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사사진의 모든 것 포토 라이브러리 8
브라이언 피터슨 지음, 공민희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 찰나의 순간, 생생하게 그 순간을 기억하게 만드는 클로즈업 사진!
 
 
  사진을 보면,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생각난다. 멀리서 배경으로 보았을 때의 그의 모습, 가까이에서 바라본 옆 모습, 가까이 더 가까이 클로즈업해서 보고 싶은 눈까지, 누군가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며, 그 인상을 기억하고, 뇌의 기억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찰나의 순간이 호감의 대상으로 그의 인상을 결정하기도 하고, 왠지 멀게 느껴져 멀리하고 싶게도 만든다. 하지만, 한 장의 사진이 그의 전부를 말해줄 수 없다는 점에서, 사진은 전부가 아닌, 짧고 강렬한 순간을 기억하게 하는, 멋진 친구다.
 
  그의 이미지라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을 보았을 때, 호감을 갖거나 그를 달리 생각하게 만다. 수줍게 웃는 얼굴이 멋진 그에게서 거칠고 냉정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나, 거칠고 냉정한 이미지의 그가, 뜨겁게 흘리는 눈물을 보았을 때, 즉, 다른 모습을 보았을 때, 그에게 한 걸음 더 가까워지거나, 거리를 두게 된다. 사진 역시, 늘 보던 일반적인 구도에서 벗어나, 쉽게 놓쳐가는 이미지의 순간들을, 피사체에서 가깝게 촬영한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늘 간절했다. 특히, 아름다운 꽃과 자연의 풍경들은 다양한 클로즈업의 모습으로 간직하고 싶었다.
 
  창조적인 이미지를 보는 법부터 노출과 인물사진 등, 청어람미디어에서 출간된 브라이언 피터슨의 시리즈를 좋아한다. 그의 글은 친절하면서도, 뭔가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영감을 준다. 저런 사진을 꼭 찍어봐야지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접사와 클로즈업 사진의 차이는, 피사체보다 1배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사진은 접사, 그 이하는 클로즈업 사진이라고 한다. 항상 수동으로 초점을 조정해야 하는 클로즈업의 사진을 저자와 함께 따라하다 보니, 대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의 폭이 한 뼘 자란 기분이다.
 
 
#  다양하고 다채로운 렌즈와 친절한 설명에 빠지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렌즈에 대한 설명과 심도와 조리개, 클로즈업 팁과 실내촬영까지, 저자가 실제 촬영한 많은 사진과 설명을 듣다 보니, 사진기를 들고 두리번거리는 내 모습이 보인다. 특히, 일반 자동 디지털카메라로도 과일과 채소를 파는 가게에서, 지나가는 나무에서, 내가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얼마든지 클로즈업해서 담을 수 있는 많은 이미지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좋았다. 어떤 장비를 갖추는가보다, 어떤 시선으로 피사체를 바라보는 일이 중요한 가를 배웠다.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고 할까. 무엇보다 질감, 거칠고 부드러운 감각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그의 사진촬영의 비결을 배울 수 있어 좋다. 질감이 살아있는 사진은 표정이 살아있는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다양한 구도와 한 장의 사진 뒤에 많은 노력이 숨어 있다는 점을, 저자의 사진과 설명을 보며 깨닫는다. 가마우지 새 한마리를 촬영하기 위해, 77장의 사진을 촬영한 그를 보며, 짧고 순간의 강렬함을 보여주는 사진 이면에, 많은 노력과 시선들의 부딪침이 스며있음을 느낀다. 그저 스쳐지나가며 보던 한 장의 사진 뒤에도, 사진사에게는 많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한 장의 이미지를 선택하는 노력이 담겨있다. 조금 더, 진지하게 사진을 바라봐야 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사진 뿐 아니라, 살아가며 부딪치는 많은 관계와 작품들, 방 안의 작은 공간에도 수많은 이의 숨결과 정성이 배어있음을 느낀다.
 
  지식이 자라고, 다양한 사진을 통해 눈이 호강했던 시간이었다. 타인에게 잘 보이는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라는 마음을 버리고, 열심히 찍는 수고를 감내하는 노력과 다양한 관점을 잃지 않으려는 유연성을 지닌다면, 빠른 시간에 타인까지 만족시키는 사진을 찍는건 힘들지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흘러, 타인의 영혼에도 울림을 줄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사진기는 알아갈수록, 더욱 더 세밀하게 다룰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누군가를 알아가는 일도, 사진기에 익숙해지는 일과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늘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고, 새로운 시선으로 데이트 하듯이 늘 함께 있는 일, 매력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은 사진기로 사진을 찍을 때와 낯선 이와 친해지는 과정, 둘 다 필요하다. 소장하고 있는 사진기의 기능을 다 활용해보고 싶은 욕망을 끌어낸 책이었다. DSLR을 소장한, 조금 더 가까운 세계를 바라볼 준비가 된 이의 품에 안겨주고 싶은 책이다. 책값이 싸진 않지만, 제 값 이상의 힘을 지닌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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