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으로 폼나게 밥반찬 만들기
델리쿡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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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보 요리사, 무작정 반찬 만들기에 도전하다.


  '무엇을 먹어야 할까?' 식사 시간이 되면, 늘 고민하게 되는 걱정거리 중 하나이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 보면, 결국 내 입에 자주 맞았던 식당에 가서 많이 먹었던 음식을 주로 찾게 되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많이 사먹다 보니, 식당음식에 질린다고 할까, 홀로서기에 준비하는 마음으로 밥과 국, 찌개만 했던 요리실력을 넘어설 마음에 반찬도 만들어서 도시락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 시장에 많은 요리 재료들이 나의 손길을 기다렸지만, 할 줄 아는 요리가 없었기에 겁부터 났다. 나물이나 무침은 쉽게 만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막상 하려고 보니 어리둥절하기만 할 뿐, 잘 되지 않았다. 반찬 걱정하지 않으면서 과연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책을 찾게 되었고, 델리 쿡 시리즈와 만나게 되었다.

   200가지가 넘는 반찬이 날짜별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개만 익혀보자고 시작했던 반찬 도전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 알차고 유용했던 델리쿡의 요리 기초 익히기.

  레시피가 있어도 많이 헷갈렸던 부분은 수저와 종이컵으로 계량하는 부분이었다. 많고 다양한 수저들의 크기들 중 어떤 스푼을 사용해야 할지 막막하고 어렵기만 했다. 델리쿡의 요리 기초 익히기에서 소개된 수저와 종이 컵, 손으로 계량하는 방법 노하우와 채와 통, 주사위, 어슷, 원형, 밤톨 등 다양한 썰기 비결, 천연 조미료 만드는 방법과 잡곡밥의 비율까지 초보자가 익혀두면 좋을 정보가 있어 요리시작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할까? 제일 어려운 일이 시작하려는 마음가짐과 시작하려고 손질하려는 시작인데, 작지만 알찬 정보들 덕에 낯설고 어렵기만 하던 주방이 좀더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 많은 재료들을 사용하는 방법들을 익히며, 가정의 내무부장관인 어머님의 손길과 정성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 기간별로 구분된 다양한 요리들. 주부들에게 안성맞춤인 책.


  매일 어떤 반찬을 할까? 고민하던 어머니에게 알맞은 책이라고 할까. 난이도와 시간, 칼로리와 레시피 대로 하면, 재료를 준비하면 몇 사람이 먹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정보는 요리를 선택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생선쪽에는 자신이 없어 도전했던 호박눈썹나물과 파무침, 양파 풋고추 볶음 등 간단한 정보를 도전해 보았는데, 레시피대로 해 보았더니,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간은 생각처럼 잘 맞지 않아,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내 손으로 무언가 이뤘다는 뿌듯함에 요리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게 되었다.

   몇가지 반찬에 도전해보고 어머니께 제시된 요리를 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어렵지 않게 만들어 주셨다. 하루하루 간단히 끼니를 때우는 원룸 생활자 보다는 가정에서 요리를 많이 만들고 고민하는 주부들에게 더 어울리는 책이라고 할까? 원룸과 홀로 생활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식재료 몇가지를 사서, 다양한 반찬을 연계해서 만드는 방법과 아이디어를 소개해 주는 책이 나온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소망도 해 보게 되었다.


