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스기 가의 도시락 1
야나하라 노조미 지음, 채다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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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가족이긴 하지만, 이제껏 일면식도 없다가 어떤 이유로 인해 같이 살게 된다면? 그것도 서른하나의 반백수 사촌오빠와 12살의 사촌동생이!? 사촌오빠가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라면 음, 그럴수도 있지, 라고 곧장 납득해 버리겠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후 혼자 살고 있는 사촌오빠와 사촌동생이라면 뭔가 껄쩍지근한 것이 존재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어색함이랄까. 아마도 그게 가장 크겠지. 게다가 사촌여동생은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나이이니...

『다카스기家의 도시락』은 사고로 엄마(싱글맘)를 잃게 된 12살의 쿠루리가 대학에서 오버닥터로 일하는 31살의 미혼 사촌 오빠인 하스미와 살게 된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쿠루리의 엄마(하스미의 고모)가 하스미를 쿠루리의 후견인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하스미의 부모님이 사고로 동시에 돌아가신후 쿠루리의 엄마의 보살핌을 받았던 하스미는 쿠루리에게서 고모의 기억을 떠올린다. 아련한 추억들. 하지만 추억은 추억이고, 사촌여동생을 돌보는 건 아무래도 껄끄럽기만 하다. 어떤 식으로 대해야할지부터가 대략 난감일테니까.

이런 어색하고 어색한 둘 사이를 연결시켜주고 한가족이란 느낌을 주게 만드는 것이 바로 '도시락'이란 것이다. 쿠루리의 엄마가 만들어준 도시락의 맛에 대한 추억은 두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바쁜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이며 장보기를 도맡아 해왔던 쿠루리는 장보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무척이나 알뜰한 살림꾼이랄까. 비록 말수도 적고 낯가림도 있는 쿠루리지만 도시락을 만들면서, 또 하스미가 만들어준 도시락을 먹으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하스미 또한 갑작스레 후견인이 되어 어색한 것도 잠시, 12살의 사촌동생을 데리고 사는 어색함도 잠시뿐. 곧 쿠루리와의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져간다.

새로운 가족의 형성과 도시락에 관련된 사연, 그리고 도시락을 만들면서 생기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비롯해 하스미가 전공하고 있는 지리학에 대한 이야기며, 전학생 쿠루리가 새로운 학교에 적응해 가는 모습들은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또 쿠루리가 엄마와 둘이서 살던 곳을 방문하면서 하스미는 쿠루리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게 되는 부분이라든지, 쿠루리가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여도 많은 부분에 있어 하스미에게 의지하는 모습은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다. 특히 하스미가 전화하겠단 말을 듣고 전화를 기다리는 부분 - 목욕하러 들어갔다가 전화소리가 안들릴까 전화기를 당겨놓는 장면- 이나 하스미가 무사히 귀가한 걸 보고 살포시 미소짓는 장면에선 미소가 번졌지만,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을 때 깜짝 놀라 엉엉 울어버리는 쿠루리의 모습에 짠해졌다. 엄마를 사고로 잃은 쿠루리였으니까. 그래도 이젠 쿠루리 곁에 하스미가 있어서 다행이야.

도시락, 좀더 넓게 보자면 한가정의 식단이란 그 가정만의 고유한 특징을 가지는 것이다. 가정식이란 것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수만큼 존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겉모양은 비슷해 보여도 간을 하거나 재료를 어떻게 배합하느냐는 그 가정의 식단의 고유함을 만들어낸다. 도시락을 보면 그 집 엄마가 음식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부터 시작해서 어떤 맛을 좋아하고, 어떤 조리법을 좋아하는지 다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렇듯 하스미와 쿠루리 역시 쿠루리의 엄마가 만들었던 도시락의 맛을 기억해내고 그것을 재현해나가며 추억을 공유한다. 물론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하면서 새로운 조리법을 배워가기도 하지만 그것은 곧 이 두 사람의 고유한 식단으로 변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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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헤도로 Dorohedoro 15 한정판
하야시다 규 지음, 서현아 옮김 / 시공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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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 미비하다고 느낄 때 절망감을 느낀다. 그래서 더 크고, 더 강한 힘을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욕망이 도가 지나치면 결국엔 자신이 추구했던 목적뿐만 아니라 자신조차도 잃어버리게 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처럼.

