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남자, 아이를 키우다
홍승우 지음 / 예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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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시대 사대부의 육아일기를 엿보러 가다.


  지금부터 5백년전,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어떻게 자식을 키웠을지 궁금해 한 적이 있었다. 성리학의 이념으로 내외의 법도가 엄격하고, 웃음소리, 기침소리 하나도 율법에 따라 행동했던 사대부들은 자식에게 큰 관심을 쏟기보다는 유모들이나 아녀자들이 키우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인종때 일어난 을사사화로 귀양을 가게 된 묵재 이문건, 두 형과 조카들 역시 당화로 인해 피해를 입고, 귀양살이 도중, 자식들은 하나 둘 세상을 떠난다. 외아들은 반편이에 딸이 셋만 있는 삶의 낙을 찾을 수 없던 시절, 늘그막에 손자가 태어났다. 어둠속에서 촛불을 찾은 느낌일까? 육아에 대한 기록이 없던 그 시절, 손자를 키우면서 느꼈던 소소한 감정까지 모두 글로 남기어 육아일기인 『양아록』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한자로 글을 지어, 원본으로는 그 내용을 알기 힘들다. 비빔툰으로 유명한 만화가 홍승우의 만화와 글의 통역기를 통해 그 시대의 육아일기를 들여다 보게 된다.
 

# 태어나면서부터 성년이 될때까지 기록된 육아일기.
  

  아이가 태어나면 태반은 깨끗이 씻은 후, , 항아리에 담아 일단, 집안 마당에 묻어 둔다. 14일 후, 선왕들의 태를 많이 묻은 지역에 항아리를 가져가 묻어, 손자 역시 그들처럼 귀한 가풍을 잇기를 기원한다. 그 지방의 목사와 친지들이 편지로 축하인사를 보내주고, 손자가 앉게 되고, 이가 돋고 일어서는, 아이가 자라는 순간순간을 글로 기록해서 적어두었다. 사대부의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마음과 귀양살이에서 마지막 희망이었기 때문일까, 손자에 집착하는 그 모습은 진한 부성애로 보였을 뿐 아니라, 전통을 이어야 한다는 강한 강박관념이 느껴지기도 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였던 삶의 풍습들, 현대는 의학적 지식에 맞게 관리되지만, 예전에는 대대로 전해오는 풍습에 걸맞게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손자가 아팠을 때, 율법에 어긋난 푸닥거리까지 했던 모습은 아이가 잘 되기만을 바랬던 그 마음은 세월을 넘어 어디까지나 내려오는 부성애임을 알 수 있었다.

 
# 조선시대의 육아 풍습도 엿보기


  양아록의 기록에 이어, 중간 중간 그 당시의 풍습들이 잘 소개되어 있다. 지금은 간단히 치료되는 학질, 이질 등의 질병들이 예전에는 위생에 대한 관념이 없어 쉬이 아이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병이였고, 부모의 지극한 정성으로 보살피는 방법만이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손톱을 다치고, 이마가 깨지고 천연두에 걸리는 등 손자의 병세 하나에 마음아파하는 할아버지의 마음과 옆에서 내내 끼고 돌보았던 그 정성이 마음속에 하나씩 전해졌다. 중간중간 조선시대의 풍습을 이해할 수 있도록 태교와 출산풍속, 돌, 백일, 질병, 학습방법, 관례 풍습에 관한 내용은 따로 글로 정리해두어 조선시대를 좀 더 세밀히 들여다 볼 수 있게 하였다. 시대와 주변 환경에 따라 양식은 조금씩 변하였지만, 변하지 않는 건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 만화로 쉽게 다가서는 양육 일기. 부모의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다.


  한자로 글을 보았으면, 어렵게 다가왔을 육아일기가 만화의 안경을 쓰고, 재밌는 글로 바뀌었다. 홍승우 만화가의 재치넘치는 입담이 글 전체의 내용을 해치지 않으면서, 즐겁게 육아일기를 들여다보게 하였다. 천연두로 손자가 힘겨운 고비를 넘긴 후, 자신의 어머니께서 "네가 마마를 앓은 것은 자못 험악한 액운이다. 흉하고 위험한 고비 한 달 남짓 되는데, 이 몸이 대신했으면 했었다. 다행히 구사일생했으니 나의 마음 진실로 망극할 뿐이로다."라며 부모님의 큰 사랑을 다시 생각해 보는 부분은 감동적이기까지 하였다. 부모가 되면, 자식을 키우면서 저절로 자신의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는 말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자식이 잘못된 길을 가지 못하게 막으려 회초리를 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지금시대 같으면 아동학대죄로 여겨질만큼 매를 아끼지 않았지만, 손자를 때린 후, 마음 아파하며 본심을 양아록에 기록한 내용에는 손자에 대한 사랑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기도 하고, 손자가 군자인을 걷기를 바라는 마음이 글속에 절절이 소개되어 있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손자의 나이는 16세,  그리고 25년 후 장성한 손자는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키고 격문을 써서 사람들의 의분을 고취하였고, 그로 논공행상에 하려 했으나 사양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았다. 할아버지의 따스한 사랑이 손자에게 잘 전달되었기에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을 거라 믿는다.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부모님의 사랑과 조선시대의 풍습에 대해 배울 수 있던 시간이었다. 어린 아이를 둔 부모가 읽어보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은 책이라고 할까. 만약 결혼을 하게 되어 자식이 생긴다면, 짧은 육아일기를 적어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전해주는 것도 자식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율법의 벽으로 겉으로 표현을 잘 하지 않았지만, 뜨거운 사랑이 부모님의 마음에 담겨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뜨거운 마음을, 이제는 말로 행동으로 잘 표현하는 일이 현대시대에 부모에게 필요한 일은 아닐까 싶다. 물론 자식이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많은 대화를 통해 잘 알려주는 일도 멈추지 말아야 겠다. 회초리보다는 스스로 바르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자식에 대한 사랑표현법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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