# 요리를 통해 어머니와 대화를..


  먹음직 스런 사진들과 사진으로 통해 익힐 수 있게 제시된 레시피와 작지만 알찬 팁은 요리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요리를 만들다 보니, 작은 요리 하나에도 많은 손길과 정성이 들어감을 배울 수 있었다. 무슨 반찬을 할까 고민하다 보니, 매일 다른 반찬과 국거리를 준비하는 어머니의 고충과 고민들도 좀더 이해할 수 있었다. 역시 경험만큼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좋은 건 없었다

  반찬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이야기를 나누며,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도 느낄 수 있었다.  가정에서 어머니는 살림의 달인이자 전문가이여서, 홀로서기를 할 때 필요한 정보들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책으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임을 알 수 있었다. 요리 책에, 지면상 빠지는 작지만 섬세한 정보는 어머니와 대화를 통해 익혀나간다면, 좀 더 맛있는 요리를 쉽게 만들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요리를 통해, 고정된 음식이 아닌 다양한 음식도 익히고 도전해 나가고, 어머니와 요리와 관련된 대화를 통해 요리법을 배워나간다면, 홀로서기 생활도 즐겁고 멋지게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요리를 하는 즐거움과 잊지 쉬운 어머니의 정성을 다시 떠올려 볼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혼자 생활하는 이가 쉽게 요리할 수 있는 맞춤 책도 출간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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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풀이 한자 - 원리가 쏙쏙 들어오는 그림 한자
최현룡 지음 / 지호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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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의 뜻풀이로 이해하는 한자풀이 300자


  한국에서, 해방이후 가장 사랑받았던 외국어는 영어, 그 다음이 일본어라고 생각한다. 해방 이전, 근대화 이전, 동양문화권을 연결지었던 한자는, 상대의 외국어를 몰라도 필담을 통해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만큼 한자를 익힌다는 건 큰 힘이 되는 일이다. 우리의 고대문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자는, 한층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 문명의 매개체를 강조하기 않고서라도 알아두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중요성은 강조하지 않아도 알 수 있지만, 생각처럼 쉽게 글자를 익히는 건 쉽지 않다. 어렸을 때는 배우고 싶었지만, 제대로 가르쳐주는 곳이 없기도 하고, 영어가 대세여서 포기했었다. 군대에 있을 때에도, 벽 한쪽에 걸려있는 장병한자 1800단어를 보고,  일주일에 스무개씩 외우다보면, 제대하기 전에 다 읽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도전했지만, 한달정도 지나다 보니, 이미 외웠던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결국, 암기하는 것은 포기하고, 읽을 수 있을 정도에 그쳤던 안타까운 기억도 떠오른다.

   좀 더 쉽게 한자를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없을까 고민하던 중, 그림으로 원리를 이해한다는 <화풀이 한자>를 만나게 되었다. 모습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 한 두 획을 첨가한 지사문자, 뜻과 뜻을 모은 회의문자, 뜻과 음이 합쳐진 형성문자, 음을 빌리고, 뜻을 응용하는 가차와 전주까지 다양한 원리들을 그림풀이로 어떻게 풀어낼지가 궁금하였다. 일상에 많이 사용하는 300단어를 그림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낸 그림 한자 이야기, 독특한 발상에는 한자 익힘에 대한 저자의 배려가 숨겨져 있다.


# 농경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풀어내는 한자 이야기.

 
  한자의 원리에는 한나라 시대, 농경사회가 주축이었던 문화가 담겨있다는 저자의 주장처럼, 농경사회, 근대 이전 사회의 모습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장인 공 工 이라는 단어에 흙담을 쌓았을 때 사용했던 절구공이의 모형을 통해 익히게 한다거나, 마을 촌 村 이라는 단어의 나무 木이 마을을 구분짓게 만드는 울타리의 의미가 담겨있다는 주장은 지금의 도시문명이 아닌, 옛날 한자가 많이 사용되었던 환경과 문명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다. 한자의 익힘과 함께 잊고 있던, 잃어버린 옛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떠올리면서, 무작정 외우는 것이 아닌,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공부를 할 수 있어 좋았다.

