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 고미숙의 유쾌한 임꺽정 읽기
고미숙 지음 / 사계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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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의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삶의 지혜.
 
 
  비정규직, 인턴, 노동 유연성 등등 21세기는 불안의 시대이다.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다들 아무것도 없었을 땐, 연대라도 가능했지만, 소수만이 탈 수 있는 동앗줄이 있기에, 다들 연대보다는 그 줄을 잡으려 노력한다. 조선전기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의 모음인 임꺽정은, 이런 불안에서 자유롭다. 그럭저럭, 하는 일 없이도, 어떻게 버둥기면서 자유롭게 사는 청석골의 일곱 두령들은 신분은 비천하지만, 누구보다 자유롭게 한 세상 살다 떠난다.
 
  열하일기를 열정을 담아 소개했던, 고미숙씨 였기에, 더욱 흥미가 갔던 책이다. 수유+공간이라는 비정규직의 지식공동체에서 활동하던 저자는 우연히 벽초 홍병희의 책, 임꺽정에 관한 책을 쓸 권을 권유받는다. 머뭇머뭇하던 저자는 한 번 책을 읽고, 등장인물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흠뻑 빠진다. 정착민에서 유목민으로 넘어가는 경계의 시대, 유목인으로 흠뻑 살았던 그들의 삶을 지켜보다보면, 불안과 두려움의 시대를 이겨낼 지혜를 얻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신분과 예의라는, 정착민에게 필요한 규범이 벗어난 자리에는, 우정과 연대가 자리를 채운다 뜨거운 정으로 연대하는, 순환이 멈추지 않는 공간에는 어울림의 문화가 존재한다.
 
 
# 사라져버린, 우정의 재발견.
 
 
  저자는 근대사회에서 사라져 버린, 우정의 끈끈한 연대를 청석골의 일곱두령의 우애를 통해 재발견한다. 자신의 컴플렉스를 다 드러내고, 밉지 않은, 마음이 끌려, 자신의 목숨을 내어 주어도 아깝지 않은 존재, 가부장의 제도 이전의 그곳에는, 혈연공동체라는 사돈의 팔촌까지 함께 어우려 사는 문화가 있었고, 그 문화는 가부장의 책임의 굴레에서 자유롭게 해준다.
 
  그냥 배우고, 목표를 가지고 집중하다보니, 백수에서 달인으로 변한다. 일곱두령들을 보며, 공부의 의미와 달인의 매력, 인적 네트워크의 소통과 영향력을 발견했다. 신분은 천했지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벗과 함께 도를 향해 성장해가는 스승이 있는 삶을 발견했다. 그런 삶을 살려면, 정착민의 규범의 틀에서 벗어나는 용기가 필요하다.
 
  좋은 책은 사유의 지도를 다시 그려준다는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니, 임꺽정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정보화 사회가 지속될수록, 유목인의 삶을 준비해야 함을 느낀다. 얼마나 더 많이 버는가가 아니라, 돈 없이 얼마나 풍요롭게 살 수 있을지 연구하는 저자와 저자와 꿈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기획하는 일도 엿볼 수 있다. 공부를 매개로 하여, 따로 또같이, 활동하는 동번서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저자의 행보를 보니, 배움과 삶의 일치라는 말이 생각난다. 그들의 실험이 성공하여 청년들이 백수라는 자신의 위치에  절망하거나 초조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용기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배움의 터가 되어준다면 더욱 좋겠다.
 
  일탈을 두렵게 생각하지 않는, 새로운 삶을 고민하는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임꺽정을 읽어 본 후, 고미숙씨의 책을 읽기를 권하고 싶다. 마음 고운, 지인과 함께 읽으며, 우정을 더욱 도탑게 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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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 초보의사의 서울대병원 생존기
홍순범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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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에 대한 선입견을 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선사해 주는 책들.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이란 책을 통해,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이 고민하는 여러가지 갈등상황을 간접경험했다. 의사들이 모든 병을 고쳐내는 불가능에 도전하지만, 한계는 늘 존재한다. 의료행위에 종사하여,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의사라도, 자신의 가족 앞에서는 가능하면 숙련된 의사에게 치료받고 싶은 마음을 토로하는 글을 통해, 환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되돌아보는 에피소드가 마음에 와 닿았다. 귀신과 법, 경찰 등 자주 만나지 못하는 대상은 지나치게 가볍거나 또는 어렵게 대하게 된다. 특히 의료행위는 많이 아팠을 때, 절박한 순간에 찾아가기에, 피해사례들에 민감하게 되고, 특별한 사건에 대해서는 더 경외시하고 만다.
 
