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이웃 - 뉴 루비코믹스 1080
나나미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나나미라.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인데, 그림체는 익숙하다. 도대체 누구지 하고 궁금했는데, 역시나 내가 아는 작가였다. 일본이름으로는 나나미,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심혜진. <그녀석과 나>, <거짓말>, <BOY MEET GIRL>, <안녕하세요? 세바스찬입니다>의 작가인 심혜진이 바로 나나미였다. 호오, 언제 일본에 진출한거지, 라는 궁금증도 생겨나긴 했지만 그보다 일본어로 만화를 펴냈다는 사실이 더 흥미롭다. 우리나라에서 이 작품을 발표하지 않고 굳이 일본에서 발표한 이유는 말안해도 잘 알 것 같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경우 BL시장이 좁기도 하거니와 표현의 제약 등이 많아서 그럴테지. 어쨌거나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이웃이라면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지 - 엔도 X 오쿠무라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엔도는 이웃집 여자와 바람을 피다가 그녀의 남편 오쿠무라에게 딱 걸리고 만다. 얼마후 오쿠무라가 이혼했단 걸 알게 된 엔도는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사죄를 하러 갔던 엔도는 그일로 인해 발목을 딱 잡히고 마는 처지에 내몰리게 된다. 토끼굴인줄 알고 들어갔는데 호랑이굴이었달까. 허허참.

엔도와 오쿠무라의 이야기는 귀여운 반전들이 많이 숨어 있다. 특히 오쿠무라란 남자, 이 남자는 보면 볼수록 새롭달까. 유순한 이미지와는 달리 과거 밤나비라 불렸던 전적이 있던 남자라서 그런지 풀풀 넘치는 색기는 기본이고, 엔도를 쥐락펴락하는 데에 혀를 내두르겠더이다. 그래도 이정도 급이니까 용서가 된달까. 게다가 의외로 능력도 출중하다. 이러니 엔도는 오쿠무라에게 매번 속는 기분이 들면서도 오쿠무라에게 점점 빠져드는 것인지도 모르지. 뭐, 아무 상관없는 나도 오쿠무라가 숨겨둔 비장의 무기들에 그냥 속아 주고 싶었으니까. 즉, 이런 이웃이라면 쬐끔 위험해도 만날 가치가 있는지도. (笑)

요런 통통 튀는 전개가 재미있기도 한 반면, 오쿠무라의 옛애인의 말만 듣고 오쿠무라를 의심하는 엔도의 태도는 좀 눈에 거슬렸다. 어느새 1년이나 사귀어 왔으면서 그렇게 쉽게 의심을 하냐? 쯧쯧쯧. 뭐 어떻게 생각해 보면 이런 전개는 두 사람의 갈등 요소를 만들고 그 갈등이 해결되어 가면서 그들의 사랑을 더욱 공고히 만들어주는 장치이긴 하지만 좀 식상했다오.

솔직하게 말해봐, 사랑한다고 - 리츠 X 히데오

고교생인 리츠는 나이를 속이고 거리에서 밤거리 상대를 찾다 히데오란 남자를 만난다. 히데오는 리츠를 꽤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이지만 리츠는 어차피 한 번 뿐의 만남으로 여길 뿐이다. 사실 리츠에게는 좋아하는 상대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그 상대는 학교 친구인 마사시. 그러나 리츠는 마사시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 밖에 없었다. 우정이란 이름으로라도 그의 곁에 있고 싶어서였겠지.

그러던 어느날 리츠는 자신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생긴 걸 알게 된다. 겁을 덜컥 집어 먹은 리츠는 눈에 보이는 병원으로 뛰어 들어가 진료를 받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 병원은 산부인과였고 (푸핫) 게다가 그 병원의 닥터가 히데오였던 것이다. 이거 참 신기한 인연이로고...

이렇게 웃기지도 않은 상황에서 재회한 리츠와 히데오. 히데오는 리츠에게 열렬히 구애하지만 리츠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마사시가 가득하다. 때론 변태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따스한 남자인 히데오는 리츠가 가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리츠는 여전히 마음이 딴데 가있다. 리츠야, 네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히데오 정도 되는 남자를 만나기란 참 어렵거든. 그것도 모르고, 리츠는 정말. 바보.

