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잡영 - 이황, 토계마을에서 시를 쓰다
이황 지음, 이장우.장세후 옮김 / 연암서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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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원짜리 지폐를 볼 때마다, 매번 만나지만..
 
 
  새로나온 천원짜리 지폐에는, 퇴계 선생의 초상과 명륜당, 매화그림과 도산서원의 풍경이 담겨있다. 천원짜리 지폐를 볼때마다 매번 그를 만나지만, 유명한 성리학자 라는 점을 빼면, 아는게 거의 없다. 『아버지의 편지』라는 책을 통해, 유명한 성리학자의 모습 뒤에, 가난하였지만, 가난에 지지 않은 마음의 여유를 지닌, 처가살이하는 자식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모습의 퇴계 선생을 만날 수 있었다. 외부의 평가가 아닌, 그 사람을 잘 알 수 있는 건, 그의 글이라 생각한다. 나아감과 물러섬을 알고, 후학을 많이 키운 학자가 아닌, 토계 마을에서 시를 짓고, 농사를 지으며, 공부를 하는 일상인의 선비를 만나고 싶었다. 『퇴계 잡영』은 벼슬에서 물러나 퇴계마을에서 머물면서 지인과 아침저녁으로 만나는 풍경을 볼때마다 느껴지는 감흥을 옮긴 시를 모은 시집이다. 시집을 옮겼다기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과연, 5백년의 시간, 달라진 문화의 공백을 넘어, 일상을 사는 현대인에게 감흥을 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었다.
 
 
# 흘러간 시간의 공백은 꼼꼼한 주석과 유려한 산문으로 채우다.
 
 
  20년 이상 퇴계시를 번역한 공저자들의 노력과 대중이 읽기 곤란한 부분은 쉽게 산문으로 바꿔 옮긴 정성이 5백년이란 시간의 공백의 벽을 무너뜨렸다. 사서삼경, 한자를 모르더라도, 풀어쓴 산문을 읽다보면, 그 당시 퇴계가 어떤 풍경과 누구를 만나, 어떤 감흥을 만났는지 느낄 수 있다. 한문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꼼꼼하게 달린 주석이 시를 이해하는 데 큰 보탬이 될거라 생각한다. 문외한과 전공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건, 오랜 세월 퇴계를 연구한 저자의 정성과 독자를 생각하는 배려라 생각한다.

   
  아파트나 현대의 주택보다는, 산과 정원 등의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책을 읽기를 권한다. 글 속에 담긴 정취를, 상상으로 채우는 것보다, 실제 자연과 접하면서, 감흥을 떠올린다면, 퇴계의 시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다 생각한다. 시에는 신하로서의 충성됨, 오래된 벗을 만난 즐거움, 토계마을에서의 일상의 삶이 잘 드러나있다. 선비라고 해서, 책만 읽는 샌님일 줄 알았는데, 주경야독, 땀과 독서가 함께 어우러진 삶을 살았고, 늘 공부의 퇴보가 일어날까 경계하는 꾸준함을 지닌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천원짜리 화폐의 초상과 함께 나올만큼 매화를 사랑한 마음 또한 시에 잘 드러나 있다.
 
  관직과 명예, 부라는 세속의 가치보다는 시골의 숲 아래에서 태평성대를 즐김을 더욱 기뻐하였던 선비의 기품을 느낄 수 있다고 할까. 일상의 풍경과 떠오르는 마음을 마음에만 담아두지 않고, 글로 적어 남겨두었기에, 세월이 흐른 후에도 한 시대를 알차게 산 선비의 일상과 함께, 그 당시의 풍경과 문화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게 된다. 조선시대에 기록문화가 발달하였다는 점을, 『퇴계잡영』을 보며, 새삼 깨닫는다.
 
