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함께 보는 조용헌의 담화 談畵
조용헌 지음, 이보름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 동양의 마지막 환타지를 찾아서...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했더라도 결국 일은 운에 달려있다고 할까. 인간은 최선을 다할 뿐,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 결과를 알고 싶은 마음과 지금 잘하고 있는지 불안한 마음이 점이라는 도구에 의지하게 한다고 할까. 지금 이 일을 할 때인지, 적절한 타이밍을 알고 싶은 마음이 있어, 사람들은 명리학에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서양문명과 과학과 이성의 시대에도 꿋꿋이 살아남은 환타지라 생각한다. 한의학은 체계적 연구를 통해, 병원도 생기고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있지만, 서양의학도 못고치는 불치의 병에 대해서, 침술과, 한약으로 낫게 하는 현대판 화타가 재야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풍수 역시, 화장문화를 통해 사라져가고 있지만, 환경의 중요성과 함께, 재조명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대 최창조 교수의 연구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변했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옛 이야기에 등장하는 명리의 고수에 관한 이야기가 현재에도 사람들의 이야기속에 살아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은거하는 고수를 취재한 저자의 능력도 대단하다 생각한다. 맹신 아니면, 무시하기 십상인 강호동양학에 속하는 명리와 풍수에 관한 이야기를 저자는 과학과 이성을 중시하는 대중들의 눈높이를 벗어나지 않게 이야기한다. 고수들의 놀라운 일화, 다시말해 이야기로 구름 속에 가려있는 강호동양학의 매력의 숲으로 안내한다.
  
  
#  이야기의 힘이 살아있는 책.
   
 
  잘 알려지지 않는 그들만의 세계를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난 저자의 필력이 대단하다. 조선시대에 실시했던 식년제부터 고위관직의 정치싸움에 그들의 역할이 존재했고, 서북지역, 핍박받던 지역의 고수들이 많은 이유를,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사실을 기반으로 설명한다. '니가 모르는 뭔가가 있어!'라는 묘한 능력,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말이 되는 이야기로 설명되니, 재야의 고수들의 에피소드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모르는 사람을 지인에게 소개받을 때, 그의 장점을 먼저 소개받듯이, 저자는 명리와 풍수에 대한 알려지지 않는 분야의 매력적인 부분을 그 분야에 달인들의 일화를 통해, 설명한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일제 시대에 인재를 못나오게 하기 위해 명산에 쇠말뚝을 받은 이야기와 지금의 주식시장의 선물거래처럼 미두시장에서 주역을 통해 큰 돈을 번,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지 않은 재야의 거인과 명리의 극한까지 끌어올려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그 분야의 '스타'들의 좀더 깊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게 된다.
 
  6.25 전쟁 이후, 서양문화를 받아들이며 외면받았던 동양학이 아직도 적지않은 사람들에 의해 연구되고 있고, 그들만의 분야가 있다고 할까. '한국'만의 문화적 관습과 틀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동양학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족보와 매장문화, 궁합 등의 한국적 문화와 화장제도의 도입으로 변화하게 될 시대의 모습도 저자는 동양학적인 입장에서 상식의 선을 넘지 않게 잘 설명하고 있다.
  
 
# 팔자을 바꿀 수 있는 힘. 
 
 
  태어날 때 정해진 생시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팔자를 바꿀 수 있는 힘으로 저자는 적선과 명상, 명당, 독서, 명리학을 이야기한다. 명당은 아파트와 화장문화로 인해 힘들고, 명상은 하루 두 시간 이상 해야하는데 바쁜 현대인에게 쉽지 않다. 명리학은 '때'를 이야기하기에 실수를 줄여주며, 무엇보다 적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한다. 500년 넘는 명문가가 버틸 수 있는 힘도, 6.25를 예측해 안면도에 숨어지냈던 야산 이달의 문파가 전쟁의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점도, 가진 돈을 모두 풀어 빈민들에게 베풀었던 선을 쌓았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선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타인에게 욕을 먹더라도 타인에게 좋은 일을 하는 일이 선이라 정의내린다. 동양학의 이야기하는 결과가 복을 쌓는 일이라는 점, 세상의 순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향성도 좋았다.
  
  명리, 풍수 등 동양학에 큰 기대를 갖고 있는 이보다는, 알려지지 않는 우리의 문화를 보는 관점에서, 가볍게 책려는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기대가 크면, 그 기대에 상처받기 마련이다. 명리학이나 풍수는 학문보다 사람에 의해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에, 어떤 사람을 어떤 때에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가능하면, 타인에게 많은 결정을 얻는 것보다는 스스로 선택하되 조언을 얻는 선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중요하다 생각하다. 한 걸음 늦추고 찬찬히 생각해보면, 급한 마음에서 나온 충동을 돌아볼 수 있고, 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생각한다. 숙고해서 내린 결정은 결과가 잘못되어도 후회하지 않게 마련이다.
 
  비주류인 강호동양학을 매력과 상식의 안경으로 바라본 책이다. 상식의 눈높이로 읽고, 상식 선에서 판단한다면, 세상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는 계기가 될거라 생각한다. 관심은 있지만, 신뢰가 가지 않았던 명리학의 큰 얼개를 본 느낌이다. 저자의 소개로 접한 강호동양학은 알쏭달쏭, 매력이 넘치는 또하나의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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