   손에서 하얀 부분인 엄지손톱의 모양을 본땄다는 흰 백 白 글자와 돼지 시 豕 라는 글자는 집에서 기르는 돼지가 아닌 멧돼지라며 단어가 활용되었던 부분을 설명하는 모습에서 한자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려는 저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간사할 간 姦자에 여인 女 라는 글자에 여인 뿐 아니라, 예전에 신분이 낮은 계층의 사람들을 의미하기도 했다는 등, 저자의 독창적인 생각도 많이 담겨 있다. 한자를 익히려는 하나의 방법이라 참고한다면 쉽게 한자에 입문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고 할까? 막막했기만 했던 한자공부를 쉽게 다가설 수 있어서 읽는 내내 즐거운 시간이었다.


# 300 글자와 1000-1200개의 단어가 한 권의 책에.


  300개의 단어를 그림으로 풀이해서 쉽게 익히게 하고, 한 글자에 3-4개의 연관된 단어를 소개한다. 쉽게 익힌 글자도 있었고, 한 번 더 눈여겨 보아도 알 수 있는 글자도 있었다.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이해를 통해 '아! 이렇게 기억할 수도 있겠구나!'  감탄하다보니, 책 한권이 금방 끝나버리고, 1000개의 단어를 한 번 훑어볼 수도 있게 되었다. 한자의 세계는 길고 깊지만,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작은 힘을 얻었다고 할까? 글자에 쓰인 부수의 원리를 깊게 설명해 주는 <글자의 뿌리>와 글자로 인연이 되어 많이 사용하는 <고사성어>, 녹림, 재수없다 등에 숨겨진 상식을 밝혀주는 <톡! 톡! 상식>이 글자 중간에서 깊이와 재미를 함께 익힐 수 있게 해 주었다.

   어느정도 한자를 익힌 어른보다는, 이제 공부해보려는 청소년기를 지난 어른 입문자 또는, 어린 아이들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혼자서 익히기에는 어려운 내용도 있으니, 부모님이 함께 보면서 같이 설명해 주거나 공부한다면, 가족들간의 친분을 두텁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무작정 외우는 것이 아닌, 그림을 보고(시각), 이해하는(지능)을 활용하는 우뇌와 좌뇌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발상의 시도가 마음에 들었다. 독특한 시도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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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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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의 두려움.
               
  무료하고 심심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캐비닛 안에 잠긴 비밀번호를 풀어서 375개의 변화된 종의 기록인 심토머를 만나게 된다. 심심한 일상에 견디지 못하고 한 일은 보수도 많지 않고, 다른 직업에서 버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게 되지만 묵묵히 캐비닛 주인인 권박사의 업무보조를 수행하게 된다. 손가락에서 은행나무가 자라는 사람, 네오헤르미프로디토스, 외계인 무선통신을 하는 사람, 다중소속자 등 일반 사람들의 상식에서 벗어난 사람들과 만나면서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나는 그들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인정하게 된다.  

  강력한 메탄가스를 분출하는 사람이 있다. 생일 잔치에 촛불을 끄다가 불이 붙어 앞에 있는 사람의 머리카락을 태우는 일도 있다. 그가 숨을 내쉴때 불이 가까이 있으면 화염방사기가 된다. 그는 끔찍한 공포와 두려움을 갖게 된다. 편리한 과학과 의학은 메탄가스가 많이 분출이 되니, 불 앞에서는 트림을 삼가해주세요 라고 처방을 한다. 

  하지만 그가 알고 싶어하는 것은 '나는 왜 입에서 불이 나가는 걸까'가 아니다. 그가 힘들어 하는 것은 '나는 왜 다른 사람들과 다를까?'이다. 그들이 원하는 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넌 다르지 않아'이라는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자신이 일반적으로 하는 일을 보통으로 규정짓고, 사회에서 일상적인 일에서 벗어나는 사람 중 사회적 요구나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경우에는 따돌림을 그리고 특이하고 경이로운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기인이라는 칭호를 칭하며 자신과 차이를 둔다.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는 순간 그는 평범한 사람이 다시 되지 못한다. 여러가지 심토어들을 이야기하면서, 점차 지구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새롭게 변이하는 종의 출현의 이야기와 함께 차이와 공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 책의 가장 큰 매력, Funny

  딱딱하고 어려운 책이 절대 아니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조금씩 빠져들다가 끝까지 읽게 된다. 재미있다는 것, 글의 내용이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심토어를 인정은 하지만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를 위해서 무언가 해 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는 그냥 캐비닛처럼 그들을 보관하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닌, 그들 그 자체로 바라보고 인정해 주는 것, 어쩌면 그들도 그것을 원하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캐비닛을 열때마다 이런 글귀가 나와있다.