  본과 4학년, 인턴 1년의 생활을 앞둔 청년의학도가 의사를 미워하는 세간의 풍조에 고민하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과 대면하려는 용기를 낸다. 인턴 1년간 다양한 분야의 의료생활을 체험하게 되는 수련과정을 글로 남기기로 결정한다. 현실을 기억이란 이름으로 미화하거나 어둡게 묘사하는 주관의 틈을 피하기 위해, 글감은 바로바로 기록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기록하기로 결정한다. 1년간의 인턴의 기록이 담긴 책이다.
 
 
# 심하게 아플때 찾아가는 병원이 아닌, 일상의 종합병원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
 
  
  때묻지 않은 풋풋함으로 바라보는, 사회초년생의 시선이 담긴, 병원의 풍경이 보인다. 자신의 직장을 긍정과 부정의 시선으로 보지 않고, 낯선 곳에 처음 디딘, 실수와 두려움이 가득한 한 달 단위로 이어지는 인턴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곳에는 생사의 위기를 구출하는 신비의 의술의 공간도, 환자를 함부로 대하는 의료비리의 현장에서 자유로운 공간이다.
 
  작은 말 한마디에, 환자는 매우 크게 인식한다는 병원에서의 환자와 의사의 위치를 고민한 글도 좋았지만, 어느 직장에서나 존재하는 규칙과 예외가 난무하는 풍경들의 에피소드를은 종합병원 역시, 사람들이 어울려사는 사회의 공간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정맥주사를 자주 놓다보니, ㄱ지나치는 혈관들을 자주 들여다보는 직업병의 에피소드, 매우 많은 일들을 잠깐 눈 붙일 여력도 없이, 해야하는 바쁜 시간들, 휠체어를 타고 병원 앞 거리를 돌아다녀 보는 독특한 발상까지, 조금씩 인턴에서 레지던트로 가는 과정의 흔적들과 성숙의 과정들을 바라보다보면, 생각도 함께 자라는 기분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에피소드는 안락사와 관련된 '소통의 실패'라는 제목의 이야기와 응급치료 후, 수술을 받게 된 환자의 보호자와의 분쟁의 경험을 적은 '아픈 기억'이다. 안락사를 원하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시설의 필요성과 함께, 보호자 입장에서, 안락사가 되는 순간, 의사가 지켜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이해가 되고, 인턴의 입장에서 다른 응급환자들 보아야 하는데, 숨을 거두는 환자들에게 병실을 내어줄 수 없는, 다른 환자들을 생각해야 하는 의사의 입장도 공감이 된다. 바쁘고 급한 응급환경 속에서, 비슷한 용어를 사용하지만, 미묘한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르게 해석하게 되고, 돈이 얽혀지며, 환자들은 의사들이 돈 때문에 치료한다고 말하고, 의사들은 사람들이 돈 때문에 항의한다고 말하는 미묘한 의료분쟁을 통해, 왜 의사들이 쉽게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지, 왜 환자들이 의사들을 신뢰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성공적인 수술 뒤에는 집도 의사의 노고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마취과 등의 의료인들의 노고도 이해의 손길이 필요함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겉에 드러나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이가 있어, 사회가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해 본다. CT 촬영 하나에도, 환자와 의사, 의사와 의사, 정확한 병명이 아닌, 어느 쪽에서 맡기 애매한 병으로 갈등하는, 분과 별의 갈등사항 의 에피소드를 지켜보다 보면, 멀게만 느껴지던 종합병원의 공간이 가깝게 느껴진다. 건강검진이 100프로 병을 밝혀줄 수 없는, 사진처럼 그 당신의 모습만 보여줄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점과 의술 역시 100프로 다 치료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점만 이해하더라도, 병원에, 의사에게 거는 기대가 줄어들게 되고,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키는, 병원에 가기전에 건강해지려는 노력을 열심히 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자신의 병을 의사가 치료해 주면 좋겠지만, 늘 그럴 수 없다는 점, 이해한다.
 
