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역사
이이화 지음 / 열림원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기록이 아닌 역사를 읽는 방법은....

  옛 이야기를 듣는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 중 하나이다. 전래 동화는 교훈을 주고,
판소리는 애환이 서려있으며, 설화와 야사들에는 해학이 넘친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옛 사람들의 공식적 기록인 국사는 참 재미가 없다.

  옛 이야기를 좋아했지만 국사를 공부하는 건 암기와의 싸움이라고 할까? 옛 행위의 재해석이 아닌, ...년에 ...일이 있었다 하는 편년체적 기술은 암기해야 할 대상의 압박으로 다가와 지치게 한다.

  역사는 늘 새롭게 씌어져야 하며 따라서 모든 지난 역사는 현재의 역사이다. - 칼 베커

  현재의 시각에 맞추어 새롭게 재조명되는 역사는 늘 현재형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체제 유지를 위한 딱딱한 기술의 역사가 아닌 다양한 시각에서의 바라본 관점을 읽고 싶었다. 한국사 이야기 22권을 출간하였으며, 뚜렸한 개성이 넘치는 이이화님의 에세이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주와 개혁, 생활사와 풍속사, 자아비판과 자기반성을 함께 담았다는 머릿글의 내용이 좋았다. 태초의 시작부터 6월항쟁까지 다루었다고 한다. 참 내용이 많고 기억해야 할 것도 많은데 어떤 내용들이 저자의 필터에 걸려져서 담겨 나왔을지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  교과서와 다르다. 역사의 기록은 줄이고, 개혁과 자기반성이 늘었다.


   교과서와 달라서 좋았다. 사진이나 에피소드와 같은 편하게 다가오는 수단이 없지만, 한국사의 흐름에 맞게 기술된 이야기는 쉽게 책장을 넘어가게 했다. 유물과 전쟁, 사건이으로 기술된 이야기가 아닌, 새롭게 시작되는 국가가 기존의 나라와 다른 차이점과 융성하게 된 원인, 그리고 멸망하게 된 원인, 내부에서의 개혁의 시도와 한계등이 잘 설명되어 있어 좋았다.

'강한자만 살아남는다, 강한 나라가 되어야 해!' 하는 진화론에서 비껴나고, 반공 이데올로기에 휩싸이지도 않았다. 반쪽짜리 통일국가 신라가 통일하게 된 장점과 함께, 발해와의 원만치 못한 관계를 같이 제시하는 민족사적 한계까지 함께 제시하는 부분도 좋았다.  

  신라, 고구려, 백제는 전혀 다른 언어를 쓴 민족이라 생각했는데, 통역이 없이 같은 문화와 같은 언어(이두)를 사용했다는 점은 조금 더 공부해야 할 숙제를 남겨준 것 같아 좋았다. 역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즐겁다. 딱딱한 역사의 지식에서 궁금한 점이 많아진 옛 조상들의 기록으로 역사가 다가온 건 500페이지를 읽고 난 두꺼운 책이 준 선물이다.


# 조금 더 부각된 '발해'와 동학농민운동을 비롯한 '민중봉기'

  학창시절에 공부했을 때 작게 소개되었던 발해에 대한 부분이 깊이 있게 다루어진 점이 가장 좋았다. 다른 나라와 달리 유일하게 '일부일처제'가 확립되었다는 이야기와 살만교로 이름붙어진 샤머니즘, 탈혼, 보쌈으로 불리는 결혼방식도 흥미로웠다. 높은 문화수준이 엿보이는 작품을 알 수 있었던 점도 흥미로웠다.

  발해의 문화들이 잘 보존되지 못하고 현재 남아있는 부분이 적었던 점은 너무 안타까웠다. 동학농민운동과 민중봉기의 부분, 일제시대와 근현대사의 부분 또한 짧기만 간명하게 핵심을 잘 짚었다고 할까. 망할 수 밖에 없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문란한 일들과 못살겠다 싶을 때 일어나는 자발적 항거들.. 자주와 개혁으로 바라 본 간명한 역사적 흐름은 살필 수 있게 되었다. 그 안의 세부적 충돌과 이해관계의 대립은  앞으로 살펴야 할 몫이다.


# 한국사를 총제적으로 정리한 책이 아닌, 한국사에 흥미를 갖게 해주는 입문서.

  지금의 삶 또한 미래의 세대에게 하나의 역사적 기록이다.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자.


  10부 나누어진 구성을 통해 관심 있는 부분이나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살필 수 있다.
알고 있던 기억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구나 하는 뿌듯함과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기쁨, 그리고 잊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 살피게 되는 즐거움이 가득 찬 시간이었다. 

   역사의 핵심만 잘 뽑아놓은 엑기스라기 보다, 현재의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할 자주와 개혁이란 단어로 역사를 재 구성한 입문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역사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키는 것이 저자의 목표라고 하였다. 적어도 내겐 성공했다.

  지금 나의 행동과 선택 하나하나들 또한 미래의 사람들에게 역사의 기록이 될 것이다. 옛날에는 민중봉기라는 폭력적 수단만이 정치와 현실을 심판할 수 있는 무기였다면, 지금의 나에겐 투표와 의견표출이라는 수단이 있다. 그 수단이 회의주의와 냉소주의에 의해 사장되지 않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무기가 되지 않게, 열심히 궁금해하고 물어보고, 해답을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역사를 만드는 일은 영웅이 아닌, 모래알처럼 많지만 큰 의미가 되어 보이지 않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의 개혁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 것처럼 지치지 않고, 나부터 실천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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