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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카스트라토 : 거세당한 자
표창원 지음 / &(앤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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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라토를 위키백과에서 찾아보면 [거세하다]에서 유래되었다고 나와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파리넬리]처럼 남성이 여성 음역대를 낼 수 있게 하기 위해 변성기전 거세를 행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성폭행을 일으킨 범죄자를 단죄하기 위해 거세를 행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수사하고 해결하는 게 이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입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첫 소설이다 보니 장점보다는 단점이 눈에 많이 띄는 소설이었습니다. 장점으로는 현직에서 근무했던 경험에서 나오는 디테일함이 소설에 잘 묻어 나와있어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장점은 딱 여기까지.... 소설이 재미없는 것도 아닌데 제 눈에는 장점보다는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였습니다. 첫 번째로는 소설 중간중간 불필요한 잔가지들이 많이 들어가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맥이라는 경찰인데 그와 관련된 인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과거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굳이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를 풀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간단 요약으로 될 이야기도 너무 길게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런 부분이 소설집중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에 하나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너무 뻔한 드라마나 소설에 너무 많이 써먹었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온 느낌이었습니다. 조직에서 아웃사이더 취급받는 주인공, 출세에 눈이 멀어 수사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경찰 간부들, 돈과 권력으로 사건을 무마하려는 재벌가와 정치가, 그리고 그런 권력의 눈치를 보는 기레기 언론사들.... 너무나 많이 본 설정이라 이거 드라마나 영화를 염두에 둔 작가의 의도인가 하고 의심을 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주인공 이맥이라는 캐릭터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작가는 이맥을 주인공으로 시리즈를 생각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맥을 주인공으로한 이 첫 번째 소설에 그의 활약이 너무 빈약하다는 겁니다. 특공 경찰 출신에 프로파일러인데 소설에서 그가 프로파일을 하는 내용도 거의 없고 초반부를 제외하면 마지막 후반부 몸으로 하는 액션 부분을 빼면 그렇게 특출나게 눈에 띄는 활약이 없다는 겁니다. 과거의 어린 이맥의 이야기는 나오지만 현재의 경찰이자 프로파일러인 이맥의 활약을 보고 싶은 거지 과거의 이맥을 보고 싶은 거 아니니까요... 이맥을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를 하고 싶다면 그에게 매력을 느끼면서 따라가야 하는데 전혀 그런 부분이 없다는 겁니다. 작가의 첫 소설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 많은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님의 두 번째 소설을 더 기대하고 있는데요 지금보다는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은 기대감에서입니다. 아쉬움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재미없게 읽지는 않았다는 점이 기대하게 하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발전한 두 번째의 소설을 기대하며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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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anttara80 2025-02-04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생각이 비슷한 후기네요 아쉬움이 많은 소설이지만 다음을 기대해볼 여지가 있더라구요
 
미스터리 아레나
후카미 레이이치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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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마리코의 별장에 모이는 친구들. 그들은 '미스터리 연구회'멤버들로 일 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있다. 별장 주인 마리코의 방을 찾은 사부로는 등에 칼이 꽂힌 채 죽어있는 마리코를 발견하게 되고 죽은 그녀가 남긴 S라는 글자를 보고 자신이 청혼한 사야카를 가리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황급히 지운다. 그리고 멤버들을 부른 사부로. 멤버들은 마리코의 시신에 적잖이 놀라게 되고 그 와중에 멤버 중 한 명인 마루모가 탐정 역할을 자청하며 나서게 된다. 그리고 사부로가 마리코의 방으로 가는 것을 본 멤버가 있었고 자신들을 부른 시간차가 나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루모는 마리코를 살인한 범인으로 사부로를 의심하게 되고 그로 인해 마루모와 사부로가 서로 대립하게 된다. 폭우로 인해 별장과 마을로 통하는 다리도 끊기고 전화도 안 되는 상황에 그들은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날이 밝기를 기다리게 된다. 다음날 마루모와 사부로마저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위에 내용은 <미스터리 아레나>라는 TV 쇼의 문제를 요약한 내용입니다. 일본에서<홍백가합전>이나 <가키노츠카이 절대로 웃으면 안 되는 시리즈>를 방영하면 올해도 다 가는구나 하고 일본 대중문화를 조금 아는 사람들이라면 아는 방송들입니다. 이 소설 시간적 배경은 이 <홍백가합전>이 없어지고 그 자리를 이 <미스터리 아레나>가 차지한지 10년이나 지난 미래가 배경입니다. 참가자들은 문제를 읽고 자신만의 추리를 말하고 제일 처음 정답을 맞힌 사람이 모든 상금을 가지는 그런 쇼 프로입니다. 10년 동안 정답을 맞힌 우승자가 안 나와 당첨금은 누적되어 어느새 20억 엔 우리나라 돈으로 200억이 넘는 상금이 모이게 되어있는 상황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소설은 문제 챕터와 정답을 유출하는 참가자 챕터로 번갈아가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이 쇼 프로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우선 이 쇼 프로의 사회자의 말속에서 이상함을 느끼게 합니다. 이 프로가 단순히 게임이 아닌 정답을 못 맞춘 참가자는 죽음을 당한다는 내용을 대놓고 사회자의 잦은 말실수 속에 표현함으로써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누구나 이상함을 느끼게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문제의 답을 추리하는 참가자의 설명이 끝나면 이어지는 문제에서는 참가자의 말을 반박하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입니다. 마치 창과 방패처럼 말이죠...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읽다가 이런 내용이 자주 나오다 보니 이건 마치 정답을 못 맞추게 일부러 조작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 읽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의심만이 커지면서 참가자의 추리가 중요하게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TV 쇼를 한다는 자체가 더 이상하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로 이런 프로를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TV 쇼와는 반대로 이 방송 관계자들이 살인자 집단인 건지...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이런 생각들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순간 한순간에 모든 것이 풀리는 내용이 나오면서 방송의 성격이 여실히 드러나게 됩니다. 여기까지의 내용 전개로 본다면 흠을 잡을 수 없는 장르소설이었습니다.