  병원에 대한 지나친 신뢰 또는 지나친 거부반응을 지닌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누군가를 알게 되면, 그가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점이 사람사이의 관계의 법칙이라 생각한다. 의사는 병을 완전히 고쳐내야 한다고 믿는, 기대를 줄여주는, 누군가의 서툰 몸짓의 과정들이, 먼 훗날 그가 명의라 불리는 숙련이가 되는 과정의 하나임을 인식하게 하는, 의료인을 좀더 이해하게 하는 마음의 여유를 전해주는 책이다. 기적도, 벅찬 감동이 사라진 공간에는 초보의 딱지를 떼는 과정의 풋풋함과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감의 열매가 담겨 있다. 잘 아는 의사는 없지만, 마음이 고운 지인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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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즐거움 - 은퇴 후 30년… 그 가슴 뛰는 삶의 시작!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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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사회로 들어서며, 소외받았던 노년의 재발견.
 
 
  농경사회에서는 노인들의 지혜가 매우 중요했다. 가뭄과 재해 등 예기치 못했던 사안들에 대해, 어르신들의 경험과 지혜는 곤란함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였다. 산업사회에 들어오면서, 노동력과 힘이 중요해지고, 핵가족화 되면서부터, 노인에 대한 인식은 어둡고 부정적으로 변했다. 힘도 떨어지고, 혼자서 외롭게 지내야 한다는 병약과 외로움, 기억력 쇠퇴의 공포들은 나이듦을 피하고 싶게 한다.
 
  시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관리를 열심히 해서, 피부를 뽀얗고 윤기있게 만들 수 있지만, 나이듦은 인간이라면 인정해야 하는 자연의 법칙이다. 78의 삶, 젊다고 할 수 없는 나이가 된 저자는 예순이 되던 해, 고향으로 낙향했고, 자연과 함께 하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17년 후, 노년의 즐거움이라는 제목의 책을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제 2의 사춘기인 갱년기를 지나, 노년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부모님을 위해 읽기로 결정한 책이다. 노망, 노회, 노약이란 말 대신, 노숙, 노익장, 노련의 글귀와 긍정적인 노년의 모습을 한 책 표지들은 노년의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에너지를 담고있다.
 
 
# 현명하게 보내는 노년의 삶의 비결들.
 
 
  자애로움과 여유로움이 넘치는 노년의 초상화를 보여주며, 저자는 노년의 삶을 긍정한다. 응시하고 꼭 다문 입술에서 통찰의 기운을, 수정체의 초점의 힘이 떨어지는 노안의 모습에서 삶을 풍성하게 겪어낸 지혜가 숨어있음을 발견하는 저자의 시선이 따사롭다. 노년의 삶에서 가장 힘들어 보이는 외로움도, 저자는 적극적으로 고독을 홀로인 것을 이겨냄으로 바꿔, 독불장군의 당당한 모습을 지켜내기를 권한다.
 
  노년에 고민하게 되는 죽음의 문턱을 바라보는 세가지 관점, 피하고 싶은 마음과 성화, 승화하는 마음, '미완의 삶을 완성시키는 계기' 로 바라보는 시선을 보게 한다. 삶을 온전하게 만드는 완성의 소중한 계기와 동기라는 죽음의 의미를 곱씹어 생각해보니, 죽음이 두렵지도 가볍게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래서 죽어서 눈이나 감겠나?"라고 외칠만큼 열심히 살고 있는지, 돌이켜보게 된다.
 
  행복한 노년을 위한 5가지 하지 말아야 할 사항과 해 보았으면 하는 5가지 일들은 부모님께 전해주고 싶은 글귀들이다. 잔소리와 군소리, 노하는 마음, 기죽는 소리와 노탐과 과거를 회상하는 일들,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고, 타인의 눈쌀을 찌푸리는 일들을 줄인다면, 노년의 삶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될거라 생각한다. 여유로움고 달관, 소식과 사색, 운동을 통해 직업과 생계를 위해 하루종일 일해야 하는 일에서 자유로운 삶, 사색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노년의 삶은 힘과 패기로 달리는 청, 장년의 삶과 또다른 매력이 넘치는 시기임을 인정하게 한다. 힘을 써야하는 일에서 자유로워진 만큼, 여유롭게 지혜의 문에 들어갈 기회를 얻는 기분이다.
 
