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츠키 7
타카야마 시노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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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무언가를 선택하며 살아가야 한다. 때론 그 선택으로 인해 좋은 결과를 맞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선택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기도 한다. 게임을 할 때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고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다시 돌아가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도 있지만 우리네 삶에는 리셋이란 것이 없다. 어떤 선택이든 그 선택으로 인한 결과를 끌어안고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토키도키는 '어느 쪽'도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는 선택을 했다. 그 결과, 묘한 일이 벌어졌다. 오에도말 막부 순회전에서 같이 에도말 시대로 넘어온 콘이 토키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 물론, 자신이 살던 피안의 세계마저 잊어버린 것이다. 무녀 공주님 긴슈 역시 다른 사람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그것을 기억하는 건 오직 토키뿐인 것일까.

토키의 선택으로 천망이 무너지고, 테이텐은 아마츠키의 세계를 리셋했다. 백지인 자인 토키의 경우 테이텐이 읽을 수 없는 수이기 때문에 토키의 기억만이 그대로 남고 다른 모든 이들의 기억과 삶이 수정되어 버린 것이다. 자신의 선택이 이런 결과를 초래할 거란 것은 꿈에도 몰랐던 토키는 이 결과에 적잖이 당황해하고, 슬픔을 느낀다. 누군가 자신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사라진다는 것, 그건 토키에게 있어 익숙한 일이기도 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피안의 토키는 늘 대충대충 사는 녀석이었기에 굳이 누군가를 기억하려 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자신을 기억해도 자신은 그 사람을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엔 그 반대가 되었다. 자신은 분명 모든 이들을,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건만, 그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깡그리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던 세계에서 건너온 유일한 존재인 콘의 기억마저 수정된 지금, 토키에겐 기댈 곳이 아무데도 없다. 물론 본텐과 츠유쿠사 등은 토키를 기억하지만 그들의 기억마저 일부 수정된 상태이다. 이런 상태에서 토키는 어떤 것부터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던 중 리셋되기 전의 콘과 자신을 연결하는 유일한 물건을 떠올리게 되는데... 과연 이것이 리셋된 아마츠키의 세계를 다시 한 번 되돌릴 수 있을까.

한편, 무녀 공주 긴슈를 모시던 츠루우메와 우연히 만나게 된 토키는 그녀가 '예전'의 긴슈를 기억한다는 걸 알게 된다. 이 일을 통해 토키는 테이텐의 능력이 완전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존재인 테이텐에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 토키는 우유부단한 자신의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도 선택은 불가피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피안의 토키와 달라진 점이라면 바로 그런 부분이겠지. (실제로 피안의 토키는 귀엽긴 해도 재수없는 녀석이랄까) 토키는 조금씩 성장해 나가지만 아직 테이텐의 힘에 맞서기엔 역부족이다. 또한 아직도 자신이 어느 쪽에 있어야 할지를 선택하지 못한 상태이다. 토키의 다음번 선택은 어떤 것이 될 것인지, 그리고 그 선택이 또 어떤 결과를 낳을지, 두고 봐야 할 듯 하다.

아마츠키의 세계는 이렇게 리셋된 상태고, 피안의 세계는 센사이 일가에 대한 조사로 분주하다. 아오니비 일당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그들이 조사하는 것이 굉장히 위험한 것이란 건 확실하다. 센사이 일가와 센사이 미도리. 과연 이들은 어떤 존재들인 것일까. 감히 넘봐서는 안될 신의 영역에 손길을 뻗고 있는 존재들은 아닐까. 피안의 세계는 아직 오리무중. 여기는 한참 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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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랑의 멜로디
시마지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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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다는 건 편하다는 뜻이다. 편하다는 건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정을 지속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이든 좀더 성장한 후 만난 친구이든 그 우정이 지속되는 건 이런 이유에서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관계가 때로는 다른 것으로 바뀌기도 한다. 우정이 사랑이 바뀌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여기엔 큰 리스크가 존재한다. 우정이란 감정으로 만났을 땐 모든 것이 다 괜찮았는데, 그게 사랑이 되면서 보는 시각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건 남녀사이든, 남남사이든 비슷하지 않을까?

고교생인 에이지는 타츠미와 유치원때부터 만난 소꿉친구이자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사촌이다. 아직은 소년티가 풀풀 나는 에이지는 꼭 그 또래 아이처럼 보이지만 타츠미는 미묘하게 어른스럽다. 그런 타츠미는 에이지의 공부도 봐주는 등 늘 에이지를 챙긴다. 그렇다 보니 여학생들에게 호모 의혹까지 받지만 둘의 우정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던 어느날, 타츠미에게 관심을 가지는 여자애가 등장하고, 타츠미에게 어린 시절 결혼을 약속한 아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에이지는 마음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쭉 같이 자라왔는데 타츠미에게만 비밀이 생겼다는 게 마음에 걸렸겠지. (물론 그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게다가 타츠미의 부모님의 이혼 소식까지 다른 데서 듣게 되자 불편한 심기가 폭발! 오토바이 사고까지 내버리고 마는 에이지였으니...

