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편지쓰기 - 연애편지부터 비즈니스 레터까지
엔도 슈사쿠 지음, 천채정 옮김 / 쌤앤파커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 편지! 읽는 건 좋아하지만, 쓰는 건 왠지 어렵다?
 
 
  편지에 적힌 글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쁜 상점에서 파는 편지지보다는 투박하지만, 보내는 이의 손길이 닿아있는 편지지와 봉투가 더 마음을 끈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기분 좋은 일보다 불쾌한 일이 많아지면, 우편함에서 좋아하는 편지 몇 통을 들고, 훌쩍 나만의 아지트로 떠난다. 버스로 오랜 시간을 걸쳐 사람의 발길이 드문 그곳에 들어서면 일단 우울한 기분이 많이 나아진다. 자연의 숨결과 함께, 정성이 담긴 그의 편지를 소리내어 읽어본다. 내 입에서 나온 소리가 귀에 들어가면서 그의 마음이 심장에, 머리에 전해진다. 아, 난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느낌, 그의 정성을 통해 또 하루를 살 힘을 얻는다.

  편지를 통해 삶의 위안을 많이 받았지만, 막상 편지를 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편지를 쓰려하면 편지지와 봉투가 보이지 않고, 평소 잘 보이던 우표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다른 일에 빠져버려 시간을 흘러 버리면, 그때의 느낌과 달라져 버려 다 써버린 편지를 부치지 못하고 그저 부치지 못한 편지로 다른 상자에 담아두기도 한다. 내 기억을 더듬는 작은 일기장이 되어버렸다고 할까. 편지를 쓰는 일이 힘들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편지에 대한 3가지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전략적 편지 쓰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
 
 
# 편지! 어렵게 생각하지말고, 쉽게 써라.
 
 
  편지 예찬론자인 저자는 멋진 문장으로 편지를 쓰려는 마음과 편지지와 봉투 등을 찾다가 포기하는 게으름, 악필 때문에 두려워 하는 마음이 편지를 쓰지 않는 가장 큰 세 가지 이유라고 이야기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읽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소소한 마음을 전하려는 시도라며, 편지로 인해 삶의 방향이 바뀐 사례들을 통해 편지를 기피하는 이들에게 편지를 써 보라는 권한다. 

  <편지쓰기예문>의 글을 베끼는 것이 아닌 마음이 담긴 편지를 쓰기 위해서 꼭 필요한 상대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편지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다. 내가 짧게 남기는 엽서 하나, 편지 한 장으로 누군가의 삶이 바뀌고, 하루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글에  최소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이루는 비법을 배운 느낌이다. 가족의 경사, 환자에게, 경조사, 배우자와 연인 등에게 보내는 다양한 상황마다 잘못된 용례를 통해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그 흐름을 잡아주고, 바르게 고치는데 중요한 마음가짐을 통해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제목은 <전략적 편지쓰기>이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 편지쓰기 등의 방법이 적혀있지만, 편지쓰기에서 가장 크게 배웠던 건 소통의 소중함이었다. 받는 사람이 없으면 편지는 부치지 힘들다. 그 대상이 설사 자신일지라도 누군가가 있어야 편지가 가능하다. 불신의 벽이 높고, 소통이 막혀버린 21세기 현대사회에서 편지는 따스한 정을 일대일로 이을 수 있는 가장 큰 도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 저자의 사후 10년 후 돌아온 선물과 문장력 기르는 법.

 
  이 유고는 저자의 10주기를 기념하는 유고집을 발간 준비하던 중에 발견되었다고 한다. 미발표유고인데, 발생연도를 추적해보니 저자가 폐에 관한 질환으로 병실에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을 때, 조금씩 원고를 모아놓은 것이었다. 환자와 상중에서 보내는 편지에 나오는 디테일함이 저자의 집필 당시 상황에 연계되어 더욱 와 닿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병실에서 가장 그립고 반가운 것이 사람의 손길, 편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핸드폰과 문자메세지, 이메일 등으로 너무나 쉽게 소통할 수 있기에, 도리어 더욱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을 위한 작가의 선물이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또한 편지를 센스 있게 쓸 수 있는 문장력 기르는 법도 소개되어 있다. 저자가 문장에 애를 먹고 있을 때, 사용했던 방법이라고 하는데, 매우 유용하고, 책읽기와 글솜씨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언제 어디서나 생각할 수 있는 작은 짬이 있으면 할 수 있는 <... 처럼> 게임을 만난것은 조금의 글솜씨를 높이고 싶은 마음을 채울 수 있는 해답을 얻은 느낌이다.

  저자가 준 선물을 잊지 않기 위해,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편지를 쓸 작정이다. 보내라고 요청하는 사람은 없지만, 내가 보내고 싶은 이는 많다. 고마운 마음과 내 진심을 담아, 편지쓰는 일을 미루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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