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캐서린 케첨 지음, 정준형 옮김 / 도솔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 조각난 플라스틱처럼 고정되어 있지 않은 기억!
심리학 수업을 듣고 있다. 심리학 실험에 관한 많은 이야기중에 기억은 만들어 질 수 있을까에 관한 이야기로 교수님과 토론을 한 적이 있다. 실제 목격했던 정보라도, 시간이 지나고 누군가가 어떤 점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심하게 달라지기도 한다는 점을 보고, 인간의 기억은 삶처럼 꿈뜰거리며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는 아동 성추행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통해 기억의 신빙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성추행은 민감한 소재이다. 특히 아동 성추행은 사실의 여부와 관계없이 소문만으로도 한 인간의 삶을 고통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성추행 또는 성폭행을 받았던 기억으로 심리치료를 받던 피해자가 치료 도중 떠올린 기억 속에서 부모와 가까운 가족들을 성추행범으로 지적한다. <치유할 용기>라는 책과 집단 상담을 이야기하는 도중, 심리치료사의 주입된 정보에 따라 피해자의 기억이 재구성될 수 있는 위험을 밝혀내는 저자의 조사과정은 많은 세상의 편견을 이겨내고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 억압된 기억일까? 조작된 기억일까?
성추행과 같은 민감한 사안이 아니더라도, 진술에 대한 신빙성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근친간의 성추행은 폐쇄성 때문에 더욱 더 큰 사회적 파장이 크다. 여성의 권리의 향상과 이념의 문제로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기억의 문제 일 뿐이라며 계속 조사의 범위를 멈추지 않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실제 미국 내에서는 이렇게 자식에게 성추행 또는 소송을 당한 부모들의 모임이 크게 있을 정도로 적지 않은 사례가 있다 한다.
억압된 기억인가? 조작된 기억인가에 관한 논쟁들과 함께, 기억의 과정에 대한 꾸준한 도전의 기록이 소개되어 있다. 실제 소송을 당한 사람들의 사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원망하지 않는 부모들의 사례는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하지만 이것을 심리치료사의 잘못이나 어느 한 쪽이 문제라고 매도하는 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은 아니라 생각한다. 목격자 또는 피해자의 증언의 중요성은 인정되지만, 기억이라는 것이 때론 외부의 자극에 의해서 조작될 가능성이 있기에 조심해서 그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살다보면 때론 믿고 싶지 않은 진실과 대면해야 하는 때가 생겨난다. 도덕적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하더라도, 기억이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또다른 선의의 피의자를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믿는다. 미국의 재판에서는 실제 전문가의 의견이 중요하게 사건을 반영한다고 한다. 한국 역시, 전문가의 의견이 사건의 진실을 가리는 데 작지만 큰 역할을 한다 생각한다. 서로를 고통으로 빠지게 할 수 있는 사건일 수록, 더욱 더 진실을 정확하게 밝혀내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 기억의 외부 자극은 때론 왜곡된 정보를 만들어 모두에게 큰 상처만 남길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