 사연, 나만의 에피소드가 있는 곳이 존재할수록, 힘겨워 보이는 세상이 무게가 삶을 압박할 때, 잠시 내려놓을 수 있다 믿는다. 혼자서 당당히 떠나는 여행! 내 의지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돈과 시간이 주어졌을 때, 삶이 힘겨울 때 저자가 귓속에 들려준 그의 아지트로 떠나 보아야 겠다. 그리고 나만의 아지트를 늘려 나가야 겠다.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기 위한 나만의 공간의 필요함을 알려준 책이다.

   빗소리를 들으며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니 어둠과 함께 비가 그쳤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어둠 속 풍경과 함께, 나와 관계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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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샤라쿠
김재희 지음 / 레드박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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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신윤복, 일본에 가다!

 
  단원 김혼도가 일본에 첩자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지도와 적국의 정보를 담아내는데는 화가만큼 좋은 대상도 없다 생각한다. 정조가 즉위하고 수원의 화성을 짓고 병력과 군권을 강화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신윤복이 일본의 유명한 초상화가 도슈샤이 사라쿠로 활동했다는 가설을 가지고 한 편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일왕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시대, 일왕과 막부들이 연합해서 조선과 교감을 얻으려 했던 교서의 행방을 찾기 위해 신윤복은 단원 김홍도에 의해 양성되어 일본으로 가게 된다. 풍속화 출판업자인 쓰타야 주자부로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하시모투 가문의 매화그림을 1년간 그리면서, 교서의 행방을 찾는다. 처음 만났을 때 부터 반해버린 수습 오이란 사유리와의 만남을 통해,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도 나오게 된다. 미륵불 살인사건과 여러가지 사건들이 맞물리면서, 조선에 돌아오게 되고 정조의 시해 후 혼을 담아 그린 미인도 한 장으로 그녀와의 추억을 되살려 되는 이야기가 1편의 책 속에 오롯이 담겨있다.


#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소설.


   저자의 전작인 <훈민정음 살인사건>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구성이 탄탄한 소설이었다. 퍼즐을 짜맞추는 듯한 반전이 독특했다. 마음을 비우고 가볍게 가볍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가다 보면, 도슈샤이 사라쿠의 10개월 간의 삶을 엿보게 된다. 사랑과 같이 동행한 영재와 기쿠와의 에피소드는 극의 구성과 흥미를 강화하기 위한 저자의 의도라 생각한다. 각 인물들이 개성있게 잘 맞물려, 재미있는 한 편의 소설이 만들어졌다.

  조선에서 일본 정벌을 위한 계획을 세웠다!, 고흐와 서양의 화가에 까지 영감을 준 도슈샤이 사라쿠는 한국의 화가이다! 등의 독특한 가설보다 사무라이이지만, 꽃 가꾸는 것을 좋아하고 생명을 소중히 하는 우도와 신윤복, 본명은 신가권과의 만남이 내 마음을 끌었다.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계급에 맞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의 슬픔이라 할까. 현대 역시 직업의 완전 자유는 아니지만, 자신의 선택에 따라 좀 더 많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사하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명분과 대의를 중요시하였던 조선시대의 모습과 의리와 충성을 중요시 여기던 사회의 모습, 그리고 전쟁이 일어났을 때 가난한 서민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들도 담아내려했던 점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 

 

# 잊혀졌던 인물, 신윤복을 다시 생각해 보다.

 
  신윤복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시기와 잘 맞물렸다 할까. 하반기에 신윤복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개봉된다고 하던데, 시기의 흐름에 잘 맞춰 나온 작품이라 생각한다. 전체의 구성을 조선시대 전통적으로 사용했던 오방색을 사용한 점도 흥미로웠고, 중간 중간 삽입된 김홍도와 신윤복, 도슈샤이 샤라쿠의 그림도 인상적이었다. 전통적인 풍속화와 달리, 인물들의 선을 강조했던 사라쿠의 그림과 가부키 연극의 에피소드들이 잘 맞물려 지루하지 않게 소설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영화로 만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다. 눈에 보일듯한 장면과 장면들의 모습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더욱 생동감이 넘칠 것 같았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처럼, 민족주의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라 할까. 잊혀졌던 인물, 신윤복의 그림을 볼 수 있어 좋았고, 이제 과거의 ... 했었더라면 하는 느낌은 살짝 놓고 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불렸던 정조시대처럼, 문화의 힘이 강한 시대가 21세기가 되기를, 뛰어난 예술가들이 돈에 매이지 않고 자신의 뜻을 피울 수 있는 시대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미술관에 간지 오래되었다. 주말에 한 번 우리의 옛 미술도 눈여겨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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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 존 레논에 대한 헌정소설