마법사가 되기 위해, 그리고 가장 강한 마법사가 되기 위해 인간성이란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목적만을 위해 달려온 아이. 그 결과 아이란 존재는 십자눈 보스의 우두머리, 아이카와, 카이만이란 존재로 거듭거듭 변해왔다. 하지만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카이만은 완전히 소멸하고 아이카와와 십자군 보스의 존재가 교차하면서 나타난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 보스와 귀찮은 일이라면 딱 질색이지만 뭐가 옳고 그른지는 알고 있는 아이카와의 존재는 한 사람의 마음안에 동시에 존재하는 선과 악을 의미할런지도 모른다. 물론 십자눈 보스가 절대악, 아이카와가 절대선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여러가지 일을 겪으며 기억이 돌아와 어렴풋이 자신의 정체에 대해 눈치챈 아이카와는 자신의 존재가 이 세상에 위협이 된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를 소멸시키려 하지만 그 행위가 오히려 아이카와 속에 잠들어 있는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게 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적어도 머리가 8개 이상. 도대체 아이(아이카와)의 몸속에는 몇명의 인격이 잠들어 있는 것인지. 수많은 마법사의 악마 종양을 이식했으니 그 수를 셀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머리 잘린 마법사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니 말이다.

스스로를 소멸시키는데에 실패한 아이카와는 다시 보스로 변신하고 보스는 자신이 준비했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또다른 존재로 변신하게 된다. 도대체 그건 뭐지? 악마들은 구경꺼리 났다면서 신나하는 눈치인데 이 새로운 존재의 탄생은 마법사의 세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당연히 마법사의 세상은 완전 대혼란, 대공황 상태가 된다.

아직 그 정체가 뭔지 드러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십자눈 보스와 십자눈 일당, 그리고 살아 남은 엔 패밀리는 마법사의 세상의 혼란을 피해 홀로 탈출한다. 한편 자신의 마법을 완전히 각성한 니카이도와 그 일행 역시 모든 것이 시작된 홀로 향한다. 과연 그들은 홀에서 그들이 원하던 것을 찾을 수 있을까.

다음 이야기의 무대는 홀로 확정! 그리고 니카이도의 시간 마법 발동도 확정!
그러나 나머지 전개는 미정!
남은 것은 기다림뿐.



 

나란 인간은 한정판같은 데에는 신경 안쓰고 사는 인간인 줄 알았다. 근데 도로헤도로는 벌써 두번째 한정판까지 구입하고 말았으니... 나, 정말이지 도로헤도로가 좋은가 보다. 15권의 캐릭터 팝업은 얼굴이 드러난 십자눈 보스. 십자문신만 없으면 아이카와군이다. 십자문신 하나로 저렇게 사람 인상이 바뀌기도 하구나. 어쨌거나 이 보스의 보습도 이젠 더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 완전히 이상한 걸로 변해서 말이지. (쩝) 또하나의 것은 달력이다. 표지모델은 여자 주인공들인데 좌로부터 에비스, 니카이도, 노이다. 귀엽군.

사진 : 한정판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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鬼畜眼鏡 御堂×克哉編 (ス-パ-ビ-ボ-イコミックス) (コミック)
みささぎ 楓李 / リブレ出版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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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내연애, 즉 직장내 연애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나 책을 보면 사내연애를 하는 사람들에겐 이런저런 난관이 많은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대학시절 연애할 때 캠퍼스 커플들도 사귈 때나 좋지 막상 헤어지면 누군가 하나는 휴학을 하는 등 뒷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한게 많은 걸 생각해 보면, 대학생의 자유로운 신분으로 연애하는 것보다 직장내 동료끼리 연애를 하는 것이 훠얼씬 더 어려울 것 같긴 하다. 드러내놓고 연애하는 건 꿈도 못꿀 일이요, 헤어지기라도 하면 그거 어쩔! 회사를 휴직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만 두자니 목구명이 포도청이라...