  87세의 최고령 마라토너와 아흔에 새 출발하는 노년들의 이야기들은 노년의 삶에서 피어날 수 있는 열정과 희망을 보여준다. 새로운 학교의 개혁을 위해 90세 교장을 발탁한 학교의 의견을 통해, 노년의 시기도 바라보는 시선의 이동을 통해 긍정적인 기회의 삶의 공간으로 변화 가능함을 배웠다.
   
  어른들의 말은 잔소리처럼 들려, 귀에서 들으려는 것을 거부하기 십상이다, 조금 인내해서, 곱씹어 생각해보면, 매우 옳은 이야기들을 적시에 들려줌이 느껴진다.
 
  며칠 전, 지인을 상심에 빠진 지인을 위로하러 갔다가, 그의 할머니가 내가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소극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지만, 한 번 수가 틀리면 상대를 적으로 만드는 강한 성격의 그에게 할머니는, 내가 좋으면 다 좋다며, 사람들과의 어울림에서 그러면 안된다는 말씀만 하셨다. 지인에게 사람은 언제 어떤 관계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좋은 인연으로 끝맺음하는 일이 좋다고 이야기하려 했는데, 할머니의 말씀 한마디를 생각해보니, 그에게 말하고 싶던 이야기와 함께, 내 마음의 깊이에 따라 세상의 일들을 포용할 수 있다는 깊은 의미까지 전해졌다. 꼭 필요한 말만 하면서, 깊은 의미를 담는 삶의 지혜들을 실제로 대면한 순간이었다.
 
  노년의 나이에도 정정하게 활동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힘을 얻곤 한다. 체력과 근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노년의 삶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함께 공존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노년이 활동할 수 있는 일자리도 많아져야 한다 생각한다. 그저 최소한의 봉급을 주는 일이 아니라, 노년의 삶의 지혜를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정책들을 제안하고, 지원하는 일이 필요하다. 결국 다들 나이를 먹기 마련인데, 늘 젊게 산다는 착각에 빠져, 다른 삶을 사는 이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멀어보여, 아직 와 닿지 않는 노년,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부모님 세대를 위한 좋은 책이 나와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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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사사진의 모든 것 포토 라이브러리 8
브라이언 피터슨 지음, 공민희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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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찰나의 순간, 생생하게 그 순간을 기억하게 만드는 클로즈업 사진!
 
 
  사진을 보면,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생각난다. 멀리서 배경으로 보았을 때의 그의 모습, 가까이에서 바라본 옆 모습, 가까이 더 가까이 클로즈업해서 보고 싶은 눈까지, 누군가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며, 그 인상을 기억하고, 뇌의 기억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찰나의 순간이 호감의 대상으로 그의 인상을 결정하기도 하고, 왠지 멀게 느껴져 멀리하고 싶게도 만든다. 하지만, 한 장의 사진이 그의 전부를 말해줄 수 없다는 점에서, 사진은 전부가 아닌, 짧고 강렬한 순간을 기억하게 하는, 멋진 친구다.
 
  그의 이미지라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을 보았을 때, 호감을 갖거나 그를 달리 생각하게 만다. 수줍게 웃는 얼굴이 멋진 그에게서 거칠고 냉정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나, 거칠고 냉정한 이미지의 그가, 뜨겁게 흘리는 눈물을 보았을 때, 즉, 다른 모습을 보았을 때, 그에게 한 걸음 더 가까워지거나, 거리를 두게 된다. 사진 역시, 늘 보던 일반적인 구도에서 벗어나, 쉽게 놓쳐가는 이미지의 순간들을, 피사체에서 가깝게 촬영한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늘 간절했다. 특히, 아름다운 꽃과 자연의 풍경들은 다양한 클로즈업의 모습으로 간직하고 싶었다.
 
