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9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YB초심유지 인증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YB를 처음 만난 건 지금으로부터 10여년전... 정말 오랜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그동안은 TV나 음악으로만 만났는데 정말 반가웠죠.

1달전 티켓예매를 하고 가슴 졸이며 기다리던 시간. 그간 콘서트에서 부를 노래들을 연습하고 또 연습. 공연은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이 즐기는 것이니까요.

콘서트 시간이 다가올수록 가슴은 두근반 세근반. 30분 전 입장한 후,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동안의 초조함. 그리고 드디어 멤버들의 입장. 심장이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다행히 튀어나오진 않았습니다. 생존보고!)

3시간에 가까운 공연내내 앉아 있었던 시간은 거의 없었죠. 처음부터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미친듯이 달리고...

하지만! 공연을 위해 저녁을 넘 든든하게 먹어서 공연 중반부터 체증이. 헉... 그러나 또다시 달리고 달리고.. 그러다 보니 괜찮아졌습니다. 소화제도 필요없다. 미친듯이 소리지르고, 노래부르고, 뛰면 됩니다.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또, 하지만!! 또다른 사고가? 야광봉을 너무 세게 흔들어서 그런지, 게스트인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나올무렵, 야광봉이 똑! 하고 뽀사지고 말았습니다. 아, 이런 허무한.. 콘서트를 보러 다니면서 야광봉을 부러뜨려 보긴 첨입니다.. 수명을 다해 더이상 발광(?)하지 않는 야광봉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흔들고 뛰고 난리부르스~~~ (아쉽긴 했지만 공연을 조금이라도 놓치기 싫어서 다시 사러 가지는 않았습니다. 유후~~) (잘했죠?)

역시 YB의 곡들은 명곡들. 가슴이 벅차올랐죠. 기존의 곡들 뿐만 아니라 나가수에 출연하면서 불렀던 노래들이 이어지면서 다시 달리고 달리고~~ 재미있었던 건 '나는 나비' 를 부를때 관객들 버퍼링땜에 도현님이 '칫'하고 웃었던 것.. 여전히 키득키득 웃음이 납니다. (저도 버퍼링에 일조를 한 관객입니다.. 푸힛)

그리고 신곡발표도 있었습니다. 그중 '흰수염 고래'는 멜로디 라인부터 감동이더니 가사 역시 감동이더군요. 대박칠겁니다! 마지막 곡인 락앤뽕 '사랑은 교통사고'도 완전 좋았어요. 도현님 목소리가 뽕에도 너무너무너무 잘 어울려서 말이죠... 냐하하...

3시간 가량을 미쳐있었더니 나중엔 땀으로 샤워를 한 듯한... 다리도 풀리고, 거의 좀비상태로 집에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좀비상태에서 인간으로 진화를... (쿨럭)

당분간은 YB공연의 열정에서 헤어나지 못할 듯 합니다.
YB의 열정에 물들고, YB에 홀려 있었던 하루. 그리고 이런 상태는 앞으로도 쭈욱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고 끝!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진 2011-11-20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ㅋㅋㅋㅋ 초심유지 인증 콘서트라, 제목부터 벌써 신나는걸요!
관객들 버퍼링...이 무엇인가요 ㅋㅋ

스즈야 2011-11-21 20:56   좋아요 0 | URL
전주끝나고 잠시 쉬었다가 본격적으로 들어갈 때 관객들이 그 타이밍을 못맞춘 걸 걍 버퍼링이라 표현했습니다. 정말 신나게 미치고 왔답니다... 야호!!!
 
