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한계 - 명위식

 

                       

살아오면서

할 말도 다 하지 못했고

못할 말도 참 많이 했다

말하기 싫어서 침묵했고

말하고 싶으면 수다를 떨었다

말하지 않아 오해를 부르고

함부로 말하다 상처받고

마음 아팠다

 

세파가 그칠 날 없는

복잡한 세상살이

언어의 한계를 통감한다

입에서 나간 말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돌아오는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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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에는 궁극적인 질문이 질문으로 존중받는 공간이 없어요.

우리가 가진 모든 제도와 사회 양식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즐거움을

제공하는 데만 최선을 다합니다.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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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전어 - 정일근


시인이여, 저무는 가을 바다로 가서 듬뿍 썰어달라 하자
잔뼈를 넣어 듬성듬성한 크기로 썰어달라 하자
바다는 떼지어 헤엄치는 전어들로 하여 푸른 은빛으로 빛나고
그 바다를 그냥 떠와서 풀어놓으면 푸드득거리는 은빛 전어들
뼛속까지 스며드는 가을을 어찌하지 못해 속살 불그스레 익어
제 몸 가득 서 말의 깨를 담고 찾아올 것이니
조선 콩 된장에 푹 찍어 가을 바다를 즐기자
제철을 아는 것들만이 아름다운 맛이 되고 약이 되느니
가을 햇살에 뭍에서는 대추가 달게 익어 약이 되고
바다에서는 전어가 고소하게 익어 맛이 된다
사람의 몸에서도 가을은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법이니
그 빈자리에 가을 전어의 탄력 있는 속살을 채우자
맑은 소주 몇 잔으로 우리의 저녁은 도도해질 수 있으니
밤이 깊어지면 연탄 피워 석쇠 발갛게 달구어 전어를 굽자
생소금 뿌리며 구수한 가을 바다를 통째로 굽자
한반도 남쪽 바다에 앉아 우리나라 가을 전어 굽는 내음을
아시아로 유라시아 대륙으로 즐겁게 피워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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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벗고 맨얼굴로 살자고 떠드는 자들은

아직 인생을 이해하지 못한 애송이들일 뿐이다.

가면을 벗으면 거기 있는 것은 진실이나 진심

같은 게 아니라 붉은 피로 물든 살갗이다.

피와 모세혈관과 꿈틀거리는 힘줄로 가득한 진짜 얼굴 말이다.

아무튼 그런 얼굴로는 살아갈 수가 없다

     이장욱의 캐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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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 오규원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만의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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