  토계마을로 옮겨온 퇴계는 뜰 앞에 매화 두 그루를 심는다. 가을이 되니 매화나무는 다른 초목보다 빨리 시들어있고, 골짜기 안쪽의 빽빽하고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들은 마구 섞인 모습을 서로 조금이라도 땅을 더 차지하려는 듯 다투고 있는 모습으로 바라본다. 매화나무던지 골짜기 안쪽의 나무던지 한 차례 서리가 내리고 세찬 바람이 불고 한 번 몰아치면 잎이 빙빙 돌며 떨어지는 풍경은 절개가 굳은 나무나 무른 나무나 차이가 없다고 퇴계는 시에서 말한다. 자민만이 가진 아름다운 향기도 알고 보면 다 제 때가 있는 것이니, 어찌 반드시 남들이 모두 다 함께 알아주어야 귀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글귀에서, 세간의 이목에 자유로운 선비의 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
 
  젊은 시기에는 치열하게 삶을 살고, 자식된 도리를 다하고 난 후에는 퇴계 선생처럼 조그만 공간에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 자연을 느끼고, 지인을 만나고, 그 감흥을 시로 옮겨, 지금의 삶을 기록하고 싶다고 할까. 큰 벼슬과 넉넉하지 못한 재산, 하지만, 마음이 여유롭고, 자연을 벗삼아 살아간다면, 그 또한 아름다운 삶이라는 점을 『퇴계잡영』은 시로 들려준다. 돈이 많은 걸 해결해주는 사회, 하지만 돈에 메이지 않고도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안다는 일은 인생을 사는 데 있어, 여유를 안겨준다. 현실적 잣대에 자유롭지 못한 일상에, 잔잔한 바람처럼 마음의 여유를 남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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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사랑하라 - 그러면 누구와 결혼하든 상관없다
에바 마리아 추어호르스트 지음, 김인순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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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맘 같지 않아 생기는 어려움. 관계, 연애, 결혼.
 
 
  결혼은 자동차 운전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나만 애쓴다고 문제가 생기지 않는 건 아니다. 외줄타기처럼, 왼쪽과 오른쪽이 균형을 잘 이루어져야 한다. 처음에는 상대의 매력에 끌려, 장점에 빠져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도, 권태라는 이름의 바람을 맞게 되면, 현실을 바로 보게 된다. 삐걱거리는 작은 차이, 이렇게 되면 좋을텐데라는 바램들이 맞물린다. 조금씩 지치고, 결국 관계를 더 연장할 것인지, 끝낼 건지 고민하게 된다. 아주 사소한 차이들, 외출할 때 어떤 옷을 입을 것인가, 부탁했던 작은 일 하나를 들었는가하는 작은 차이로 부부는 매일 싸운다. 오래 함께 했으면, 이제 포기할 때도 된거 같은데, 늘 치열하게 싸우고 미워하고 원망한다. 『19금 경제학』이라는 책에서 부부는 싸우기 마련이라는 작은 지혜를 들었지만, 행복해지려고 하는 결혼인데, 그렇게 매번 싸워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이들 사이의 관계에 주목해온 저자의 이력에 마음이 끌렸다. 솔직하게 자신의 부부생활의 위기를 공개하고, 권태기에 빠진 부부을 상당했던 경험을 활용하여,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한다. 너 자신을 사랑하라! 그러면 누구와 결혼하든 상관없다. 자신이 바꿔야 세상이 바뀐다는 말과, 환상을 가진 채,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을 그려 보아도, 그이와 생활을 하다보면, 남편과 같은 모습으로 변한다는 주장이다. 스스로 변해야 한다! 작은 시작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부터라고 저자는 외친다.
 
 
# 사랑이 클수록, 실망도 크다.
 
 
  누군가와 가까워질수록 상대방의 단점을 분명하게 인식한다는 글과 사랑이 클수록 실망이 크다라는 문장에 공감했다. 가족은 너무 가까이에 있어 편향되어 바라보고, 연인은 서로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하기에 나중에 실망하게 된다. 서로에게 기대하는 미묘한 차이, 대화 속에 숨은 표현 뒤 부수적 의미들, 상대가 내 맘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기대와 통제의 마음 때문에 상대에게 실망하거나 자신을 자책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경험과 함께, 다양한 여성의 실제 사례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어 좋았다.
 
  바다에 떠있는 빙산의 작은 조각 아래에는 숨겨진, 깊은 무의식의 얼음덩어리가 존잰한다. 결혼하였어도 상대에 대해 모르는 점이 많다는 사실이 마음에 와 닿았다. 타인을 이해하기 전에, 자신의 무의식을 바라보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상대를 사랑으로 대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사실, 참 뻔한 이야기이다. 뻔한 이야기를 새롭게 느껴지게 하는 이야기의 힘은, 저자의 솔직한 체험과 다양한 부부의 실제 사례에서 나온다.
 