백은의 잭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흰 눈(雪) 속에는 무엇이 감춰져 있는지 그 눈이 녹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눈은 언젠가 녹게 마련이다. 그러면 그 속에 감춰진 진실도 드러날 수 밖에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인『백은의 잭』은 흰 눈으로 뒤덮인 연말의 스키장을 배경으로 한다. 눈이란 것은 추리소설에서 밀실이나 클로즈드서클 트릭을 이용할 때 자주 이용된다. 내가 읽었던 소설 중 최고로 치는 눈 밀실 트릭은 요코미조 세이시의『혼징 살인사건』이다. 순백의 눈으로 뒤덮인 별채 안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사건. 눈이란 것은 족적 등을 비롯해 흔적이 남기 쉽다. 따라서 발자욱 하나 남겨지지 않는 눈 밀실은 독자들에게 커다란 긴장감을 주고, 또한 그 트릭이 얼마나 절묘한지가 밝혀지면서 큰 스릴과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이 바론 그런 작품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중 눈과 관한 것이라면 역시 마더구스가 이용된『백마산장살인사건』과『명탕정의 규칙』에 등장한 단편이 먼저 떠오른다. 전자는 3년전 일어난 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후자는 눈덮인 산장 자체가 밀실이 되는 작품이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은 어떨까. 이 작품은 1년전에 있었던 끔찍한 사건과 관련이 있기에 '복수'란 요소가 개입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특정한 스키장을 무대로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클로즈드서클 트릭의 요소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무척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폭파범의 협박이라니. 히가시노 게이고가 드디어 큰 거 하나 터뜨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키장의 코스 어딘가에 폭탄을 설치하고 몸값을 내놓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든 폭파시키겠다는 협박장으로 시작되는 소설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함으로써 재미를 더한다. 회사의 수익성과 범인에게 지불할 몸값을 저울질해 사건을 덮어버리고자 하는 스키장 경영진과 아무것도 모른채 희생당할지도 모르는 스키장 손님들의 입장을 생각하는 스키장 관리 책임자, 그리고 몸값을 건넬 3명의 스키장 직원, 1년전 있었던 끔찍한 사고의 유가족인 부자, 폐쇄된 스키장과 인접한 마을의 관공서 직원들, 스키장의 스릴을 즐기러 온 손님들 등 등장인물이 꽤 많다.

하지만 이야기는 이들 등장인물들의 매력을 충분히 발휘시키지 못했다. 1년전 사고로 가족을 잃은 이리에 부자의 경우 '복수'라는 동기가 있지만 굳이 폭파라는 위험천만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좋고, 스키를 좋아하는 노부부의 경우에도 어떤 동기도 없다. (돈이 목적이 아닐 것이라는 건 스위트에서 묵는다는 것만 봐도 안다) 스키장과 인접한 마을의 관공서 직원의 경우 스키장에서 폭파사고가 나면 자신들에게 더 불리할테니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한 스키장 경영진이나 직원들 역시 스키장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면 스키장이 폐쇄될테고 직장을 잃게 되니 딱히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몸값으로 수천만엔의 돈을 받으면 상관없겠지만 굳이 이런 식으로 일을 벌일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자면 등장인물들의 대부분은 용의선상에서 제외된다. 그럼 등장하지 않는 누군가가? 이러니 맥빠지는 거지. 물론 이게 함정일 수도 있지만. (笑)

게다가 스토리는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처음의 방향성을 잃었다. 폭파범의 협박, 기발한 몸값 건네기 등으로 속도감과 긴장감을 주던 이야기가 의협심과 호기심으로 몸값 건네기에 초를 치는 인물의 등장, 위험구역으로 몰래 들어간 스키어들 등이 일을 꼬이게 만드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재미있는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다르게 보자면 시선을 분산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너무 많이 드러난 부분이 되기도 한다. 또한 여기저기에 복선이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이거다' 하는 부분이 없었달까. '그래 그랬군'하는 정도라고 하면 될 듯 하다.

가장 이해가 안되는 건 역시 범인들의 동기였다. 허탈했달까. 그리고 그 후에 이어지는 결말이 너무 한번에 깔끔하게 정리되는 바람에 속결로 끝을 맺었다라는 느낌만 준다. 옛날 동화처럼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느낌이랄까. 어쩌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책처럼 무자비한 살인마가 등장하거나, 처절한 범행 동기를 가진 등장인물이 등장하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미스터리 혹은 스릴러, 서스펜스를 기대하고 이 책을 잡은 독자들이라면 실망할 여지가 많다. (나의 경우 확실히 그렇다)

