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 발상에서 좋은 문장까지
이승우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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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열심히 소설을 읽는 그날부터...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누구나 남에게 말하지 못하는 자기만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생각한다. 그 이야기를 글로 빌어, 독자가 공감할 수 있게 풀어내는 일을 하는 이가 소설가일 것이다. 너무나 리얼해서, 실제 벌어진 사건과 같은 개연성과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의 글을 쓰는 작가를 보면 왠지 대단한 힘을 가진, 슈퍼맨들 보는 듯 보통 사람과 달리 보인다. 선택받은 우수한 품종의 종자가 물과 햇빛을 받아 열매를 여는 나무가 된다고 할까. 좋은 재능을 가진 작가가 소설가가 된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말이다. 저자는 소설을 많이 읽은 자가 좋은 소설을 쓸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회고록과 자서전처럼 자신의 경험을 적은 글과 소설에는 차이가 있다면서 말이다. 15강으로 이뤄진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고민하는 것들을 저자와 함께 살펴보다보면, 이제껏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편견이었음을 알게된다. 소설 한 편을 읽고 있는 그 날부터, 난 이미 소설을 쓰는 준비를 절반은 마쳤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 그 소설가가 소설을 만드는 과정을 따라가보다.
 
 
  평화로운 마을, 아늑한 집안, 방 한켠은 서재로 둘러싸여 있다. 책상에 앉은 작가는 능숙하게 펜을 휘두르기 시작하고, 바람결은 시원하게 불어오는 풍경, 영화에서 보았던 작가가 글을 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실상은, 머리를 쥐어짜고, 한 페이지를 썼다가 구겨버리고, 조금 썼다 다시 찢어버리고, 자신의 한계를 이기지 못해 괴로워하는 모습이 소설가의 일상에 더 가까울 것이다. 엉덩이가 매우 무거워야 쓸 수 있는 직업이라고 할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내서, 밑그림을 그리고, 필요한 내용과 불필요한 내용을 취사선택하며, 자기만의 문체와 소설작법의 스승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다보면, 특별한 영감을 얻어내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좋은 발상과 좋은 질문을 하고, 구도를 잘 잡아가는 일이 소설가에게 매우 중요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 독자가 계속 글을 읽게 하기 위한 긴장감을 유지시키기 위해 무수한 배치의 변형을 통해 가장 적합한 배치를 찾아내고, 어떤 장소에서 어떤 사건을, 누구에게 이야기하게 만드느냐에 따라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결정된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소설을 쓰는 방법을 알고 싶은 마음에 책을 집어들었는데, 소설가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똑똑한 독자가 되는 방법을 배운 느낌이다. 소설가가 만들어놓은 복선과 힌트, 메시지들을 천천히 읽는 연습을 통해 하나씩 읽어나가다 보면, 똑똑한 독자가 되어, 이미 소설을 쓸 수 있는 소설가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의 반은 마쳐버린다. 각 장마다 소개되는 글귀는 각 강의마다 저자의 메시지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쉬운 이해를 위해 소개된 소설들을 또다른 책들을 찾아 떠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 특별한 테크닉보다는 소설가의 마음가짐을 강조한 책.


    
  자신만의 문체를 찾을 수 있는 특정한 방법이나, 소설을 쓸 수 있는 특별한 세부적인 기술을 배우고 싶은 이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기에, 나 역시 소설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닌 이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누구나 글은 쓸 수 있지만, 아무나 소설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책을 읽고 나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소설가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은 좋은 소설을 천천히 읽는 것이라 한다. 하나의 라면을 끓이더라도 다양한 재료에 따라 색다른 음식이 만들어지듯이, 소설을 쓰는 과정 역시, 많은 분식집에서 음식을 맛보는 일에서 시작된다. 아! 이 맛이구나 하고 어떻게 만들었을까 고민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당신 역시 요리사가 되어가는 것이다.