 
#  쉽게 포기하지 마라.
 
 
  50년 전보다 이혼율이 많이 늘어났다. 참다참다 마지막에 관계의 파탄이 나서야 헤어지는 예전의 이혼문화는 한쪽의 성에 지나치게 억압적이었다. 관계의 끝이 가기전, 현명하게 헤어지는 요즘의 이혼문화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쉬운 점은, 처음에는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성격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게 결국 헤어지는 선택이 안타깝다. 소개된 이야기를 꾸준히 읽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스스로 먼저 변하기 시작한다면, 결국 선택이 헤어짐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더 나은 관계을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독일에서 입소문만으로 50만부가 팔린 책이다. 결혼생활이 익숙해져 설레임이 없는 부부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예비신부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혼자 읽어도 좋고, 연인과 함께 읽으며 서로 대화하는 모습도 관계의 발전을 위해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단, 난 이게 문제라 생각한다며, 상대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상대의 문제를 추궁하는 태도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스스로 변하기위해 노력하는, 현명해지고 싶은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혼을 하려는 부부에게, '어른들이 이놈, 저놈하고 살아봐야,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말이 떠오르게 하는 책이라고 할까. 내가 변해야, 내가 보는 색안경을 벗고, 새로운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았을 때, 관계에 발전이 생긴다는 말에 동의한다. 사랑은 노력과 인내심, 자제력과 많은, 끊임없는 훈련 뒤에 찾아오는 결실이라는 저자의 주장을 믿는다. 내 사랑은 멋진 환상의 이상형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흔한 개구리일 뿐이라는 현실과, 나 역시 개구리라는 시각을 잊지 않는다면, 기대로 인해 실망하고, 상대를 아프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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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함께 보는 조용헌의 담화 談畵
조용헌 지음, 이보름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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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의 마지막 환타지를 찾아서...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했더라도 결국 일은 운에 달려있다고 할까. 인간은 최선을 다할 뿐,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 결과를 알고 싶은 마음과 지금 잘하고 있는지 불안한 마음이 점이라는 도구에 의지하게 한다고 할까. 지금 이 일을 할 때인지, 적절한 타이밍을 알고 싶은 마음이 있어, 사람들은 명리학에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서양문명과 과학과 이성의 시대에도 꿋꿋이 살아남은 환타지라 생각한다. 한의학은 체계적 연구를 통해, 병원도 생기고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있지만, 서양의학도 못고치는 불치의 병에 대해서, 침술과, 한약으로 낫게 하는 현대판 화타가 재야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풍수 역시, 화장문화를 통해 사라져가고 있지만, 환경의 중요성과 함께, 재조명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대 최창조 교수의 연구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변했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옛 이야기에 등장하는 명리의 고수에 관한 이야기가 현재에도 사람들의 이야기속에 살아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은거하는 고수를 취재한 저자의 능력도 대단하다 생각한다. 맹신 아니면, 무시하기 십상인 강호동양학에 속하는 명리와 풍수에 관한 이야기를 저자는 과학과 이성을 중시하는 대중들의 눈높이를 벗어나지 않게 이야기한다. 고수들의 놀라운 일화, 다시말해 이야기로 구름 속에 가려있는 강호동양학의 매력의 숲으로 안내한다.
  
  
#  이야기의 힘이 살아있는 책.
   
 
  잘 알려지지 않는 그들만의 세계를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난 저자의 필력이 대단하다. 조선시대에 실시했던 식년제부터 고위관직의 정치싸움에 그들의 역할이 존재했고, 서북지역, 핍박받던 지역의 고수들이 많은 이유를,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사실을 기반으로 설명한다. '니가 모르는 뭔가가 있어!'라는 묘한 능력,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말이 되는 이야기로 설명되니, 재야의 고수들의 에피소드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모르는 사람을 지인에게 소개받을 때, 그의 장점을 먼저 소개받듯이, 저자는 명리와 풍수에 대한 알려지지 않는 분야의 매력적인 부분을 그 분야에 달인들의 일화를 통해, 설명한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일제 시대에 인재를 못나오게 하기 위해 명산에 쇠말뚝을 받은 이야기와 지금의 주식시장의 선물거래처럼 미두시장에서 주역을 통해 큰 돈을 번,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지 않은 재야의 거인과 명리의 극한까지 끌어올려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그 분야의 '스타'들의 좀더 깊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게 된다.
 