한동안 근신처분을 받고 집에서 몸조리(?)를 하는 에이지를 돌봐주는 건 역시 타츠미밖에 없다. 하지만 이래저래 신경쓰이던 일때문에 타츠미에게 미묘한 거리감을 두는 에이지였다. 사내녀석이 쪼잔하게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러냐? 라고 타박하고 싶은 맘도 굴뚝같지만, 에이지 입장이 아예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이제껏 자신들 사이에선 우정보다 소중한 건 없다고 생각해 왔을 테니 그렇겠지.

어쨌거나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타츠미의 과보호(?)를 받는 에이지. 그러다 묘한 일이 벌어지고 마는데... 우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다면? 참 복잡미묘해지지. 게다가 묘하게 자신의 마음마저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이게 사랑인지 우정인지 헷갈리기 시작할테고, 편안하게 대해왔던 상대를 더이상 편안하게 바라볼 수 없게 된다. 에이지의 모습은 그런 마음을 잘 담아낸다. 타츠미는 워낙 어른스러워서 그런지 감정의 변화가 그리 많이 보이지는 않지만, 에이지는 설렜다가 걱정했다가 타츠미에게 확 넘어가고 싶다가 이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가... 하여튼 귀여운 에이지였다. 딱 고교생답달까. 그렇다고 타츠미가 고교생답지 않단 건 아니지만...

에이지가 이제껏 봐왔던 모습과는 다른 타츠미의 모습은 에이지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지만, 그런 모습에 설렌다면, 말 다한 거지. 확 넘어가다가 밀어냈다가, 다시 후회했다가. 에이지나 타츠미 입장에선 그런 식의 흐름에 애가 탔겠지만 보는 나로서는... 즐거웠다. 귀여운 것들.

우정과 사랑의 경계선을 넘는 건 힘들다. 그리고 그 사랑이 흔들리면 우정까지 흔들려 버릴 수도 있다. 사랑과 우정사이란 꽤나 큰 리스크를 가지는 관계다. 하지만 역시 사랑은 하고 후회하는 게,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단 낫단 결론이다. 물론 이 두 녀석은 어찌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쭈욱 예쁜 사랑 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아차차, 깜빡할 뻔 했다. 에이지 X 타츠미 커플편에 등장하는 와키. 완전 괜찮은 캐릭터다. 둘 사이를 격력해주는 친구랄까. 꼭 그 또래 고교생의 모습과 묘한데서 어른스러운 매력을 가진 녀석이랄까.  

요렇듯 귀여운 고교생의 이야기 뒤엔 어른들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것은 바로『오늘 밤 Mr.에서』에 등장한 오너 유다이와 바텐더 모모의 첫만남에 관한 얘기다. 호오라, 이 둘은 이렇게 만나게 되었구나. 첫만남부터 이랬군. 이들은 사랑이 이루어져가는 과정이 유난히 힘들었던 커플인데, 첫만남도 그러셨군요.

시마지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대개 풋풋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등장한 고교생 커플도 그랬지만, 소꿉친구 설정도 많은 편이고. (개인적으로 소꿉친구 설정을 엄청 좋아한다) 그래서 더 풋풋하고 상콤하게 여겨지는데, 여기에 나오는 에이지와 타츠미도 딱 그렇다. 난 학원물에서 애들이 묘하게 어른 행세하는 건 싫어서, 딱 이정도가 좋다. 물론 어른들이 풋내나는 사랑을 하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일테지만, 시마지는 어른들의 사랑은 정열적으로, 소꿉친구들의 사랑은 정말 풋풋하게 그려내는 장점을 가진 작가다. 그래서 어느 쪽이든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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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영능력 수사반 2
사다함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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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학교괴담이라고 하면 유관순 누나와 이순신 장군 동상이 밤에 운동장을 저벅저벅 걸어다닌다던가, 신사임당 동상의 책이 한 장 넘어가 있다던가 하는 그런 괴담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 학교괴담은 자살한 학생의 귀신이 나오는 게 대부분이다. 그만큼 세월이 많이 흘렀단 이야기겠지. 괴담이란 것 자체가 당시 사회상같은 걸 반영하는 부분이 많다보니 요즘은 자살자의 영혼 이야기가 가장 많다. 물론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뭐 그런 류의 괴담이 있긴 했지만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만큼 학교가 살벌한 곳이 되었단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무속인이었던 할머니의 피를 이은 이시문 형사. 그는 어느날 자신 속에 잠재되어 있던 어마어마한 힘을 각성한다. 이젠 영혼의 존재를 제대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진 힘으로 영혼을 물리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은 자신의 힘에 혼란스러움만을 느끼는 이시문은 출근길에 한 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이 추락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 뒤에 보이던 영혼의 기척. 이시문은 일본에서 온 수상쩍은 퇴마사 텐카와 함께 이 사건 수사에 나서면서 처음엔 별것 아니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이 사건이 복잡하게 꼬여 있단 것을 알게 된다. 아직 사망한 학생은 없지만 이런 비슷한 사고를 당한 학생이 벌써 여러명이란 것이다. 게다가 아이들 사이에선 얼마전 자살한 한 학생의 귀신이 벌이는 소동이란 이야기마저 떠돈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학생은 평소 품행단정하고 공부도 잘하는 학생회장. 그러나 그 모습 뒤에 감춰진 또다른 모습은 섬뜩하기만 했다. 도대체 시험성적이 뭐길래. 자신의 절친이었던 친구마저 그렇게 내몰수 있는 걸까. 인성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학교는 학업성적에만 치중하는 곳이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겠지.

