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 <파우스트>에서 <당신들의 천국>까지, 철학, 세기의 문학을 읽다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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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차와 함께 철학과 문학을 이야기 해요..

 
  고전은 많은 이들이 읽어보라고 권하지만, 쉽게 다가서기 힘들게 한다. 철학은 왠지 모르게 거리감이 느껴진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체감온도가 떨어짐을 느낀다.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지인과 나누는 담소는 추위를 잊게 한다. 마음 속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따스한 차와 함께, 13권의 고전을 철학적 주제를 담아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인문적 소양과 철학의 깊이를 함께 가진 카페 주인이 건네주는 차 한잔의 여유, 13권의 책을 14번의 만남을 통해 철학 카페에서 담소를 나눈다. 
 

# 쉽지 않은 주제, 편안한 설명 덕에 용기내어 다가서다.


  카페주인이 이야기해주는 주제는 쉽지 않다. '자기 체념', '자기 실현', '성장', '만남', '질투', '가정', '일상', '권태', '반항',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인간공학', '사회공학', '회상'까지 쉽게 말하기 힘든 소재들이 주인의 따스한 마음과 친절한 안내 덕분에, 편안하게 다가온다.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파우스트를 읽었다면, 1부와 2부의 극심한 차이와 모호한 내용속에서 깊이있는 사유 이전에 지쳐버렸을 것이다. 카페주인이 따스한 음성으로 전해주는 괴테와 파우스트의 정보를 들으면서, 그레트헨의 '무한한 자기체념'과 파우스트의 '무차별한 자기실현'속에 어떤 철학적 의미가 담겨있는지 알게 되었다.

  <데미안>과 <어린왕자> <변신>, <광장>, <1984년>,<오셀로> 처럼 읽어본 책도 있었고, <고도를 기다리며>, <페스트>, <당신들의 천국>, <멋진 신세계>, <구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처럼 제목을 들어보기만 한 책들도 있다.

  읽어본 책에서는 미처 고려하지 못한 사유의 알갱이를 만날 수 있었고, 읽어봐야 할 책은 사전정보를 통해 책을 읽고싶은 흥미를 가지게 된다. 어렵게만 느껴왔던 고전을 읽어보고 싶게 만들어준 호기심을 전해준 것만으로도 저자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  고전과 철학의 문외한에게 딱 맞는 교양 입문서.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을 출간했을 때, 서양 사람들은 그것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 교수님 역시 북경에 가보고 그 화려함을 경험한 후, 동방견문록에 대한 서양인들의 반응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사람은 자신이 본 만큼 믿고, 아는 만큼 생각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고전과 철학 역시, 지혜로운 사람이 한 번에 깨닫는 것이 아니라, 많은 예비지식을 쌓아가면서, 지식이 어느정도 축적되었을 때 지혜로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책속의 책의 늪에 빠진다고 말할 만큼 한번의 만남에도 수많은 작가와 작품이 소개된다. 많은 책을 읽고 조사한 후 읽기 편하게 깔끔하게 정리된 책을 읽다 보면, 어렵게 느껴지던 문학과 철학에서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데미안을 이야기하며, 정호승님의  <수선화에게>라는 시를 소개받았고, <오셀로>를 이야기하며 사랑과 질투 그리고 소유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권지예의 단편 <꽃게무덤>과 황동규님의 <쨍한 사랑 노래>도 알게 되었다. 한 번의 만남에 최소 3권의 책과 한 명의 사상가를 만나게 된다. 읽어볼 목록에 적으면서, 함께 읽고 저자와 다시 한 번 만나기를 다짐해본다.

  이번에는 카페주인의 친절한 대접을 받았으니, 책을 다 읽어본 후에는 나만의 솜씨를 발휘해서 그와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려 시도하다보면 생각의 폭이 넓어진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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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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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조제가 주인공인 소설을 만나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사강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24살에 써낸 작품이라는 점에 한 번 놀랐다. 로제와 뽈르, 씨몽의 삼각관계를 엿보며, 그녀의 섬세한 심리묘사에 한 번 더 놀랐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음에 꼭꼭 담아둔 영화가 있다. 장애우 '조제'와 자원봉사자 와의 사랑과 그 한계의 부분이 선명하게 드러났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영화를 통해 조제를 알게 되었다. 작품의 여주인공이 좋아했던 작가 사강과 조제라는 등장인물을 등장한 작품이 '한 달 후, 일 년 후'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영화의 추억을 떠올리며, 조제의 모습을 상상하며 책을 넘기기 시작했다.


