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로 Zelo
전유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요즘 우리나라 BL계를 보면 작가층이 조금씩 두터워져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이웃나라 일본에 비하자면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착실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게 난 무엇보다 즐겁다. 일본작가들의 작품도 좋긴 하지만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우리나라 작가들이 펴낸 작품을 보면 흐뭇하기만 하다.

『젤로』는 황태자와 그의 호위기사의 이야기이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뭐, 그런건 그냥 넘어가자. 짐작할 수 있는 건 왕족과 귀족, 그리고 평민이라는 계급이 있었던 시대이란 것 뿐.
백작가의 장남 릭트 제네지오는 뛰어난 검술실력으로 황립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릭트가 수석입학을 했든 어쨌든 관심도 없다. 릭트의 아버지인 제네지오 백작의 관심은 황태자 아델라윈을 자기 사위로 삼는 것에 있다. 즉, 외척이 되고 싶단 이야기지. 여튼 제네지오 백작은 비약을 릭트에게 건네고 그걸 황태자가 마시도록 할 것을 명한다. 하지만 아무리 비약이라 해도 꺼림직한 건 사실, 게다가 직접 만난 아델라윈은 너무나도 멋진 남자여서 릭트는 황태자에게 감히 비약따위를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일이 어찌 꼬일 셈인지, 아델라인은 릭트에게 큰 관심을 가지게 된다. 비약을 일단 심장약이라 둘러대긴 했지만 그것때문에 이래저래 릭트의 수난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아델라윈의 총애를 받아 그의 호위기사가 된 릭트는 아델라윈 곁에서 행복을 느끼면서도 늘 불안하기만 하다. 게다가 아델라윈을 노리는 자가 또 하나 있었으니...

이 작품은 황태자와 호위기사의 로맨스와 더불어 황궁에서 일어나는 음모에 관한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한다. 우리나라도 그랬고, 수많은 나라가 그랬듯 역시 이곳도 치열한 왕권다툼이 있었기 때문이다. 늘 암살자의 살해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는 아델라윈과 그런 그를 보면서 종종거리는 릭트를 보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었다. 검을 들었을 때는 누구보다 강한 사나이건만, 아델라윈 앞에만 서면 그야말로 귀염둥이로 변신한달까. 아델라윈은 워낙 어린시절부터 이래저래 시달려서 그런지 유들유들한 면도 있지만 그의 숨겨진 카리스마가 빛을 발하는 순간, 아 정말 이 사람은 황태자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릭트와 릭트의 여동생 로젤리아를 보며 불안증으로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냄새 풀풀 나는 황태자이기도 하다.

그외 아델라윈과 함께 다니는 제이콥은 현재도 그렇지만 장차 그의 주치의가 될 사람이고, 노스힐은 평민출신이지만 뛰어난 머리로 황립학교에 입학한 황태자의 참모랄까. 후에 황태자를 음해할 음모를 박살내는 인물인데, 겉모습과 달리 상당히 과격한 면도 있는 사람이다. 릭트와 쌍으로 과격해지려 했던 걸 생각하니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이렇듯 꽃미남 군단에 왕가의 암투, 그리고 로맨스까지.『젤로』는 여러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작품이다. 또한 미려한 그림체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작가들은 데생실력이 정말 좋단 말이지.. 이 작가의 두번째 작품도 나왔던데 그건 어떤 내용인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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