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조제가 주인공인 소설을 만나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사강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24살에 써낸 작품이라는 점에 한 번 놀랐다. 로제와 뽈르, 씨몽의 삼각관계를 엿보며, 그녀의 섬세한 심리묘사에 한 번 더 놀랐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음에 꼭꼭 담아둔 영화가 있다. 장애우 '조제'와 자원봉사자 와의 사랑과 그 한계의 부분이 선명하게 드러났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영화를 통해 조제를 알게 되었다. 작품의 여주인공이 좋아했던 작가 사강과 조제라는 등장인물을 등장한 작품이 '한 달 후, 일 년 후'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영화의 추억을 떠올리며, 조제의 모습을 상상하며 책을 넘기기 시작했다.


# 사랑은 캔커피가 아니잖아요..

 
 "한 달 후, 혹은 두 달 후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사랑에도 유효기한이 있을까?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는다. 사랑의 시작은 만남과 이끌림에서 시작되고, 수많은 변수와 우여곡절 속에서도 서로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통해 그 믿음이 지켜진다 믿는다. 언제나 변할 수 있는 마음의 변심, 알 수 없는 불안감은 사랑을 체념하게 하거나, 도리어 사랑에 집착하게 한다.

 "언젠가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겠죠. 그리고 우리는 다시 고독해지겠죠. 그리고 또 한 해가 지나가겠죠."

  부정하고 싶지만, 첫 마음일 수 밖에 없는 사랑의 현실을 냉담하게 기술한 표현에 마음이 갔다. 사강의 소설의 내용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용도 많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만든다.  베르나르와 조제와의 관계를 통해, 사랑의 유효기간에 대해 생각해 본다.

 # 8인 8새, 사랑의 허영부터 집착까지 다양한 모습이 드러나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져드는 마음의 불안정함이 사랑의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거침없이 빠져들고, 자신을 파괴해버리는 알랭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지만 공감이 갔다. 베아트리스의 미모에 빠져 주변에 돈을 빌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치는 에두와르도 흥미로웠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자신에게 헌신적인 에두와르의 사랑을 받으면서, 놔주지 않고 결국 졸리오에게 가버리는 베아트리스, 헌신하는 아내 니콜이 있지만 조제에게 빠져드는 베르나르, 자신과 닮았기에 베르나르를 밀어내고 자크와 연인관계가 되지만, 니콜의 임신사실을 전하러 가다 베르나르와 부적절한 관계에 탐닉했던 조제, 알랭의 무너짐을 묵묵히 지켜보다 지쳐버린 파니, 베아트리스와의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 친척관계인 알랭의 아내 파니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에두와르까지 각양각색이다.

  아름답지 않지만, 드러나는 사랑의 모습들, 사랑의 가면을 쓴 가식부터, 맹목적인 사랑, 비교를 통한 허영, 자신의 모습을 불안해하고 상대에게 매달리는 집착, 안타까움에 빠지는 연민, 변해버린 마음의 상처와 고독, 사라져버린 열정과 권태까지 8인의 행동과 대사로 사랑의 여러 모습을 엿볼 수 있다.

 
# 서로에 대한 신뢰와 적절한 밀고 당김, 연애의 기술을 생각하다.


  각기 다른 인물들이 펼치는 사랑의 모습을 통해서 연애의 기술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렇게 사랑을 해야겠구나 하는 좋은 모델이 아닌, 이렇게 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반면교사의 인물들이 많았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아닌 상대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니콜의 행동을 통해, 지나친 의지와 상대에 대한 집착은 사랑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자신의 낭만적인 사랑의 마음에 빠져 베아트리스에게 헌신을 다하는 에두와르의 모습에서 사랑을 상실한 후 그 상대에게 집착하고 괴롭히지 않았던 모습은 좋았지만, 자신의 슬픔을 다른 사람을 통해 치유하려는 것은 매우 나쁘다는 것, 동정으로 이루어진 관계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대를 믿는 신뢰의 마음과 맹목적인 아닌 적당한 밀고당김의 사랑을 이끌어가는 연애의 기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주옥같은 글귀를 통해 사랑과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다.


  상징적인 각성. 사람들은 그것을 스스로 만든다. 베아트리스의 뒷모습을 본 에두아르의 모습 뒤에 나온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이의 작은 몸짓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상징으로 만다는 각성. 작은 행동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는 사강의 글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리, 이 사실을 아셔야 해요. 여자에게 시간은 아주 중요해요.

   지나간 버린 시간도 때로는 아직 의미가 있죠. 

   하지만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은 의미가 없습니다."

   ..................................


  "당신이 필요했어"


  상황에 걸맞은 적절한 대사와 대화는 작품을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거기에 사랑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게 만든다. 뻔하디 뻔한 통속소설이 사강의 손길을 거쳐 읽을만한 소설로 완성되었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는가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기분은 편치 않았지만,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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