  스승을 만나면 그 스승을 넘어서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소설가의 마음가짐을 익혔다면, 거기에 그치지말고 자기만의 방식을 더해가야 할 것이다. 화려한 검술을 익히고 싶어 찾아갔는데, 바르게 칼 쓰는 법을 배운 느낌이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먼저 마음을 다잡는 일이다. 일단 많은 검객들이 휘두르는 검의 움직임을 지켜보아야 겠다. 검술의 움직임을 많이보고, 생각하다보면 나만의 검술을 창안하는 일에 한 걸음 다가설 것이라 믿는다. 세상에 토해내고 싶은 이야기를 찾을 때까지지, 끊임없이 읽고, 생각하는 버릇을 멈추지 않는다면, 결국 그 꿈에 닿아갈 것이라 믿는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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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편지쓰기 - 연애편지부터 비즈니스 레터까지
엔도 슈사쿠 지음, 천채정 옮김 / 쌤앤파커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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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편지! 읽는 건 좋아하지만, 쓰는 건 왠지 어렵다?
 
 
  편지에 적힌 글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쁜 상점에서 파는 편지지보다는 투박하지만, 보내는 이의 손길이 닿아있는 편지지와 봉투가 더 마음을 끈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기분 좋은 일보다 불쾌한 일이 많아지면, 우편함에서 좋아하는 편지 몇 통을 들고, 훌쩍 나만의 아지트로 떠난다. 버스로 오랜 시간을 걸쳐 사람의 발길이 드문 그곳에 들어서면 일단 우울한 기분이 많이 나아진다. 자연의 숨결과 함께, 정성이 담긴 그의 편지를 소리내어 읽어본다. 내 입에서 나온 소리가 귀에 들어가면서 그의 마음이 심장에, 머리에 전해진다. 아, 난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느낌, 그의 정성을 통해 또 하루를 살 힘을 얻는다.

  편지를 통해 삶의 위안을 많이 받았지만, 막상 편지를 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편지를 쓰려하면 편지지와 봉투가 보이지 않고, 평소 잘 보이던 우표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다른 일에 빠져버려 시간을 흘러 버리면, 그때의 느낌과 달라져 버려 다 써버린 편지를 부치지 못하고 그저 부치지 못한 편지로 다른 상자에 담아두기도 한다. 내 기억을 더듬는 작은 일기장이 되어버렸다고 할까. 편지를 쓰는 일이 힘들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편지에 대한 3가지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전략적 편지 쓰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
 
 
# 편지! 어렵게 생각하지말고, 쉽게 써라.
 
 
  편지 예찬론자인 저자는 멋진 문장으로 편지를 쓰려는 마음과 편지지와 봉투 등을 찾다가 포기하는 게으름, 악필 때문에 두려워 하는 마음이 편지를 쓰지 않는 가장 큰 세 가지 이유라고 이야기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읽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소소한 마음을 전하려는 시도라며, 편지로 인해 삶의 방향이 바뀐 사례들을 통해 편지를 기피하는 이들에게 편지를 써 보라는 권한다. 

  <편지쓰기예문>의 글을 베끼는 것이 아닌 마음이 담긴 편지를 쓰기 위해서 꼭 필요한 상대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편지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다. 내가 짧게 남기는 엽서 하나, 편지 한 장으로 누군가의 삶이 바뀌고, 하루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글에  최소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이루는 비법을 배운 느낌이다. 가족의 경사, 환자에게, 경조사, 배우자와 연인 등에게 보내는 다양한 상황마다 잘못된 용례를 통해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그 흐름을 잡아주고, 바르게 고치는데 중요한 마음가짐을 통해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제목은 <전략적 편지쓰기>이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 편지쓰기 등의 방법이 적혀있지만, 편지쓰기에서 가장 크게 배웠던 건 소통의 소중함이었다. 받는 사람이 없으면 편지는 부치지 힘들다. 그 대상이 설사 자신일지라도 누군가가 있어야 편지가 가능하다. 불신의 벽이 높고, 소통이 막혀버린 21세기 현대사회에서 편지는 따스한 정을 일대일로 이을 수 있는 가장 큰 도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 저자의 사후 10년 후 돌아온 선물과 문장력 기르는 법.

