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 집을 나가다 - 가족 밖에서 꿈꾸는 새로운 삶 스물여덟 가지
언니네트워크 엮음 / 에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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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만 함께하는 삶이 아니기에, 더욱 고민해야 하는 결혼. 

  혼자 살아가야하기에, 더욱 고민해야 하는 비혼.    
    

  서로 사랑해서 없으면 허전할 만큼, 깊은 유대의 끈이 맺어졌다 생각하더라도, 결혼은 쉽지 않다. 그의 어머니와 그녀의 아버지 등 다른 가족과의 연결된 일상과 문화까지 인내하고, 서로 인정하며, 대화로써 살아가야 한다. 둘 만의 행복한 삶을 꿈꾼다거나, 남들 다 가니까, 사회의 흐름에 맞게 살아가야지라는 생각을 가진 이에게는 결혼을 말리고 싶다. 누군가의 기대, 사회에서의 인정에서 벗어나는 독립적인 삶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충분히 깊은 사랑을 받은 본 이는 알고 있다. 절대적 지지 속에 숨어있는 내 의사에도 따라야 해라는 암묵적 의지를 느낀이에게는 결혼이 부담으로 느껴지는 현실도 인정한다. 무엇보다 명절과 가족모임 등, 내가 원하지 않지만, '아내', '며느리'이기에 해야 하는 삶이 부담스러운 이는, 결혼을 꼭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들 그렇게 해 왔기에, 내가 사랑하는 이가 견뎌내야 하는 고통을 바라보는 일은, 남자에게도 즐겁지 않은 일이니까.
 
  혼자로 살아가는 일은 결혼생활 이상으로 힘겨운 의지와 결정이 필요하다. 아무런 간섭없이 당당하게 내 시간을 통제하는 무한의 자유의 삶을 꿈꾼다. 이루어지지 않는 꿈일 뿐이다. 사소하고 귀찮은 일상의 일을 혼자 해 내야하고,  때로는 외로움과 싸워야 한다. 다른 선택지의 삶을 보며, 남들처럼 무난하게 살아도 괜찮을텐데라는 마음속의 외침을 당당하게, 내 삶을 내가 선택했기에 이겨내야해라며 용기내야 하는 힘도 필요하다. 결혼 아니면 비혼이라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닌, 현재의 법적인 결혼제도를 거부하는 삶을 사는 이에게도, 핍박과 매도를 당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인식의 변화는 필요하다 생각한다.  

  결혼제도를 부정하지 않는다. 힘겨운 삶, 혼자가 아닌 함께 의지하며 살아가는 일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하지만, 결혼제도가 주는 즐겁고 매력적인 생활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가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회적 눈치를 보며 살아야하는 삶은 불합리하다 생각한다. 명절때 다가오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취업과 결혼 스트레스, 걱정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있는 지나친 간섭들은 잘 살고 있는 솔로들을 죄인으로 만들고, 피하게 만든다. 공동체가 함께 모이는 명절이라의 의도를 없애버린다.
 

