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경제학 - 위기의 시대, 유쾌하게 푼 경제의 진실
조준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 어려운 경제학 지식, 몰라도 된다.
 
 
  모두가 경제, 경제를 외친다. 하지만 경제학은 어렵다. 한계효용의 법칙, 희소성의 원칙, 최고가격제, 파생금융상품 등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건 체감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 방법이 없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수인 저자는 일반인은 경제학을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외친다. 경제는 경제학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사는 지혜를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말한다. '돈 버는 기술', '세상의 대세'가 아닌, 삶을 바라보는 지혜를 경제학을 이용해서 말하겠다는 저자의 세상에 대한 접근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19금 경제학이라는 제목 속에는, 19세 미만이 볼 수 없는 경제학이 아닌, 마음의 19금 이라는 의미가 숨겨져있다. 한 몫 잡아보기 위해, 남보다 잘 살기 위한 마음이 아닌, 일상의 삶 속에 스민 경제의 원리를 알고 픈 이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 자본주의에도 최소한의 윤리는 있다?
 
 
  각자의 이기심에 따라 변화하는 세계, 그 안에서는 돈을 위해서라면 몸도 팔고, 장기도 팔고, 사람도 파는 자본주의의 모순이 드러난다. 하지만, 저자는 시장경제의 자본주의에는 공정한 경쟁이라는 최소한의 윤리가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벼락부자가 되는 비법, 그런 건 없다는 말로, 경제학의 환상을 깨는 발언을 하는 그는, 경제학이란 인생의 다양한 선택의 고뇌속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를 선사한다고 이야기한다. 자본주의의 윤리에, 이익을 위하여 타인을 해치지 않는다라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타인을 괴롭히지 않는 정당한 경쟁, 누구에나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사회는 건강해지고, 사람들이 도전해 볼, 살아볼 의욕이 생긴다고 할까. 하지만, 현실은 가진 사람들은 쉽게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무언가 움켜지고 있는 자가, 윤리라는 이름으로 그것을 내 놓기에는 너무나 놓칠게 많다고 할까. 물신화된 사람들을 비판하면서도 그를 미워할 수 없는 현실, 사회가 이미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단체와 사람 사이의 분쟁들을 살펴보다 보면, 그 근원에는 돈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 내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인간은 하려 하지만, 게임 이론의 죄수의 딜레마처럼, 합리적 선택이 꼭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사교육이 성행하는 이유와 사교육을 하지만, 결국 모두의 성적이 크게 오르지 않는 이유를 죄수의 딜레마를 이용해서 저자는 쉽게 설명한다. 다 공교육만 하고, 내 자식만 사교육을 했을 때, 내 자식의 성적이 오를 수 있지만, 모든 부모가 사교육을 시키기에, 경쟁만 더욱 가속화될 뿐이라는 저자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경제학이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변화의 원인을 알려주고, 세상을 현실을 해석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그 범위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다 보니, 장기매매 허용, 성매매 허용 등의 비윤리적인 답안을 찾게 될 수 도 있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인간은 합리적이려 애쓰지만, 감정과 정서 등의 사회적 동물이기에 비합리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비합리적인 윤리가 잘 자리잡은 사회에서 경제가 더욱 잘 운영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저자의 글을 읽으며 새삼 깨닫는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통령을 뽑은게 문제가 아니라,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지 못했기에 문제라는 저자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인다. 경제학의 비밀이나, 놀라운 재테크의 비결 등을 찾는 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책이다. 매번 어려운 경제적 용어에 지쳐있었는데, 경제가 매우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욕망을 합리적으로 조절하려는 노력이라는 점, 공정한 윤리가 자리잡은 시장에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올바른 윤리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특권과 반칙이 없어야 한다. 결국 경제가 잘 자리잡으려면, 그 이면의 정치와 행정부가 심판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할까. 경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 역시, 사람이 결정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경제는 정해진 룰에서 움직이지만, 그 룰을 바꿀 수 있는 건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문학은 세상살이의 마음을, 심리학은 모든 사람을 다루는 학문이기에, 경제학이 문학과 심리학에 가까워져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세상살이의 마음과 대중의 마음을 아우르는 좋은 정책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회가 많은 시장이 좋은 시장이라는 말, 경제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아지길 희망한다. 가장 가진 것 없고 능력이 없는 이도, 기회를 얻고 살아볼 만하고 느껴지는 사회가 가장 행복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돈은 필요하다. 돈을 경시하지 않고, 돈을 경배하지 않고, 좋은 수단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과 지혜가 필요하다. 욕망을 권하는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건, 욕망을 극복한 해탈도, 욕망에 지배당하는 탐욕의 삶, 둘 모두가 아니다. 자신이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는지,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하고,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결정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광고의 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숨겨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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