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대 짐 자무시 67행성 - 박정대




9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대화를 나누고 싶어, 뜨거운 차를 마시고 덥혀진 몸으로 그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오래 이야기하고 싶어, 우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과 그 바람에 밀려 아득히 먼 곳으로 흘러가는 구름에 대하여, 덜컹거리는 창문과 덜컹거리며 달려가는 겨울 야간열차에 대하여, 대륙을 횡단하는 생에 대하여 

  

10 

사물의 상태, 내가 만지고 쓰다듬는 사물의 상태,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사물의 상태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모든 사물들은 뜨겁고 동시에 차갑다,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호응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정렬하는 것이다, 내가 밤에 당도한 것이 아니라 밤과 내가 지금 여기에 당도한 것이다그냥 당도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꿈꾸었기에 지금 여기에 내가 고요한 사물의 상태로 당도해 있다 

 

11  

담배연기로 사색을 한다, 담배연기로 항해를 한다, 참 많은 유령들의 시간이 지났다, 퇴근할 시간이다, 많은 것들이 변형되고 더 많은 것들이 추가될 것이다, 결국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아우라를 부정하고 마후라를 목에 휘감고 펄럭이며 퇴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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