#  '정상가족'이 아닌 다른 삶을 살아도 괜찮아.
 
 
  '엄마', '아빠'가 모두 집에 있는 정상가족이 아니라도, 가정환경에서 나를 응원해주는 이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를 사랑하는 이가 나 자신뿐이라도 말이다. 책을 읽으며, 결혼 전에 따지는 부모님은 뭐하시느냐는 질문, 부모님이 살아계시느냐는 물음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둘이 결혼하는데, 부모님이 왜 중요한 걸까. 가정환경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그게 결격 사유가 된다는 이유에 동의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부모님 세대에서 이혼이 불륜과 파산 등 끝장까지 보는 상황에서 취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지금은 서로가 합의한다면 가능한 선택으로 변한 세대간의 격차에서 오는 차이가 원인 중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남들 다 하는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비혼의 삶을 고민하는 이에게 응원의 힘을 전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결혼을 반대하는 반결혼주의자가 되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남들이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를 보며 공감을 폭을 넓어갈 때,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괜찮다고, 난 다른 일을 하는데 괜찮더라는 응원의 힘을 전해주는 책이다.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대면하고, 선택하는 과정, 피할 수 없는 힘겨움과 그 힘겨움을 극복하거나, 극복하는 과정이 담긴 28가지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여성주의를 지향하는 단체에서 나온, 결혼이 아닌 비혼에 관한 이야기이기에, 미혼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자식을 둔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에게는 가족제도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게 하는 계기를, 남성에게는 결혼이 여성에게 얼마나 큰 희생을 요구하는지에 대해 성찰해 보게 하는 책이다. 특히, 결혼생활을 하는 남성에게는, 결혼제도 안의 늪에 빠진 아내의 힘겨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가부장적인 가족의 모델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순진한 남성에게 더욱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자신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그 공간이 어머니에게 여성에게는 얼마나 힘겨운 과정인지 알게되어, 삶의 가치관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될거라 믿는다. 연애에 한참 빠진 연인이라면, 책의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좋다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결혼이 꼭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아닌,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점검하는 일은 필요하다. 수 많은 인생에 놓여진 선택의 과정을 위한 자신의 방향을 설정하고 돌아보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저출산의 이유가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아서, 젊은 미혼여성이 이기적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부당하다 생각한다. 정부가 고민해야 하는건 미혼여성에 대한 매도가 아닌, 어떻게 하면 아이를 낳아도 아무런 걱정없이 아이들을 성인으로 성장하게 만들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정책적 지원을 하는 일이다. 양육비에 대한 지원과 합리적인 교육제도가 잘 정비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생각한다. 결혼하는 일을 희생으로 만드는 가부장적인 제도를 사회에서 함께 공론화하면서 고민하는 일도 필요하다. 잘 만들어진 제도를 이용하되, 누군가에게 희생이 되는 일을 무력화할수록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할까. 어떻게 하면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을지,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나누며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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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태그놀이 - 언니들이 전하는 새콤달콤 여성주의 레시피
언니네트워크 지음 / 또하나의문화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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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어머니, 누나, 반려자, 동생의 문제이다.
 
 
  어머니가 난소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로 입원했을 때, 가정에서 어머니의 빈자리를 경험하였다. 어머니가 겪는 일상의 일들인 빨래, 설겆이, 요리를 대신하며, 집안일의 힘겨움에 대한 생각을 시작했다. 수 십년 꾸준히 집안일을 하면서 경험해야 하는 일상의 지옥, 해도해도 끝이 없는 티나지 않는 일상, 무엇보다 당연하게 생각하며 지적하는 아버지의 잔소리가 어머니에게는 짜증을 나게하는 원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어머니의 일을 다 나누어 할 생각을 하지 못한점을 반성했다. 고혈압으로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위한 책들을 찾아보며, 여성이 매달 하는 생리와 여성만이 겪는 문제에 대해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 생리대를 사러가는 불편한 기억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었는데, 모르고 지나치는 그 순간에도 어머니는 많은 고통을 고통인지 모른채, 다들 그렇게 지내니까 살아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늘 그래왔기에,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던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처음 했었다. 아, 이대로 그냥 지나쳐버리면, 나 역시 결혼을 하게 되었을 때,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많은 희생들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자, 스스로가 무서워졌다. 사랑으로 결혼을 결심하지만, 함께 살기위해서는 상대의 습관과 가정문화가 그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변화가능성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문제를 알았는데도, 막상 바꾸려는 노력 도중에, 왜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익숙해진 습관을 바꾸는 일이 버거워질 땐, 눈 살짝 감으며 모르는 척 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이해한다. 그래도 바뀌어야 한다 생각한다. 당연하게 보여지는 일들이, 당연하지 않는 사실을 인정할 때, 여성문제가 보이기 때문이다. 여성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어머니, 누나, 반려자, 동생의 문제라 생각한다.  알더라도, 단숨에 바꾸는 일이 쉽지 않지만, 잊지 않기 위해, 꾸준히 현실을 기억하고, 문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  남자이기에, 주류이기에, 보이지 않았던 많은 어둠의 그림자들을 보다.
 
 
  여성주의를 지향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언니네에서, 수록된 글 중 59개의 글을 가려뽑아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 여성과 성적 소수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현실의 모순, 자신의 감정과 생각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남자이기에, 성적 소수자가 아닌 주류이기에,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결혼 뒤에 숨어진 여성의 희생과 역할의 되물림이 보인다. 사회구조적으로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한다는 사실이 책의 활자를 통해 생생하게 가슴에 전해진다. 서로 마음이 맞아 행복한 연애를 하더라도, 행복한 결혼에서는 두 사람의 가족이 만나기에, 더욱 힘들어지는 이유를 알 수 있다고 할까. 남자라고 결혼생활이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여성의 고통에 비하면 여성의 희생이 크다는 사실, 인정한다.
   
