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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빵 7
토리노 난코 지음, 이혁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매일매일이 똑같은 날이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때는 어떤 것에든 다 심드렁해진다. 매일 보는 똑같은 풍경에 매일 만나는 똑같은 사람들. 하지만 정말 매일매일이 똑같을까? 내 주위 풍경은 시간에 따라 쉼없이 바뀌고 있는데 관심이 없어서 그걸 못느끼는 것 뿐이 아닐까? 그땐『토리빵』을 보시길. 이 책은 우리의 권태로운 시간에 활력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다.
북동북 지방의 한 베드타운에 거주하는 작가의 일상가 그려내는 일상은 늘 활기로 차있다. 일부러 신경써서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존재들을 발견하는 기쁨과 우리가 늘 지나치지만 관심이 없어 보지 못하는 존재들을 느끼는 행복으로 가득하다.
비오는 날의 도로를 가득 메운 개구리, 비온 후 꿈틀꿈틀하는 지렁이, 집안에 보이면 대부분의 사람이 기겁하는 거미도, 우연히 집으로 들어온 꼽등이, 번개치는 밤의 풍경도 작가의 관점에서 보면 모두 만화의 소재가 된다. 토리빵이란 제목으로 봐서는 산새 이야기만 있을 것 같지만, 이 작품은 작가가 기억하는 일상의 추억, 토호쿠에서의 생활상, 곤충, 텃밭 가꾸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7권의 경우, 이사를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와 이사후 모이터 이전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추가되어 있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먼 거리지만 새들에겐 옆 테이블로 접시가 옮겨진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은 인간과 새가 보는 시각의 차이를 보여준다. 어쨌거나 이사후 대부분의 새들이 잘 따라왔고, 츠구밍만이 좀 헤맸단다.
이번에 새로 등장한 동물로는 뻐꾸기와 너구리, 바리켄이 있다. 뻐꾸기는 나도 울음소리만 들어봐서 어떻게 우는지 잘 몰랐는데, 그림을 보고 빵 터졌달까. 정말 코미디하는 것 같아. 너구리 에피소드를 보면서 역시 너구리는 꾀가 많구나 싶었다. 주변 환경을 최대로 잘 이용하니까. 그건 도로에 호두를 놓아두는 까마귀도 마찬가지지만. 인간이 자연을 파괴해 동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되지만 동물들은 꿋꿋하게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이겠지만.
바리켄의 경우, 그림도 그렇지만 실물은 오, 놀라워라~~ 정말 묘하게 생겼다. 암컷도 묘하게 생겼다. 바리켄은 식용으로 사육되는 품종이라는데, 왠지 안쓰럽달까. 인간에 의해 의도적으로 개량된 품종같아 보여서 말이다.
『토리빵』을 만나면서 내가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예전엔 내 눈높이 정도만 보면서 걸었는데 이젠 제법 하늘쪽을 바라보는 일이 많아졌단 것이다. 특히 새소리가 나면 그쪽으로 눈을 돌리고 사진도 찍어 보기도 한다. 예전같았으면 "새로구만"하고 무심히 지나쳤을 테지만 이제는 어떤 새인지 확인도 해본다.
그래서 이젠 토리빵에 단골로 등장하는 직박구리 히요짱은 대번에 구분할 줄 알게 되었다. 나는 모습이나 지저귀는 소리, 앉아있는 실루엣만 봐도 아하, 직박구리로구나 하고 있는 나를 보면 스스로도 신기하달까. 실제로 직박구리 실물을 한번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직박구리를 찾았을 때, 그 기쁨이란... 직접 겪어 봐야 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자주 보이는 새인데, 이제껏 못봤다니, 정말 관심이란 게 중요하구나 하단걸 느꼈달까.
박새 역시 토리빵을 읽으면서 알게 된 새다. 우리집 근처에도 박새가 살고 있었구나, 하는 감동~~ 전에는 관심이 없어서, 몰라서 보이지 않았던 세상이 보이는 건 정말 멋진 경험이다. 내가 토리빵을 격하게 아끼는 이유, 바로 이런 것에 있다.
사진 : 본인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