# 사랑은 캔커피가 아니잖아요..

 
 "한 달 후, 혹은 두 달 후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사랑에도 유효기한이 있을까?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는다. 사랑의 시작은 만남과 이끌림에서 시작되고, 수많은 변수와 우여곡절 속에서도 서로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통해 그 믿음이 지켜진다 믿는다. 언제나 변할 수 있는 마음의 변심, 알 수 없는 불안감은 사랑을 체념하게 하거나, 도리어 사랑에 집착하게 한다.

 "언젠가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겠죠. 그리고 우리는 다시 고독해지겠죠. 그리고 또 한 해가 지나가겠죠."

  부정하고 싶지만, 첫 마음일 수 밖에 없는 사랑의 현실을 냉담하게 기술한 표현에 마음이 갔다. 사강의 소설의 내용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용도 많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만든다.  베르나르와 조제와의 관계를 통해, 사랑의 유효기간에 대해 생각해 본다.

 # 8인 8새, 사랑의 허영부터 집착까지 다양한 모습이 드러나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져드는 마음의 불안정함이 사랑의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거침없이 빠져들고, 자신을 파괴해버리는 알랭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지만 공감이 갔다. 베아트리스의 미모에 빠져 주변에 돈을 빌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치는 에두와르도 흥미로웠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자신에게 헌신적인 에두와르의 사랑을 받으면서, 놔주지 않고 결국 졸리오에게 가버리는 베아트리스, 헌신하는 아내 니콜이 있지만 조제에게 빠져드는 베르나르, 자신과 닮았기에 베르나르를 밀어내고 자크와 연인관계가 되지만, 니콜의 임신사실을 전하러 가다 베르나르와 부적절한 관계에 탐닉했던 조제, 알랭의 무너짐을 묵묵히 지켜보다 지쳐버린 파니, 베아트리스와의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 친척관계인 알랭의 아내 파니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에두와르까지 각양각색이다.

  아름답지 않지만, 드러나는 사랑의 모습들, 사랑의 가면을 쓴 가식부터, 맹목적인 사랑, 비교를 통한 허영, 자신의 모습을 불안해하고 상대에게 매달리는 집착, 안타까움에 빠지는 연민, 변해버린 마음의 상처와 고독, 사라져버린 열정과 권태까지 8인의 행동과 대사로 사랑의 여러 모습을 엿볼 수 있다.

 
# 서로에 대한 신뢰와 적절한 밀고 당김, 연애의 기술을 생각하다.


  각기 다른 인물들이 펼치는 사랑의 모습을 통해서 연애의 기술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렇게 사랑을 해야겠구나 하는 좋은 모델이 아닌, 이렇게 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반면교사의 인물들이 많았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아닌 상대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니콜의 행동을 통해, 지나친 의지와 상대에 대한 집착은 사랑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자신의 낭만적인 사랑의 마음에 빠져 베아트리스에게 헌신을 다하는 에두와르의 모습에서 사랑을 상실한 후 그 상대에게 집착하고 괴롭히지 않았던 모습은 좋았지만, 자신의 슬픔을 다른 사람을 통해 치유하려는 것은 매우 나쁘다는 것, 동정으로 이루어진 관계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대를 믿는 신뢰의 마음과 맹목적인 아닌 적당한 밀고당김의 사랑을 이끌어가는 연애의 기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주옥같은 글귀를 통해 사랑과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다.


  상징적인 각성. 사람들은 그것을 스스로 만든다. 베아트리스의 뒷모습을 본 에두아르의 모습 뒤에 나온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이의 작은 몸짓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상징으로 만다는 각성. 작은 행동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는 사강의 글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리, 이 사실을 아셔야 해요. 여자에게 시간은 아주 중요해요.

   지나간 버린 시간도 때로는 아직 의미가 있죠. 

   하지만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은 의미가 없습니다."

   ..................................


  "당신이 필요했어"


  상황에 걸맞은 적절한 대사와 대화는 작품을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거기에 사랑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게 만든다. 뻔하디 뻔한 통속소설이 사강의 손길을 거쳐 읽을만한 소설로 완성되었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는가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기분은 편치 않았지만,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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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3 - 흑색화약전쟁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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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에서, 중국을 거쳐 이번에는 실크로드다!

  나폴레옹가 유럽의 나라를 하나하나 정복하는 그때 영국의 해군 로렌스 대령은 테메레르라는 용과 인연이 되어, 해군에서 공군 조종사가 된다. 1편에서는 조종사가 되어가는 로렌스와 우정으로 인연을 맺는 테메레르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우정이 깊어지는 과정에 대해 나온다.

