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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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0페이지의 방대한 분량, 하지만 그 흡입력에 더위를 잊다.
 

   재미 없으면서 길기만 한 글은 짜증이 난다. 길게 이야기를 풀수록, 늘어지지 않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450페이지의 분량, 짧지 않다. 지인이 읽고 싶다고 추천하지 않았다면, 쉽게 꺼내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150페이지까지는 읽는 도중에는 더운 여름의 기운을 느꼈다. 더위를 잊을만큼 책이 재미없었던 건 아니지만, 무더운 여름을 잊을 만큼 푹 빠져드는 무언가도 없었다. 그 이후부터 450페이지까지, 얽히고 섥히는 이야기가 촘촘히 맞물리며 더위를 느낄 수 없었다. 변사처럼 들리는 웃기고 울리면서 중요한 이야기 순간에 이야기를 재미를 끌기 위해 능청스레 변죽을 울리는 그의 글솜씨가 좋았다. 
  더위를 잊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에어콘을 구매해서 시원한 바람에 몸을 차갑게 할 수 있다.
대야에 시원한 물을 받아두고 발을 차갑게 해서 더위의 신경을 마비시키는 방법도 있다. 이건 뇌를 속이는 일이다. 비싼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더위를 잊고, 읽고 난 뒤 생각의 여운까지 담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재미있는 책에 빠지는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책에서 재미를 느끼는 즐거운 기쁨을 얻었다.

# 독특한 스타일, 복수에 관한 3부작 연대 소설을 읽다.

 
  1부 부두, 2부 평대, 3부 공장 으로 이어지는 소설은 방대한 분량에 비해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노파, 금복, 춘희로 이어지는 각 부의 주인공들과 관계맺어지는 애꾸, 장수, 소금장수, 문, 쌍둥이 자매, 칼자국, 걱정, 트럭장수, 코끼리, 간수 등 인물간에 얽히고 얽히는 이야기의 늪에 말을 담그다가보면 결국 그 늪에 빠져 헤어나올 생각을 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노파의 박복한 인생과, 금복의 우여곡절한 사연들, 춘희는 우직하고 단순한 삶을 보다보면 한 편의 '거짓'이 넘치는 재밌는 이야기속에 빠져있다. 설명할 수 없는 일들에 작가가 농치며 넘기는 말이 재미있다.

  밥집으로 시작했다가 다방으로 넓히고 운수으로 큰 돈을 번 그녀가, 노파가 남긴 땅문서의 공간에 벽돌공장을 짓고 그 터에 담긴 늪을 메우기 위해 말도 안되는 많은 돈을 이유없이 쏟아붓는 모습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은 작가는 어느 책에 보았다는 구절로 넘겨 버린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우리가 된다'

금복은 늪지대에 벽돌공장을 지음으로써 무모하고 어리석은 여자가 되었다.

  논리적 이해가 아닌, 발생된 사건 뒤에 그것을 분석하는 합리화의 모습이라 할까, 레포트도 아닌 그럴듯한 개연성이 중요한 소설, 웃으며 넘기다 보면, 그가 말하는 '구라'들이 빚어내는 뇌를 스쳐가는 밋밋한 재미에 빠져들게 된다.

  거리의 법칙, 세상의 법칙, 자본의 법칙, 사랑의 법칙 등 저자의 수많은 법칙들이 나온다. 코끼리와 말을 할 수 있는 벙어리 춘희의 비현실적 소통까지 눈감아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충분히 책은 재미있는 책으로 느껴질거라 생각한다.

 


# 정규교육을 받지 않는 늦깎이 작가의 작품, 다음 책이 기대가 된다.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기라성도 아니고, 세상의 많은 경험을 쌓아 올린 마흔살에 그는 등단하였다.공자님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게되엇다는 불혹의 나이에, 글쓰기에 관한 아무런 교육없이 그는 '고래'라는 작품을 문학의 바다에서 노닐게 했다.  