  오쿠다 히데오는 40살에 데뷔한 늦깎이 작가다. 존 레논이 사망한 나이 40살에 데뷔한 그는 존 제논의 사망사실을 들었을 때, 일어난 일을 소설 <스무살 도쿄>에 등장하기도 하였다. 5살때 해양선원인 아버지와 재혼을 수없이 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갈등해야 했던 어린 아이, 비틀즈 시절의 매니저와의 갈등,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 등, 오노 요코와 결혼 하기 전 작품과 1964년에서 1967년 아이를 키우는 육아 아빠가 된 후의 그의 작품의 방향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많은 전기에서 그를 선하게 또는 악하게 묘사되었지만 1964년 부터 1967년 사이에 그의 행적에 관해서는 평온한 생활을 했다는 말 이외에는 알려진 게 없다고 한다.

  작가에 대한 사랑으로, 그의 알려지지 않는 4년간의 생활이 어떻게 그의 음악을 바꾸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비틀즈의 음악으로 그를 기억하지만, 사실 그를 잘 알지 못한다. 이제는 익숙하지 않는 라디오스타라고 할까. 힘겨운 슬픔과 삶의 고뇌를 아이와 아내의 힘으로 극복해가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이, 톱스타 존이 변비에 걸렸다는 설정과 함께 재미있게 다가온다. 웃음과 함께 그에 대해 알 수 있게 해 주는 이 작품은 존 레논에 대한 독특한 헌정소설이라 생각한다.

#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변하는 음악세계.

 
  가루이지와에서 휴가를 보내던 톱스타 존은 어머니와 목소리가 닮은 존이라는 아들을 둔 여성을 만나면서 복부에 강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에 간 그는 의사에게 어떻게든 이 복통을 잠재워 달라 이야기하고, 의사는 항생물질 주사로 대장 활동을 멈추게 해 보겠냐는 제안에 동의한다. 오랜 시간 정맥주사를 맞았지만 증세는 나아지지 않고, 이제 밥을 먹어도 변을 시원하게 볼 수 없게 된다. 치료를 위해 변비약과 관장 등 다양한 치료를 해 보지만 나아지지 않고, 그와 함께 그가 오랜 세월 스트레스 받았던 마음속의 상처를 하나씩 해결해 가게 된다. 변비 치료와 마음에 대한 치료가 번갈아 가며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작품세계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선원과의 다툼, 어머니와의 갈등, 유년시절의 악동, 매니저와의 갈등 등 여러가지 그가 저질렀던 행동과 상처를 극복해 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잘못을 저질렀지만, 늘 참회하고 고치려 노력했다고 생각하는 작가의 의도가 들어가있음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겪기 힘든 마음의 상처는 타인과의 관계를 힘들게 만들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원인에 들어가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중그네, 인더풀의 괴팍한 이라부 의사의 초기 모델인 심료 내과의사의 모습도 재미있었다. 이라부 의사처럼 엉뚱한 행동을 하지 않지만, 기존의 의사와 다른 처방과 방식을 주장하는 그의 의학적 견해는 오봉이라는 휴식 기간에 일어난 헤프닝과 잘 맞아 떨어져, 이제까지 알려진 심리학 지식과 잘 겹합되어 그럴듯하게 소설을 만든다. 잘 만들어진 소설이라고 할까. 작품을 읽는 내내 잘 짜여진 구성을 느낄 수 있었다.


 # 기대를 비우고, 편하게 읽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

   오쿠다 히데오의 첫 작품이기 때문일까. <공중그네>, <인더 풀>, <면장선거> 등의 유쾌한 이야기에 비해 미치지 못하지만, 소설적 구성에 기초한 짜임새와 이후 작품의 초기 모델을 엿볼 수 있어 좋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 중 제일 먼저 읽으면 좋을 책이라고 할까.