사내연애도 어려운데, 이 커플은 사내끼리의 연애다. 즉, 사내연애(男男연애)이자 사내(社內연애)를 하는 미도와 카츠야의 경우에는 남녀커플보다 더 힘든 점이 많겠지. 게다가 미도가 카츠야를 자회사에서 끌어온 것도 왈가왈부 말이 많으니 카츠야의 경우 이래저래 눈칫밥을 먹는 중이다. 특히 그 중에서 노미야마란 남자는 카츠야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랄까. 꽤나 눈엣가시로 여긴다. 그렇다고 일일이 미도가 카츠야를 보호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미도는 미도 나름대로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모양이다. 단정한 외모에 뛰어난 일처리 능력으로 젋은 나이에 대기업 부장이란 명함을 달고 있는 미도일지라도 연인이 그렇게 당하는 걸 보니 참기 힘들겠지.

그런데 것보다 더 재미있는 건 미도의 질투다. 카츠야의 단골가게 마스터의 아들인 타이치에게 질투하는 모습을 보면 어린애같아 귀여워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된달까. 저런 준수하고 단정한 남자의 얼굴이 질투로 일그러지거나(미간뿐이지만) 볼이 빨갛게 상기된 걸 보면 문득 더 괴롭혀주고 싶어진달까. (푸핫, 난 미도만 보면 이런다. 나도 뭔가 성격의 문제가.. 쿨럭) 어쨌거나 이런 미도의 모습이 더 인간답게 느껴져 좋기도 하다. 처음 카츠야와 미도가 만났을 때의 미도의 모습은 뭐랄까, 사람 냄새라곤 나지 않았거든. 어떻게 보면 카츠야가 미도를 많이 변화시킨 건 맞다. 물론 카츠야도 미도를 만나 많이 변하게 된 건 사실이지만...

연애와 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카츠야의 모습은 분명 흐뭇하다. 특히 핀치에 직면했을 때 그 난관을 잘 헤쳐나가는 모습이 흐뭇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력이 출중하달까. 덕분에 카츠야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사원들도 카츠야를 인정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카츠야 스스로도 미도에게 걸맞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자신의 소망을 조금씩 실현하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흐뭇하기만 해서 쓰나. 므흣함도 있어야지. (푸힛) 이 단행본 역시 므흣한 장면이 많아서 모에! 역시 난 귀축 카츠야와 나오는 미도보다는 노말 카츠야와 등장하는 미도 쪽이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역시 미도는 타고난... 타입이로군. (笑)

사내(男男)연애 중이자, 사내(社內)연애 중인 두 사람에겐 분명히 여러 에로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이 어쩌면 두 사람에게 있어 서로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고, 서로에 대한 마음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니 그 또한 좋지 아니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주 많이.

아차차, 이 얘길 빼먹었다. 이 단행본의 스토리는 게임에는 없는 오리지널 스토리이다. 이런 엔딩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도 그럴거야. 어쨌거나 Spray원작에 미사사기 후리가 그림을 그렸으니 스토리도 좋고, 그림도 좋아 여러모로 만족했던 작품이다. 아니, 모에로운 작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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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11-04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판은 아직 출판 안된건가요? 아, 이걸 사야되나, 말아야되나, 스즈야님, 너무해요^^;

스즈야 2011-11-04 18:43   좋아요 0 | URL
네. 아직요. 이 시리즈는 번역판이 빨리 나오는 편이라서...
음, 근데 전 복귀하자마자 또 너무한 인간이 된 겁니까... (ㅋㅋ)
 
꽃잎 눈 - 러쉬노벨 로맨스 304
아이다 사키 지음, 야마다 유기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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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 시절의 경험은 어른이 되어도 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다. 그것이 행복하고 좋은 기억이건, 슬프고 아픈 기억이건 간에. 소소한 부분이나 세세한 부분은 점점 잊혀져 희미해지기도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감당하기 힘들었던 기억은 일생을 지배하기도 한다. 물론 스스로 그걸 바로잡고자 노력을 한다해도 완전히 잊혀지지는 않는다. 그렇게 보자면 평생에 걸쳐 치유의 노력을 하면서 사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

이제 23살이 된 카스가 슈야는 어린시절 남자를 좋아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왔다. 애정보다는 학대에 가까운 취급을 받아온 슈야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하지만 다른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 아니 사랑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자체가 서툴다. 고교에 진학하지도 않고 집을 나와 제대로 된 일자리도 구하지 못해 몸을 팔며 바닥인생을 살다 결국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사와라기 쿄스케란 전직 야쿠자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두사람의 인연은 이윽고 연인관계란 것으로 발전하게 된다.