 
  이 유고는 저자의 10주기를 기념하는 유고집을 발간 준비하던 중에 발견되었다고 한다. 미발표유고인데, 발생연도를 추적해보니 저자가 폐에 관한 질환으로 병실에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을 때, 조금씩 원고를 모아놓은 것이었다. 환자와 상중에서 보내는 편지에 나오는 디테일함이 저자의 집필 당시 상황에 연계되어 더욱 와 닿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병실에서 가장 그립고 반가운 것이 사람의 손길, 편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핸드폰과 문자메세지, 이메일 등으로 너무나 쉽게 소통할 수 있기에, 도리어 더욱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을 위한 작가의 선물이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또한 편지를 센스 있게 쓸 수 있는 문장력 기르는 법도 소개되어 있다. 저자가 문장에 애를 먹고 있을 때, 사용했던 방법이라고 하는데, 매우 유용하고, 책읽기와 글솜씨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언제 어디서나 생각할 수 있는 작은 짬이 있으면 할 수 있는 <... 처럼> 게임을 만난것은 조금의 글솜씨를 높이고 싶은 마음을 채울 수 있는 해답을 얻은 느낌이다.

  저자가 준 선물을 잊지 않기 위해,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편지를 쓸 작정이다. 보내라고 요청하는 사람은 없지만, 내가 보내고 싶은 이는 많다. 고마운 마음과 내 진심을 담아, 편지쓰는 일을 미루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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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남자, 아이를 키우다
홍승우 지음 / 예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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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시대 사대부의 육아일기를 엿보러 가다.


  지금부터 5백년전,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어떻게 자식을 키웠을지 궁금해 한 적이 있었다. 성리학의 이념으로 내외의 법도가 엄격하고, 웃음소리, 기침소리 하나도 율법에 따라 행동했던 사대부들은 자식에게 큰 관심을 쏟기보다는 유모들이나 아녀자들이 키우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인종때 일어난 을사사화로 귀양을 가게 된 묵재 이문건, 두 형과 조카들 역시 당화로 인해 피해를 입고, 귀양살이 도중, 자식들은 하나 둘 세상을 떠난다. 외아들은 반편이에 딸이 셋만 있는 삶의 낙을 찾을 수 없던 시절, 늘그막에 손자가 태어났다. 어둠속에서 촛불을 찾은 느낌일까? 육아에 대한 기록이 없던 그 시절, 손자를 키우면서 느꼈던 소소한 감정까지 모두 글로 남기어 육아일기인 『양아록』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한자로 글을 지어, 원본으로는 그 내용을 알기 힘들다. 비빔툰으로 유명한 만화가 홍승우의 만화와 글의 통역기를 통해 그 시대의 육아일기를 들여다 보게 된다.
 

# 태어나면서부터 성년이 될때까지 기록된 육아일기.
  

  아이가 태어나면 태반은 깨끗이 씻은 후, , 항아리에 담아 일단, 집안 마당에 묻어 둔다. 14일 후, 선왕들의 태를 많이 묻은 지역에 항아리를 가져가 묻어, 손자 역시 그들처럼 귀한 가풍을 잇기를 기원한다. 그 지방의 목사와 친지들이 편지로 축하인사를 보내주고, 손자가 앉게 되고, 이가 돋고 일어서는, 아이가 자라는 순간순간을 글로 기록해서 적어두었다. 사대부의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마음과 귀양살이에서 마지막 희망이었기 때문일까, 손자에 집착하는 그 모습은 진한 부성애로 보였을 뿐 아니라, 전통을 이어야 한다는 강한 강박관념이 느껴지기도 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였던 삶의 풍습들, 현대는 의학적 지식에 맞게 관리되지만, 예전에는 대대로 전해오는 풍습에 걸맞게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손자가 아팠을 때, 율법에 어긋난 푸닥거리까지 했던 모습은 아이가 잘 되기만을 바랬던 그 마음은 세월을 넘어 어디까지나 내려오는 부성애임을 알 수 있었다.