사건에 대해 쉬쉬하는 학교, 자신의 태도에 반성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아이, 그리고 모든 걸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을 꾹 다문 아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원념만을 가지고 복수에 눈이 먼 영혼. 무척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하지만 식상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페이지 수는 꽤 많은데 진행이 좀 느리달까. 시문은 자신의 능력을 아직 어떻게 써야할지 잘 모르는 상태고, 텐카는 무조건 퇴마만을 외치고 있고, 강바람이란 아이는 협력보다는 자신이 해결해야한다고 시문 일행을 배척하는 상태고...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자살한 아이의 영혼이 무언가에 씌인 듯이 행동한다는 것이다. 원한을 가지고 죽은 영혼이 원념에 사로잡혀 복수에 목을 메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완전히 이성을 날려버릴 정도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죽어서도 무엇에 시달리고 있는 것일까. 그게 무척 궁금하고 안타깝다. 다음권에서는 결말이 나겠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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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은 사랑으로 진화한다 - 뉴 루비코믹스 606
아니야 유이지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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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유이지는 <문신의 남자>란 작품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독특한 그림체와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이 펼치는 이야기에 반했달까. 그래서 그후로도 조금씩 읽고 있는데 이제서야 데뷔작을 읽게 되었다. 빈말로도 예쁜 그림이라고 할 수 없지만 데뷔작은 그림체가 더 제멋대로다. 그래도 스토리가 좋아서 자꾸 찾게 되는 작가, 바로 아니야 유이지다.

술만 마시면 기억이 뚝! 끊겨 버리는 하네. 하네의 문제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누굴 만나든 간에 대충 만났다가 대충 헤어지는 기둥서방로 살아가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여자 입장에선 질리겠지. 그런데도 전혀 반성없이 또다시 신세질 누군가를 찾아다니는 하네는 아직 22살밖에 안된 어린(?) 녀석이다. 세상 무서운 줄도 모르고, 세상이 냉혹한 줄도 모르고 철딱서니 없이 살아가는 하네는 어느날 아침 눈을 떴다가 무서운 현실과 직면하고 만다. 도대체가 알 수 없는 곳, 그리고 지난 밤의 흔적들. 여기가 도대체 어딘지,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못하는 것은 그놈의 술, 술, 술 때문이다.

술먹고 못된 짓을 당한 것같긴 한데 기억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그런 하네를 데리러 온 수수께끼의 쌍둥이 형제. 이제 죽었구나 싶었지만, 의외로 쌈빡한 전개가!? 수상쩍어 보이는 쌍둥이 형제는 무척이나 좋은 사람들이었고 제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단 거다. 얼짱 쌍둥이 형 미요시와 짐승남 쌍둥이 동생 료지는 파견사원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고, 하네를 그곳에 취직까지 시켜줬던 것이다. 단박에 직장에 살 곳까지 얻게 된 하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일을 하기 시작한다.

이제껏 제대로 된 인간의 삶을 살아오지 못한 하네에게 이건 득템중의 득템이다. 나같으면 이런 놈, 어디가서 처박혀 죽든지 말든지 상관안할텐데, 마음씨 고운 쌍둥이 형제덕분에 인간의 길로 들어섰으니 말이다. 게다가 료지는 하네를 무척이나 아껴준다. 물론 미요시도 하네를 잘 대해주긴 하지만, 미요시는 이미.... 어쨌거나 미요시에겐 딱지를 맞았지만 똑같이 생긴 료지는 하네가 무슨 말을 하든 생글생글 웃으며 다 받아준다. 하지만 하네는 그런 료지가 만만해서인지 못된 말을 내뱉기도 한다. 이놈의 자슥이, 아직도 정신 못차렸네 그려.