   이전 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기대를 빼고 읽어야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생각한다. 작가의 대한 애정을 소설로 담아낸 작가의 열정이 놀랍고 대단하다 생각한다. 오쿠다 히데오는 재미와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재미보다는 작가가 좋아하는 팝스타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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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너를 선택했는가 - 낭만적 사랑에 빠진 남녀의 뒤로 숨긴 속마음을 분석한, 우리가 미쳐 몰랐던 짝짓기의 심리학
볼프강 한텔-크비트만 지음, 장혜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Brian Hyland의 'Sealed with a Kiss'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가사를 들으며 사랑을 생각한다. 따스한 온기로 감싸오는 목소리 톤과 시적인 멜로디를 생각하며 연인에게 바라는 건 따스한 이해와 나를 사랑해주는 마음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어차피 인생이란 머나먼 길을 걸어야 한다면, 혼자 걷는 것보다 함께 걷는 것이 더욱 좋다 생각한다. 상대를 내가 걷는데 도움을 주는 도우미라 생각하고, 난 늘 이해받아야 하고, 내 맘을 다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성으로는 그렇지 말아야 하면서도, 늘 현실에서는 부딪치고, 속상해하며 살아가는 게 연인의 현주소라 생각한다.

  세상의 많은 커플들과 연애와 사랑의 관계에 관한 지식들을 통해, 책의 저자는 독자에게 바른 짝을 찾는 비법이 책에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연애에 관해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진화 생물학으로 본 연인 선택의 법칙, 과거의 사랑이 현재의 사랑을 부른다, 새로운 사람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 등 흥미로운 목차에서 책을 읽고 나면, 더 좋은 연인을 선택하고, 연인이 되는 비법을 알게 될 거란 생각도 들었다. 연애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들, 나는 왜 너를 선택하는가!!!!!


# 연애에 관한 상식과 실제 사례들과 정신치료의 만남.

   연애에 관한 상식의 파괴로 책은 시작된다. 결혼한 커플 90퍼센트는 30Km 이내에서 자신들의 짝을 찾고, 중매결혼이 대부분인 인도의 경우, 5년 이내의 부부에서는 연애결혼한 커플의 만족도가 높았고, 5년 이후의 커플에서는 중매결혼 커플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이야기한다. 공작의 꼬리깃은 자기 유전자 존속을 위한 구애의 도구이며, 보노보의 구애 행위, 언어를 통한 인간의 파트너 선택의 과정과 함께, 뇌의 크기가 커지면서 여성은 일정기간 자신의 생존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남성을 찾게 되고, 장기적 파트너를 선택한다는 사실들은 미처 모르고 있던 사실들을 알려주게 되어 흥미로웠다.

   책의 가장 인상깊은 점은 주장과 함께 실제 커플들의 사례로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점이다. 마음의 고통을 치유해 줄 짝을 찾는 경우와 부모의 그늘에서 독립하고 싶은 심리, 상처를 주는 사람을 선택하는 이유 등의 장에서 실제 그런 고통을 겪는 커플의 사례를 들고, 그들을 치료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 내면의 상처와 해결과정을 보여준다. 마음속 트라우마가 매개가 되어 그들의 가치관에 영향을 끼치고, 부모의 그늘이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저자의 주장은 인상적이었다.

    실제 사례를 통해 더 생생하게 커플의 선택에서 당사자의 인격이나 자질의 문제보다 '나' 자신이 이상적인 파트너를 생각하고, 성장과정의 환경과 부모와의 관계, 살아왔던 방식에 영향을 많이 끼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적절한 영화와 소설 속의 등장인물의 분석을 통해, 이야기에 더욱 흥미를 갖게 만드는 방식 또한 책에 몰입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었다.

 
# 결국 좋은 짝을 찾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한다!
 

  거울 신경을 통해, 타인의 입장에서 마음을 공감하고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은 시선의 교환을 통해 내적 모방과정을 거쳐 서로의 행동을 내면에서 따라하고 마음을 살피게 된다. 표정에서 생각을 읽어내는 감성적 전염상태에 도달하게 되면, 사랑의 감정에 어느 정도 친숙해 지게 된다. 친숙한 감정이라 생각하는 느낌은 이전에 경험했던 감정에서 전이되게 되고, 저자는 선망하는 부모와의 관계에 투사해서 관계를 맺는다고 주장한다. 관계가 좋은 아버지와 비슷한 분위기의 남자를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를 이상적인 파트너로 생각한다고 할까. 그런 감정의 유대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아버지의 부정적인 면은 미리 제거하려고 노력하거나 비난하기에 감정의 악화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부모와의 관계의 연장에서 커플과의 관계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점이 이 책의 장점이자 한계라 생각한다.

