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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 전2권 세트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미토스북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 시간을 넘나드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만나다.
아주 가끔은 시간을 거슬러 가 보았으면 하고 바라는 때가 있다. 물론, 내가 쓰는 언어를 사용하는 장소에서 내가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시대를 경험해야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때 고백했더라면, 그 애와 잘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짝사랑하지만 용기가 적어 주춤했던 이에게, 아주 큰 실수를 했지만 용서받지 못했을 때, 그 사실 자체를 바꾸고 싶은 마음을 가진이에게 매력적인 제안이다. '다시 시작하면 잘 할 수 있을텐데...', '... 했더라면'하는 되뇌이지만 결코 돌아오지 않는 미련과 후회는 과거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 '시간'은 누구에게 동등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공평하다. 그리고 다시 거슬러 갈 수 없기에 소중하다.
현명해 진다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할 수 없는 일, 때론 지켜봐야만 하는 일을 구분하는 판단을 잘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시간 여행자인 헨리 역시 유전자의 영향으로 인해, 뇌의 기억은 간직하지만, 자신의 의도와 달리 자신의 생의 과거와 미래로 이동하게 된다. 처음엔 시간 여행자보다는 '시간 이동자'라는 표현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여러 시간들을 이동하면서 맺어지는 클레어와의 인연과 결혼, 임신, 그리고 헤어짐까지의 과정은 그 어떤 사랑이야기보다 달콤하고 매혹적이다.
# 믿는 다는 건, 믿을 수 없는 걸 믿는 거에요.
냉철한 사업가가 순수한 직원과 사랑을 느끼지만, 사업가의 목적이 그 회사를 망하게 하려 왔다는 것이 알려지고, 회사를 지키려는 직원과 일과 사랑사이에서 갈등하는 사업가와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가 생각난다. 드라마의 재미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가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다 포기하였지만, 그것을 믿지 않는 직원에게 남긴 말은 아직도 기억난다.
"믿음이 뭔 줄 알아요? *** 씨?"
"믿을 수 없는 걸 믿는 게 진짜 믿음이에요!"
6살난 꼬마아이가 시간이동을 벌거숭이의 낯선 남자의 말을 믿어주는 것에서 그들의 관계는 시작된다. 여러가지 예언적인 이야기에 솔깃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평생을 두고 매번 사라져버리는 그의 존재를 기억하고, 그만을 생각하며, 여러가지 어려움을 이겨내는 건 사랑의 힘이 아니면 견디기 힘들다.
'내가 어떤 모습을 하더라도 나를 믿어줄 수 있겠어요?', '당신이 어떤 모습을 하더라도 난 당신을 믿을래요!' 누군가에게 묻기도 어렵고, 누군가에게 말하기도 어려운 말이다. 그래서 '멋지고 따뜻한' 그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 아닌, 그의 여러 모습을 모두 사랑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랑은 환상이라는 소설가의 말이 생각난다. 다루기 힘든 소재를 최대한 상상가능한 범위 내에서 잘 짜맞춘 퍼즐처럼 맞춰어가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하고, 서로만을 생각하는 헌신적인 그들의 사랑에 빠지다 보면, '역자후기'라는 글자가 눈에 어리어 있다.
# 식상한 '시간여행'이란 소재를, 참신한 로맨스 소설로 바꾸어 버리다.
시간여행을 생각하면, 먼저 백튜더퓨처 시리즈가 생각난다. 그리고 타임머신이라는 영화와 'Retroactive' 등의 영화가 떠오른다. 나비효과 역시 충격적으로 보았고, 감독판과 극장판의 다른 결말도 인상적이었다.
선과 악의 대결, 과거를 바꾸어 보아도 더 나은 미래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비슷비슷한 내용과 달리 '시간 여행자의 아내'에서는 시간이동을 원하지 않지만 이동할 수 밖에 없는 헨리와 그런 그가 편하게 생활할 수 있게 믿어주고, 지켜주려 하는 헌신적인 클레어의 사랑이야기가 담겨있다.
모든 걸 알고 있더라도 과거를 고쳐 미래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바꾸어 내는 모습과, 로또와 주가 등 많은 이익을 취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두 가지 현명한 결단의 헨리의 결정이 있었기에 그들이 아름다운 사랑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일상이었다면, 어떻게 하면 로또와 주식을 대박을 낼까 하면서 욕망이 끄는 삶을 살다가, 결국 파멸하는 이야기가 담기지 않았을까 상상해 보았다.
# "사랑해서 행복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사랑하자.
'시간여행'은 연애하는 이에게 가장 큰 장애라고 생각한다. 서로 싸우고 화내고 다투는 것보다 연애에서 무서운 건, 서로에게 무관심해 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가 일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하더라도 '그'를 믿기에 기다려주고, 용서해주고, 믿어준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
사랑한다면, 불가능도 가능하다고 믿는 마음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가장 부러웠던 건 상처도, 슬픔도, 기쁨도 서로 함께 나누었다는 것, 사랑하기 때문에 숨기고 싶은 것도 많고, 사랑하기에 밝히지 말아야 할 것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늘, 마음 속으론 내 모든 상처도 다 감싸 안아주길, 상대의 아픈 상처도 다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꿈꾼다.
마음처럼 다르지 않은 현실, 이것저것 머리싸움을 하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성심성의껏 사랑을 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배웠다. 그대로 하긴 힘들겠지만, 최소한 솔직해지려 노력해야 겠다. '사랑'을 시작하게 될 때 꼭 다시 읽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