  이야기의 힘이라고 할까,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들려주던 이야기처럼 책은 소리내어 읽었을 때 귀에 들리는 느낌이 어색하지 않았다. 좋은 책은 소리내어 읽었을 때 편하게 들리는 책이라는 어디선가 본 책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바로바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이 담겨있다. 평론가들은 캐릭터와 짜임새, 독특한 전개방식 등 여러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문학에 대한 소양이 부족한 난 재밌었다 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소설은 재미로 독자를 끌어당기면 그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교훈이나 느낌, 나머지는 그 이후의 문제라고 할까. 심오한 주제와 인생의 철학은 성경이나 불경등 종교에 맡기면 되고, 가볍고 짧은 위트는 개그맨에게 맡기면 된다.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시간이 다 읽은 후 아깝지 않으면 그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내게 작가의 짜임새 있는 글과 인물들이 살아 있어 좋았다. 

  재밌는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는 '영화'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스토리의 힘이 아닌 영상의 힘으로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 춘희와 금복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누구일까 상상하며 작가의 영화를 기다려야 겠다. 그 이전에 작가의 다음 책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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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유진 푸른도서관 9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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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잘못이 아니야, 괜찮아.. 아픈 마음을 치료시켜 주는 말..

  살다보면 미친개한테 물리는 억울한 경우를 당한다. 내가 아무리 잘하더라도, 상대의 폭력과 불운에 의해 몸과 마음이 상처받는 일이 발생한다. 몸의 상처는 치료약이 있어 시간이 지나고 잘 치료 받으면 낫지만, 마음의 상처는 드러내서, 관심가져주는 이의 사랑의 약이 없으면, 더 곪고 나빠진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 쉽게 잊을 수 있지만, 형체가 없기에 쉽게 사라지지도 않는다. 

  꼭 폭력이 아니더라도 정신적 상처에 더 많이 아파하고 멍든다. 자존감과 내 자신을 컴플렉스로 만드는 상처들은 자신이 극복하면 더 큰 힘을 낼 수 있는 보석이 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자기긍정과 주변의 호응 등 자신이 강해져야 하기에 입에 내 뱉는 것보다, 글로 적는 것보다 더 많은 숨겨진 노력이 필요하다. 9번을 잘해도 한 번 잘못되면 그대로 비수로 남아버리는 마음의 상처, 상처를 위로한 말은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명약이다.


# 큰 유진과 작은 유진에 대한 부모님의 반응, 바른 선택은...?

  유치원에서 가식적인 원장선생님에 의해 성추행을 당했던 두 아이가 있다. 이름은 이유진 동명 이인이다. 키가 달라, 큰 유진과 작은 유진으로 불리워졌다. 원장선생과의 사건이 일어난다. 격려하고 다독이면서, 상처를 위로하는 말과 관심과 격려로 대했던 큰 유진과, 그 사실 자체를 잊지를 원하는 작은 유진의 부모의 반응, 어떤게 옳은 길이였는지는 쉽게 말하기 어렵다.  

  밝게 치유하던지, 어둡게 은폐시키던지  아팠던 상처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예민한 청소년기 시절에는 더욱 그러하다. 주변의 따뜻한 관심도 필요하지만  결국 스스로 해결해 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내 잘못이 아니라고 괜찮다는 격려와 관심과 사랑은 나를 더 힘나게 한다. 

  "기쁠때나 힘들때나 늘 곁에 있어 줄께." 어렸을 때 부모님께 바랬던 건, 큰 선물보단 내게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질책이 아닌, 내가 어떤 짓을 하던 날 이해해주고 예뻐해주고 날 지켜줄거라는 믿음과 사랑이 필요했다. 받고 있어도 더 받고 싶은 마음처럼 늘 사랑과 믿음은 목마르다. 자꾸 주던 사랑이 사라지는 순간 배신감과 함께 마음은 차가워진다.