좋아한다고 해도, 널 지켜준다고 해도 그저 상투적인 말일 거라 치부해 버리는 리츠를 보니 참 답답하더이다. 근데 그런 리츠가 아예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사랑받기를 원하면서도 막상 그렇게 되는 것이 두려워하는 게 역력하기 때문이다. 아니 사랑하다 상처받을까 두려워한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 두려움이 가득하면 상대의 마음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상대를 자꾸만 밀어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리츠처럼.

상처입을 것이 두려워 자신의 마음을 꼭꼭 숨기고 상대를 밀어내는 것과 상처받는 것이 물론 두렵긴 하지만 솔직하게 상대를 대하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더 낫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실제로 행동은 그렇게 나오지 않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사랑에 있어 첫번째로 필요한 것은 솔직함이라 생각한다. 물론 어느 정도의 내숭이나 밀당도 필요하지만 우선은 솔직함이다. 나도 이렇게 말로 하기는 쉽지 실제로 행동으로는 힘들어 하는 게 바로 이런 거다. 그러나 솔직하지 못하면 오해가 생기게 되고 그 오해가 쌓이면 상황은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도 모른다. 바로 그게 사랑이란 거다. 아직 리츠가 어려 자신의 마음에 완전히 솔직해지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좀더 지나면 그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되겠지. 히데오의 곁에서.

우연한 만남에서 비롯된 인연에 관한 이야기

이 단행본에 실린 두 작품 모두 우연한 아니, 범상치 않은 만남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특히 불륜녀의 남편과 이어지게 되는 건 정말이지 현실에서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겠지만, 만화의 설정으론 꽤 재미있달까. 게다가 엔도의 실수가 어떻게 보면 오쿠무라를 해방시켜준 계기가 되기도 했고. 리츠와 히데오의 경우 급만남에서 비롯된 인연이 아주 좋은 인연으로 이어진 경우인데, 이들의 경우 첫만남보다 재회가 더 임팩트 있었달까. 어쨌거나 이런 범상치 않은 만남도 인연의 시작이겠지. 어떻게 보면, 엔도와 리츠의 복일지도. (笑) 잘 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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黑薔薇アリス 6 (プリンセスコミックス) (コミック)
秋田書店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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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든 연애든 간에 밀고 당기기는 확실히 필요하다.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긴장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바라기처럼 그 사람만 바라보는 그 사람바라기는 상대에게 긴장감을 늦추게 만들어 나의 소중함을 자칫 간과하게 만들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심한 밀당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걸 넘어서 파삭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수위 조절이 꼭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작품 속의 앨리스는 밀당이 아니라 그저 밀어내기만 한다. 튕기는 것도 한 두번이지, 몇권 내내 그런 걸 보니 속이 뒤집힐 지경이 되었달까. 앨리스, 도대체 언제까지 아이처럼 굴거야?

아즈사가 아니에스카의 몸에 들어가 앨리스로 살아온지 벌써 2년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앨리스는 갈등한다. 분명히 디미트리에 끌리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디미트리의 마음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은 디미트리를 자신에게서 밀어내는 행동으로 표출되고 만다. 게다가 2년만에 재회한 코우야는 너무나도 많이 변해 있었고, 그에 따른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앨리스(아즈사)는 번민하다 결국 코우야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지만, 이 행동이 앨리스와 뱀파이어들 사이에 새로운 갈등의 요소가 되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디미트리는 홋카이도로 떠나고, 쌍둥이 카이와 레이지와 남은 앨리스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는 한편 코우야와의 인연을 끝내기로 마음먹는다. 이젠 더이상 아즈사로 살아갈 수 없는 자신을 다시금 깨달았기 때문이다. 앨리스에게 있어 그건 큰 아픔이겠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앨리스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누굴 선택할 지에 대한 것을.