  창조적인 이미지를 보는 법부터 노출과 인물사진 등, 청어람미디어에서 출간된 브라이언 피터슨의 시리즈를 좋아한다. 그의 글은 친절하면서도, 뭔가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영감을 준다. 저런 사진을 꼭 찍어봐야지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접사와 클로즈업 사진의 차이는, 피사체보다 1배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사진은 접사, 그 이하는 클로즈업 사진이라고 한다. 항상 수동으로 초점을 조정해야 하는 클로즈업의 사진을 저자와 함께 따라하다 보니, 대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의 폭이 한 뼘 자란 기분이다.
 
 
#  다양하고 다채로운 렌즈와 친절한 설명에 빠지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렌즈에 대한 설명과 심도와 조리개, 클로즈업 팁과 실내촬영까지, 저자가 실제 촬영한 많은 사진과 설명을 듣다 보니, 사진기를 들고 두리번거리는 내 모습이 보인다. 특히, 일반 자동 디지털카메라로도 과일과 채소를 파는 가게에서, 지나가는 나무에서, 내가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얼마든지 클로즈업해서 담을 수 있는 많은 이미지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좋았다. 어떤 장비를 갖추는가보다, 어떤 시선으로 피사체를 바라보는 일이 중요한 가를 배웠다.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고 할까. 무엇보다 질감, 거칠고 부드러운 감각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그의 사진촬영의 비결을 배울 수 있어 좋다. 질감이 살아있는 사진은 표정이 살아있는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다양한 구도와 한 장의 사진 뒤에 많은 노력이 숨어 있다는 점을, 저자의 사진과 설명을 보며 깨닫는다. 가마우지 새 한마리를 촬영하기 위해, 77장의 사진을 촬영한 그를 보며, 짧고 순간의 강렬함을 보여주는 사진 이면에, 많은 노력과 시선들의 부딪침이 스며있음을 느낀다. 그저 스쳐지나가며 보던 한 장의 사진 뒤에도, 사진사에게는 많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한 장의 이미지를 선택하는 노력이 담겨있다. 조금 더, 진지하게 사진을 바라봐야 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사진 뿐 아니라, 살아가며 부딪치는 많은 관계와 작품들, 방 안의 작은 공간에도 수많은 이의 숨결과 정성이 배어있음을 느낀다.
 
  지식이 자라고, 다양한 사진을 통해 눈이 호강했던 시간이었다. 타인에게 잘 보이는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라는 마음을 버리고, 열심히 찍는 수고를 감내하는 노력과 다양한 관점을 잃지 않으려는 유연성을 지닌다면, 빠른 시간에 타인까지 만족시키는 사진을 찍는건 힘들지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흘러, 타인의 영혼에도 울림을 줄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사진기는 알아갈수록, 더욱 더 세밀하게 다룰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누군가를 알아가는 일도, 사진기에 익숙해지는 일과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늘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고, 새로운 시선으로 데이트 하듯이 늘 함께 있는 일, 매력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은 사진기로 사진을 찍을 때와 낯선 이와 친해지는 과정, 둘 다 필요하다. 소장하고 있는 사진기의 기능을 다 활용해보고 싶은 욕망을 끌어낸 책이었다. DSLR을 소장한, 조금 더 가까운 세계를 바라볼 준비가 된 이의 품에 안겨주고 싶은 책이다. 책값이 싸진 않지만, 제 값 이상의 힘을 지닌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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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기사 제대로 읽는 법 - Health Literacy
김양중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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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분야이기에, 소외받기 쉬운 병원과 건강기사에 대해 생각해보다.
 
 
  병원, 법원, 정치, 언론, 이 네 가지의 공통점을 고르라면, 일반인이 잘 알지 못하는 전문분야라는 점이다. 정보의 양이 상대적으로 밀리기 때문에, 부당한 점을 항의하고 싶어도,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할까. 의료 분쟁과 언론기사, 법원에 신뢰도가 낮은 이유는 정보의 양의 부족이 하나의 원인이라 생각한다. 특히 병원과 건강기사는, 생명에 직결되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병원도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공공서비스 기관이 아닌, 의료서비스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에 늘 신뢰할 수 없다. 신뢰와 불신의 경계에 있기에, 건강기사의 신뢰성은 더욱 중요하다 생각한다.
 
