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 도둑 - 김주영 상상우화집
김주영 지음, 박상훈 그림 / 비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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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력이 메마르고 있다.
 
 
  현실과 타협하는 나날이 늘어간다. 현실을 직시하고, 한계를 인식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마음의 한 구석에 자리잡던 상상력은 사라진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다르지 않을 내일이라는 생각이 웃음과 여유도 사라지게 하여 안타깝다. 조금만 건드리면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상상력을 머금은 스펀지같은 책이다. 저자가 풀어내는 사리에 맞지 않은 이야기속에 우리 삶의 풍경이 보이고, 살아가는 지혜가 숨어있다.
 
 
# 당신의 마음 속에 잠들어 있는 어린시절의 아이를 깨워보세요.
 
 
  52가지의 짧지만 생동감 넘치는 글을 읽다보니, 어린시절 잠들어 있는 내 안의 아이가 깨어난 기분을 느꼈다. 철도로 이어져 목포와 부산에서 출발해서, 신의주, 러시아를 지나 유럽까지 지나가는 대륙횡단열차를 여행하는 꿈에 빠져 즐거웠다. 늘 일만하는 코끼리가 안쓰러워 코끼리를 들어 위로해주고 싶던 아이가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의심없이 감탄하고, 축하해주는 어린시절의 마음과 만나게 되어 좋았다. 현실가능성이라는 이름과 의심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속기 십상이라고 알려주는 사회의 분위기에서 살짝 비껴서서, 작은 일에 감동하고, 기뻐하고, 한계를 넘어서는 상상력을 만난 이 느낌, 상상력의 결핍의 시대에, 비타민을 만난 기분이다.
 
  거리를 배회하며 삶의 진실과 지혜를 대면했던 저자의 내공이 잘 드러난 우화집이다. 현실세계에서 인간이 부딪치는 좁은 식견, 두려움, 외로움 등의 마음을 우화를 통해 대신 체험하게 한다. 표제인 달나라 도둑의 이야기를 통해, 내 방안의 돈과 작은 이익을 지키려다, 당연하게 느껴야 하는 가치를 잃어버린 채 사는 삶을 돌아보았고 자신의 고집과 욕심으로 공룡과 괴물이 되어가는 아이, 어른들의 방치속에 외롭게 자라는 아이들이 보였다. 도시화로 사라져버린, 시골생활의 자연의 풍경이 주는 혜택과 이웃간의 살뜰한 정 등 현대사회에서 잊어가며, 잃어가는 가치들과 마주하는 느낌, 나쁘지 않다.
 
  이야기에 빠지면, 자연스레 다양한 생각이 꼬리를 문다.독자의 곱씹음의 깊이만큼, 더 넓고 멀리, 각의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김주영 표, 아이러니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뗏목을 타고 여행을 하며, 세상의 가치들에 초연한 그, 어느날 잠수정이 따라붙어 취재하더니, 세간의 사람들에게 물위의 철학자 등으로 조명을 받게 되면서, 뗏목생활에 지쳐 육지로 돌아가지 못하고, 계속 뗏목위에 생활해야 하는 생활을 하게 되는 이야기에샤,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삶이 보였다.
 
 
# 함께 꿈을 그릴 수 있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
 
 
  완벽한 조건을 갖춘 여성이 되었지만, 정작 결혼을 하려 오지 않는 상황에 빠진 공주라 불리고 싶었던 여성을 다룬 길 위에서 잠든 공주님 이야기는 결혼의 의미와 보이는 외모와 배경, 능력을 잣대로 사람을 판단하는 현실의 풍경이 보인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씨앗으로, 함께 읽기를 권하고 싶다. 많은  것들을 갖추는 삶은 편리와 행복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생각한다. 풍족한 삶이 부끄러운, 죄의식을 느껴야 하는 삶은 아니다. 혼자 너무 많이 가지고 있거나, 주변보다 더 빛나보이기 위한 화려함이 꼭 부러움의 대상도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 아이들에게 많은 돈을 벌고, 세상을 살아가는 요령을 가르쳐 주는 일은 중요하다. 그 크기만큼 ,아이들에게 함께 사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상상력을 제공해 주는 일도 시급하다 믿는다.
 
  꿈을 꾸지 않으면, 그 꿈을 믿지 않으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없다. 현실의 지나친 압박으로 상상력보다 재테크와 당장의 이해관계를 강조하는 사회의 분위기가 고조될수록, 더욱 소중한  가치를 대변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이야기에 빠져, 잠깐 다른 삶의 풍경을 그려볼 수 있었다. 달콤한 단잠을 연상시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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