 
# 조선시대의 육아 풍습도 엿보기


  양아록의 기록에 이어, 중간 중간 그 당시의 풍습들이 잘 소개되어 있다. 지금은 간단히 치료되는 학질, 이질 등의 질병들이 예전에는 위생에 대한 관념이 없어 쉬이 아이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병이였고, 부모의 지극한 정성으로 보살피는 방법만이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손톱을 다치고, 이마가 깨지고 천연두에 걸리는 등 손자의 병세 하나에 마음아파하는 할아버지의 마음과 옆에서 내내 끼고 돌보았던 그 정성이 마음속에 하나씩 전해졌다. 중간중간 조선시대의 풍습을 이해할 수 있도록 태교와 출산풍속, 돌, 백일, 질병, 학습방법, 관례 풍습에 관한 내용은 따로 글로 정리해두어 조선시대를 좀 더 세밀히 들여다 볼 수 있게 하였다. 시대와 주변 환경에 따라 양식은 조금씩 변하였지만, 변하지 않는 건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 만화로 쉽게 다가서는 양육 일기. 부모의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다.


  한자로 글을 보았으면, 어렵게 다가왔을 육아일기가 만화의 안경을 쓰고, 재밌는 글로 바뀌었다. 홍승우 만화가의 재치넘치는 입담이 글 전체의 내용을 해치지 않으면서, 즐겁게 육아일기를 들여다보게 하였다. 천연두로 손자가 힘겨운 고비를 넘긴 후, 자신의 어머니께서 "네가 마마를 앓은 것은 자못 험악한 액운이다. 흉하고 위험한 고비 한 달 남짓 되는데, 이 몸이 대신했으면 했었다. 다행히 구사일생했으니 나의 마음 진실로 망극할 뿐이로다."라며 부모님의 큰 사랑을 다시 생각해 보는 부분은 감동적이기까지 하였다. 부모가 되면, 자식을 키우면서 저절로 자신의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는 말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자식이 잘못된 길을 가지 못하게 막으려 회초리를 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지금시대 같으면 아동학대죄로 여겨질만큼 매를 아끼지 않았지만, 손자를 때린 후, 마음 아파하며 본심을 양아록에 기록한 내용에는 손자에 대한 사랑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기도 하고, 손자가 군자인을 걷기를 바라는 마음이 글속에 절절이 소개되어 있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손자의 나이는 16세,  그리고 25년 후 장성한 손자는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키고 격문을 써서 사람들의 의분을 고취하였고, 그로 논공행상에 하려 했으나 사양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았다. 할아버지의 따스한 사랑이 손자에게 잘 전달되었기에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을 거라 믿는다.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부모님의 사랑과 조선시대의 풍습에 대해 배울 수 있던 시간이었다. 어린 아이를 둔 부모가 읽어보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은 책이라고 할까. 만약 결혼을 하게 되어 자식이 생긴다면, 짧은 육아일기를 적어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전해주는 것도 자식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율법의 벽으로 겉으로 표현을 잘 하지 않았지만, 뜨거운 사랑이 부모님의 마음에 담겨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뜨거운 마음을, 이제는 말로 행동으로 잘 표현하는 일이 현대시대에 부모에게 필요한 일은 아닐까 싶다. 물론 자식이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많은 대화를 통해 잘 알려주는 일도 멈추지 말아야 겠다. 회초리보다는 스스로 바르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자식에 대한 사랑표현법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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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글쓰기 - 영화로 배우는 글쓰기 완전정복
이권우 외 지음 / 동아일보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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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겁게 영화를 보고, 꼼꼼히 생각을 하며, 글쓰기를 완성해 보자.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좋아하는 글귀 중 하나이다. 책보다 영화를 더 많이 보는 요즘의 한국 사회에서는, 좋은 영화는 인간의 삶을 바꾸기도 한 글귀가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진한 감동을 주어 눈가에 비를 내리게 하는 영화도 있고, 줄거리 없이, 그냥 웃음만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성있게 진행하는 영화도 있다. 다채로운 무지개의 색깔만큼 영화의 색도 다양하다. 영화를 보고, 감독이 주는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읽어가며 글을 쓰면 얼마나 좋을까?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귀여워 웃었던 애니메이션에서 웃음 가득한 액션영화에도 감독의 의도는 깊이 숨겨져 있다. 복어처럼 보이는 영화를 정성들여 잘 분해해서 논리적으로 잘 구성하면, 창의적인 글쓰기가 된다고 주장하는 영화기자와, 7년간 대학생들에게 글쓰기 강의한 독서평론가가 만나 영화평이기도 하고, 글쓰기 교재이기도 한 책을 펴냈다. 영화와 글쓰기,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공통점이 꽤 많았다는 걸 알게된다.