 

나무를 통째로 씹어먹는 코끼리의 힘과
꼬랑지를 계속 물어 코뿔소를 쓰러뜨리는 하이에나의 집요함과
늪속에서 6개월을 굶주리는 악어의 기다림과
천마리의 암컷들을 거느린 물개의 정력이
세계의 어둠을 밝히려는 그대의 열정과 함께하기를
 
이 글을 볼때마다 나는 가슴이 뜨거워져 이런 말들이 튀어나온다.

"세계의 어둠 좋아하네. 내 청춘에 자욱이 깔린 어둠도 못 밝히고 있다. 이 인간아."


  
  예측되는 상황에서 다른 행동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온다. 억지로 만든 설정이 아닌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는 부분이 중간 중간 적절하게 들어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때마다 한 정 정도의 분량으로 짧은 글들이 나온다. 이야기의 내용의 의미를 잘 알수 있게 하는 장치인거 같으면서도 무언가 가르치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된다. 좋은 내용은 다 알지만 알려주면 하기 싫은 윤리선생님의 수업시간이라고 할까. 그대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뭔가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주게 하는 건 이 책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이다.

# 그냥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책 VS 무언가 진한 여운을 남기는 책  
  
  첫번째 읽었을 때에는 즐겁고 재밌게 책을 볼 수 있었다. 와 시간이 이렇게 금방 지나가다니.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올듯한 일들과 그들의 고민들을 볼 수 있어서 재미나고 신기했다. 처음에 소개하는 상피에르 사람들의 이야기는 폼페이 최후의 날의 폼페이 사람들인거 같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누구나 한 번 쯤 들어보았을 이야기로 거부감을 적게하고,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
     
  두번째 읽었을 때에는 다른 면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어디까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용인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정상의 기준은 무엇일까? 100년 전에 지금 이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그 사람들에게 정상인이 될 수 있는것일까? 정상이라는 건 사회에서 사람들의 일탈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장치의 척도가 되는 건 아닐까? 결국 모두의 의식이 높아져야 누구나 일반사람처럼 사람답게, 자기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남도 생각하면서 살게 되는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보통의 감옥들이 지하에 어둠속에 갇혀 있는데, 왜 상피에르에서는 위에 올려놓는 것이었을까? 음식과 식사는 엘리베이터로 보내는 걸까? 올드보이처럼 만두만 먹이는 걸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내 일상의 모습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세번째에는 나가 아닌 권박사나 손정은의 시선으로 읽어 보아야 겠다. 왠지 다른 느낌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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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대답해주는 질문상자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이레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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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각양각색의 질문에, 지혜롭고 센스 넘치는 답변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성실히 답해드립니다.


  살다보면 궁금한 일이 많이 생긴다. 길을 걷다 바닥에 붙어있는 맨홀뚜껑이 왜 둥근지 궁금하기도 하고, 나를 속상하게 만드는 사람과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할지 답답하기도 하며, 엉뚱한 질문으로 나를 곤란하게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답변을 해 주어야 할지 고민하기도 한다.

