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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즐거움 - 은퇴 후 30년… 그 가슴 뛰는 삶의 시작!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 산업사회로 들어서며, 소외받았던 노년의 재발견.
농경사회에서는 노인들의 지혜가 매우 중요했다. 가뭄과 재해 등 예기치 못했던 사안들에 대해, 어르신들의 경험과 지혜는 곤란함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였다. 산업사회에 들어오면서, 노동력과 힘이 중요해지고, 핵가족화 되면서부터, 노인에 대한 인식은 어둡고 부정적으로 변했다. 힘도 떨어지고, 혼자서 외롭게 지내야 한다는 병약과 외로움, 기억력 쇠퇴의 공포들은 나이듦을 피하고 싶게 한다.
시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관리를 열심히 해서, 피부를 뽀얗고 윤기있게 만들 수 있지만, 나이듦은 인간이라면 인정해야 하는 자연의 법칙이다. 78의 삶, 젊다고 할 수 없는 나이가 된 저자는 예순이 되던 해, 고향으로 낙향했고, 자연과 함께 하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17년 후, 노년의 즐거움이라는 제목의 책을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제 2의 사춘기인 갱년기를 지나, 노년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부모님을 위해 읽기로 결정한 책이다. 노망, 노회, 노약이란 말 대신, 노숙, 노익장, 노련의 글귀와 긍정적인 노년의 모습을 한 책 표지들은 노년의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에너지를 담고있다.
# 현명하게 보내는 노년의 삶의 비결들.
자애로움과 여유로움이 넘치는 노년의 초상화를 보여주며, 저자는 노년의 삶을 긍정한다. 응시하고 꼭 다문 입술에서 통찰의 기운을, 수정체의 초점의 힘이 떨어지는 노안의 모습에서 삶을 풍성하게 겪어낸 지혜가 숨어있음을 발견하는 저자의 시선이 따사롭다. 노년의 삶에서 가장 힘들어 보이는 외로움도, 저자는 적극적으로 고독을 홀로인 것을 이겨냄으로 바꿔, 독불장군의 당당한 모습을 지켜내기를 권한다.
노년에 고민하게 되는 죽음의 문턱을 바라보는 세가지 관점, 피하고 싶은 마음과 성화, 승화하는 마음, '미완의 삶을 완성시키는 계기' 로 바라보는 시선을 보게 한다. 삶을 온전하게 만드는 완성의 소중한 계기와 동기라는 죽음의 의미를 곱씹어 생각해보니, 죽음이 두렵지도 가볍게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래서 죽어서 눈이나 감겠나?"라고 외칠만큼 열심히 살고 있는지, 돌이켜보게 된다.
행복한 노년을 위한 5가지 하지 말아야 할 사항과 해 보았으면 하는 5가지 일들은 부모님께 전해주고 싶은 글귀들이다. 잔소리와 군소리, 노하는 마음, 기죽는 소리와 노탐과 과거를 회상하는 일들,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고, 타인의 눈쌀을 찌푸리는 일들을 줄인다면, 노년의 삶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될거라 생각한다. 여유로움고 달관, 소식과 사색, 운동을 통해 직업과 생계를 위해 하루종일 일해야 하는 일에서 자유로운 삶, 사색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노년의 삶은 힘과 패기로 달리는 청, 장년의 삶과 또다른 매력이 넘치는 시기임을 인정하게 한다. 힘을 써야하는 일에서 자유로워진 만큼, 여유롭게 지혜의 문에 들어갈 기회를 얻는 기분이다.
87세의 최고령 마라토너와 아흔에 새 출발하는 노년들의 이야기들은 노년의 삶에서 피어날 수 있는 열정과 희망을 보여준다. 새로운 학교의 개혁을 위해 90세 교장을 발탁한 학교의 의견을 통해, 노년의 시기도 바라보는 시선의 이동을 통해 긍정적인 기회의 삶의 공간으로 변화 가능함을 배웠다.
어른들의 말은 잔소리처럼 들려, 귀에서 들으려는 것을 거부하기 십상이다, 조금 인내해서, 곱씹어 생각해보면, 매우 옳은 이야기들을 적시에 들려줌이 느껴진다.
며칠 전, 지인을 상심에 빠진 지인을 위로하러 갔다가, 그의 할머니가 내가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소극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지만, 한 번 수가 틀리면 상대를 적으로 만드는 강한 성격의 그에게 할머니는, 내가 좋으면 다 좋다며, 사람들과의 어울림에서 그러면 안된다는 말씀만 하셨다. 지인에게 사람은 언제 어떤 관계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좋은 인연으로 끝맺음하는 일이 좋다고 이야기하려 했는데, 할머니의 말씀 한마디를 생각해보니, 그에게 말하고 싶던 이야기와 함께, 내 마음의 깊이에 따라 세상의 일들을 포용할 수 있다는 깊은 의미까지 전해졌다. 꼭 필요한 말만 하면서, 깊은 의미를 담는 삶의 지혜들을 실제로 대면한 순간이었다.
노년의 나이에도 정정하게 활동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힘을 얻곤 한다. 체력과 근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노년의 삶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함께 공존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노년이 활동할 수 있는 일자리도 많아져야 한다 생각한다. 그저 최소한의 봉급을 주는 일이 아니라, 노년의 삶의 지혜를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정책들을 제안하고, 지원하는 일이 필요하다. 결국 다들 나이를 먹기 마련인데, 늘 젊게 산다는 착각에 빠져, 다른 삶을 사는 이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멀어보여, 아직 와 닿지 않는 노년,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부모님 세대를 위한 좋은 책이 나와서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