# 딱딱한 글쓰기가 아닌, 좀더 유연한 글쓰기 교재.


  결국 글쓰기는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내가 채색하고 윤색한 남의 이야기로 생각하면, 조금 어려워보이기도 하지만, 영화 <괴물>에 대한 영화평을 읽으며, 한강에 나타난 돌연변이 괴물을, 왜 소시민들이 없애야 했는지, 정부의 늑장대처와 한강과 괴물의 숨은 의미를 차근차근 생각하고난 후, 글쓰기 방법론을 만나게 되면, 우리 안의 무의식의 괴물에 쉽게 다가설 수 있게한다. 글은 형체도 움직임도 볼 수 없지만, 영화는 영상을 매개로 하기에,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쉽게 보이는 행동 뒤에 숨겨진 의미까지 알게되면, 하나의 철학이 담겨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글쓰기 역시 자신만의 생각을 타인이 공감할 수 있게 풀어내는 행위라는 점에서 둘은 묘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쿵푸허슬, 웰컴 투 동막골 등의 재미나고 감동적인 영화도 있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인크레더블, 카 와 같이 어린아이들도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도 많이 소개되어 있다. 때론 깊이있게, 때론 색다르게, 하지만 일관된 4단계의 형식으로 영화를 보는 관점을 키우고, 그 영화의 주제와 닿아있는 글쓰기 방법론을 배우다 보면, 글쓰기라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 꾸준히 생각의 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는 생각의 헝겊을 잘 이어 붙이는 보자기 만들기라는 점을 알게 된다. 쓸모없게된 자투리의 천도 배열과 균형을 잘 맞추면 아름다운 물건으로, 다용도의 용도의 물건으로 변신하게 된다. 좋은 옷을 처음부터 잘 만들려고 하면 잘 되지 않지만, 천을 쪼개는 연습, 하나씩 배열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다보면, 자기만의 감각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꾸준히 성찰적 에세이와 서평을 쓰는 연습, 독서와 '왜'라는 물음표를 계속 다는 연습을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 영화, 표면 아래의 의미까지 깊이 이해해 보다.


  영화평에서는 4단계로 나누어져 영화에 접근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스토리라인으로 전체적 흐름을 잡고, 주제 콕콕 따지기에서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깊이있게 생각해 본 후, 생각 팍팍 키우기에서 주제 뒤에 숨겨진 의미에 대해 한 번 더 생각의 폭을 넓히게 해 준다. 때론 유연하게 생각하기를 통해 감독의 메세지와 반대 방향에 있는 의견제시도 할 수 있게 된다. 옳은 정답이 아닌,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찾는 4단계의 접근방법은, 작가가 글쓰기를 하는 순서와 잘 연결되어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찾고, 그에 해당하는 근거와 그에 반대되는 내용을 제시해서 자신의 주장에 설득력을 높이는 행위의 완성이 영화평이라고 할까. 영화들 속에서 글쓰기의 방법을 배우고, 글쓰기의 방법을 종합해서 완성된 센스넘치는 영화평을 볼 수 있게 된다.
 