  중요한 건 아이에 대한 관심과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는 바쁘다는 핑계로 놀아주지 않다고, 커서 자기 시간을 가지려 할 때 부모는 함께 하려 한다. 어렸을 때 조금 더 시간을 내 주고 나와 놀아주었다면 더 편하게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자주 보는 가족이기에 살뜰한 대화와 정감있게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표현하지 않으면 쉽게 다가서지 않는다.  철없이 집에서 어리광을 피우는 내 모습에서 관심받고 싶다는 의미가 스며있다는 걸 부모님은 알고 계실까?


# 극복해야 할 '건우'와 '건우'의 어머니에서 보여지는 사회적 시선.


  누구나 내 아이는 좋은 사람과 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좋고 좋은 일들만 생겼으면 하는 마음은 그 자체로 따뜻하지만, 상처를 가진 이를 거절하는 변명이 될 때 비겁한 비수로 되돌아와 버린다. 성추행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큰 힘이 되었지만, 자기 자식과 사귀는데 반대했던 '건우' 어머니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 감추어진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힘들고 아픈 시련을 겪은 이에게 격려와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라, 더 움추리고 아프고 다시 상처주는 그런 태도 때문에, 아직도 우리 사회는 상처를 드러내는 것도, 받아들이는 것에도, 치유하는 것에도 서툴다. 난 얼마나 당당하게 '건우' 어머니를 비난할 수 있을까? 나라면 그런 상황에서 아픔을 잘 감싸줄 수 있을까?  내 마음의 성숙의 지표를 찾는 기준이 될 것 같다.

  비겁하게 '건우'와 '건우' 어머니와 같은 사람들이 되고 싶지 않다. 그 마음을 유지하려면, 더 많이 아픔을 껴안을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장점 뿐 아니라, 아픈 모습까지 껴안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정말 사랑한다면... 보이는 상처주지 않는 관계가 아닌, 서로의 아픈 모습까지 껴안아 줄 수 있고 들어줄 수 있는 그 마음은 상대를 인정해 주는데서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 보이지 않는 상처를 감싸는 법!   마음으로 안아 주세요!

 
   보이지 않는 상처를 어떻게 감싸주어야 하는지, 큰 유진과 그의 친구 소라를 통해서 조금 배우게 되었다. 정말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한 명만 있더라도 마음 내키는 데로 살지는 않을 것 같다. 소중한 사람이 있으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날 벼랑끝에 내몰지 않을 것 같다. 다른 이가 이해해주지 않더라도 그 사람만 나를 이해해 주면 돼... 그리고 그 시작은 스스로를 사랑하는데서 시작한다고 믿는다. 

 '유진과 유진'을 통해 내 마음이 더 자라난 것 같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껴안는 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성폭력보다 그 주변의 사회적 시선때문에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이 힘들고 아프고 괴로워하는 지를 알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가 되는 말, 아프고 가혹한 말 보다 예쁘고 정감있는 말을 써야 한다는 것과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성장소설을 통해 함께 자란 느낌, 이 느낌이 참 좋다.

  언제라도 자신을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지 말라는 '이금이' 선생님의 말이 떠오른다. 나를 사랑하는 일을,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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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 - 내가 뉴스를, 뉴스가 나를 말하다
김주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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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와 취재의 화려한 모습 뒤에, 이런 땀과 노력이 담겨 있었다니..


   김주하 아나운서는 다른 아나운서보다 늦게 앵커가 되었다. 그 이전에 많은 취재와 현장경험을 가지고 있다. 바른 말씨와 듣기 좋은 억양, 음색, 단정한 용모에  취재능력까지 갖춘 매력만점의 그녀는 멋지다.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는 일은 자신이 감동한 이야기를 전하면 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22개의 에피소드에는 그이가 직접겪고 부딪친 땀과 노력과 고뇌와 열정과 안타까움이 배어있다. 직접 겪었기 때문에 더 마음이 움직였다. 예쁘고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그녀의 모습뒤에 이루어진 많은 땀방울, 그 열정과 노력이 있기에 지금 멋진 생활을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어려서부터 꿈꾸었던 아나운서에 합격하고 즐겁게 일하는 그녀가 멋지다.

