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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 존 레논에 대한 헌정소설
오쿠다 히데오는 40살에 데뷔한 늦깎이 작가다. 존 레논이 사망한 나이 40살에 데뷔한 그는 존 제논의 사망사실을 들었을 때, 일어난 일을 소설 <스무살 도쿄>에 등장하기도 하였다. 5살때 해양선원인 아버지와 재혼을 수없이 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갈등해야 했던 어린 아이, 비틀즈 시절의 매니저와의 갈등,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 등, 오노 요코와 결혼 하기 전 작품과 1964년에서 1967년 아이를 키우는 육아 아빠가 된 후의 그의 작품의 방향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많은 전기에서 그를 선하게 또는 악하게 묘사되었지만 1964년 부터 1967년 사이에 그의 행적에 관해서는 평온한 생활을 했다는 말 이외에는 알려진 게 없다고 한다.
작가에 대한 사랑으로, 그의 알려지지 않는 4년간의 생활이 어떻게 그의 음악을 바꾸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비틀즈의 음악으로 그를 기억하지만, 사실 그를 잘 알지 못한다. 이제는 익숙하지 않는 라디오스타라고 할까. 힘겨운 슬픔과 삶의 고뇌를 아이와 아내의 힘으로 극복해가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이, 톱스타 존이 변비에 걸렸다는 설정과 함께 재미있게 다가온다. 웃음과 함께 그에 대해 알 수 있게 해 주는 이 작품은 존 레논에 대한 독특한 헌정소설이라 생각한다.
#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변하는 음악세계.
가루이지와에서 휴가를 보내던 톱스타 존은 어머니와 목소리가 닮은 존이라는 아들을 둔 여성을 만나면서 복부에 강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에 간 그는 의사에게 어떻게든 이 복통을 잠재워 달라 이야기하고, 의사는 항생물질 주사로 대장 활동을 멈추게 해 보겠냐는 제안에 동의한다. 오랜 시간 정맥주사를 맞았지만 증세는 나아지지 않고, 이제 밥을 먹어도 변을 시원하게 볼 수 없게 된다. 치료를 위해 변비약과 관장 등 다양한 치료를 해 보지만 나아지지 않고, 그와 함께 그가 오랜 세월 스트레스 받았던 마음속의 상처를 하나씩 해결해 가게 된다. 변비 치료와 마음에 대한 치료가 번갈아 가며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작품세계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선원과의 다툼, 어머니와의 갈등, 유년시절의 악동, 매니저와의 갈등 등 여러가지 그가 저질렀던 행동과 상처를 극복해 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잘못을 저질렀지만, 늘 참회하고 고치려 노력했다고 생각하는 작가의 의도가 들어가있음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겪기 힘든 마음의 상처는 타인과의 관계를 힘들게 만들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원인에 들어가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중그네, 인더풀의 괴팍한 이라부 의사의 초기 모델인 심료 내과의사의 모습도 재미있었다. 이라부 의사처럼 엉뚱한 행동을 하지 않지만, 기존의 의사와 다른 처방과 방식을 주장하는 그의 의학적 견해는 오봉이라는 휴식 기간에 일어난 헤프닝과 잘 맞아 떨어져, 이제까지 알려진 심리학 지식과 잘 겹합되어 그럴듯하게 소설을 만든다. 잘 만들어진 소설이라고 할까. 작품을 읽는 내내 잘 짜여진 구성을 느낄 수 있었다.
# 기대를 비우고, 편하게 읽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
오쿠다 히데오의 첫 작품이기 때문일까. <공중그네>, <인더 풀>, <면장선거> 등의 유쾌한 이야기에 비해 미치지 못하지만, 소설적 구성에 기초한 짜임새와 이후 작품의 초기 모델을 엿볼 수 있어 좋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 중 제일 먼저 읽으면 좋을 책이라고 할까.
이전 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기대를 빼고 읽어야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생각한다. 작가의 대한 애정을 소설로 담아낸 작가의 열정이 놀랍고 대단하다 생각한다. 오쿠다 히데오는 재미와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재미보다는 작가가 좋아하는 팝스타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