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뒤흔든 최대 역모사건 - 조선 천재 1000명이 죽음으로 내몰린 사건의 재구성
신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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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겨진 흔적들을 통해 다양하게 추론하는 역사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역사는 재밌다.
 
 
  사학개론 수업을 들었다. 베토벤이 귀가 멀게 된 이유가 수은 중독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베토벤이 살아있던 당시, 몸이 아프게 되면 온천에서 요양하던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베토벤의 머리카락 DNA를 검출해 보니 수은의 양이 매우 많았고, 베토벤이 자주 갔던 온천에서 수은의 함량이 많았다는 사실을 밝혀내게 되었다. 머리카락 하나와 같은 작은 사료(흔적)도 역사의 해석에 이용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스페인의 많은 탐험가들이 아메리카에 탐험하게 되었고 천만이 넘던 인디언의 수가 10년만에 50만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예전에는 서양인의 문화적 우월컴플렉스와 인종차별, 우월한 무기로 인해 죽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환경문제가 대두되는 요즘 인디언의 급격한 인구감소는 전염병의 내성의 약화 때문에 발생했다는 설이 나오게 되었다. 그러한 사료가 나오게 된 근거는 탐험가중 스페인, 기독교 사제들도 함께 갔었는데 탐험일지에 인디언들은 백인들을 만나기만 해도 푹푹 쓰러졌다는 글이 적혀있었다고 한다. 1900년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 이야기는 환경보호라는 시대상황을 통해 새로운 가설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처럼 많은 사료들 중에서 어떤 사료를 채택하고,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 따라 역사적 이야기는 달라지게 된다는 걸 배웠다. 살인 사건 뒤의 증거들을 통해 범인을 추론하는 탐정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흥미진진해 역사는 재밌다. 사실은 많지만 진실을 누구도 단언하기 힘들다.
 
  고등학교 국사를 공부할때 기축옥사가 있었다는 것, 정여립이 모반했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뒷 이야기들은 알려준 이도 없었고, 학생의 신분에서 알 필요도 없었다. 정여립 모반사건이후 호남지방의 더 박해가 심해졌다는 이야기와 핍박받는 삶과 대동사회에 대한 열정이 동학농민운동까지 이어졌다는 이야기와 동인과 서인 모두에게서 천재라고 일컫어졌던 정여립이 왜 동인과 서인을 오가게 되었는지, 1000명의 인재들이 서로 얽히고 얽혀 죽음을 맞아야 했던 기축옥사의 시대로 시간을 되돌려 준다.
 
 
#  왕의 적자세습을 부정한 조선 최초의 공화주의자 정여립!
 
 
  50개의 고전과 문집, 29권의 단행본, 35권의 논문을 참고문헌으로 한 고증을 바탕으로 저자는 정여립이 새로운 세상을 꿈꾼 사람이었다고 이야기 한다. 왕위의 세습을 부정하고 능력위주로 이어지는 삶, 수직적이고 주종관계인 충군사상을 부정하고 민중주의를 지지하였으며, 천하가 공물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영국의 크롬웰보다 50년 앞서 세상의 주인이 군주가 아님을 이야기했다. 실패한 혁명의 대가로, 정여립이 살던 금구현은 강등되어 김제에 편입되고, 호남에 인재등용길은 막히게 되었다. 좋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실행한 때를 놓치고 난 뒤 대가가 얼마나 큰 지 느낄 수 있었다.
 
 
# 기축옥사의 배경에서 과정까지 촘촘히 기술된 정성이 느껴진다.
 
 
  한통의 장계가 도착하면서 기축옥사는 시작이 되었고, 그 당시 동인과 서인은 극심한 대립관계에 있었다. 자신의 붕당의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던 동인과 서인 사이에, 붕당에 관계없이 교류하였던 정여립이 있었다. 이이와 성혼의 문하인 서인이었다가, 이이가 죽고난 후 동인으로 옮기게 되고 자신의 스승인 이이도 공격하였다. 하지만 선조와의 대립으로 인해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자 고향으로 낙향해 대동계를 만들고 신분차별이 없는 준비를 하였다.

  뛰어난 문,사,철의 학문과 무예까지 익혀 당대의 모든 선비들이 최고라 알려졌고 수많은 선비들이 그와 교류하고 싶어했다. 그로인해 옥사가 발생했을 때 수많은 선비들이 죽게되는 원인이 되어진다. 당대의 혼란스런 상황과 당쟁의 폐해와 붕당의 틀에서 이이와 정철, 그리고 선조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촘촘한 문헌 고증을 통해서 살필 수 있게 한다.
 
  10개의 꼭지 끝에 나오는 두 인물의 엇갈린 이야기와 풍부한 삽화는 저자의 공들인 정성과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이야기 구성도 좋고, 20명의 그 당시 인물들도 알 수 있었다. 정철과 이이, 유성룡, 이항복등의 인물들의 면모와 행동도 알 수 있었다. 누구도 믿지 못했던 선조의 모습 뒤에, 이순신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함께 보였다. 시대의 흐름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것이 좋은 것이였는지, 선비라고 해서 늘 좋기만 한 건 아니였구나 하는 것도 알 수 있었다.
 
 
# 내가 바라보는 기축옥사는? 더 많은 참고문헌의 살핌의 필요성을 느끼다.
 
 
  많은 흔적과 정리된 사료들이 많이 보였던 책이였다. 작가의 시선으로 본 기축옥사가 아닌, 내가 바라보는 기축옥사는 어떤 모습인지 한 번 떠올려 보았다. 조선왕조 몰락의 시작을 알린 사건? 잘못된 군주의 판단이 사람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 단체의 이익을 위해 인간은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지, 정의와 신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많은 생각들의 거리를 안겨준 책이었다.  참고문헌의 책을 보며 역사적 배경의 지식의 폭도 넓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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