 

  우문현답이라고 할까? 엉뚱해 보이고, 상식을 넘어서는 질문을 하는 최연소 4세 아이부터 최고령 65세 할아버지의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의 자신이 궁금했던 내용을 질문하고, 78세의 하이쿠 시인이자, 번역가, 작사가, 감독에 도전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니카와 슌타로씨가 각각의 질문에 지혜롭게 답변한 글이 모여있다. 아이의 질문에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대답하고,  진지한 질문에는 그에 걸맞게 진지하게, 따분한 질문에는 센스 넘치는 질문을 해서,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질문을 듣고, 상대의 연령과 질문의 깊이에 맞게, 적절하게 응답해 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질문자들의 질문을 들었을 때, 나라면 어떻게 답해줄 것인가 생각을 해 보았는데, 하나 하나 상투적이거나, 답변이 잘 나오지 않았다. "왜 매일 목욕을 해야 하냐"는 질문에는, "이런걸 질문이라고 하는거야?"라는 답변이,  "자업자득으로 고통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어쩔 수 없죠, 계속 반성하며 곱씹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라는 상투적인 답변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니카와 슌타로 씨의 답변에는 상대의 질문에 맞게, 답변을 해 주면서, 그 답변 안에는 인간에 대한 배려가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작고 소소한 질문도 성실하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지만, 좀 더 멀리 볼 수 있는 눈을 제공한다고 할까. 뻔하게 생각될 수 있는 답변도, 뻔하기 않게 느껴지게 대답하는 대답의 센스를 느낄 수 있었다.

 


  # 다양한 질문을 통해, 소통의 힘과 나란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다.

 


  작고 소소하기도 하고, 깊이있고 진지하기도 한 질문들에 대답하고, 시인의 답변을 들으면서, 소통의 힘과 나란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어떤 질문이라도 대답해 주는 사람의 센스있는 답변이 있다면, 그냥 내짖는 공허한 외침이 아닌, 유쾌하고 의미있는 소통이 될 수 있다는 작은 깨달음과 질문에 답해가면서 나란 존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타인과의 차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어른과 아이의 차이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따스한 봄날 함께 동행하는 후배와 함께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 때, 책을 꺼내들며 읽어보게 하고, 그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았었다. 어른이 되는 건 겁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답변과 어린 아이였을 때는 넘어지고 상처가 났을 때에도 그것의 아픔에 잘 느끼지 못했었는데, 지금은 잘 넘어지지 않아서,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답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하나의 질문에 답하는 것에 그 사람의 생각들이 깊게 반영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시인의 답변을 듣고, 그 차이를 통해 이야기 하면서, 좀 더 친밀해지고, 나와 그의 차이를, 시인과 나의 차이를 생각하며, 나란 존재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식상한 질문에 센스 넘치는 질문을 한다는 것은,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쉬어 보이지만, 자신이 보던 곳이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센스 넘치는 답변, 하루에 한 번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일간지에 기고했던 시인처럼, 궁금한 질문을 질문자처럼 질문해 보기도 하고, 엉뚱한 질문에 대답해 보는 일도 고정된 일상에 정형화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신의 생각을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발견했다고 할까? 답변의 힘과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짧고 간단하지만, 그 울림은 결코 가볍지 않아, 의미있었던 책과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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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베스파
박형동 지음 / 애니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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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바이와 청년의 관계. 어른이 된다는 건....

    왜 오토바이일까? 자동차와 자전거의 경계에 선 오토바이는 방황하는 청춘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도구라 생각한다.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각 작품에서 의미있는 도구로 거듭난다. 톰과 제리의 사랑에서는 여행과 첫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하게 해 주고, 스노우 라이딩에서는 오토바이가 고양이를 유기하려는 장소로 이동시켜 준다. 지금 이 곳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채워주기에, 오토바이는 청춘의 흔들리는 마음을 잘 표현한다 생각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돈을 위해 살지 않으려는 마음과 현실 사이에서 걷는 방황이다. 무의미한 일상에서 바이바이 베스파와의 만남은 잊고 지냈던, 때론 잊고 싶었던, 그리고 잊어야만 했던 청년 시절을 환기시킨다.  순수와 성숙의 경계에 선, 걷잡을 수 없는 마음의 상태인 청년들이, 5대의 개성 넘치는 오토바이와 함께한 5편의 단편을 읽으며,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문을 만나는 느낌이다. 이야기와 잘 어울리는 일러스트는 더욱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 짧은 글, 긴 여운..