  2편에서는 중국의 황제급 용이였던 셀레스티얼 품종인 테메레르가  영국에서 전투병력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중국은 용싱왕자를 보내 테메레르를 소환하려 한다. 이에 휘말려 영국의 이익을 위해 로렌스 대령과 테메레르가 배를 타고 중국을 찾아가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로렌스 대령은 중국 황제의 양자가 된다. 테메레르는 전투병력이 아닌, 고귀한 존재로서 대접받는 중국의 문화를 경험하고 영국의 동료 용들에게도 그 사실을 알려주어야 겠다고 다짐한다.

  3편에서는 오스만투르크제국에서 구입한 용알을 가져오라는 영국정부의 긴급명령을 받고, 옛날 서역에서 중국으로 무역을 했던 실크로드를 따라 오스만 투르크 여행기와 영국으로 돌아가는 도중 여의치 않게 프러시아에 머물러 나폴레옹과의 전투인 아우스터리츠, 잘펠트, 예나 * 아우어슈테트 전투와 단치히 공성을 경험하게 된다.


# ’용이 실제 존재한다면?’ 

   기발한 상상력과 ’나폴레옹 시대’의 역사적 사실의 절묘한 결합. 어색하지 않다.

  상상속의 존재인 용이 실제 공군의 전력으로 가담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기발한 생각과 명장군과 명전투가 많았던 나폴레옹 시대의 역사적 사실이 결합하였다. 용과 함께하는 생활의 흥미로움과 실제 역사적 사실들이 어색하지 않게, 촘촘하게 논리로서 이은 작가의 노력 덕분에 하늘을 나는 용과 함께, 나폴레옹 시대의 현장으로 생생하게 빠져들게 된다.

  기발한 작전과 책략으로 전승을 이끌어가는 나폴레옹의 모습과 상대편에서 무력하게 후퇴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을 이해하며, 나폴레옹 시대의 명전투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중국과 오스만투르크의 다른 생활들을 통해 하나의 시기에 각기 다른 문화를 꽃피운 세 개의 문명을 엿보며, 먹과 마시고 연애하는 똑같은 생활양식 뒤의 종교와 생활풍습, 의례등 다른 문화적 차이들도 살필 수 있다.

# 용들에게도 자유의지와 재산형성의 권리가 있다?

  용 역시, 국가의 충성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로렌스 대령과 인간의 생활양식을 넘어선 생각을 하는 테메레르가 용들의 권리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용들에게도 재산과 자기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는 테메레르의 생각은 용들 역시 국가의 일부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로렌스 대령과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테메레르는 실크로드와의 여행 중 만난 야생용과 프러시아의 용들, 그리고 나폴레옹 군대와의 전투를 통해서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용도 있다는 것과 의무를 다하고 불평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로렌스 역시, 나폴레옹이 용들을 공군 뿐 아니라, 병력을 수송하는 존재로 활용하며 육군과 공군에 전방위적으로 활용하고 서로 협력했을 경우 더 큰 이익을 창출했다는 점을 깨달으며 테메레르의 생각을 지원해 주기로 결정한다. 다른 차이도 서로간의 대화와 신뢰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다가서는 그들의 우정이 멋지고, 부러웠다.

 # 역사와 상상력을 좋아하는 이에게 어울리는 책.

   ’환타지’ 책이라 하기에는 상상속의 용이 등장하는 것 빼고는 현실적인 배경과 역사적 사건 속에서 인간의 전쟁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역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용’이 말을 하고 인간과 함께 전쟁을 한다는 비현실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역사책에서 만나기 힘든 아쉬운 상상력과 환타지 책에서 아쉬운 현실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책이다. 510페이지가 짧게 느껴지지 않는다. 4편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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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뒤흔든 최대 역모사건 - 조선 천재 1000명이 죽음으로 내몰린 사건의 재구성
신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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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겨진 흔적들을 통해 다양하게 추론하는 역사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역사는 재밌다.
 