그리고 또 하나 마음에 들지 않은 건 역자의 후기이다. 역자의 후기에 스포일러가 너무 많다는 것과 아무리 자신이 번역한 작품이라도 이렇게 칭찬만 나열하는 건 좋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후기부터 읽었다간 낭패볼 뻔 했다. 그리고, 이 소설이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는데 난 딱히 그말에 동의 못하겠다. 환경운동가들 중 이렇게 과격한 사람들은 일부에 불과하고, 내용을 봐도 두어번 환경이 어쩌고 저쩌고 하지 결국엔 설원에서의 스키와 스노보드의 속도감과 짜릿함을 더 많이 이야기하니까. 그러니 그걸 가지고 환경문제가 어떻고 저떻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또한 진짜 범인을 알면 환경운동이나 스키장의 환경 파괴 이야기는 전혀 맞지 않단 걸 알게 된다. (苦笑)

이 책은 일본에서는 2010년 10월에,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10월에 나왔다. 다분히 겨울을 겨냥하고 쓴 의도가 보이는 작품이지만, 왠지 작가의 취미생활을 반영한 듯한 소설이란 생각이 미묘하게 드는 건 왜일까. 이제까지의 작품 대부분이 괜찮은 평가를 받는 대작가라서 이런 소설도 쓸 수 있지 않나 하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히가시노 게이고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중 열손가락 안에 꼽는 작가이지만, 이 작품은 정중히 사양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카스기 가의 도시락 3
야나하라 노조미 지음, 채다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족(家族) : 혈연과 혼인 관계 등으로 한집안을 이룬 사람들의 집단.
식구(食口) : 같은 집에서 끼니를 함께 하며 사는 사람.

가족과 식구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위와 같다. 요즘은 가족이란 말의 범위가 부모자식, 형제지간, 친족의 범위를 넘어 이해관계나 뜻을 같이 하여 맺어진 사람등으로 확대되어 같은 회사나 조직에 속한 사람이나 더 넓게는 지구촌 한가족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렇게 보자면 식구란 말은 참 소박하다. 한집에서 한솥밥을 먹는 사람이란 말이니까.

하지만 요즘은 식구란 말을 잘 쓰지 않는다. 부모자식간이나 형제자매간에도 학교나 직장생활 등으로 인하여 따로 사는 경우도 많고, 같은 집에 산다해도 얼굴을 마주하며 밥을 먹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리라. 나 역시 10여년 이상을 나가서 살았기 때문에 가족과는 일년에 단 몇차례 한 밥상을 마주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 시간에는 다른 약속을 잡지 않았다. 그만큼 그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서른한살의 대학교 조교 하루미와 열두살의 사촌동생 쿠루리는 같이 산지 이제 1년 남짓이 되었다. 그동안은 얼굴도 모르고 살았던지라 함께 사는 것이 어색하기만 했지만 마주앉아 밥을 같이 먹고 도시락을 싸면서 조금씩 가까워지게 되었다. 사촌동생을 돌보는 것이 여전히 힘들긴 하지만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아가는 하루미와 말 대신 음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쿠루리의 일상은 소박하지만 친근감 있는 시간으로 채워져간다.

『다카스기家의 도시락』3권은 하루미와 쿠루리의 일상뿐만 아니라 하루미의 전공인 지리학과 관련한 필드워크와 세미나, 쿠루리의 학교 생활, 하루미 - 코사카 - 하지메의 본격적인 삼각관계 구도와 더불어 쿠루리의 비밀도 등장한다.

일단 하루미의 전공과 관련한 내용은 세미나와 필드워크, 학회 등이 있다. 세미나에서는 폭포수 맞기를 비롯해 참석자 전원이 반찬 하나씩을 준비해 같이 밥을 나눠먹는 장면이 있다. 도시락 반찬이란 것은 혼자 준비하려면 힘깨나 써야할 일이지만 하나씩 준비하면 겹치는 것도 별로 없고 각 가정의 맛을 볼 수 있기도 하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면 소세지 모양도 각 가정마다 다를테고. 그러고 보면 난 빗금넣은 소세지만 먹어본 듯 한데, 일본은 모양에도 신경을 많이 써서 별별 모양으로 다 만드는 모양이다.

