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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풀이 한자 - 원리가 쏙쏙 들어오는 그림 한자
최현룡 지음 / 지호 / 2008년 3월
평점 :
# 그림의 뜻풀이로 이해하는 한자풀이 300자
한국에서, 해방이후 가장 사랑받았던 외국어는 영어, 그 다음이 일본어라고 생각한다. 해방 이전, 근대화 이전, 동양문화권을 연결지었던 한자는, 상대의 외국어를 몰라도 필담을 통해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만큼 한자를 익힌다는 건 큰 힘이 되는 일이다. 우리의 고대문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자는, 한층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 문명의 매개체를 강조하기 않고서라도 알아두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중요성은 강조하지 않아도 알 수 있지만, 생각처럼 쉽게 글자를 익히는 건 쉽지 않다. 어렸을 때는 배우고 싶었지만, 제대로 가르쳐주는 곳이 없기도 하고, 영어가 대세여서 포기했었다. 군대에 있을 때에도, 벽 한쪽에 걸려있는 장병한자 1800단어를 보고, 일주일에 스무개씩 외우다보면, 제대하기 전에 다 읽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도전했지만, 한달정도 지나다 보니, 이미 외웠던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결국, 암기하는 것은 포기하고, 읽을 수 있을 정도에 그쳤던 안타까운 기억도 떠오른다.
좀 더 쉽게 한자를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없을까 고민하던 중, 그림으로 원리를 이해한다는 <화풀이 한자>를 만나게 되었다. 모습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 한 두 획을 첨가한 지사문자, 뜻과 뜻을 모은 회의문자, 뜻과 음이 합쳐진 형성문자, 음을 빌리고, 뜻을 응용하는 가차와 전주까지 다양한 원리들을 그림풀이로 어떻게 풀어낼지가 궁금하였다. 일상에 많이 사용하는 300단어를 그림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낸 그림 한자 이야기, 독특한 발상에는 한자 익힘에 대한 저자의 배려가 숨겨져 있다.
# 농경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풀어내는 한자 이야기.
한자의 원리에는 한나라 시대, 농경사회가 주축이었던 문화가 담겨있다는 저자의 주장처럼, 농경사회, 근대 이전 사회의 모습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장인 공 工 이라는 단어에 흙담을 쌓았을 때 사용했던 절구공이의 모형을 통해 익히게 한다거나, 마을 촌 村 이라는 단어의 나무 木이 마을을 구분짓게 만드는 울타리의 의미가 담겨있다는 주장은 지금의 도시문명이 아닌, 옛날 한자가 많이 사용되었던 환경과 문명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다. 한자의 익힘과 함께 잊고 있던, 잃어버린 옛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떠올리면서, 무작정 외우는 것이 아닌,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공부를 할 수 있어 좋았다.
손에서 하얀 부분인 엄지손톱의 모양을 본땄다는 흰 백 白 글자와 돼지 시 豕 라는 글자는 집에서 기르는 돼지가 아닌 멧돼지라며 단어가 활용되었던 부분을 설명하는 모습에서 한자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려는 저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간사할 간 姦자에 여인 女 라는 글자에 여인 뿐 아니라, 예전에 신분이 낮은 계층의 사람들을 의미하기도 했다는 등, 저자의 독창적인 생각도 많이 담겨 있다. 한자를 익히려는 하나의 방법이라 참고한다면 쉽게 한자에 입문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고 할까? 막막했기만 했던 한자공부를 쉽게 다가설 수 있어서 읽는 내내 즐거운 시간이었다.
# 300 글자와 1000-1200개의 단어가 한 권의 책에.
300개의 단어를 그림으로 풀이해서 쉽게 익히게 하고, 한 글자에 3-4개의 연관된 단어를 소개한다. 쉽게 익힌 글자도 있었고, 한 번 더 눈여겨 보아도 알 수 있는 글자도 있었다.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이해를 통해 '아! 이렇게 기억할 수도 있겠구나!' 감탄하다보니, 책 한권이 금방 끝나버리고, 1000개의 단어를 한 번 훑어볼 수도 있게 되었다. 한자의 세계는 길고 깊지만,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작은 힘을 얻었다고 할까? 글자에 쓰인 부수의 원리를 깊게 설명해 주는 <글자의 뿌리>와 글자로 인연이 되어 많이 사용하는 <고사성어>, 녹림, 재수없다 등에 숨겨진 상식을 밝혀주는 <톡! 톡! 상식>이 글자 중간에서 깊이와 재미를 함께 익힐 수 있게 해 주었다.
어느정도 한자를 익힌 어른보다는, 이제 공부해보려는 청소년기를 지난 어른 입문자 또는, 어린 아이들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혼자서 익히기에는 어려운 내용도 있으니, 부모님이 함께 보면서 같이 설명해 주거나 공부한다면, 가족들간의 친분을 두텁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무작정 외우는 것이 아닌, 그림을 보고(시각), 이해하는(지능)을 활용하는 우뇌와 좌뇌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발상의 시도가 마음에 들었다. 독특한 시도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