 
  사학개론 수업을 들었다. 베토벤이 귀가 멀게 된 이유가 수은 중독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베토벤이 살아있던 당시, 몸이 아프게 되면 온천에서 요양하던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베토벤의 머리카락 DNA를 검출해 보니 수은의 양이 매우 많았고, 베토벤이 자주 갔던 온천에서 수은의 함량이 많았다는 사실을 밝혀내게 되었다. 머리카락 하나와 같은 작은 사료(흔적)도 역사의 해석에 이용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스페인의 많은 탐험가들이 아메리카에 탐험하게 되었고 천만이 넘던 인디언의 수가 10년만에 50만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예전에는 서양인의 문화적 우월컴플렉스와 인종차별, 우월한 무기로 인해 죽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환경문제가 대두되는 요즘 인디언의 급격한 인구감소는 전염병의 내성의 약화 때문에 발생했다는 설이 나오게 되었다. 그러한 사료가 나오게 된 근거는 탐험가중 스페인, 기독교 사제들도 함께 갔었는데 탐험일지에 인디언들은 백인들을 만나기만 해도 푹푹 쓰러졌다는 글이 적혀있었다고 한다. 1900년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 이야기는 환경보호라는 시대상황을 통해 새로운 가설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처럼 많은 사료들 중에서 어떤 사료를 채택하고,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 따라 역사적 이야기는 달라지게 된다는 걸 배웠다. 살인 사건 뒤의 증거들을 통해 범인을 추론하는 탐정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흥미진진해 역사는 재밌다. 사실은 많지만 진실을 누구도 단언하기 힘들다.
 
  고등학교 국사를 공부할때 기축옥사가 있었다는 것, 정여립이 모반했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뒷 이야기들은 알려준 이도 없었고, 학생의 신분에서 알 필요도 없었다. 정여립 모반사건이후 호남지방의 더 박해가 심해졌다는 이야기와 핍박받는 삶과 대동사회에 대한 열정이 동학농민운동까지 이어졌다는 이야기와 동인과 서인 모두에게서 천재라고 일컫어졌던 정여립이 왜 동인과 서인을 오가게 되었는지, 1000명의 인재들이 서로 얽히고 얽혀 죽음을 맞아야 했던 기축옥사의 시대로 시간을 되돌려 준다.
 
 
#  왕의 적자세습을 부정한 조선 최초의 공화주의자 정여립!
 
 
  50개의 고전과 문집, 29권의 단행본, 35권의 논문을 참고문헌으로 한 고증을 바탕으로 저자는 정여립이 새로운 세상을 꿈꾼 사람이었다고 이야기 한다. 왕위의 세습을 부정하고 능력위주로 이어지는 삶, 수직적이고 주종관계인 충군사상을 부정하고 민중주의를 지지하였으며, 천하가 공물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영국의 크롬웰보다 50년 앞서 세상의 주인이 군주가 아님을 이야기했다. 실패한 혁명의 대가로, 정여립이 살던 금구현은 강등되어 김제에 편입되고, 호남에 인재등용길은 막히게 되었다. 좋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실행한 때를 놓치고 난 뒤 대가가 얼마나 큰 지 느낄 수 있었다.
 
 
# 기축옥사의 배경에서 과정까지 촘촘히 기술된 정성이 느껴진다.
 
 
  한통의 장계가 도착하면서 기축옥사는 시작이 되었고, 그 당시 동인과 서인은 극심한 대립관계에 있었다. 자신의 붕당의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던 동인과 서인 사이에, 붕당에 관계없이 교류하였던 정여립이 있었다. 이이와 성혼의 문하인 서인이었다가, 이이가 죽고난 후 동인으로 옮기게 되고 자신의 스승인 이이도 공격하였다. 하지만 선조와의 대립으로 인해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자 고향으로 낙향해 대동계를 만들고 신분차별이 없는 준비를 하였다.

  뛰어난 문,사,철의 학문과 무예까지 익혀 당대의 모든 선비들이 최고라 알려졌고 수많은 선비들이 그와 교류하고 싶어했다. 그로인해 옥사가 발생했을 때 수많은 선비들이 죽게되는 원인이 되어진다. 당대의 혼란스런 상황과 당쟁의 폐해와 붕당의 틀에서 이이와 정철, 그리고 선조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촘촘한 문헌 고증을 통해서 살필 수 있게 한다.
 
  10개의 꼭지 끝에 나오는 두 인물의 엇갈린 이야기와 풍부한 삽화는 저자의 공들인 정성과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이야기 구성도 좋고, 20명의 그 당시 인물들도 알 수 있었다. 정철과 이이, 유성룡, 이항복등의 인물들의 면모와 행동도 알 수 있었다. 누구도 믿지 못했던 선조의 모습 뒤에, 이순신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함께 보였다. 시대의 흐름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것이 좋은 것이였는지, 선비라고 해서 늘 좋기만 한 건 아니였구나 하는 것도 알 수 있었다.
 