 

# 직접 촬영하고 취재한 숨가픈 취재의 현장,

   발품을 팔며 움직이며 웃고 우는 모습에 공감하다.

 

  2005년 4월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택시기사가 외국인과 장거리 여행자에게 정규요금보다 더 비싼 바가지 요금을 매긴다는 제보를 받게된다. 사실을 아는 것과 뉴스로 방송을 내 보내는 건 또 다른 문제이다. 증거를 잡기 위해서 여러번 허탕을 치고, 남편의 힘까지 빌려가며, 취재에 성공하는 기자의 모습을 알게 되었다. 여성이기 때문에 힘들기도 했고, 목소리가 남자같아서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이미 많이 알려진 모습이라 취재하기 힘든 상황들에 지지않았다. 보이지 않는 땀과 노력이 있었기에 앵커로서 방송을 할 때도 당당함이 배이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 꼭지 하나의 배인 땀과 노력과 여러가지 상황들, 당연히 잘 해야한다는 기준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버리고, 그 뒤에 배인 땀과 노력과 사회적 시선을 함께 봐 주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수를 보며 낄낄 웃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럴수밖에 없는 모습과 현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할까, 보이는 그대로만 보는 건 이제 지양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채업에 울고, 사회적 비리에 울컥하는' 사건을 겪는 이들과 함께아파하는 마음이 예뻤다. 아픈 현실이 힘들지만, 강한 자존심으로 당당하려 애쓰는 아이가 에나멜 구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을 때, 속상하지 않게 작은 선물을 해준 그녀의 센스도 멋졌다. 자신을 반겨주는 '소의'를 버리고 당당히 취재한 '대의'를 지켜려는 모습은 기자들 모두 가지고 있으리란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대리운전 취재를 하면서, 기사들의 아픈 모습까지 함께 생각해 주는 그 따뜻한 마음씨가 좋았다.  옳다, 그르다를 넘어선 그 무언가가 느껴졌지만, 글로 표현하기 힘들다.

  단정하고 바른 생활의 손석희 아나운서와의 인연도 참 재미있었다. 깐깐한 손석희 아나운서의 말씨가 거칠다는 이야기에 놀라고, 17년 선배에 기죽지 않고, 수많은 호통과 꾸지람에 울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다는 점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프롬프터'(앵커들이 정리한 원고를 눈 앞에서 보고 읽을 수 있게 글이 올라가는 장치) 없이 원고를 말할 수 있게 되는 경지까지 끌어올린 손석희 아나운서의 지도가 있었기에 공포스러울만큼 괴롭고 힘들었겠지만, 지나고 난 뒤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을 만나 자극을 받았는가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어떻게 변하는지 또한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자신을 성장시켜 줄 수 있는 사람과 조언해 주는 사람이 있더라도, 스스로 변하려 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손석희 아나운서가 8할을 키우게 도와주었지만, 그것을 실천한 것은 그녀이다. 자신의 마음에 지지않고 성공해서 더 멋진 능력을 가진 모습, 꼭 본받고 싶다.

 
# 꿈을 꾸고, 꿈을 이룬 그녀이기에 멋지다.


  늘 도전하는 그녀이기에 멋지다는 엄기영 앵커의 추천의 글이 멋지다. 앵커라는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꾸준히 도전하고,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도전하는 그녀의 모습은 멋지다.  든든한 연줄도 없고, 경제적 능력도 부족하지만,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멋지게 도전해서 꿈을 이룬 그 모습이 좋았다. 