필드워크에서는 헤보밥 만들기란 것이 있었는데, 헤보란 벌의 유충을 뜻한단다. 벌의 유충이라, 그래 벌레다. 나도 어린 시절엔 메뚜기 튀긴 것을 먹은 적이 있지만, 그건 정말 아무것도 모를 때의 일이고 커서는 눈도 안돌렸는데, 벌 유충 밥이라니. 번데기밥을 생각하면 좀 맞아 떨어지려나? 어쨌거나 새로운 걸 알았다. 벌 유충도 먹을 수 있다는 걸. (아, 그렇다고 내가 먹을 건 아니고)

학회의 경우 코사카 논문 발표와 관련있는 에피소드이지만, 흥미로운건 나고야 명물 술이나 나고야 토박이 음식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학회에 참석한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서는 그런 게 필요한 것이겠지. 그 지방 음식만큼 인상을 남기는 것도 드물테니 말이다.

쿠루리는 여전히 친구들을 많이 사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그건 바로 수련회때문이었다. 쿠루리의 성격상 수련회가 마음편하지는 않았겠지만 하루미가 잘못 싸준 도시락이 아이들과 대화를 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그로 인해서 쿠루리의 인기도가 올랐달까. 피곤해하긴 하지만 슬쩍 미소를 보이는 쿠루리의 모습에 나도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또한 쿠루리와 미츠루의 야나기바시 중앙시장 견학도 무척 흥미로웠다. 쿠루리를 좋아하는 미츠루의 데이트 신청이긴 했지만 쿠루리 입장에서는 맛있는 참치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였으니 서로 서로 좋은 시간을 보낸 셈이지.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쿠루리가 걱정되어 쿠루리를 몰래 지켜보던 하루미가 좀더 어른스러운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보호자라도 지나친 간섭은 옳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겠지.

코사카와 하루미, 그리고 코사카를 좋아하는 하지메의 이야기를 보자면 코사카는 하루미를 좋아하고 있고, 하루미는 코사카를 마음에 두고 있지만 그걸 자각하지 못하는 듯 하다. 하지메는 너무 솔직해서 탈이고. 이런 어른들을 지켜보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마음을 손바닥에 올려놓은듯 다 꿰뚫고 있다. 하지만 어른들은 여전히 애들취급만 하고 있고 말이지. 이런 걸 보니 웃음이 피식하고 흘러 나왔다. 어른들은 애들이 아무것도 모르는줄 알지만 애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안다니까.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알차게 엮여져 있지만 3권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쿠루리의 출생에 대한 비밀과 하루미가 여전히 가슴 아파하며 마음 속에 담아둔 과거의 일, 그리고 미츠루와 하지메의 관계 개선이다. 하루미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땐 무척 충격적이었겠고, 쿠루리에게 어떤 식으로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겠지. 게다가 과거에 저지른 실수마저 가슴을 계속 짓눌러 왔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의외로 그 이야기는 쉽게 풀릴 방법이 있었다. 하지메가 고민하던 미츠루와의 관계에 대해 조언해 주면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떠올리게 되었으니까.

가족이란, 진정한 가족이란 어떤 식으로 구성되게 되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물론 기본적인 조건이 갖추어져야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마음이 아닐까. '이 사람은 내 가족'이라는 걸 마음 속에 담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피로 이어진 가족이라 할지라도 서로에게 등돌리는 게 흔해빠진 이 세상에 혈연이란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 가족'이란 마음이 없다면 남보다 못한 게 가족이기 때문이다. 가족이기 때문에 함부로 말해 놓고 가족이니까 당연히 이해한다는 생각보다는 가족이기 때문에 더 아끼고 더 많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하루미와 쿠루리, 하지메와 미츠루. 이들은 한 가족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가족 구성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로가 진심으로 서로를 내 가족이라 생각하고 있기에 이들은 진정한 가족이 되는 것이다.