영화로 따지면 후반 20분... 추리 문제의 해결과 실제쇼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단계에서 소설은 제대로 된 수습을 못하고 어영부영 결말을 짓고 맙니다. 이런 소설 같은 경우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반전이나 아니면 사이다같이 시원하게 모든 것을 해결하는 그런 것을 기대했건만 기대와는 다르게 어영부영 사건 해결.. 끝... 이런 식으로 끝이 납니다. 당연히 '뭐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는 거죠. 작가가 벌여놓은 건 많은데 아이디어가 바닥나서 그냥 뻔하게 해결책을 낸 건지.. 마감시간에 쫓겨 급하게 마무리 지은 것인지는... 다른 독자리뷰를 봐도 저랑 비슷하게 생각한 분들이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의 고충도 이해가 되는 게 추리 문제 구상해야 하고 각각의 참가자들의 추리들도 구상해야 하고 정말 생각할게 너무 많다 보니 마무리까지 갈 여력이 없었나 보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시간을 들여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는데 끝이 너무 어이없게 끝난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결말이 안 좋으면 그 작품의 가치는 떨어지게 됩니다. 저에게 있어 이 소설은 80%의 흥미와 20%의 어이없음과 실망으로 점철된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언제까지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나는 단단히 결심하고 행동에 나섰다.

만약 내가 무슨 행동에 나섰는지 들통나면 목숨마저 위험하겠지.

하지만 이미 각오했다.

그리고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다.

신이여 부탁드립니다. 부디 일이 잘 풀리게 도와주소서. - P119

순문학과 비교하며 아직도 미스터리를 저급한 장르로 취급하는 자칭 ‘현학적‘인 놈들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지. 순문학은 가능성의 총체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작품이 성립해. 「덤불 속」은 물론 두말할 나위 없는 걸작이지만, 세상에는 그 작품을 모방한 셈인지 그다지 재미도 없는 가능성만 몇 가지 던져주고 나머지는 독자 여러분이 알아서 생각하라는 듯이 ‘도망‘치는 ‘순문학‘작품이 수두룩하게 많아. 오히려 마지막에 수습을 하지 않는 작품을 ‘열린 결말‘ 운운하며 높게 평가하여 현학 콤플렉스를 마구 드러내는 멍청이들도 있어.

하지만 미스터리는 거기에서 한 단계가 더 필요해. 가능성의 총체를 제시한다고 해서 미스터리 독자는 만족하지 않아. 그중에서 납득이 가면서도 의외성이 충분한 단 한 가지의 결말을 준비해야 하지. 한 가지 상황에는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는 가능성의 싹이 무수하게 돋아 있는데, 매번 눈물을 머금고 그중에서 단 하나만을 ‘진실‘로 제시해야 하는 거야. - P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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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거 범죄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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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시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피해자 주변에는 리췬담배, '나를 잡아주십시오'가 인쇄된 A4용지 그리고 줄넘기를 이용한 교살까지 3년 전부터 벌어진 이번까지 합치면 다섯 번의 살인사건 모두 동일범의 소행으로 밝혀진다. 사건을 담당한 자오톄민은 자신의 친구이자 전직 경찰 출신으로 현재는 저장대학 수학과 교수로 있는 옌량에게 사건 조사를 부탁하지만 거절당하고 만다.