   큰 감동은 없지만, 잔잔한 여운은 일상에서 잊고 지내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톰과 제리의 사랑>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 첫 경험의 풋풋한 추억들이 매끄러운 이야기와 함께 잘 담겨있다.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서툰 표현과 설레임과 두려움이 함께하는 그 풍경들을 통해 서툰 마음의 흔적들을 다시 돌이켜 볼 수 있었다.  <스노우 라이딩>에서는, 일 년간의 동거생활을 끝내고 다시 자신들의 갈길로 결정한 커플, 검은 고양이 한 마리만은 누구도 데려갈 수 없었다. 산 속 숲에 버리러 가는 길에 함께 동행하게 되고, 고양이를 버리려다가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흰눈을 보며, 다시 데려가기로 결심한다. 고양이를 상자에 놓아둔 채, 자기가 싫어했던 어른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는 말을 건냈던 커플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건, 나 역시 그런 고민의 시간들을 거쳐 조금씩 성장해 왔길 때문이라 생각한다. 잊고 지냈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마음속에 꽁꽁 묶어두었던 마음들을 다시 꺼내어 보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소녀 밍키>에서는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상대의 변화된 모습을 어떤 모습으로 바라 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가장 멋진 건, 그녀가 바라는 모습으로, 어린 마음 그대로 바라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랜드 마미 피쉬>에서는 물고기에서 우리는 진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작은 생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작가의 능력이 멋있었다. 쉬고 싶을 땐, 잠시 백만년 된 할머니의 품 속으로 들어가 푹 자면 된다는 말, 꿈만 같지만,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 할머니가 이제 그만해도 돼, 잠깐 편히 쉬어도 된단다 말하는 듯히 들렸다. 크게 감동되는 건 없지만, 작지만 뭉클 가슴을 뛰게 만드는 글과 그림들이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읽고 난 후, 마음이 훈훈해진다. 소설처럼 글로만 이야기를 만났다면, 장면에 대한 세밀한 느낌이 없었을 것이고, 일러스트가 매우 강조가 되었다면, 디테일한 묘사부분을 놓쳤을 것이다. 글을 풀어내는 솜씨와 마음에 와 닿는 일러스트를 그릴 능력이 잘 배합된, 작가의 센스가 가득 담겨,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 수 있었다. 청춘의 시대는 앞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뿌연 안개에 둘러싸인 느낌이라 생각한다. 흔들리고, 방황하지만, 순수의 마음을 잃지 않으려는 그 흔적들을 잘 짚어내었기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첫 사랑의 미묘한 밀고 당김, 미숙함, 그래서 다시 돌아올 수 없고, 가슴 속 한 구석에 남아있는 마음들이, 작가의 단편을 만나, 떠나는 동안 다시 선명하게 떠오른다.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려주게 한다는 건,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만이 할 수 있는 매력이다. 그런 책을 만나, 좋았다.

   짧은 글 뒤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  잊고 지냈던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인 상황, 살면서 잊고 살아가는 작은 추억과 순수한 마음들, 그 추억을 잊지 않아야 어른의 시기도 현명하게 보낼 수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풋 사랑, 서툰 표현을 하였기에, 그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다음 사랑에서 상대를 더 소중하게 대할 수 있는거라 믿는다. 어른 이라면 머리속 계산을 통해 하지 않을 일들도, 청년이기에,  아프지만, 아련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산다는 건 관계를 맺어가는 거라 생각한다. 머리로 재지않고, 가슴만으로 벅차게 살 수 있던 청년시절이여! 바이바이 베스파! 오토바이와의 이별과 함께 그 시기는 떠나 보냈지만, 함께 했던 추억은 가슴속에 영원히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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