   커플간의 대화와 정서적 접촉의 중요성과 함께, 저자는 나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한다 주장한다. 마지막 장에 소개된 자신을 찾는 방법은 자신에 알 수 있는 다양한 질문들이 제시되어 있다. 어떤 사람이 이상적인 사람인가에 대해 논하지 않고, 먼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좋은 커플은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간의 부단한 노력과 끊임없는 충돌의 과정속에서 완성된다 생각한다. 끊임없는 의견조율과 서로의 이해과정으로 만들어진 오랜 세월 한 길을 걸어온 장인의 손길에서 나온 공예품이라 할까.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의 공동의 작품이기에,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자신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점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좋은 이상형을 만나기 위해서는 좋은 짝을 찾기 보다 내가 멋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부정적 자아상으로 자신을 못났다고 여기거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 서툰 이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고 믿는다.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않는 사람도 존재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자신을 믿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생각한다. 자만과 자책 사이에게 균형을 잘 잡는 일, 현대인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라 생각한다.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은 책이 안겨준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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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캐서린 케첨 지음, 정준형 옮김 / 도솔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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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각난 플라스틱처럼 고정되어 있지 않은 기억!

 
   심리학 수업을 듣고 있다. 심리학 실험에 관한 많은 이야기중에 기억은 만들어 질 수 있을까에 관한 이야기로 교수님과 토론을 한 적이 있다. 실제 목격했던 정보라도, 시간이 지나고 누군가가 어떤 점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심하게 달라지기도 한다는 점을 보고, 인간의 기억은 삶처럼 꿈뜰거리며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는 아동 성추행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통해 기억의 신빙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성추행은 민감한 소재이다. 특히 아동 성추행은 사실의 여부와 관계없이 소문만으로도 한 인간의 삶을 고통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성추행 또는 성폭행을 받았던 기억으로 심리치료를 받던 피해자가 치료 도중 떠올린 기억 속에서 부모와 가까운 가족들을 성추행범으로 지적한다. <치유할 용기>라는 책과 집단 상담을 이야기하는 도중, 심리치료사의 주입된 정보에 따라 피해자의 기억이 재구성될 수 있는 위험을 밝혀내는 저자의 조사과정은 많은 세상의 편견을 이겨내고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 억압된 기억일까? 조작된 기억일까?

 

  성추행과 같은 민감한 사안이 아니더라도, 진술에 대한 신빙성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근친간의 성추행은 폐쇄성 때문에 더욱 더 큰 사회적 파장이 크다. 여성의 권리의 향상과 이념의 문제로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기억의 문제 일 뿐이라며 계속 조사의 범위를 멈추지 않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실제 미국 내에서는 이렇게 자식에게 성추행 또는 소송을 당한 부모들의 모임이 크게 있을 정도로 적지 않은 사례가 있다 한다.

 

  억압된 기억인가? 조작된 기억인가에 관한 논쟁들과 함께, 기억의 과정에 대한 꾸준한 도전의 기록이 소개되어 있다. 실제 소송을 당한 사람들의 사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원망하지 않는 부모들의 사례는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하지만 이것을 심리치료사의 잘못이나 어느 한 쪽이 문제라고 매도하는 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은 아니라 생각한다. 목격자 또는 피해자의 증언의 중요성은 인정되지만, 기억이라는 것이 때론 외부의 자극에 의해서 조작될 가능성이 있기에 조심해서 그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살다보면 때론 믿고 싶지 않은 진실과 대면해야 하는 때가 생겨난다. 도덕적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하더라도, 기억이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또다른 선의의 피의자를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믿는다. 미국의 재판에서는 실제 전문가의 의견이 중요하게 사건을 반영한다고 한다. 한국 역시, 전문가의 의견이 사건의 진실을 가리는 데 작지만 큰 역할을 한다 생각한다. 서로를 고통으로 빠지게 할 수 있는 사건일 수록, 더욱 더 진실을 정확하게 밝혀내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 기억의 외부 자극은 때론 왜곡된 정보를 만들어 모두에게 큰 상처만 남길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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