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빌린 배 박정대

 

 

인생은 빌린 배와 같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이 작은 배를 나는 언제 돌려주게 될까*

 

눈보라가 몰아치는 한겨울, 생계가 어려워진 한 가족이 그들

의 집을 밧줄로 묶어서 눈발 위로 끌고 가고 있다, 그들은 이사

를 가고 있는 것이다

 

바닷가 전망 좋은 곳으로 집을 끌고 가서는 폭풍우에 집이

날아갈까 봐 다시 집을 땅 위에 밧줄로 꽁꽁 묶어둔다, 낡은 집

에 의해 바닷가 전망이 다소 가려진다

 

결국은 폭풍우에 낡은 집이 날아가 버리고 다시 전망이 좋아

진다, 는 내용의 영화가 있다

 

낡은 집에 관한 이야기 같은데 영화의 제목은 <쉬핑 뉴스>,

선적 소식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아직 신문기사의 헤드라인도 제대로 못 잡

<개미 버드>라는 신문의 초보 기자다, 개미 버드라니!

 

그 외에도 이 영화에는 더 많은 것들이 선적되어 있을 것이다

 

인생은 빌린 배와 같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이 작은 배를 타고 나는 어디까지 온 걸까

 

영화 속 주인공의 어투를 빌어 표현하자면, 오늘 이 글의 헤

드라인은

 

'이번 엔 시 같은 건 쓰지 마!'

 

쉬핑 뉴스 끝.

 

 *인생은 빌린 배와 같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이 작은 배를 나는 언제 돌려주게 될까 - 테오도르 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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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7 2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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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 - 류인서

 

 

늑골 가운데에다 나 활 하나 숨겨두고 있네

심장에서 파낸 석촉의 화살

팽팽한 시위에 메워 이제 당기려 하네

 

하늘은 오래 명치끝에 매달려

이슬보다 더 고요하네

나의 과녁은

별이나 꽃처럼 눈부신 것이 아니네

빛살만 골라 밟던 바람이나

그늘 비껴가는 어둠 또한 겨누지 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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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경청의 철학, 자식 말 잘 들어 주는 어머니와 같은 마음)

법가 (철통같이 감시하려 하는 군주를 위한 철학)

묵가 (커뮤니케이션, 논쟁과 주장 전개, 말 잘하기, 합의와 조정)

도가 (귀신같이 냄새를 맡아 자기 살 길 찾는 것)

  임건순의 묵자(墨子)-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문 사상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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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무릇 - 성영희

 

 

무리를 지으면 쓸쓸하지 않나

절간 뜰을 물들이며 흘러나간 꽃무릇이

산언덕을 지나 개울 건너

울창한 고목의 틈새까지 물들이고 있다

여린 꽃대 밀어 올려

왕관의 군락을 이룬 도솔산 기슭

꽃에 잘린 발목은 어디두고

붉은 가슴들만 출렁이는가

제풀에 지지 않는 꽃이 있던가

그러니, 꽃을 두고 약속하는 일

그처럼 헛된 일도 없을 것이지만

저기, 천년 고찰 지루한 부처님도

해마다 꽃에 불려나와

객승과 떠중이들에게 은근하게

파계를 부추기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느 화사한 말이든

무릇을 앞뒤로 붙여

허망하지 않은 일 있던가

꽃이란 무릇, 홀로 아름다우면 위험하다는 듯

같이 피고 같이 죽자고

구월의 산문(山門)을 끌고

꽃무릇, 불심에 든 소나무들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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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 연구 1 - 고정희

 


꽃은 누구에게나 아름답습니다
호박꽃보다야 장미가 아름답고요
감꽃보다야 백목련이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우아하게 어우러진 꽃밭 앞에서
누군들 살의를 떠올리겠습니까
그러므로 우리들의 적이 숨어 있다면
그곳은 아름다운 꽃밭 속일 것입니다

어여쁜 말들을 고르고 나서도 저는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모나고 미운 말
건방지게 개성이 강한 말
누구에게나 익숙치 못한 말
서릿발 서린 말들이란 죄다
자르고 자르고 자르다보니
남은 건 다름아닌
미끄럼타기 쉬운 말
찬양하기 좋은 말
포장하기 편한 말뿐이었습니다
썩기로 작정한 뜻뿐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말에도
몹쓸 괴질이 숨을 수 있다면
그것은 통과된 말들이 모인 글밭일 것입니다
(이것을 깨닫는 데 서른 다섯 해가 걸렸다니 원

 

호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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