  늘 신문에는 많은 건강기사가 나온다. 특정 병에 좋은 음식과 치료방법이 나오기도 하고, 새로운 의료기술의 발전도 신문을 통해 알게 된다. '소비자'의 권익을 위한 방송에서 위생서비스에 관한 보도가 나온 후에, 많은 병원들이 일회용 위생장갑과 제품을 도입하는데 앞다투어 투자를 하였고, 결국 그 분야의 관련 업체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방송과 기사에 의해, 웃고 우는 회사가 있다고 할까. 그 때문에, 언론과 방송의 정보들이 사실을 이야기하지만,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만, 결국, 방송사에서 서비스 하는 프로그램에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을 뿐, 원하는 프로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할 수는 없다.
 
 
#  병원과 건강기사에 대한 일방적 옹호와 비판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뉴스와 방송에 의해 환자들이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의사들에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올바른 건강정보를 담은 기사가 많아야 한다 생각한다. 바른 정보는 과학적 근거를 지니고 있다. 저자는 건강통계의 허점과 홍보자료로 쓰이는 건강통계와 자료수집의 오류 가능성, 건강염려증을 발생하게 하는 기사들이 발생하는 사례를 통해, 건강기사를 합리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권한다.
 
  병원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와 무조건적인 불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의사와 기자의 한계를 인식하는 점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매일 많은 환자들을 상대하고 바쁜 업무를 봐야 하는 의사의 인간적인 한계와 제약회사의 로비와 다양한 이해관계속에서 늘 바른 판단을 할 수 없는 현실적 상황, 기자 역시, 사실을 추구해서 보도하지만, 새롭고 관심을 끄는 기사를 내야 자신의 월급을 받는, 자본주의 사회의 이윤추구를 위한 하나의 인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를, 폐경과 탈모는 어떻게 질병이 되었는가, 정상혈압이 고혈압 전단계로 둔갑한 이유 등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상업적인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기자와 의사들의 한계를 인정하게 되면, 환자 스스로,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고, 건강기사를 바라봐야 하는 필요성이 생긴다. 최신 의료기기가, 새로운 약이 내 몸을 치료해 줄거라는 상식적인 믿음, 건강검진을 받으면, 내 병을 다 알아낼 수 있을거라는 맹목적인 기대들은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료현실에 대한 불신만 생긴다고 할까. 의료서비스의 한계를 인식하게 되면, 자신의 몸은 스스로 돌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습관과 규칙적이고 적당한 양의 식사와 수면이 중요하다. 하지만 인간은 습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몸이 좋지 않았을 때, 쉽게 약에 기대하게 된다. 약은 우리 몸을 좋아지게 하는 효과도 내지만, 반대급부로 수명과 삶의 질을 단축시키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 교육과 의료서비스의 양극화를 막기 위해서는...
 
 
  가장 독특한 건강에 대한 관점은, 건강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공동체가 주목해야 할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시선이었다. 축산과 양식에 쌓인 과다한 항생제는 다시 인체로 들어가 항생제 내성을 쌓이게 하고,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 등의 진화된 세균의 출현을 만들어낸다. 직장에서 직면하게 되는 스트레스와 비정규직이 겪는 스트레스 등의 건강위험은 사회에서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법과 언론, 의료 서비스는 적어도 자본의 논리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생각한다. 어찌됐건 경제만 살리면 돼라는 생각은 결국, 나중에는 자본의 논리로 하나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많은 대가를 지불하게 하는 현실을 만들고, 양극화에 처한 사회적 소수계층은 결국 그 피해를 먼저 경험하게 된다. 모두가 함께 같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교육과 의료서비스는 공공성을 유지해야 한다 생각한다.
 
  책을 읽기 전에는, 아무 생각없이, 건강기사는 다 좋은 정보를 알려주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들도 어쩌면, 늘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만 할 수 없는 구조적 현실에서 분투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함께 행복해지는 세상, 그날은 어쩌면 생을 마감하기 전에 이루어지지 않는 꿈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현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하나씩 늘어나다 보면, 의료서비스도, 법률 서비스도, 지금은 너무 기대하기 힘든 정치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당장만 생각하지 않고 멀리 생각하며 힘을 모은다면 더 나아질거라 생각한다. 무조건적인 신뢰와 불신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똑똑해져야 한다. 건강에 대한 두려움과 맹신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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