  한국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지만, 다양한 처지에서,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밝은 햇살에 보이지 않는, 어둠의 긴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고 할까. 주류라는 밝은 공간에 나오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적어질수록, 일정한 틀이 아닌, 다양한 삶을 추구하는 이들이 당당하게 사회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사회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라는 점을 확인했다.
 
  당장 내가 바뀌면 고칠 수 있는 문제들도 있고, 사회의 구성원들이 진지하게 고민하며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무엇보다 문제를 인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숨을 수 밖에 없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이다. 여성에 대한 편견, 동성애에 대한 공포를 지니고 있지 않는, 열린 사고를 가진 이라면, 읽어보고 곱씹어 볼 가치가 있다 생각한다. 그들의 생각을 동의하던지에 관계없이, 던져진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며, 은연중에 지니고 있는 삶의 가치관을 돌이켜 볼 수 있기에, 이 책은 소중하다. 가치관에는 정답이 없기에,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나은 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모두가 함께 같은 가치관을 지향하는 사회가 아닌, 다른 생각들도 기꺼이 이야기하고, 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까. 아직까지 한국사회는 동성애자들이 커밍아웃하여 활동하기에, 비혼모, 비혼남이 입양해서 아이를 키우기에, 여성이 밤길을 마음놓고 돌아다니기에, 여성 혼자서 사업을 하기에 제도적, 사회정서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현실이 보였다.
 
  뛰어난 지도자가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게 만드는 사회를 바라지 않는다. 뛰어난 지도자에 의지하게 되면, 그가 없었을 때, 못난 지도자와 함께 겪어야 하는 고통이 너무나 크다. 함께 살아숨쉬며, 모두 공존하며 사는 일, 내 옆에 있는 어머니, 누나, 여성의 성을 가진 이와 함께 동등하게 사는 연습부터 시작했을 때 가능하다 믿는다. '동등'이라는 이름은 남성, 여성의 입장이 아닌, 서로가 동의하는 부분에서 시작된다 생각한다. 가부장의 흔적과 수직구도의 남아있는 남성중심이 무너지는만큼, 남성이 경험하는 혜택은 전보다 줄어들겠지만, 남성이 소중히 생각하는 여성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공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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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방 - 내가 혼자가 아닌 그 곳
언니네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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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와 아픔을 간직한 그녀들, 언니네 방에 모이다.
 
 
  한국인에게만 있는 '화병'은 가부장적인 질서에 눌려, 화를 내지 못하고, 마음속에 꼭꼭 담아두었던 상처와 아픔이 쌓여 생기는 병이다. 비밀은 편견과 사심없이 진심으로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없기에 비밀이 된다는 책 속의 글귀처럼, 누구에게 토로할 수 없어 쌓이는 마음의 어두운 작은 조각이라 생각한다. 인터넷이 발전하기 이전에는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 연대와 익명의 끈이 이어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익명이라는 보호장치가 서로의 상처를 감싸안는 작은 둥지가 되어 상처와 아픔을 토로하게 하고 낫게 만든다. 여자이기에, 말하지 못했던 아픔, 사회적 소수자이기에 겪어야 했던 상처들을 글을 통해 치유하는 공간이 언니네(www.unninet.net)이다.
 
  남성이기에, 언니네에 가입이 불가능하다. 독자들에게 가장 공감을 받았던 글들을 보며, 차마 남성들에게, 남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아픔을 읽으며, 아, 이런 아픔을 마음속에 감추며 살아가고 있구나라고 짐작해 본다. 차별은 차별을 하고 있는 이는 잘 느끼지 못한다. 지배계층이 그들의 논리로 피지배계층을 착취하고, 부유한 이들이 가난한 이의 소소한 아픔을 이해하기 힘든 것처럼,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이는 그 힘겨움을 이해할 수 없다 생각한다. 그저 짐작만 가능하다. 정말 평등한 사회라면, 언니네의 존재의 이유는 없어진다.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때론 성차별적인 논리에 빠져 상대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차별을 묵인하고 있지 않았는지 고민해 본다. "몰랐어,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 말을 하지 그랬니"라는 말이 얼마나 잔인한 말인지는 피해자만이 알거라 생각한다.
 