# 어려운 글쓰기가 아닌,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글쓰기 방법론.

  
  저자의 오랜시간 학생들과 부딫친 경험의 노하우가 잘 드러난 책이다. 많은 책을 읽지 않고, 충분히 토론하고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상대의 의견도 존중하면서 제시하면서 생활하지 못하는 학창시절의 습관들은 대학교에서 레포트를 쓸 때, 인용과 짜맞추기, 아부로 이어지는 악습과 글쓰기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학습무기력증으로 이어지는것을 알게되었다. 자신이 평소 하던 활동에 좀 더 설명을 붙여 A4 한장의 5문단의 글쓰기를 능력을 키우면, 더 넓은 많은 글의 양도 쓸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결국 5문단의 글을, 결론과 서론을 빼면 세문단의 주제어를 생각해내는 아이디어를 내지 못해 많은 학생들이 여전히 글쓰기에 힘겨워한다.

  고기도 많이 먹어본 사람이 잘 먹고, 게임도 많이 경험해 본 애들이 잘하듯이, 글쓰기 역시 많이 써봐야 늘게 된다. 하지만 글쓰기는 좋은 글을 읽는 독서의 행위가 수반되지 않으면, 곧 그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글쓰기를 학습하는 일은 자신의 내면의 샘에 두레박을 잘 던지는 요령을 배워 물을 빨리 길어내는 방법을 배우는 것보다, 자신의 내면에 우물에 충분한 독서를 통해 깊은 물을 채우고 튼튼한 파이프를 세우는 일이 더욱 시급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기간에 글쓰기를 늘릴 수 있는 비법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지만, 영화를 통해 쉽게 주제를 이해하고, 알게 모르게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비법이 잘 제시된 책이다. 많은 글쓰기 책에서 이야기하는 많이 쓰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기는 여기에서도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과 <진짜 사고력>, <진짜 문장력>에서 이야기하는 부분과 겹치는 부분도 많이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글쓰기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쓰는 요령을 알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3권의 책도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조금 진득하게 글쓰기를 하려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일이다. 하루 두 시간, 2년동안 300권이 넘는 글의 흔적을 남기고, 그 세배가 넘는 책을 읽었다.  여전히 세련된 글쓰기에 멀어있지만, 2년전 처음 쓴 책에 대한 흔적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진 내 자신을 느낄 수 있다. 큰 기대없이 꾸준히 읽고 쓰면  그 결과가 언젠가 돌아올거라 믿는다.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면 말이다. 중,고등학교를 다닌다면, 나보다 10년은 빨리 시작하는 셈이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일주일에 한권씩 읽기 시작해도 지금의 나보다 백권이상은 읽는 셈이다.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특별히 자신이 무언가 할 방향을 찾기 못한 학생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드라마, 쇼프로그램, 배우 등등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글을 쓰는 일부터 시작하기를 권한다. 마음이 가는 것들에 대해 쓰기 시작하다보면 결국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알게 될 실마리를 잡을 거라 믿는다. 나보다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더 큰 가능성을 가진 그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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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 없는 세상 - 제6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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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3 수능 시험이 끝난 후, 찾아오는 불안과 공허감. 
  

  고3에게 수능시험날은 어떤 의미일까? 내게는 옭아매고 있는 족쇄에서 해방되는 그 날이었으며, 한 달의 황금같은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지는 시간이었다. 딱 한 달, 수능시험성적표가 학교에 돌아오는 순간부터 치열한 대학입시를 위한 눈치작전이 벌어지기에, 한 달의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수능이 끝나고 내가 했던 큰 일 중의 하나는 볼링을 배운 일이었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 한 달 정도, 하루에 2시간씩 친구와 함께 원없이 볼링을 쳤던 기억이 떠오른다.


  정말 공부가 미친듯이 하고 싶어서 했던 것이 아니였기에, 대학에 가면 좀 더 내가 원하는 자유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내가 원하는 결과가 돌아올까 불안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무언가 선택을 해야 하지만, 내가 정말 선택해야 할 일은 쉽게 단정할 수 없는 현실에 안개속을 걷는 느낌 뿐이었다.