사람들은 의외로 자신을 소중하게 대해주는 사람에게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사람의 경우 대개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개체라 볼 수 있다. 하네가 딱 그짝이지. 그래도 자신이 료지에게 상처를 줬다는 자각은 있으니 그래도 개과천선할 여지는 있다는 건가. 또한 술만 먹으면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출장보내는 버릇도 이젠 확실히 고쳐야겠지. 사람이 술을 먹는지 술이 사람을 먹는지 생각해 보면 뭐가 제대로 된 것인지 깨달아야 한다. 술을 끊으면서 그동안 술을 먹고 사라진 기억속에 료지와의 예쁜 추억이 많다는 걸 늦게나마 깨달았으니 다행중의 다행일지도.

뒷편에 수록된 <래스컬 진화론>은 쌍둥이의 고교시절 이야기이다. 희극이자 비극이었던 료지의 첫사랑. 그리고 거기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는 인연에 관한 이야기는 웃기면서도 애틋함이 흘러넘친다. 료지는 어쩌면 이런 시간을 겪어 왔기에 지금의 성숙한 어른이 되어 있는지도 모르지. 덕분에 하네 역시 어른스러움이 무엇인가를 배워가는 것이겠지.

사랑이란 놈은 때론 사람을 성장시키기도 하고 때론 퇴화시키기도 한다. 하네의 경우 진화 쪽이 맞다. 성인이지만 속은 어린애였던 하네가 료지와 그 가족들을 만나면서 한층 성숙해져 가니까. 이런 사랑이라면 첫시작은 희극적이라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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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알파 9 - 신장판
아시나노 히토시 글.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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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란 절대적인 것이자 상대적인 것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에게 하루는 24시간, 1시간은 60분, 1분은 60초로 정해져 있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길게도 느껴지고 짧게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같은 경우 서른이 넘으면서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에 대해 무뎌져갔다. 늘 똑같은 일상이다 보니 바깥에 나갈때 정도, 굳이 나가지 않을 때에는 바깥 풍경의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그럴 때 문득, 언제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버렸지 하는 생각이 든다. 대개의 사람들은 거의 변함없는 일상을 살다보니 어쩌면 나처럼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사람과는 다른 존재인 알파는 어떨까. 알파는 나이를 먹지도 늙지도 않는 로봇이다. 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고, 인간의 삶과 닮아 있는 일상을 보내지만 인간의 삶은 아니다. 그런 알파가 보는 주변은 천천히, 그러나 착실하게 변해간다. 주유소 할아버지나 선생님의 경우 어느 정도 연세가 있으시기에 매년 변함없는 모습이지만 일을 하기 위해 마을을 떠난 타카히로나 꼬맹이였던 마키는 어느새 부쩍 자라있다. 게다가 점점 차올라오는 바닷물때문에 저지대의 마을은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사람들이 만들었던 길은 점점 그 흔적이 희미해진다.

매일 보는 사람들, 매일 보는 풍경은 그 변화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그다지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지 않아도 시간은 착실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어느 샌가 문득 많이 변해버렸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알파가 마키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미사고를 볼 정도로 나이가 어렸던 마키는 이제 조금씩 숙녀가 되어간다. 자신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을 사는 마키를 보면서 알파는 너무나도 빠르다고 느낀다. 게다가 주유소 할아버지가 언젠가의 미래에 주유소가 있던 자리로 옮겨 오란 말에 알파는 눈물을 흘려버린다.

주위는 변하지만 자신은 변하지 않는다. 알파는 그런 생각에 눈물이 솟구친 것이겠지. 하지만 그게 삶의 순환이다. 알파는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삶이 어떻게 순환하는지 어떻게 소멸되고 또다시 재생되는지를 조금씩 깨달아 가는 것이겠지.

큰 변화가 없는 알파의 일상은 어떻게 보면 심심해 보인다. 하지만 그 평범한 일상을 알파는 매일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간다. 우리는 맨날 똑같아, 삶이 그렇지뭐, 라고 말하지만 따지고 보면 똑같은 날은 절대 없다. 비슷한 날이 이어진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 비슷비슷한 일상을 알파는 안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언젠가 너무도 변해버릴 날들을 생각하면 지금 이 한 순간 한 순간이 소중하단 것을 잘 알기 때문이겠지.

카페 알파를 읽다 보면 시간의 흐름과 삶의 순환과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된다. 긴긴 시간을 살아가는 알파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의 흐름은 다를지 몰라도 알파는 그것이 똑같은 무게를 가지고 있다는 걸 우리에게 말해주기 때문이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특별한 것이 없어도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걸 말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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