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 10년만에 다시 꺼내든 책.

 
  헌책방에서 책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많이 보이는 상처를 감싸며 책을 집으로 데려왔다. 고등학교 때 처음 이 책을 읽었다. 밀폐공포증과 "그러니 나를 좀 제발 놔주시오!", 그리고 죽음의 강으로 멈추지 않고 돌진하는 그의 모습 등, 그의 기행에 매료되었다. 속박에서 자유롭고, 결국 벗어날 수 없지만, 끊임없이 어디론가 이동하길 원하는 고등학생의 답답함에 섞여 짧지만 강한 여운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10년이 지났다. 다시 이 책을 만났다. 다시 만난 좀머씨 이야기에서는 쥐스킨트 못지 않게 유명한 장 자크 상페의 그림을 눈여겨 보게 되었고, 화자의 어린 시절에 조금 더 빠져들었다. 좀머씨와 비슷한 삶을 사는것처럼 보이는 작가의 기벽에도 조금 더 마음이 쓰였다. 다시 10년이 지나면, 난 어떤 화두로 이 책을 만나게 될까? 10년 전의 경악과, 현재의 감탄, 10년후의 내 모습을 잠시 그려보았다. 10년이 지난 후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 쥐스킨트의 글과 짝을 이루는 상페의 멋진 그림들..


  책의 내용도 좋았지만, 상페의 그림들에 흠뻑 빠져들었다. 글은 상상의 붓으로 뇌를 자극해서 풍경을 만들어 내지만,  그림은 색감으로 많은 걸 이야기한다. 마치 상페가 그림이 먼저 그려지고, 쥐스킨트가 그것에 영감을 받아 글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그림과 책 내용은 잘 연결되며 이해를 더 빠르게 한다. '하늘을' 날거라 굳게 믿었던 화자의 생각에 갸우뚱 하다가도, 정말 하늘을 날 것 같은 언덕 내리막을 달리는 그림을 보게 되면 '그래, 정말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믿었을 꺼야' 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좋은 글은 그 자체로 많은 자극을 준다. 고등학교에 읽었을 땐 책만 읽고도 작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좋은 글에 걸맞은 그림이 함께 담겨있다면, 'Win-Win'이라고 할까? 기쁨이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 좋아하는 사람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한 느낌이다. 
 

# 유년시절의 추억을 살피다.
 

  밀폐공포즘, 단절, 관계 등 어려운 주제로 고민했던 10년전과는 달리, 조금 더 유연하게 화자의 일상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무 위에서 다른 이와 달리 자기만의 세계를 꿈꾸는 유년시절과, 세상의 규칙과 다른 나만의 상상력이 가득찬 순수했던 마음, 짝사랑하는 아이와의 데이트 코스를 정하는 설레임과 그것이 어긋났을 때의 상실감, 세상 모든 것이 내 중심으로 돌아갈 것 같았던 유년시절의 많은 모습들이, 여과없이 담겨있어 좋았다. 유년시절의 철없고 풋풋하고 순수했던 모습들을 다시 보게 된 느낌,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애틋했다.

   서툰 자전거와 매정한 노처녀 피아노선생님의 핍박 하나에 마음에 상처를 입었던 그 마음과 내가 죽으면 그때서야 다들 후회하고 말꺼야 하고 상상하는 마음 등 그리고 어설픈 행위들까지 여린 마음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도 느낄 수 있었다. 잊고 있던 유년시절들이 다시 떠올랐다. 어린 마음과 대면하는 느낌, 어색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 진정한 '관심'은 무엇일까?

 
  10년후 다시 만난 좀머씨를 만나 받은 생각의 열매 안에는 '진지한 관심'이라는 씨앗이 담겨있었다. 소문이 아닌, 그를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라 할까. 마음을 주지 않을거면, 이야기도 하지 말 것이지.. 그냥 그를 단순한 소문거리로 대했던 사람들이였기에 그를 쉽게 잊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났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잊어버리는 건 멀어진 것이 아니라, 그를 호기심으로 대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만 주고 시간이 지나버려 잊어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적당한 관계는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게 된다. '호기심'이 아닌 '마음을 들여다 보는', 관심있는 관계를 맺고 싶어졌다. 그런 관계가 아니라면 나 역시 지나친 간섭에 '제발 날 좀 내버려 두세요!!!'라고 도망쳐 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짧고 이해하기 편하다. 아직 책을 다 이해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10년 뒤 다시 꺼내어 읽어봐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