  거기에 취재를 하며 느낀 여러가지 생활과 모습들을 볼 수 있었던 건 그녀를 알게 되며 얻은 선물이다. 아이를 낳고 다시 복귀한 그녀, 자신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도전할 그녀이기에 앞으로의 모습 또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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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개 1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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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해가 편견속에 역사적 인물로 남아 있던 '논개'의 베일을 벗기다.

  역사소설은 두 가지 기대를 가지고 보게 된다. 역사적 인물이 살았던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과 내가 믿고 있는 역사적 지식에 맞는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기를 원한다. 역사실록이 아닌 소설이기에 작가의 의도에 의해서 인물은 재창조되기 마련이다. 진주 남강에서 적장을 안고 조선을 위해 목숨을 바친 기생으로 알고 있었다. 

  기생이라는 하층민조차 지키려고 했던 조선, 국가의 소중함을 기리기 위해서 였을까? 전쟁에서 훈장이 남발되는 건 당근을 줌으로써 국가에 헌신하도록 유도하는 수단이라 생각한다. 상은 기리는 이의 자만심을 충족시키며, 주는 이의 의도에 맞게 적응하게 만든다고 할까. 열녀문을 세우기 위해, 자살을 유도하고 방기하고 권고했던 보이지 않는 시선들을 보며, 상과 기리는 의도 뒤에 숨겨진 폭력을 생각한다. 역사적 전설로 휘황찬란하게 감싸진 논개가 아닌, 가면 뒤의 논개를 보고 싶었다.


# '논개'의 진면목이 아닌,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그녀를 만나다.
   한 사람만 사랑하기 힘든 세상이기에,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그녀의 사랑이 멋지다


  
  김별아 작가에 의해 재탄생된 '논개'는 '논개'이면서 '논개'가 아니다.  역사적 많은 사료들 중 취사 선택되어 사실성을 살리려 하지만, 많은 부분 작가의 상상력과 '현대적 사랑'이라는 의도에 의해서 재창조된 상상력의 산물이다. 따라서 옛 소설을 보며 지금의 우리가 꿈꾸는 바라보는 시각 또한 함께 들여다 볼 수 있다.
 
  선택의 자유의 시대이다. 결혼이라는 속박은 더 이상 해야만 하는 압박이 아닌 선택이다. 사랑 또한 2년이 지나면 소멸하기 마련이라는 과학적 사실이 인정받는 현실이다. 평생의 연분이라는 생각이 강하지 않기에 한 번 맺은 인연을  평생을 꿈꾸는 사랑을 대하는 것은 힘들다. 억지로 함께 가라고 권하지 않기에, 서로 의지하면서 끝까지  걸어가는 연인이 귀하고 멋져 보이는 현실이다.
 
  쉽게 만날 수 없는 헌신이기에 더 갑져 보이는 건 아니었을까?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것처럼, 적장이 누구인지는 사랑의 대상을 잃은 그녀에게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였을지도 모른다. 개띠해의 개의 달에 개의 날에 개의 시간에 태어난 갑술이 4개로 이루어진 사주와, 절의와 품성이 강한 어린시절부터의 행동, 그리고 억울한 송사사건을 현명하게 풀어준 최경회를 만났기에 그에 대한 사랑을 꿈꾸고, 그만 바라보는 것이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여겨지게 한다.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난다면, 하루를 함께 지내도 정말 행복할 것 같다. 내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또한 누군가를 맞춰주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에 대한 자기긍정의 힘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여유와 한결같은 마음이라는 세가지 구슬을 다 간직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지 않으면 세 개의 구슬을 가진 다른 사람이 오더라도 그 의도를 의심하고, 유지하는 걸 믿지 못하며, 신뢰을 잃고 무너져 버린다.

  생각하기에 따라 쉽게 사랑할 수도, 이별할 수도 있는 21세기이다. 흔하지 않아보이는 논개의 사랑이 더 멋져 보인다.