사와라기와 함께 있으면서도 여전히 불안해하는 슈야는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쌓아올려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툭하면 불안증이 신경질로 나타나는 건지도 모르지. 나이는 스물셋이지만 여전히 속은 아이같달까. 물론 세파에 찌들어 애어른같은 면이 있긴 하지만 그건 홀로 내쳐진 세상에서 견뎌오기 위한 방편이었을 뿐, 타인과 어울려 사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슈야를 다독이며 제대로 된 길로 이끌어 주는 것이 바로 사와라기인 것이다.

『꽃잎눈』은 사와라기와 함께 지내면서 제대로 된 사람으로서의 삶을 하나씩 배워가게 되는 슈야의 성장담이자 두 사람의 사랑이 공고해져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연애담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 슈야가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무척이나 즐거웠는데 특히 자신이 어린 시절 살던 곳을 찾아가 과거를 말끔히 청산하는 부분이 참 좋았다. 물론 그곳에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긴 해도 말이다. 사람은 과거를 완전히 지우고 살수는 없지만 과거의 상처와 잘못을 평생 등에 지고 살아가서는 안된다. 과거보다는 현재가 더 중요하기 떄문이다. 슈야는 어린 시절 살던 곳에서 자신의 상처를 내려놓고 왔다. 아마도 혼자였다면 그걸 마음속 깊은 곳에 꾹꾹 억누른채 살아왔겠지만, 사와라기와 함께였기에 조금은 덜 힘들게 내려놓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슈야가 이제껏 살아온 나날들이 지독한 인생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을 사랑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지금 이순간 그 사람이 곁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비록 많은 시련과 주위의 달갑지 않은 시선에 상처받고 상처입히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은 수많은 인생의 굴곡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우리 인생은 늘 행복한 것만이 아니다. 행복과 불행이 교차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불행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불행하다 생각할 것이고, 행복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다 여길 것이다. 슈야는 이제껏 자신의 인생이 불행으로 점철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앞으로 어떤 일이 또 슈야를 힘들게 할지 모른다. 또다시 이번처럼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제 슈야는 자포자기 하지 않는다. 그것이 슈야의 앞으로의 인생을 잘 이끌어 주는 힘이 되겠지.

조금 덧붙이는 이야기>

전작인『고작 사랑이잖아』에서는 주인공으로『사랑하기에』에서는 조연으로 등장했던 이즈미와 타카츠도의 이야기는 스치듯 지나가 좀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래도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다. 한편 또 한 분의 형님인 하스미가 다시 등장해줘서 고마웠다. 비록 그림에선 볼 수 없었지만. 역시 멋진 형님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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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空の城ラピュタ (Hardcover)
宮崎 駿 / 德間書店 / 198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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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성 라퓨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 작품의 주제곡이 흐르는 가운데
하늘에서 천천히 떨어져 내리는 소녀의 모습이다. 애틋할 정도로 신비롭달까. 물론 그 장면은 풋하고 웃음이 번지는 장면으로 곧 바뀌게 되지만 말이다. 이처럼 도입부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개봉 당시 라퓨타 신드롬이란 것을 낳았을 정도로 굉장히 아름다운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지브리의 애니메이션답게 푸흡하고 웃음이 터지게 만들기도 하고,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장 많이 남는 것은 가슴이 뭉클한 감동이다.