한편 레이지는 과거 자신과 카이 사이에 있었던 일을 기억해 내게 된다. 이런 과거가 숨겨져 있었을 줄이야. 솔직히 말해 충격적이었달까. 그토록 아픈 과거였기에 레이지는 뱀파이어가 되면서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억을 봉인했던 것이겠지. 이 과거사를 알게 되니 왜 카이가 레이지에 대해 그런 태도를 취해왔는지 납득이 되었달까. 미안함과 죄책감이 근 100년동안 카이를 짓눌렀을 것을 생각하니 카이도 참 안됐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 레이지는 너무나도 많이 변해버렸다. 다정다감했던 레이지는 더이상 없다. 그러나 레이지는 여전히 모른다. 그날의 진실이 무엇인지. 그걸 알게 된다면, 레이지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흑장미 앨리스』6권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2년동안 서로에 대한 진심을 숨겨왔던 앨리스와 디미트리의 관계의 변화와 카이와 레이지의 과거가 바로 그것이다. 앨리스와 디미트리의 이야기는 여전히 반복인가 싶었는데 - 사실 그것땜에 짜증이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다 - 다행하게도 진전이 있더이다. 거의 마지막에 이르러서 말이지. 디미트리가 그 방법을 쓰지 않았다면 앨리스는 죽어도 자신의 진심을 말하지 않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제껏 디미트리의 태도가 불분명하지 않았으니 그런 것도 있겠지. 어쨌거나 6권에서 가장 큰 변신(?)을 한 인물은 디미트리가 아닐까. 이런 디미트리의 모습 처음이야. 적응이 안된다. 차갑고 도도한 면이 좋았는데, 뭔가 데레데레해졌달까. 정말이지. 나의(?) 디미트리를 돌려줘~~~~

카이와 레이지의 경우 레이지가 너무 많이 변해버려서 적응이 안된다. 그 이유야 납득할 수 있지만, 앞으로 레이지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기만 하다. 게다가 거울에 비친 그 그림자. 그건 뭘 뜻하는 걸까. 궁금타, 궁금해.

6권으로 일단 1부가 완결되었다. 그래, 1부란 말이지. 일단 앨리스와 디미트리의 이야기는 결말이 보이니 그걸 길게 끌지 않을텐데, 그럼 카이와 레이지의 이야기가 계속되는 걸까나? 제발 너무 길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앨리스같은 애가 또 나오면 정말 폭발해 버릴지도 몰라요, 미즈시로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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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 된 메리맨 - 뉴 루비코믹스 1067
시마지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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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말로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한다. 그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상관없이.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건 아니다.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성품은 가지고 있되 어떤 면에서 변화가 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변화란 것도 쉽게 오는 건 아니다. 사람이란 기본적으로 변하길 싫어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덕분에 누군가가 변했을 때 박수를 쳐주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마지의『진심이 된 메리맨』은 사랑을 시작하면서 변해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표지 왼쪽이 메리맨인 칸바야시, 오른쪽이 오쿠다. 두 사람의 표정이나 몸짓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이게 두 사람의 성격을 아주 잘 보여준다. 자신만만한 표정에 뒷짐도 멋지게 진 칸바야시에 비해 쑥스러운 표정에 시선도 다른쪽을 향하는 오쿠는 소심하고 자기표현에 약하단 느낌이 든다. 게다가 두 사람의 손. 닿을듯 말듯 한 이 손은 두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는 듯 하다. 무척 귀엽잖아, 두 사람... 이런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는데, 정말 이 두 사람 무척이나 귀엽다.

대학 동급생이자 이웃인 칸바야시와 오쿠는 3년전 우연히 단 하룻밤의 관계를 맺은 후 이제까지 친구로 지내고 있다. 하지만 그날의 일이 쉽사리 잊히지 않는 두 사람.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마음에 확신을 가지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던 어느날, 오쿠를 찾아온 한 남자가 신경쓰이기 시작하는 자신에 당황하기 시작하는 칸바야시. 드디어 행동 개시!

친구에서 연인이라. 참으로 어려운 관계다. 친구 이상의 감정은 분명히 있는 것 같은데, 이게 사랑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막상 연인이 되었다가 헤어져서 친구 사이로도 돌아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쌓인다. 그리고 고백을 어떤 타이밍에 해야 상대방이 그 고백을 진심으로 받아들여 줄지도 고민이다. 칸바야시가 딱 그렇다. 오쿠에게 고백을 하긴 했는데, 이런이런 타이밍이 나빴다. 만약 3년전이었다면 오쿠가 칸바야시의 고백을 바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글쎄, 그건 아니라고 본다. 그땐 칸바야시가 오쿠를 그런 식으로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3년이나 지난 지금 고백하자니 적절한 껀수가 없다. 그래서 칸바야시의 고백에 오쿠가 그런 식으로 반응했던 것이겠지. 나, 왠지 이런 거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굳이 본인의 경험담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笑)

하여튼 사랑 고백이란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하다. 특히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경우에는. 이 고비를 잘 넘기면 그다음은 그런대로 순탄하다. 하지만 이 커플의 문제는... 오쿠가 너무 소심하단 거다. 메리맨이란 표현답게 늘 명랑쾌할하고 시끄럽고 눈치없고 등등등의 문제를 가진 칸바야시가 진심이라고 아무리 말해 봤자 소심하고 신중한 오쿠의 입장에선 이게 과연 진심인지 아닌지에 대해 속을 끓일 수 밖에 없으니까. 하긴 아무리 누가 진심으로 사랑한다, 좋아한다 말해도 내 마음도 아닌 상대의 마음을 확실하게 알 수 는 없는 것이니까. 그저 믿는 것일 뿐.