 
#  여성이 행복해지는 그 크기만큼, 남성이 져야하는 그 무게도 줄어든다.
 
 
  섹스, 성정체성, 성폭력, 차별에 관한 이야기들, 공론화하기 곤란한 이야기들이 책 속에 가득 담겨있다. 지나친 자신감으로 배려가 없는 남성과 자꾸 확인을 통해 무능함을 벗어나려 하는 남성, 자위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부끄러워지는 마음속의 검열, 예쁜 여자, 착한 여자, 외모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살고 싶지만,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 관습이라는 편견으로 채워진 우리 사회를 언니네 방의 글들은 거울이 되어 비춰준다.
 
  가부장제의 사회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티나지 않는, 많은 수고스러운 일들 당연히 해야하는 풍조때문에, 심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심했다면, 남성 역시, 권위있어 보여야 한다는, 남자다워져야 한다는 사회의 풍조에 희생당하고 있다. 하지만, 남성보다 여성이 직접적으로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기에, 여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출산과 군대라는 진부한 싸움을 넘어, 서로가 공존하기 위해, 다음 아이들이 이러한 차별의 연속에 빠지지 않게 하기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100년 전, 첩을 두는 문화가 당시 사람들에게 그렇게 큰 제약이 아니였지만, 지금의 사회적 인식으로 용서받지 못하는 것처럼, 끊임없는 문제제기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아파하고 힘겨워하고 있는지 외치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그들의 생각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지만, 책 속의 글을 통해 우리 사회에 아직도 얼마나 많이 보이지 않는 차별이 많은지 생생하게 인식하게 하는 점이 책의 장점이다.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도 10년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동사무소 또는 사회적 의식에서 그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전무하다 생각한다. 동성애자들이 없어 그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커밍아웃을 했다가는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분위기 때문에, 그들은 숨어서 그들끼리 연대한다고 생각한다. 동성애자 여성은, 사회적 구조에 가장 억압받는 대상이기 때문일까. 그들이 언니네 방에서 자신들이 경험하는 사회적 피해를 토로하며, 언니네 방이 있어 행복하다는 글을 볼 때, 얼마나 사회에서 힘들게게 하면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성애자를 난치병처럼, 바라보는 사회적 의식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여전히 어두운 그늘에 가리워져 있을거라 생각한다. 네 주변에 동성애자와 장애인 관련 시설이 들어오면 집값과 아이들 교육에 좋겠니라는 인식 뒤에 숨어있는 무서운 폭력에 몸서리쳐진다.
 
  사회의 인식은 우리가 자라기 전에 고정되어 있지만, 우리가 성인이 되었을 때 능동적으로 행동하면 바꿀 수 있다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무관심하며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두운 곳에서 힘겨워하며 아픔을 토로하는 사람이 늘어간다고 생각한다. 절대적 빈곤보다 더 무서운 일은 상대적, 사회적 외면이다. 당장 한 개인이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당신이 사회적 소수자, 여성, 차별을 받는 대상에 보내는 작은 시선이, 어둠속에서 혼자 아파하는 이에게는 햇살 가득한 위로와 살아가는 희망이 될거라 믿는다. 언니네에 모여드는 사람이 많아지기 보다, 언니네에서 외치는 이야기가 사회속에서 공론화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녀에 관계없이 인간이라면, 차별에 대해, 인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생각한다. 언니네에서 외치는 이야기들은 여성을 위한 외침이 아닌, 인권에 관한, 함께 동등하게,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당신이 알아두어야 할 이야기들이다.
 
  당연하다 생각되는 결혼, 제사, 데이트, 키스, 섹스, 성정체성, 등등 익숙한 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뀔 때, 우리가 함께 살아숨쉬는 풍경은 늘어날거라 생각한다. 깨어있기를 원하는 당신을 위해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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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노석미 그림 / 살림Friends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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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르게 앞만 보며, 달려온 당신 ! 지금은, 더 멀리 뛰기 위해 뒤를 돌아볼 시간입니다.
 