  6.25 전쟁 이후, 서양문화를 받아들이며 외면받았던 동양학이 아직도 적지않은 사람들에 의해 연구되고 있고, 그들만의 분야가 있다고 할까. '한국'만의 문화적 관습과 틀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동양학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족보와 매장문화, 궁합 등의 한국적 문화와 화장제도의 도입으로 변화하게 될 시대의 모습도 저자는 동양학적인 입장에서 상식의 선을 넘지 않게 잘 설명하고 있다.
  
 
# 팔자을 바꿀 수 있는 힘. 
 
 
  태어날 때 정해진 생시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팔자를 바꿀 수 있는 힘으로 저자는 적선과 명상, 명당, 독서, 명리학을 이야기한다. 명당은 아파트와 화장문화로 인해 힘들고, 명상은 하루 두 시간 이상 해야하는데 바쁜 현대인에게 쉽지 않다. 명리학은 '때'를 이야기하기에 실수를 줄여주며, 무엇보다 적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한다. 500년 넘는 명문가가 버틸 수 있는 힘도, 6.25를 예측해 안면도에 숨어지냈던 야산 이달의 문파가 전쟁의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점도, 가진 돈을 모두 풀어 빈민들에게 베풀었던 선을 쌓았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선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타인에게 욕을 먹더라도 타인에게 좋은 일을 하는 일이 선이라 정의내린다. 동양학의 이야기하는 결과가 복을 쌓는 일이라는 점, 세상의 순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향성도 좋았다.
  
  명리, 풍수 등 동양학에 큰 기대를 갖고 있는 이보다는, 알려지지 않는 우리의 문화를 보는 관점에서, 가볍게 책려는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기대가 크면, 그 기대에 상처받기 마련이다. 명리학이나 풍수는 학문보다 사람에 의해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에, 어떤 사람을 어떤 때에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가능하면, 타인에게 많은 결정을 얻는 것보다는 스스로 선택하되 조언을 얻는 선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중요하다 생각하다. 한 걸음 늦추고 찬찬히 생각해보면, 급한 마음에서 나온 충동을 돌아볼 수 있고, 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생각한다. 숙고해서 내린 결정은 결과가 잘못되어도 후회하지 않게 마련이다.
 
  비주류인 강호동양학을 매력과 상식의 안경으로 바라본 책이다. 상식의 눈높이로 읽고, 상식 선에서 판단한다면, 세상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는 계기가 될거라 생각한다. 관심은 있지만, 신뢰가 가지 않았던 명리학의 큰 얼개를 본 느낌이다. 저자의 소개로 접한 강호동양학은 알쏭달쏭, 매력이 넘치는 또하나의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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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경제학 - 위기의 시대, 유쾌하게 푼 경제의 진실
조준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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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경제학 지식, 몰라도 된다.
 
 
  모두가 경제, 경제를 외친다. 하지만 경제학은 어렵다. 한계효용의 법칙, 희소성의 원칙, 최고가격제, 파생금융상품 등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건 체감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 방법이 없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수인 저자는 일반인은 경제학을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외친다. 경제는 경제학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사는 지혜를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말한다. '돈 버는 기술', '세상의 대세'가 아닌, 삶을 바라보는 지혜를 경제학을 이용해서 말하겠다는 저자의 세상에 대한 접근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19금 경제학이라는 제목 속에는, 19세 미만이 볼 수 없는 경제학이 아닌, 마음의 19금 이라는 의미가 숨겨져있다. 한 몫 잡아보기 위해, 남보다 잘 살기 위한 마음이 아닌, 일상의 삶 속에 스민 경제의 원리를 알고 픈 이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 자본주의에도 최소한의 윤리는 있다?
 