게다가 오쿠의 경우 더 나쁜 건 사서 걱정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인데 혼자 나쁜 상상을 하다니. 사랑할 땐 미래도 중요하지만 현재가 더 중요하다. 나중에 헤어질 게 두려워서 사랑하지 못한다면 그게 더 후회가 남을테니까. 회자정리(會者定離)! 오쿠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사람과 사람은 만나면 반드시 이별하게 된다. 그 때가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이별할 걱정부터 하고 사랑을 한다는 건 추리소설을 결말부터 읽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오쿠, 칸바야시를 믿어봐. 이런 가벼운 녀석이 진심이 되면 더 진지해진다구.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말야.) 알콩달콩 둘의 밀당도 귀여웠고, 칸바야시나 오쿠가 서서히 서로에게 물들며 변해가는 모습도 귀여웠던 <진심이 된 메리맨> 앞으로도 메리메리 해피~~~하길.

표제작이 워낙 많은 분량이라 뒤에 실린 단편은 매우 짧았다. <사랑의 종소리>는 귀여운 고교생이 등장하는 학원물로 고교생다운 고백에 관한 이야기였고, <escape, don't escape>는 도망치는 자와 그를 쫓는 자의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심각한 분위기는 아닌 마지막 반전이 귀여웠던 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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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 -ZE- (11) (コミック) 是 -ZE- (コミック) 11
시미즈 유키 지음 / 新書館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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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키편 최종장이자,『是-ZE-』시리즈의 마지막인 11권. 여기에서는 언령사들을 수호하는 카미를 만드는 수수께끼의 인형사 와키와 현 언령사들의 선대라고 할 수 있는 최고의 언령사 리키이치의 이야기가 숨가쁘게 펼쳐진다. 와키와 리키이치의 첫만남, 그리고 수수께끼의 존재 마가네의 정체가 10권에서 밝혀졌다면 11권은 그후에 일어난 커다란 변화와 후대 언령사들의 탄생, 그리고 현재에 이르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자신의 여동생에게 커다란 상처를 준 마을 사람을 몰살시킨후 숲속에 은거하고 있던 리키이치는 자살하려던 와키를 만난 후 서로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된다. 와키는 리키이치를 위해 아사리, 코노에, 그리고 마가네라는 카미를 만들어 주게 된다. 리키이치의 여동생 유키노 역시 언령사로 시라하세라는 카미를 데리고 있다. 이들만의 소박하지만 따스한 생활이 이어지지만 와키가 마가네를 만들 당시의 작은 실수가 와키의 가슴을 짓누른다. 그렇지만 리키이치에 대한 신뢰와 애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꾹꾹 누르면서 살고 있는 와키. 이런 전개를 보니 왜 와키가 그렇게 세상에 대해 지루해했으며 무관심했는지를 알게 되었달까. 그리고 카미는 결국 자신의 주인만 따른다며 쓴웃음을 짓는 이유도... 어쨌거나 참으로 안타까운 삶을 사는 남자다, 와키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그들만의 삶이 지속되던 어느날, 이들에게 커다란 변화가 찾아온다. 두 청년이 발견된 것이다. 서로를 잡아먹을듯 증오하는 형제 타카미츠와 호즈미. 이들은 리키이치의 집에 머물면서도 서로에 대한 증오를 멈추지 않는다. 그들의 어린 시절의 사연이 소개되고, 그들이 왜 원수지간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나오지만 그건 별 중요한 건 아니다. 이들이 리키이치 일가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가 중요할 뿐.