 
  한국 전쟁이후 황폐해진 땅에, 경제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숨가프게 달려온지 60년이 지났다. 세계에서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만큼, 고도성장을 이뤄냈지만, 외환위기와 수출위주의 경제성장, 외면받는 민주주의, 노사갈등, 지역갈등, 의회 민주주의의 위기 등 다양한 문제점도 안고 있다. 서양에서는 300년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진 민주주의를 짧은 시간에 이루려는 시도가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빠르게 앞만보며 달려왔다면, 지금은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달려야 할건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라 생각한다.
 
  아지즈 네신이라는 터키작가가 태어났던 때의 터키도 한국전쟁의 우리나라와 경제상황이 비슷했다. 모두가 가난하고 배고팠던 시기, 작가는 풍족해진, 소비사회의 풍조로 어린아이들과 어른들이 힘겨웠던 어린 시절을 잊어가는 것이 안타까워 자전적 소설을 썼다.빠른 사회의 변화속에서 적응하기 위해, 이웃간의 끈끈한 정, 우정, 인간의 소중함 등, 잊어가며, 잃어가는 것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작가가 털어놓는 유년시절의 추억들은 우리가 잊어가며, 잃어버린 아름다운 보석보다 소중한 가치들을 어둠 속의 촛불처럼 은은하게 비춰준다.
 
 
# 너무나 가난했던 삶, 웃음과 풍자로 풀어가는 이야기
 
 
  가난했던 시절을 이야기하면, 보통 가난의 서러움과 함께 그러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나처럼 살면 안된다는 훈계로 끝나기 십상이다. 풍자와 위트의 작가 아지즈 네신의 이야기에는 너무나 가난해서 안타까운 순간들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묘한 힘이 서려있다. 명절을 맞으면 입는 새빔 하나도 준비하기 버거웠던 어린시절, 양동이 끌고 물을 길어와야 했던 부끄러운 시절과 부자 아이에게 구박받던 에피소드와 뒤에서 싸움을 부추기지만,정작 싸움의 순간에는 비겁하게 지켜보기만 하는 동네 형의 이야기들은 슬픈 상황을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컴퓨터와 게임기가 발달하지 않았던 유년시절의 추억들을, 네신의 이야기를 통해 바라본다. 가난했지만, 비굴하지 않았던 삶, 어린 마음에 많은 걸 할 수 없었던 삶이 부끄러웠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작가의 말처럼, 모두가 가난할 때 가난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부자인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현실에 순응하며,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 모두 부자가 되는 건 아니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모두가 열심히 근검절약하면 너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악마의 유혹같은 말에 벗어나, 어떻게 사는 삶이 함께 행복하게 지내는 삶인지 고민하기 시작하고, 자신의 이익에 조금 피해가 되더라도 공존을 위해 견딜 수 있는 마음이 있을 때,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간다는 외면했던 사실을 다시 생각해 본다.
 
  실천하는 지성이면서, 자신의 모든 작품의 인세를 고아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는 네신 재단으로 모두 기부하는 저자의 책이다. 고통과 힘겨움을 이겨내는 힘이 웃음이듯이, 가장 낮은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았기에, 저자의 글들이 풍자와 웃음으로 가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돈이 있으면 많은 걸 누릴 기회를 가진 현대사회 일수록, 절대적 빈곤에 놓여 하루를 걱정해야 했던 시절을 잊고 살아선 안된다 생각한다.
 
  작가는 어머니가 다른 집에 빨래를 대신하며 생계를 유지한 친구가 백만장자가 된 후, 과거를 부끄러워하며 고귀한 신분이며 부모님도 고위관료라는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고, 부모 세대 모두가 가난한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이 글을 썼다고 한다. 가난을 부끄러워 하는 삶이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썼다는 그의 마음이 책을 통해 전해진다. 가난은 벗어나고 싶은 대상이지만, 수치를 느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생각한다.
 
  네신의 글을 읽으며,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꿈꾸었던 세상을 다시 떠올려 본다. 가진 것의 정도에 상관없이,모두가 가난했지만 함께 나누며 살 줄 알았던 시대, 그때의 따뜻한 마음을 어떻게 유지시켜 다음 세대에게 그대로 잘 전하는 일이 지금 세대에게 주어진 책무라 생각한다. 돈이 없어 하루를 굶어 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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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 도둑 - 김주영 상상우화집
김주영 지음, 박상훈 그림 / 비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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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상상력이 메마르고 있다.
 