같은 걸 먹는다는 건 하나의 의사(意思)다. 가족을 이어주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하는 것. 우리들이 어떻게든 해왔던 것. (93p)

같은 음식을 먹으면 겉모습도 비슷해지고, 성격도 비슷해진다. 결혼한 사람들이 점점 닮아지는 것도 바로 그런 연유에서이다. 쿠루리와 하루미는 함께 밥을 먹게 된 것이 이제 1년 남짓이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위하면서 조금씩 닮아갈 것이다. 이들은 가족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오요로즈당의 고양이신 2
FLIPFLOPs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고미술상 야오요로즈당에 가면 어린 나이에 그곳을 직접 경영하고 있는 유즈란 소녀와 식객 고양이신 마유가 있다. 마유와 마유의 친구들 덕분에 늘 떠들썩한 야오요로즈당에서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첫번째 에피소드 <꽃놀이 고스트 버스터즈>는 오래된 벚나무 귀신 이야기이다. 오랜 기간동안 한자리에 서있는 나무는 겉보기엔 그냥 나무같아도 어쩌면 무언가가 깃들어진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런 나무를 함부로 베고자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 일로 귀신 퇴치 의뢰를 받는 마유 일행은 꽃놀이 준비를 해서 그 나무를 찾아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벌어진 일은? 이것 참 황당하다.. 역시 미소녀 만화로구나. 하지만 유즈가 그 나무를 기억해주고 그 나무가 잊어버린 것을 떠올리게 해주는 장면은 정말 좋았다.

두번째 에피소드인 <레이니 레이니>는 유즈와 마유의 첫만남에 관한 이야기이다. 유즈네 집에 얹혀 살면서도 뻔뻔한 마유는 천계에서도 말썽꾸러기였군. 그러니 쫓겨날 만도 하지.. 천계에서 쫓겨 한 신사에 떨어진 마유는 그곳에서 한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그 고양이는 마유에게 신사를 내주는 조건으로 한가지 소원을 말하게 되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든 에피소드이자 가장 슬픈 에피소드였다. 때가 되어 떠나야 할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는 남겨진 이를 더 걱정하는 그 고양이를 보닌 가슴이 무척이나 아팠다.

<구풍신 오버런>은 태풍과 관련한 이야기이다. 구풍이 뭔가 했더니 태풍이었소. 이 구풍신 역시 마유의 친구인데, 정말 독특한 캐릭터인듯. 자기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다가 걸리면 어쩌려는지... 게다가 여우신령 곤타는 어린 녀석이 어찌나 밝히는지.. 쩝.

<달구경 어벤져>는 야오요로즈당에 들어온 수상한 검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검에는 살인귀의 혼이 깃들어 있었던 것.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건만 여전히 복수심에 불타는 소중한 것마저 잃어버린 영혼을 보면서 인간은 때로 너무 쓸데없는 것에 집착해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 작품에서 두번째로 마음에 든 에피소드.

<새해맞이 머니 크라이시스>에는 1권에 등장했던 가난신이 재등장한다. 근데 재미있는 건 퇴마사에게 쫓긴다는 거지. 미국가서 큰 건을 한 건 터뜨렸다나... 그래서 시스터 세실리아에 쫓기게 된 가난신. 근데 역시 이런 시스터가 등장해 오버하는 건 불편하단 말이지.. 뭐 그래도 새해맞이 메밀국수(해넘이 국수)에 그런 뜻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일종의 득템이랄까.

<루나틱 발렌타인데이>에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달의 신 츠쿠요미가 바로 그 인물인데, 이 사람 꽤 수상쩍다. 알고보니 마유의 능력을 시험해 보고 있는 듯 하지만, 그 방법이... 정직하지 못하달까. 앞으로 마유, 고생 좀 하겠군.

마지막 에피소드인 <추억의 앤티쿼티>는 유즈와 고미술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즈의 능력이 확실하게 빛을 발하는 순간을 보게 된달까. 유즈의 스승인 겐조는 어린 유즈가 고미술상을 이어간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겐조 할아버지의 경우 유즈가 손녀같으니 좀더 나은 일을 하기를 바라는 것이겠지. 하지만 유즈의 생각은 확고하다. 그리고 그걸 증명했지. 유즈는 야오요로즈당을 이을 훌륭한 재원이란 걸.