 
  각자의 이기심에 따라 변화하는 세계, 그 안에서는 돈을 위해서라면 몸도 팔고, 장기도 팔고, 사람도 파는 자본주의의 모순이 드러난다. 하지만, 저자는 시장경제의 자본주의에는 공정한 경쟁이라는 최소한의 윤리가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벼락부자가 되는 비법, 그런 건 없다는 말로, 경제학의 환상을 깨는 발언을 하는 그는, 경제학이란 인생의 다양한 선택의 고뇌속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를 선사한다고 이야기한다. 자본주의의 윤리에, 이익을 위하여 타인을 해치지 않는다라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타인을 괴롭히지 않는 정당한 경쟁, 누구에나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사회는 건강해지고, 사람들이 도전해 볼, 살아볼 의욕이 생긴다고 할까. 하지만, 현실은 가진 사람들은 쉽게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무언가 움켜지고 있는 자가, 윤리라는 이름으로 그것을 내 놓기에는 너무나 놓칠게 많다고 할까. 물신화된 사람들을 비판하면서도 그를 미워할 수 없는 현실, 사회가 이미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단체와 사람 사이의 분쟁들을 살펴보다 보면, 그 근원에는 돈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 내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인간은 하려 하지만, 게임 이론의 죄수의 딜레마처럼, 합리적 선택이 꼭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사교육이 성행하는 이유와 사교육을 하지만, 결국 모두의 성적이 크게 오르지 않는 이유를 죄수의 딜레마를 이용해서 저자는 쉽게 설명한다. 다 공교육만 하고, 내 자식만 사교육을 했을 때, 내 자식의 성적이 오를 수 있지만, 모든 부모가 사교육을 시키기에, 경쟁만 더욱 가속화될 뿐이라는 저자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경제학이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변화의 원인을 알려주고, 세상을 현실을 해석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그 범위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다 보니, 장기매매 허용, 성매매 허용 등의 비윤리적인 답안을 찾게 될 수 도 있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인간은 합리적이려 애쓰지만, 감정과 정서 등의 사회적 동물이기에 비합리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비합리적인 윤리가 잘 자리잡은 사회에서 경제가 더욱 잘 운영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저자의 글을 읽으며 새삼 깨닫는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통령을 뽑은게 문제가 아니라,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지 못했기에 문제라는 저자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인다. 경제학의 비밀이나, 놀라운 재테크의 비결 등을 찾는 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책이다. 매번 어려운 경제적 용어에 지쳐있었는데, 경제가 매우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욕망을 합리적으로 조절하려는 노력이라는 점, 공정한 윤리가 자리잡은 시장에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올바른 윤리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특권과 반칙이 없어야 한다. 결국 경제가 잘 자리잡으려면, 그 이면의 정치와 행정부가 심판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할까. 경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 역시, 사람이 결정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경제는 정해진 룰에서 움직이지만, 그 룰을 바꿀 수 있는 건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문학은 세상살이의 마음을, 심리학은 모든 사람을 다루는 학문이기에, 경제학이 문학과 심리학에 가까워져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세상살이의 마음과 대중의 마음을 아우르는 좋은 정책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회가 많은 시장이 좋은 시장이라는 말, 경제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아지길 희망한다. 가장 가진 것 없고 능력이 없는 이도, 기회를 얻고 살아볼 만하고 느껴지는 사회가 가장 행복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돈은 필요하다. 돈을 경시하지 않고, 돈을 경배하지 않고, 좋은 수단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과 지혜가 필요하다. 욕망을 권하는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건, 욕망을 극복한 해탈도, 욕망에 지배당하는 탐욕의 삶, 둘 모두가 아니다. 자신이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는지,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하고,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결정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광고의 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숨겨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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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 어느 날 갑자기 가십의 주인공이 돼 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
세라 자르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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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안에 못난 아이가 있다.
   