 
  현실과 타협하는 나날이 늘어간다. 현실을 직시하고, 한계를 인식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마음의 한 구석에 자리잡던 상상력은 사라진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다르지 않을 내일이라는 생각이 웃음과 여유도 사라지게 하여 안타깝다. 조금만 건드리면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상상력을 머금은 스펀지같은 책이다. 저자가 풀어내는 사리에 맞지 않은 이야기속에 우리 삶의 풍경이 보이고, 살아가는 지혜가 숨어있다.
 
 
# 당신의 마음 속에 잠들어 있는 어린시절의 아이를 깨워보세요.
 
 
  52가지의 짧지만 생동감 넘치는 글을 읽다보니, 어린시절 잠들어 있는 내 안의 아이가 깨어난 기분을 느꼈다. 철도로 이어져 목포와 부산에서 출발해서, 신의주, 러시아를 지나 유럽까지 지나가는 대륙횡단열차를 여행하는 꿈에 빠져 즐거웠다. 늘 일만하는 코끼리가 안쓰러워 코끼리를 들어 위로해주고 싶던 아이가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의심없이 감탄하고, 축하해주는 어린시절의 마음과 만나게 되어 좋았다. 현실가능성이라는 이름과 의심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속기 십상이라고 알려주는 사회의 분위기에서 살짝 비껴서서, 작은 일에 감동하고, 기뻐하고, 한계를 넘어서는 상상력을 만난 이 느낌, 상상력의 결핍의 시대에, 비타민을 만난 기분이다.
 
  거리를 배회하며 삶의 진실과 지혜를 대면했던 저자의 내공이 잘 드러난 우화집이다. 현실세계에서 인간이 부딪치는 좁은 식견, 두려움, 외로움 등의 마음을 우화를 통해 대신 체험하게 한다. 표제인 달나라 도둑의 이야기를 통해, 내 방안의 돈과 작은 이익을 지키려다, 당연하게 느껴야 하는 가치를 잃어버린 채 사는 삶을 돌아보았고 자신의 고집과 욕심으로 공룡과 괴물이 되어가는 아이, 어른들의 방치속에 외롭게 자라는 아이들이 보였다. 도시화로 사라져버린, 시골생활의 자연의 풍경이 주는 혜택과 이웃간의 살뜰한 정 등 현대사회에서 잊어가며, 잃어가는 가치들과 마주하는 느낌, 나쁘지 않다.
 
  이야기에 빠지면, 자연스레 다양한 생각이 꼬리를 문다.독자의 곱씹음의 깊이만큼, 더 넓고 멀리, 각의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김주영 표, 아이러니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뗏목을 타고 여행을 하며, 세상의 가치들에 초연한 그, 어느날 잠수정이 따라붙어 취재하더니, 세간의 사람들에게 물위의 철학자 등으로 조명을 받게 되면서, 뗏목생활에 지쳐 육지로 돌아가지 못하고, 계속 뗏목위에 생활해야 하는 생활을 하게 되는 이야기에샤,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삶이 보였다.
 
 
# 함께 꿈을 그릴 수 있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
 
 
  완벽한 조건을 갖춘 여성이 되었지만, 정작 결혼을 하려 오지 않는 상황에 빠진 공주라 불리고 싶었던 여성을 다룬 길 위에서 잠든 공주님 이야기는 결혼의 의미와 보이는 외모와 배경, 능력을 잣대로 사람을 판단하는 현실의 풍경이 보인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씨앗으로, 함께 읽기를 권하고 싶다. 많은  것들을 갖추는 삶은 편리와 행복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생각한다. 풍족한 삶이 부끄러운, 죄의식을 느껴야 하는 삶은 아니다. 혼자 너무 많이 가지고 있거나, 주변보다 더 빛나보이기 위한 화려함이 꼭 부러움의 대상도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 아이들에게 많은 돈을 벌고, 세상을 살아가는 요령을 가르쳐 주는 일은 중요하다. 그 크기만큼 ,아이들에게 함께 사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상상력을 제공해 주는 일도 시급하다 믿는다.
 
  꿈을 꾸지 않으면, 그 꿈을 믿지 않으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없다. 현실의 지나친 압박으로 상상력보다 재테크와 당장의 이해관계를 강조하는 사회의 분위기가 고조될수록, 더욱 소중한  가치를 대변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이야기에 빠져, 잠깐 다른 삶의 풍경을 그려볼 수 있었다. 달콤한 단잠을 연상시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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