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 집을 나가다 - 가족 밖에서 꿈꾸는 새로운 삶 스물여덟 가지
언니네트워크 엮음 / 에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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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만 함께하는 삶이 아니기에, 더욱 고민해야 하는 결혼. 

  혼자 살아가야하기에, 더욱 고민해야 하는 비혼.    
    

  서로 사랑해서 없으면 허전할 만큼, 깊은 유대의 끈이 맺어졌다 생각하더라도, 결혼은 쉽지 않다. 그의 어머니와 그녀의 아버지 등 다른 가족과의 연결된 일상과 문화까지 인내하고, 서로 인정하며, 대화로써 살아가야 한다. 둘 만의 행복한 삶을 꿈꾼다거나, 남들 다 가니까, 사회의 흐름에 맞게 살아가야지라는 생각을 가진 이에게는 결혼을 말리고 싶다. 누군가의 기대, 사회에서의 인정에서 벗어나는 독립적인 삶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충분히 깊은 사랑을 받은 본 이는 알고 있다. 절대적 지지 속에 숨어있는 내 의사에도 따라야 해라는 암묵적 의지를 느낀이에게는 결혼이 부담으로 느껴지는 현실도 인정한다. 무엇보다 명절과 가족모임 등, 내가 원하지 않지만, '아내', '며느리'이기에 해야 하는 삶이 부담스러운 이는, 결혼을 꼭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들 그렇게 해 왔기에, 내가 사랑하는 이가 견뎌내야 하는 고통을 바라보는 일은, 남자에게도 즐겁지 않은 일이니까.
 
  혼자로 살아가는 일은 결혼생활 이상으로 힘겨운 의지와 결정이 필요하다. 아무런 간섭없이 당당하게 내 시간을 통제하는 무한의 자유의 삶을 꿈꾼다. 이루어지지 않는 꿈일 뿐이다. 사소하고 귀찮은 일상의 일을 혼자 해 내야하고,  때로는 외로움과 싸워야 한다. 다른 선택지의 삶을 보며, 남들처럼 무난하게 살아도 괜찮을텐데라는 마음속의 외침을 당당하게, 내 삶을 내가 선택했기에 이겨내야해라며 용기내야 하는 힘도 필요하다. 결혼 아니면 비혼이라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닌, 현재의 법적인 결혼제도를 거부하는 삶을 사는 이에게도, 핍박과 매도를 당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인식의 변화는 필요하다 생각한다.  

  결혼제도를 부정하지 않는다. 힘겨운 삶, 혼자가 아닌 함께 의지하며 살아가는 일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하지만, 결혼제도가 주는 즐겁고 매력적인 생활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가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회적 눈치를 보며 살아야하는 삶은 불합리하다 생각한다. 명절때 다가오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취업과 결혼 스트레스, 걱정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있는 지나친 간섭들은 잘 살고 있는 솔로들을 죄인으로 만들고, 피하게 만든다. 공동체가 함께 모이는 명절이라의 의도를 없애버린다.
 

#  '정상가족'이 아닌 다른 삶을 살아도 괜찮아.
 
 
  '엄마', '아빠'가 모두 집에 있는 정상가족이 아니라도, 가정환경에서 나를 응원해주는 이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를 사랑하는 이가 나 자신뿐이라도 말이다. 책을 읽으며, 결혼 전에 따지는 부모님은 뭐하시느냐는 질문, 부모님이 살아계시느냐는 물음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둘이 결혼하는데, 부모님이 왜 중요한 걸까. 가정환경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그게 결격 사유가 된다는 이유에 동의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부모님 세대에서 이혼이 불륜과 파산 등 끝장까지 보는 상황에서 취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지금은 서로가 합의한다면 가능한 선택으로 변한 세대간의 격차에서 오는 차이가 원인 중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남들 다 하는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비혼의 삶을 고민하는 이에게 응원의 힘을 전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결혼을 반대하는 반결혼주의자가 되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남들이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를 보며 공감을 폭을 넓어갈 때,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괜찮다고, 난 다른 일을 하는데 괜찮더라는 응원의 힘을 전해주는 책이다.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대면하고, 선택하는 과정, 피할 수 없는 힘겨움과 그 힘겨움을 극복하거나, 극복하는 과정이 담긴 28가지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여성주의를 지향하는 단체에서 나온, 결혼이 아닌 비혼에 관한 이야기이기에, 미혼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자식을 둔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에게는 가족제도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게 하는 계기를, 남성에게는 결혼이 여성에게 얼마나 큰 희생을 요구하는지에 대해 성찰해 보게 하는 책이다. 특히, 결혼생활을 하는 남성에게는, 결혼제도 안의 늪에 빠진 아내의 힘겨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가부장적인 가족의 모델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순진한 남성에게 더욱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자신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그 공간이 어머니에게 여성에게는 얼마나 힘겨운 과정인지 알게되어, 삶의 가치관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될거라 믿는다. 연애에 한참 빠진 연인이라면, 책의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좋다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결혼이 꼭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아닌,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점검하는 일은 필요하다. 수 많은 인생에 놓여진 선택의 과정을 위한 자신의 방향을 설정하고 돌아보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저출산의 이유가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아서, 젊은 미혼여성이 이기적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부당하다 생각한다. 정부가 고민해야 하는건 미혼여성에 대한 매도가 아닌, 어떻게 하면 아이를 낳아도 아무런 걱정없이 아이들을 성인으로 성장하게 만들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정책적 지원을 하는 일이다. 양육비에 대한 지원과 합리적인 교육제도가 잘 정비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생각한다. 결혼하는 일을 희생으로 만드는 가부장적인 제도를 사회에서 함께 공론화하면서 고민하는 일도 필요하다. 잘 만들어진 제도를 이용하되, 누군가에게 희생이 되는 일을 무력화할수록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할까. 어떻게 하면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을지,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나누며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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