 
# 내가 바라보는 기축옥사는? 더 많은 참고문헌의 살핌의 필요성을 느끼다.
 
 
  많은 흔적과 정리된 사료들이 많이 보였던 책이였다. 작가의 시선으로 본 기축옥사가 아닌, 내가 바라보는 기축옥사는 어떤 모습인지 한 번 떠올려 보았다. 조선왕조 몰락의 시작을 알린 사건? 잘못된 군주의 판단이 사람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 단체의 이익을 위해 인간은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지, 정의와 신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많은 생각들의 거리를 안겨준 책이었다.  참고문헌의 책을 보며 역사적 배경의 지식의 폭도 넓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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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가게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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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든 인생사, 죽고 싶으실 때 당신의 죽음만큼은 보장해드리겠습니다.

 
  동물과 달리 인간은 스스로의 생을 마감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생의 무게가 자신의 마음의 여유를 넘어설 때, 살아 숨쉬는 것이 가시방석처럼 무거울 때 인간은 죽음을 꿈꾼다. 삶을 스스로 마감하는 수 많은 방법을 알려주고 도와주는 가게가 있다.  미시마 튀바슈와 뤼크레스 튀바슈가 운영하는 이 가게 주인 부부는 막내 알랑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우울한 그림을 그리는 뱅상(빈센트 반 고흐, 빈센트의 프랑스식 이름)과 자신이 못생겼다고 괴로워하는 마를린(마릴린 먼로, 마릴린의 프랑스식 이름)과 달리 알랑은 늘 세상을 밝게 즐거운 이야기를 하며 부모님의 속을 썩인다. 가게에 와서 알랑을 보고 삶을 마감하려는 기분이 사라져버리는 손님으로 인해 튀바슈 부부는 가문의 수치가 태어났다고 하면서 괴로워한다. 어떻게든 삶의 괴로움과 고뇌속으로 알랑을 이끌려는 자살가게 주인 부부은 노력하는데...

 

# 삶을 마감할 수 있는 다양한 부분들.. 그리고 블랙코메디의 웃음.

    목을 매어 주는 방법, 약으로 생을 마감하는 방법, 독이 든 사탕과 가스, 추락사 등 생을 마감할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녹슨 면도날에는 "충분할 정도로 깊게 자르지 않으면 파상풍의 위험이 있습니다."라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마를린의 생일때에는 멋진 선물과는 달리, 자신에게 해는 없지만 입술에 독을 만들어내는 캡슐을 선물로 받게 되고 마를린은 자살가게에 자신의 역활이 생겼다고 기뻐한다. 이처럼, 여러가지 죽을 수 있는 방법과 소재들이 인간관계와 얽혀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 간다. 

  유쾌하게 삶을 빨리 끌낼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주인과 순간순간 그것을 방해하는 알랑을 보며, 블랙코메디의 유머를 느낄 수 있다. 삶의 우울과 괴로움 고뇌를 강조하지만, 지나친 강조를 통해서 오히려 삶의 아름다운 순간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한다고 할까. 평소라면 무겁고 엄숙하게 다뤄질듯한 이야기 역시, 어둡지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의 의도와 이야기의 흐름이 죽음과 그 과정의 묘사보다 비틀어 바라보는 시각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 역설을 통해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찾게 된다.


   "누나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야!", "형은 최고의 예술가야" 등 삶을 비관하고 우울한 사람들은 칭찬 역시 괴로워하며 받아들이지 않는다. 누군가 옆에서 속삭여주는 격려의 목소리와 그 자신을 인정해 주는 칭찬의 말은 아무런 기구 없이 사람의 기분을 하늘 위로 날아오르게 한다. 수많은 자살격려의 멘트와 방법 속에서 삶이 자신을 망가뜨릴 수 있는 건 순간적인 기분과 함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결여라는 것과 주변에 그 자신을 인정해주고 지켜주며 격려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힘든 삶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걸 알 수 있게 된다.

  블랙코메디를 통해서 격려와 칭찬, 따뜻한 배려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전개와 책장을 덮고나면, 너무나 행복해서 스스로 삶을 마감했던 프랑스 한 부부의 이야기도 함께 떠오르게 한다. 사람들의 평소 생각을 뒤집게 하는 아이디어의 기발함과 재치있는 문장들로 이야기의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실패한 삶을 사셨습니까? 당신의 죽음만큼은 성공을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라는 자살가게의 간판을 패러디해 "재미없는 책을 보셨습니까? 고정된 생각의 틀을 깨는 것 만은 보장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바꾸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대하는 개인적 가치관과 블랙코메디의 흥미에 따라 개인마다 책이 다르게 느껴질거라 생각한다. 비틀어지고 꼬인 풍자와 이야기를 담을 여유가 있는 독자에겐 참신한 아이디어가 재밌게 다가올거라 생각한다.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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