동생 호즈미는 유키노와 급속도로 친해지고 타카미츠는 리키이치의 딸 우타를 섬기게 된다. 유키노는 결국 마을을 떠난다는 선택을 하게 되고, 그후 간간히 소식을 보내오지만... 역시 나쁜 놈은 끝까지 나쁜 놈인가 보다. 형인 타카미츠를 그렇게 괴롭히더니 결국 유키노도 그꼴로 만드는구나. 게다가 자신의 아들(쇼우이)까지 그런 식으로 이용하다니. 어떻게 보면 이들 형제가 리키이치 일가에 불행을 몰고 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유키노가 낳은 쇼우이란 존재가 있었지만, 호즈미는 불행의 원흉일 뿐이다. 이렇게 시작된 불행은 결국 리키이치의 죽음을, 그리고 마가네의 소멸을 일으켰다. 한번에 소중한 두 사람을 잃은 와키가 어떻게 되었을지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와키를 버티게 만든 것 역시 리키이치였다. 리키이치와의 약속, 그것이 와키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었다. 그러나 그건 리키이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일뿐, 결국 자신을 위한 삶은 아니었달까. 이래서 이 남자가 정말 안타깝다는 것이다. 카미는 만드는 족족 자신의 언령사(주인)만을 위해 살아가지, 언령사들은 와키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그와는 소원한 편이니까. 어쩌면 와키의 속내를 감히 짐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불멸의 삶 속에서 얻었던 잠깐의 평화와 행복이 와키를 속박하는 짐이 되었다. 보통 사람들같으면 잠시의 행복일지라도, 잠시의 평안일지라도 그걸 추억하며 살텐데, 와키의 경우 너무 오랫동안 살아오다 보니 그것이 오히려 짐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해본다.

"말에는 힘이 있고 그것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해칠수도 있는" 하지만 "그 저주가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운명"을 가진 언령사란 존재와 그 저주를 대신 받아주는 카미의 존재란 독특한 소재를 사용해 BL장르의 새로운 재미를 톡톡히 느끼게 해준『是-ZE-』시리즈는 이렇게 끝이 났다. 타고난 힘때문에 평범한 인간으로 살지 못하고 슬픔과 아픔이 교차하는 삶을 살아온 언령사들을 치유해준 건 그들을 지키는 카미들이었다. 카미는 그들의 저주를 대신 받아주는 존재일뿐만 아니라 그들의 마음까지 치유해주는 존재였다. 카미 역시 평범한 인형으로 살아갈 수도 있었겠지만, 자신을 소중히 대해주고 사랑해주는 언령사들을 만나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언령사들의 어마어마한 능력보다는 서로를 상처주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에게 치유의 존재가 되어가는 이들의 이야기에 더 마음이 갔다. 우리는 누구나 상대방에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대방으로부터 상처를 입기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는 다른 누군가를 치유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게 이 시리즈가 결국 하고 싶던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감히 짐작해 본다.

번외편인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면서 그래도 모두 행복해져서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비록 리키이치는 이제 없을지라도, 늑대의 뼈가 섞여 탄생한 마가네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라도, 새로운 사람들이 와키의 곁에 있다. 삶과 죽음은 늘 순환한다. 와키처럼 불멸의 존재가 아닌 이상, 언령사도 카미도 제 수명이 다하면 그 다음 세대에 자리를 물려주어야만 한다. 와키는 그것이 불행한 일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이젠 그게 아니란 걸 조금은 알게 되지 않았을까. 상실이 있으면 그다음엔 재생이 찾아온다. 비록 다른 형태의 모습을 하고 있을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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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일생 2
니시 케이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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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걱정이 늘어난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세상을 더욱더 많이 알아간다는 의미와도 같으니까. 세상물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엔 그저 즐겁기만 했건만, 알게 될 수록 걱정이 늘어나니 참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격언도 있지만, 때론 아는 것이 힘이다는 무슨, 개뿔이. 라는 말이 튀어나올 만큼 알고 싶지 않거나 결코 알지 못했으면 좋겠다는 것도 수두룩한게 세상사다. 그 아는 것의 범위를 좁혀서 사랑이란 놈이란 것만으로 따져도 마찬가지다. 첫사랑을 할 무렵이나 20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사랑만 하면 무조건 행복해질줄 알았건만, 서른이 되고 서른 중반이 되니 사랑을 하는 것 자체가 겁이 난다.

멋모르고 사랑할 나이가 좋았지, 라는 한숨도 나온다. 이제는 사랑을 하라면 겁부터 덜컥 집어 먹게 되니 말이다. 아니 사랑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말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이게 정말 사랑일까,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걸까? 나 자신에 대해서도 이렇게 답이 안나오는데 상대방의 마음에 대해서는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그쪽에서 '널 사랑해'라고 말을 한다 한들 그게 정말일까, 하는 의심부터 생기니 나이를 먹으면서 의심병 환자가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세상사에 대해서는 나이를 먹으면서 억지로라도 알아가게 되지만 오히려 사랑이란 건 더 모르겠다. 나도 그렇고, 이 작품에 등장하는 츠구미도 그렇고, 어쩌면 당신도 그럴지도 모르지.