이 작품은 오래전 멸망한 라퓨타에 대한 전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늘의 성이라고 불리는 라퓨타에 살던 라퓨타인들은 가공할 만한 과학기술을 가지고 땅의 사람들을 공포로 지배했었지만 어떤 이유에서 그들은 멸망했고 몇몇 라퓨타인들만이 지상으로 내려와 숨어 살게 되었다. 그 후손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작품의 여자 주인공인 시타이다. 시타는 비행석 결정을 몸에 지니고 있는데 이를 노리는 건 해적을 비롯해 군대와 수수께끼의 사나이인 무스카이다. 해적은 라퓨타에 숨겨진 보물을, 군대는 보물과 라퓨타의 과학기술을 노린다. 그리고 무스카는 그와는 또다른 속셈이 있었다.

이렇듯 각각의 목적을 가지고 시타를 노리는 사람들에게서 시타를 지켜주는 게 바로 파스이다. 추적자들을 피해 라퓨타로 향하는 이들의 여정은 모험 이야기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모험 이야기 뒤에 숨겨진 더 큰 이야기가 존재한다. 라퓨타가 멸망해버린 이유, 그 이유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이란 것은 인류의 생존에 도움을 주었고, 인간의 생활에 편리를 가져다 주었지만 반대로 전쟁과 정복이라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오래전에 멸망한 라퓨타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고 느끼는 게 바로 그런 이유이다. 물론 이 작품에 등장하는 라퓨타의 과학기술은 현대 지구보다 훨씬 더 앞서 나가 있지만 지금의 과학기술 발전 속도로 볼 때, 또한 그 과학기술을 등에 업은 인간의 만행을 볼 때, 그저 상상이라 치부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라퓨타는 멸망했다. 하지만 멸망 후 인간이 모두 사라진 라퓨타는 오히려 더욱 이상향에 가까운 곳이 되어 있었다. 정말 아이러니컬하지 않은가. 아름다운 정원을 걸어가는 과학기술의 집적이라 할 수 있는 로봇(거인기병)의 어깨에 올라탄 동물과 그 곁을 날아가는 새의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감동을 준다. 인간의 과학기술은 지구를 보존하는 것보다 파괴하는 힘이 크다. 하지만 이 한 장면만으로도 서로 다른 존재들이 충분히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土にねをおろし、風とともに生きよう。たねとともにふゆをこえ、とりとともにはるをうたおう。
땅에 뿌리를 내리고, 바람과 함께 살아가자. 씨앗과 함께 겨울을 보내고, 새와 함께 봄을 노래하자.

곤도아의 노래 中 (95p)

멸망해버린 라퓨타를 부활시켜 지상을 지배할 욕심을 가진 무스카에게 시타는 곤도아의 노래를 통해 인간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준다. 물고기는 물속에, 새는 하늘에, 그리고 인간은 땅위에. 각자 살아갈 영역이 따로 있다는 것이 이 노래 속에 담겨 있다. 그러나 라퓨타인들은 자신이 살아갈 곳을 땅이 아닌 하늘로 정하고, 과학기술의 힘을 빌어 땅위의 사람들을 공포로 지배했다. 그런 어리석음을 무스카는 그대로 답습하려했던 것이다. 어쩌면 여기에 등장하는 라퓨타인들은 바벨탑을 쌓아 신의 권위에 도전한 바빌로니아 사람들과 같은 어리석음을 저질렀을지도 모르겠다. 바빌로니아인들은 언어가 달라져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 라퓨타인들은 소수의 사람들만 남기고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조나단 스위프트의『걸리버 여행기』중 제3부에 속하는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에 나오는 라퓨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하게 되었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공의 성 라퓨타는 하늘에 떠있는 도시란 설정 외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라퓨타는 엄청난 과학기술을 가진 사람들의 도시였다면, 조나단 스위프트의 라퓨타는 지식에 대한 지나친 탐구와 자신만을 향한 사색에 잠겨 '클라임놀'이란 시종이 없으면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면 제대로 된 '인간다움'이란 것이 결여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비록 애니메이션만큼의 장대한 이야기와 감동, 그리고 웃음과 재미를 주기에 이 책은 내용이 너무 간결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가『천공의 성 라퓨타』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려한 메세지만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하기에『천공의 성 라퓨타』는 아이들에겐 모험 이야기로, 어른들에게는 그 모험 이야기 뒤에 숨겨진 강렬한 메세지를 전해주는 이야기로, 어떻게 읽어도 매력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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