   
  생각해보면,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말에 마음이 크게 상하거나 동요한 일들이 있었다. 컴플렉스, 자격지심이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내 안의 못난 아이가 존재한다. 상대의 무심결에 한 말을 확대해석해서 서운해하거나, 필요 이상 과하게 화를 내는 일, 돌이켜 보니, 내가 못나서 그런 반응을 보였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학창시절은 사회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열정, 추억이 함께하는 시기이기도 하지 만, 성숙하지 못한 치기와 어리석음이 동반되는 시기이다. 소문에 민감하고, 보이는 행동으로 그들의 많은 부분을 결정하기도 한다. 특히 이성에 관한 스캔들은 사실의 유무를 너머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식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거리감을 두게 만든다. 성인이 되고, 보이는 모든 것이 진실이 아니고, 중요한 것은 사실보다 내가 그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에도,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라는 것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바다가 보이는 작은 마을 피시피카의 평범한 소녀 디에나는 13살에 오빠의 친구인 토미와 자동차 안에서 부적절한 모습을 아버지에게 들키고 만다. 소문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토미의 입방정으로 학창시절 내내 '헤픈 아이'와 색골이라는 루머에 갇히게 된다. 불량스러운 아이들은 대놓고 무안과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하고, 상처와 소문, 사람들의 시선에 갇혀 소심해진다. 무엇보다 디에나를 힘들게 하는 건, 사건 이전의 친절하고 따뜻한 아버지가 냉랭하고 불평이 가득한 아버지로 변했다는 사실이다. 오빠 역시, 이른 나이에 아이를 갖게 되어, 부모님 지하방에서 아이를 키우는 상황이다. 이성 친구인 제이슨과 동성친구인 리를 서로 소개시켜주고, 둘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도, 제이슨이 남자친구였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아버지의 냉대와 오빠의 독립과 함께 오빠와 이사하고 싶은 디에나는 피자 가게에서 알바를 결정하고, 알바로 일하는 토미와 함께 일하게 된다. 피하고 싶은 토미와의 만남, 아버지의 냉대, 제이슨과의 관계가 얽혀지고 현실을 직시하면서, 디에나는 자신을 둘러싼 두려움을 조금씩 극복해 나가게 되는데..
 
 
# 내 안의 상처는 외면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두렵고, 피하기만 했던 상처를 다시 대면하는 일은 공포보다 더욱 불안한 피하고 싶은 일이다. 하지만 마음 속의 못난 아이와 대면하면서, 그를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 좀 더 성숙한 자신이 된다. 3년간 디에나를 괴롭혔던 아버지의 냉대, 부풀려진 소문,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은, 직접 대면함으로써 조금씩 좋은 결과로 바뀌어간다. 오빠와 새언니 스테파니의 작은 불화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직시하게 되고, 해결책을 조언해 주던 디에나, 타인에게 했던 조언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오빠를 통해 깨닫게 된다. 스포츠 경기나 게임에서 구경자가 될 때에는 경기의 포인트를 잘 짚어내지만, 막상 게임의 당사자가 되었을 땐, 분위기와 넓게 보지 못하듯이, 자신에게 내재된 컴플렉스 역시, 타인의 입장으로 바라보는 객관화에 성공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사춘기 소녀의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과 내재된 심리가 잘 묘사되었다고 할까.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부모님께 투정부리는 못된 딸의 내면에 많은 마음속의 생각들이 부딪치고 있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사람을 대하는 건, 그의 행위만 보고, 보여지는 평판에 기대는 것도 필요하지만, 누군가를 깊이 알아간다는 것은 바다 위 빙산의 작은 표면이 아닌, 바다 속 깊은 빙산을 대면하고 놀래지 않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일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보이는 모든 것이, 들리는 모든 것이 사실은 아니다'라고 할까. 『루머의 루머의 루머』라는 책을 통해 루머의 위험성에 대해 배웠다. 『제발, 내 말 좀 들어주세요』에서는 루머로 자살을 결심한 소녀가 살았더라면, 자신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이렇게 성장해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세상이 보여지는 관계를 맺는 일은, 사회속에서 사는 평안을 안겨주지만 거기까지의 관계에 끝나고 만나고 생각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을 극복할 수 있는 관계는, 사회적 연대 이상의 깊은 유대감이 맺어진다고 할까.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극복해 가는 디에나를 응원하면서, 과거의 상처와 기억에 매달려 사는 디에나의 아버지의 모습이 내 안에도 존재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판단을 내리고, 거리를 두는 마음, 나쁜 행동은 아니지만, 바람직한 행동 역시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해한다고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노력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의 포용의 크기가 350ml 캔에서, 500ml 캔으로 커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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