# 충보다는 사랑, 신분 차별에 억눌린 민초들의 애환을 엿보다.

  책의 내용을 읽다보면 역사적 사실이나 이제껏 알게된 충절, 절의의 내용보다, 한 사람을 위한 사랑, 애틋한 마음이 더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충성으로 보이는 행위 역시 한 사람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었다고 할까. 미숙한 독자인 내겐 사랑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것과 함께 핍박받고 힘들었던 천민과 소외받은 이들의 힘겨움이 함께 보였다.  

  물론 전쟁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지만, 일본이 쳐들어와서 조선이 망한기 이전에, 조선이 망할조짐이라서  일본이 쳐들어 왔을 때 백성들이 많이 곤란과 핍박을 겪은 건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로운 시대에서는 지도층이 부유함을 누리지만, 전쟁과 어려운 시기에 고통받는 사람은 천민과 서민들이 그 짐을 다  나누어지기 마련이다.

  누가 쳐들어 온다고 해서 바로 망하는 나라는 없다. 공격이 아닌 방어는 내부에게 굳게 연결되고 단련되면 지키기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쇄미록에 나오는 점령한 일본인들이 가장 먼저한 일이 곳간의 쌀을 풀어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고, 궁궐의 불을 지른 것도 왜군이 아니라 노비와 천민들이었다는 것, 노비나 천민들은 오히려 일본의 침입을 더 반겼다는 내용을 보며, 각박한 현재의 모습이 겹쳐 떠올랐다.

  예전에는 태생부터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와 대접이 정해졌다면, 지금은 돈에 의해서라는 교모한 수단이 있지만 교육과 다른 기제들을 통해서 억울하고 비참한 현실을 그대로 견디게 만들어져 있다. 예전에 비해서 먹고 사는 문제는 좀 더 용이해진 건 사실이지만, 이웃과의 애틋한 정이 사라진 지금, 정말 지금 사회가 건강한가라고 자문했을 때 그럼요!!! 라고 답하는 게 망설여진다.

  세상이 만족스럽지 않는 사람들이 일어날 때 난리와 전쟁과 폭력이 정당화되고, 피로 만들어낸 일들은 아무리 정당한 목적이라도 다시 피를 부르기 마련이다. 좋은 지도자가 좋은 정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영웅을 꿈꾸는 일이 아닌, 나부터 사람들에게 살맛나는 정겨움을 느낄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랑이야기를 읽으면서 사람들의 모습을 비추어보다 지금의 현실을 살피게 되었다. 논개가 내게 준 선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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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1 - 봉단편 홍명희의 임꺽정 1
홍명희 지음 / 사계절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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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대한 양에 겁이 난다. '의적'에 대한 편견도 있었다.
  작가의 행간을 살피기 힘들다. 어려움에 주저하던 임꺽정, 그를 만나다.

  '의적'이란 단어는 모순적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했다. 도둑이 의로울 수 있을까? 현실이 각박하고, 세상이 살기 힘들어질수록 그런 말들이 더 힘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못 사는 세상은 모두가 힘들기에 더 견디기 쉽다. 하지만 눈 뜨고 땀흘려 일하지 않고, 날로 돈을 벌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을 보면, 참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든다.

  조선 시대 3대 의적중의 하나로 불렸던 임꺽정이, 일제시대 '조선일보' 신문을 통해서 1120회의 연재본을 묶은 책이다. 남북 협상을 위해 월북한 뒤 되돌아오지 못해 한국에서 오랜시간 잊혀졌던 벽초 홍병희 선생의 혼이 담겨있다.  일제시대, 일본인과 조선인의 불평등한 세상, 착취받는 사람들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영웅의 갈망이 '임꺽정'이란 사내를 잊혀진 조선시대 사료에서 역동하는 모습으로 책에 담겨있다.