대형전기회사에서 근무하는 엘리트 사원 츠구미는 30대 중반의 독신녀이다. 일에 치이고 사랑에 치여 한동안 한숨 돌리고 싶어 선택한 시골 할머니댁에서 머무른지 약 1달. 할머니는 이제 안계시지만 츠구미는 여전히 그곳에서 살아 가고 있다. 50대의 대학교수 카이에다 준과 함께. 성인 남녀가 한집에서 살면 무조건 동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엄밀히 말해서 이들은 하우스 메이트이다. 어쩌다 보니 한지붕 아래에서 살게 된 두 사람은 데면데면한 사이에서 조금씩 친밀한 관계로 변해간다. 게다가 카이에다 쪽에서 츠구미쪽에 의외로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친다. 결국 우란분에 가족들 앞에서 츠구미와 결혼하겠다는 선언을 한 카이에다. 츠구미는 생각지도 못한 그의 언사에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만난지 한 달 밖에 안되었지, 나이 차이는 열일곱. 게다가 그는 젊은 시절 할머니를 좋아했다? 뭐 이런 이유말고도 츠구미에겐 카이에다에 마음을 쉽게 열 수 없는 그런 이유도 있었으니... 바로 지난 사랑의 아픔이 너무 크단 것이다. 유부남을 만나 마음 고생 심하게 했던지라, 더이상 사랑따위는 하고 싶지 않기도 했겠지.

누군가와 만나 사랑을 하다 헤어지게 된 후 얼마 만큼의 기간을 가져야 다시 사랑이란 걸 할 수 있을까. 몇 개월, 몇 년? 글쎄다. 날짜로 따지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겁이 나도 사랑을 다시 시작할 용기가 있으면 새로 시작하는 것이고, 그래도 겁이 나서 물러서고 싶다면 못하는 거지. 자꾸만 멈칫하게 되는 츠구미를 힘껏 끌어당기는 건 카이에다 쪽. 어디에 저런 정열을 감추어 두었나 싶을 정도로 적극적인 그의 모습이 참 멋지다. 나도 여자인지라 남자쪽이 적극적인 게 좋거든, 아무래도. (이럴 때만 여자가 되는지도... 씁쓸)

어쨌거나 이 둘을 보면 참 신기하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안어울릴 수 없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어떻게 보면 진짜 잘 어울리거든. 마츠리에 갔다가 자전거타고 도망치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나 웃었던지. 카이에다의 조수 사이온지가 아무리 수작(?)을 걸어도 반듯하게 그걸 거절하는 카이에다의 모습도 멋졌다. 그래, 희망을 주는 것보단 단칼에 잘라주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가 될 때도 있다. 절대 그쪽엔 마음주지 않을 거면서 마음을 주는 척 해봤자 상처만 받을 뿐이니까. 츠구미에 대해서는 정열로 똘똘 뭉친 카이에다, 하지만 조수인 사이온지에 대해서는 반듯하게 거절하는 카이에다. 이 사람의 매력은 어디까지인가. 참 궁금타.

게다가 미아가 된 아이를 돌보는 두 사람을 보면서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의외로 애들도 잘 돌보는구나 싶어서. 한편 혼자 집을 찾아가겠다고 기차를 탄 아이를 되찾은 후 끌어안는 카이에다의 모습이나 친엄마가 데리러 왔을때 울면서 뛰던 츠구미의 모습이 눈에 아프게 박혔다. 예전엔 아이라면 딱 질색했던 나인데, 이젠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아이가 이쁘게 보인다. 왠지 츠구미도 그렇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가슴 한 켠이 찡해져 왔다.

우란분의 결혼 선언, 사이온지의 귀여운 훼방, 며칠간의 아이 돌보기, 그리고 수상식에서의 아내 선언까지. 참으로 다망하게 살고 계시는구려, 두 사람.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왔던 한 남자와 앞으로 독신으로 살 거라 생각했던 한 여자.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때로는 마치 20대의 연인들을 보는 듯 하고, 때로는 한껏 성숙한 어른들의 사랑을 보고 있는 듯 하게도 느껴진다. 사람들은 결혼하면 다 똑같아져, 라는 말을 하지만 이 둘만큼은 좀더 특별한 행복을 느끼면 좋겠다, 라는 바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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