 

  오직 '한 번' 여자친구인 서영과 하고 싶은 준호의 '총각 딱지'떼려는 분투기를 지켜보면서,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옛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잘 알려주지도 않고, 금기에 가까워 경험하고 싶은 환상을 가득 채워놓은 '첫 경험', 많이 닫혀있고, 성적 에너지에 많은 정신을 쏟았던 고등학교 시절의 분위기와 '성에 대한 묘한 환타지'에 대한 생각으로 독자들을 쉽게 책의 공간으로 끌어들인 저자의 늪에 빠진 느낌이다.


# 좌충우돌 '준호'가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고 있자면..

  
  '첫 경험'이라는 호기심 강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내게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준호가 '첫 경험'의 환타지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한 줄로 주제를 말하자면 방황하던 청소년기의 꿈찾기? 라고 할까. 미대에 가고 싶었지만 높은 성적에, 부모님의 바램으로 서울대 법대에 들어가지만, 준호의 외삼촌인 명호는 '아무것도 하지않는' 실업자가 된다. 어렸을 적 자신의 꿈이였던 '만화가게'를 시작하는 명호의 모습에서, 성적표를 받고 나서 친구들마다 제각기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났지만, 아무것도 할 것이 없어 '심심'의 늪에 빠진 '준호'는, 내가 너희들 보다 잘 쓰겠다 하며, 시험삼아 썼던 '야설'의 원고를 소설로 수정하는 것을 시도하며 자신의 꿈을 찾기 시작한다. 대학에 기대도 미련이 없던 그가 근사한 어른이 되기 위해 '인문학'을 공부하기로, 대학에 가기로 결심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남자는 여자를 알아야 어른이 된다'는 통념에 빠져있던 고3 시절, '첫 경험의 폭죽이 터지는 환상'에 빠져있던 준호가, 여자친구 인영을 졸라가며, 꿈을 이루려 노력하는 과정과 결국 기대감이 만들어낸 환상이다는 점을 알게되는 점은, 대학에 가면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고 생각되어지지만, 막상 가보게 되면 사회생활의 진로와 자유의 폭 만큼 더 깊은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게되는 과정과 닮아있다. 사회적인 통념이 만들어낸 신기루에 빠져 있다가는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고 까. 

  그들에게 필요한 건, 내가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고, 숙고하는 시간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할 수 있는 때를 놓치지 않고 지금 이순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타인의 기대없이 내 스스로 결정한다고 할까. 아버지가 없는 어머니 숙경씨와 함께 사는 '준호'와 열린 어머니였기에 결국 스스로 자기 길을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 어른이 된다는 것은..
  
   
  몸 건강히 지금까지 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어머니 숙경씨의 고백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박학다식 명호씨와 준호의 '성에 관한 대화'는 어설픈 성에 관한 안내서보다는 훨 나아보였다. '첫 경험'이 20살 아래여도 상관없지만, 자신이 충분한 준비가 되었을 때, 상대의 동의하에 '첫경험'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생각한다. 충분한 준비는 자신이 경제적으로 한 생명을 키울 수 있는 준비와 능력과 마음이 되었을 때가 아닌가 싶다. 호기심의 열정에 빠져 충분히 준비하지 않은 채, 벌어진 생명의 탄생은, 행복해야 할 가정이 아닌, 서로에게 상처와 부담을 안고 헤쳐나가게 하기 때문이다. 생활의 여유가 된다거나, 단순한 끌림이 아닌, 오래된 열정이라 확신하고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다면, 스스로 선택도 존중받아야 한다 생각한다.

  결국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의 의지로 길을 선택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주어진 모든 결정은 자신이 해야 하기에, 최악의 상황에도 담담하게 현실을 감내한다고 할까. 부모님과 친구와 선생님의 조언 역시, 조언일 뿐 결국 스스로의 결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남아있다. 오랜시절의 꿈을 잊지않고 꿈을 이뤄낸 명호씨와 '첫경험'을 위한 분투속에 자신이 걸을 길의 방향을 잡은 준호에게 박수를 보낸다. 

  소수의 등장인물로, 거뜬히 한 편의 장편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잘 발휘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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