  10권으로 되는 거대한 분량이 부담이 되기도 하였지만, 책을 읽는걸 미루어 왔던건 완간되지 않는 이야기라는 소식을 들어서였다. 끝이 없는 이야기는 독자의 상상력을 요구한다. 작가의 행간을 읽기도 벅찬데, 그 이후까지 꿈을 꿀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자신이 없었다. 나중에... 다음에... 내 마음이 조금 더 자라고 난 뒤에 도전해 보자.. 그렇게 미뤄놓은 지도 십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십년의 시간동안 깨달은 건 오늘 꿈꾸는 내일은 결코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래어의 유입으로 섞여있는 한국어의 바다가 아닌 외래어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고유어가 넘실거리는 숲이라며, 임꺽정을 읽으면 이미 사라져버린 옛말과 순수한 말결을 돌아볼 수 있다고 추천해 주었다. 망설이고 부담스러웠던 마음을, 공부하겠다는 마음으로 누르고 꺼내들었다.


# 살아 숨쉬는 등장인물들의 삶에 빠지다 보면, 어느새 책이 끝나 버린다.


  좀더 예쁜 말을 찾아보고 싶은 불순한 마음에 꺼내들었는데, 읽다보니 이야기의 맛에 빠져버렸다. 1권에서 임꺽정은 등장하지 않는다. 홍문관 교리를 지냈던 이장곤이 연산군에 의해 쫓겨난 뒤, 함경도까지 도망가는 험난한 과정과 백정의 딸과 결혼해서 백정의 신분으로 온갖 고생과 장인, 장모까지 박대를 당하지만, 아내 봉선이와는 애틋하게 지낸다. 3년 뒤에 반정이 일어난 뒤 복권이 되어 힘들 때 서로 애틋했던 봉선이를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임금께 진언해서  숙부인에게 오르는 모습은 가난한 집의 아들이 고시에 패스한 것보다 더 감동적이였다. 장인의 아우인 양주팔의 술사 체험기, 봉선이와 어렸을 때 함께 지냈던 돌이와 양주팔 둘 모두 혼인을 하고, 돌이는 딸을, 양주팔은 아들을 얻는 과정까지 전개되어 있다.

 진부하지 않고 짜임새 있고 구수한 우리말을 헤아려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상상플러스에서 나온 '외탁', 게으름뱅이라고 막대하다가 양반이 되어 나타나니 이전의 일이 생각나서 전전긍긍하던 장모의 모습과 갑자기 바꿔야 하는 말투에 어색해 하는 모습들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신분이 낮다고 사람을 업신여기던 풍조의 모습에서 예나 지금이나 차별은 늘 존재하는 쓰라린 모습도 느끼게 되었다. 시기, 질투, 원망, 투정 등 감정이 살아숨쉬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들을 보며, 웃고 안타까워하고, 한탄하고 빠지다 보니, 책이 끝나버렸다. 
 

# 소장하고 싶고, 선물하고 싶은 책을 만나다.


  개인적으로 책을 많이 가지고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책을 빨리 읽는다고 해도, 3권만 가지고 있으면 충분하다 믿는다. 아직 마음이 어려, 비움을 잘 하지 못하고 끙끙대며 가지고 있다. 좋은 책은 다른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쉽게 떠나보내게 된다. 내게 맞지 않았던 책은 즐겁게 읽어 줄 사람에게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보내버린다. 같은 책을 읽고나면, 대화할 주제가 늘어난다. '임꺽정'은 모순된 현실과 욕망의 모습도 잘 담겨있어, 더 이야기하기 편하다. 

  10권을 선물 할 수 있는 벗을 만나는 건 참 어렵다. 선물하는 것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10권을 받는 다는 건 10권을 다 읽어야 하기에 부담되는 일이다. 그래도, 그런 벗이 생긴다면, 한 달에 한 권씩 선물을 해 주고 싶은 책이다. 그러기 전에 먼저 내게 한 달에 하나씩 선물해야 겠다. 한 달 빨리 시작해서,  내가 읽은 느낌까지 함께 보내 준다면 그이도, 조금 더 용기를 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책은 나를 기쁘게 하고,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만든다. 내게 소장의 욕망을 안겨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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