미소녀들이 잔뜩 등장하여 여자인 내가 보기에 쬐끔 불편한 장면들이 등장해서 역시 미소녀 만화는 내취향이 아니야란 생각을 하다가도 재치있는 유머코드에 감동적인 이야기에 마음이 스스르 풀어지곤 한다. 단순히 미소녀들의 행진이었다면 더이상 안보겠지만, 고미술상 이야기에 다양한 신령들 이야기에, 그리고 마유의 성장 이야기를 보면서 조금더 읽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젤로 Zelo
전유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요즘 우리나라 BL계를 보면 작가층이 조금씩 두터워져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이웃나라 일본에 비하자면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착실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게 난 무엇보다 즐겁다. 일본작가들의 작품도 좋긴 하지만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우리나라 작가들이 펴낸 작품을 보면 흐뭇하기만 하다.

『젤로』는 황태자와 그의 호위기사의 이야기이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뭐, 그런건 그냥 넘어가자. 짐작할 수 있는 건 왕족과 귀족, 그리고 평민이라는 계급이 있었던 시대이란 것 뿐.
백작가의 장남 릭트 제네지오는 뛰어난 검술실력으로 황립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릭트가 수석입학을 했든 어쨌든 관심도 없다. 릭트의 아버지인 제네지오 백작의 관심은 황태자 아델라윈을 자기 사위로 삼는 것에 있다. 즉, 외척이 되고 싶단 이야기지. 여튼 제네지오 백작은 비약을 릭트에게 건네고 그걸 황태자가 마시도록 할 것을 명한다. 하지만 아무리 비약이라 해도 꺼림직한 건 사실, 게다가 직접 만난 아델라윈은 너무나도 멋진 남자여서 릭트는 황태자에게 감히 비약따위를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일이 어찌 꼬일 셈인지, 아델라인은 릭트에게 큰 관심을 가지게 된다. 비약을 일단 심장약이라 둘러대긴 했지만 그것때문에 이래저래 릭트의 수난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아델라윈의 총애를 받아 그의 호위기사가 된 릭트는 아델라윈 곁에서 행복을 느끼면서도 늘 불안하기만 하다. 게다가 아델라윈을 노리는 자가 또 하나 있었으니...

이 작품은 황태자와 호위기사의 로맨스와 더불어 황궁에서 일어나는 음모에 관한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한다. 우리나라도 그랬고, 수많은 나라가 그랬듯 역시 이곳도 치열한 왕권다툼이 있었기 때문이다. 늘 암살자의 살해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는 아델라윈과 그런 그를 보면서 종종거리는 릭트를 보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었다. 검을 들었을 때는 누구보다 강한 사나이건만, 아델라윈 앞에만 서면 그야말로 귀염둥이로 변신한달까. 아델라윈은 워낙 어린시절부터 이래저래 시달려서 그런지 유들유들한 면도 있지만 그의 숨겨진 카리스마가 빛을 발하는 순간, 아 정말 이 사람은 황태자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릭트와 릭트의 여동생 로젤리아를 보며 불안증으로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냄새 풀풀 나는 황태자이기도 하다.

그외 아델라윈과 함께 다니는 제이콥은 현재도 그렇지만 장차 그의 주치의가 될 사람이고, 노스힐은 평민출신이지만 뛰어난 머리로 황립학교에 입학한 황태자의 참모랄까. 후에 황태자를 음해할 음모를 박살내는 인물인데, 겉모습과 달리 상당히 과격한 면도 있는 사람이다. 릭트와 쌍으로 과격해지려 했던 걸 생각하니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이렇듯 꽃미남 군단에 왕가의 암투, 그리고 로맨스까지.『젤로』는 여러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작품이다. 또한 미려한 그림체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작가들은 데생실력이 정말 좋단 말이지.. 이 작가의 두번째 작품도 나왔던데 그건 어떤 내용인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