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 어느 날 갑자기 가십의 주인공이 돼 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
세라 자르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 내 안에 못난 아이가 있다.
   
   
  생각해보면,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말에 마음이 크게 상하거나 동요한 일들이 있었다. 컴플렉스, 자격지심이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내 안의 못난 아이가 존재한다. 상대의 무심결에 한 말을 확대해석해서 서운해하거나, 필요 이상 과하게 화를 내는 일, 돌이켜 보니, 내가 못나서 그런 반응을 보였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학창시절은 사회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열정, 추억이 함께하는 시기이기도 하지 만, 성숙하지 못한 치기와 어리석음이 동반되는 시기이다. 소문에 민감하고, 보이는 행동으로 그들의 많은 부분을 결정하기도 한다. 특히 이성에 관한 스캔들은 사실의 유무를 너머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식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거리감을 두게 만든다. 성인이 되고, 보이는 모든 것이 진실이 아니고, 중요한 것은 사실보다 내가 그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에도,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라는 것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바다가 보이는 작은 마을 피시피카의 평범한 소녀 디에나는 13살에 오빠의 친구인 토미와 자동차 안에서 부적절한 모습을 아버지에게 들키고 만다. 소문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토미의 입방정으로 학창시절 내내 '헤픈 아이'와 색골이라는 루머에 갇히게 된다. 불량스러운 아이들은 대놓고 무안과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하고, 상처와 소문, 사람들의 시선에 갇혀 소심해진다. 무엇보다 디에나를 힘들게 하는 건, 사건 이전의 친절하고 따뜻한 아버지가 냉랭하고 불평이 가득한 아버지로 변했다는 사실이다. 오빠 역시, 이른 나이에 아이를 갖게 되어, 부모님 지하방에서 아이를 키우는 상황이다. 이성 친구인 제이슨과 동성친구인 리를 서로 소개시켜주고, 둘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도, 제이슨이 남자친구였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아버지의 냉대와 오빠의 독립과 함께 오빠와 이사하고 싶은 디에나는 피자 가게에서 알바를 결정하고, 알바로 일하는 토미와 함께 일하게 된다. 피하고 싶은 토미와의 만남, 아버지의 냉대, 제이슨과의 관계가 얽혀지고 현실을 직시하면서, 디에나는 자신을 둘러싼 두려움을 조금씩 극복해 나가게 되는데..
 
 
# 내 안의 상처는 외면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두렵고, 피하기만 했던 상처를 다시 대면하는 일은 공포보다 더욱 불안한 피하고 싶은 일이다. 하지만 마음 속의 못난 아이와 대면하면서, 그를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 좀 더 성숙한 자신이 된다. 3년간 디에나를 괴롭혔던 아버지의 냉대, 부풀려진 소문,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은, 직접 대면함으로써 조금씩 좋은 결과로 바뀌어간다. 오빠와 새언니 스테파니의 작은 불화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직시하게 되고, 해결책을 조언해 주던 디에나, 타인에게 했던 조언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오빠를 통해 깨닫게 된다. 스포츠 경기나 게임에서 구경자가 될 때에는 경기의 포인트를 잘 짚어내지만, 막상 게임의 당사자가 되었을 땐, 분위기와 넓게 보지 못하듯이, 자신에게 내재된 컴플렉스 역시, 타인의 입장으로 바라보는 객관화에 성공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사춘기 소녀의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과 내재된 심리가 잘 묘사되었다고 할까.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부모님께 투정부리는 못된 딸의 내면에 많은 마음속의 생각들이 부딪치고 있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사람을 대하는 건, 그의 행위만 보고, 보여지는 평판에 기대는 것도 필요하지만, 누군가를 깊이 알아간다는 것은 바다 위 빙산의 작은 표면이 아닌, 바다 속 깊은 빙산을 대면하고 놀래지 않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일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보이는 모든 것이, 들리는 모든 것이 사실은 아니다'라고 할까. 『루머의 루머의 루머』라는 책을 통해 루머의 위험성에 대해 배웠다. 『제발, 내 말 좀 들어주세요』에서는 루머로 자살을 결심한 소녀가 살았더라면, 자신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이렇게 성장해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세상이 보여지는 관계를 맺는 일은, 사회속에서 사는 평안을 안겨주지만 거기까지의 관계에 끝나고 만나고 생각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을 극복할 수 있는 관계는, 사회적 연대 이상의 깊은 유대감이 맺어진다고 할까.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극복해 가는 디에나를 응원하면서, 과거의 상처와 기억에 매달려 사는 디에나의 아버지의 모습이 내 안에도 존재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판단을 내리고, 거리를 두는 마음, 나쁜 행동은 아니지만, 바람직한 행동 역시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해한다고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노력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의 포용의 크기가 350ml 캔에서, 500ml 캔으로 커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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