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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대답해주는 질문상자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이레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 각양각색의 질문에, 지혜롭고 센스 넘치는 답변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성실히 답해드립니다.
살다보면 궁금한 일이 많이 생긴다. 길을 걷다 바닥에 붙어있는 맨홀뚜껑이 왜 둥근지 궁금하기도 하고, 나를 속상하게 만드는 사람과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할지 답답하기도 하며, 엉뚱한 질문으로 나를 곤란하게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답변을 해 주어야 할지 고민하기도 한다.
우문현답이라고 할까? 엉뚱해 보이고, 상식을 넘어서는 질문을 하는 최연소 4세 아이부터 최고령 65세 할아버지의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의 자신이 궁금했던 내용을 질문하고, 78세의 하이쿠 시인이자, 번역가, 작사가, 감독에 도전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니카와 슌타로씨가 각각의 질문에 지혜롭게 답변한 글이 모여있다. 아이의 질문에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대답하고, 진지한 질문에는 그에 걸맞게 진지하게, 따분한 질문에는 센스 넘치는 질문을 해서,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질문을 듣고, 상대의 연령과 질문의 깊이에 맞게, 적절하게 응답해 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질문자들의 질문을 들었을 때, 나라면 어떻게 답해줄 것인가 생각을 해 보았는데, 하나 하나 상투적이거나, 답변이 잘 나오지 않았다. "왜 매일 목욕을 해야 하냐"는 질문에는, "이런걸 질문이라고 하는거야?"라는 답변이, "자업자득으로 고통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어쩔 수 없죠, 계속 반성하며 곱씹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라는 상투적인 답변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니카와 슌타로 씨의 답변에는 상대의 질문에 맞게, 답변을 해 주면서, 그 답변 안에는 인간에 대한 배려가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작고 소소한 질문도 성실하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지만, 좀 더 멀리 볼 수 있는 눈을 제공한다고 할까. 뻔하게 생각될 수 있는 답변도, 뻔하기 않게 느껴지게 대답하는 대답의 센스를 느낄 수 있었다.
# 다양한 질문을 통해, 소통의 힘과 나란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다.
작고 소소하기도 하고, 깊이있고 진지하기도 한 질문들에 대답하고, 시인의 답변을 들으면서, 소통의 힘과 나란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어떤 질문이라도 대답해 주는 사람의 센스있는 답변이 있다면, 그냥 내짖는 공허한 외침이 아닌, 유쾌하고 의미있는 소통이 될 수 있다는 작은 깨달음과 질문에 답해가면서 나란 존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타인과의 차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어른과 아이의 차이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따스한 봄날 함께 동행하는 후배와 함께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 때, 책을 꺼내들며 읽어보게 하고, 그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았었다. 어른이 되는 건 겁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답변과 어린 아이였을 때는 넘어지고 상처가 났을 때에도 그것의 아픔에 잘 느끼지 못했었는데, 지금은 잘 넘어지지 않아서,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답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하나의 질문에 답하는 것에 그 사람의 생각들이 깊게 반영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시인의 답변을 듣고, 그 차이를 통해 이야기 하면서, 좀 더 친밀해지고, 나와 그의 차이를, 시인과 나의 차이를 생각하며, 나란 존재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식상한 질문에 센스 넘치는 질문을 한다는 것은,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쉬어 보이지만, 자신이 보던 곳이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센스 넘치는 답변, 하루에 한 번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일간지에 기고했던 시인처럼, 궁금한 질문을 질문자처럼 질문해 보기도 하고, 엉뚱한 질문에 대답해 보는 일도 고정된 일상에 정형화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신의 생각을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발견했다고 할까? 답변의 힘과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짧고 간단하지만, 그 울림은 결코 가볍지 않아, 의미있었던 책과의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