8년 전 닝보시 공안국 형기처(형사기술처)처장이자 성공안청 수사 전문 요원이었던 뤄원은 출장에서 돌아온 날 아내와 딸의 실종사건을 겪게 되고 현재는 경찰을 그만두고 한 회사의 이사로 평범하게 사는듯하지만 여전히 아내와 딸의 실종에 대한 진실을 찾고 있는 상태다. 어느 날 뤄원은 동네 불량배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강아지를 입양하게 되고 그 일로 자주 가던 국수집의 주후이루와 그녀를 짝사랑하는 궈위를 알게 된다. 하루는 그녀를 눈여겨보던 불량배의 주문으로 밤에 공원으로 음식 배달을 간 주후이루는 불량배에게 성희롱을 당할 위기에 처해가 된다. 한편 그녀가 걱정돼 몰래 따라온 궈위는 그녀가 위험해지려는 순간 주변의 돌로 불량배의 머리를 가격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의도치 않게 그녀가 들고 있던 칼로 불량배를 찌르게 되면서 살인을 하게 된다. 죽어있는 불량배와 망연자실한 그 둘... 그리고 우연히 강아지를 산책하러 나온 뤄원은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되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장기인 전문 수사기법을 이용하여 그 둘을 도와주기로 한다.


천재들 간의 싸움이라는 소재로 떠오르는 작품이 두 가지인데 하나는 <데스노트>이고 나머지 하나가 <용의자 X의 헌신>입니다. 두 작품 다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인데요... 이런 작품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범인을 숨기는 게 아니라 누군인지 전면에 들어낸다는 것입니다. 드라마 <콜롬보>나 <후루하타 닌자부로>같은 경우는 시작을 범인의 범행 장면을 먼저 보여주고 '콜롬보'나 '닌자부로'가 사건을 조사하여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 해서 어떻게 트릭을 맞추고 범인의 거짓말을 알아내는지를 보는 사람들이 즐기게 하는 것입니다. 이번 작 <무증거범죄>역시 소설이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범인의 실체가 드러나게 됩니다. 마치 장기 게임을 하듯 한쪽은 공격을... 나머지 한쪽은 방어를 하는 형국으로 진행이 됩니다. 트릭을 풀면 다른 트릭으로 대응을 하게 되는데 그 과정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 후기에도 나와있듯이 작가 쯔진천은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고 자신도 사회파소설을 쓰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무증거범죄>는 <용의자 X의 헌신>과 상당히 닮아있습니다. 이 작품이 나왔을 때도 이 유사성 때문에 말들이 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만큼 읽는 저 역시 너무 비슷한 구성에 당황스럽기도 했었습니다. 정말 작품까지 허술하거나 엉망이었다면 엄청난 비난을 보낼 수 있겠지만 작품 나름대로의 완성도와 가독성은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용의자 X의 헌신>같은 경우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던 여자의 우발적 살해 사건을 사랑이라는 명목하에 완전범죄를 만들려 했던 한 수학교사의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잘못된 방법의 사랑으로 모두 파국을 맞게 되죠...<용의자 X의 헌신>을 추리소설의 관점에서 봤을 때 제 개인적으로는 추리소설로서의 만족도는 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장르소설이 아닌 순수소설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 사랑이라는 소재와 너무 장르소설로서 치우치지 않은 점이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게 아닌가 제 나름대로의 판단을 해봅니다. 반면 <무증거범죄>는 좀 더 장르에 충실하게 써간것 같습니다. 여러 명의 다양한 인물들과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어떻게 수습하려 하는지에 궁금증을 일으키게 되고 그리고 놀랍게도 여러 사건들이 마지막에 와서는 하나의 큰 줄기에 연결되는 어떻게 보면 가장 장르소설적인 구성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소설 역시 마지막 결과는 씁쓸함만을 남기고 마는데요. 결과로 놓고 봤을 때는 <용의자 X의 헌신>보다 더 비극적이지 않았나 합니다. 그동안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중국에서 나오는 소설들은 조금 열외로 친 경향이 조금 있었습니다. 왠지 수준 이하 이거나 노골적인 중화주의 사상 그로 인한 소재의 한정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때문인데요(찬호께이는 홍콩이죠...) 그런 제 편협한 생각을 반성하게 하는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심리죄에 이어서...) 물론 제가 중국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국내에 나와있는 일부만을 읽었기에 전체적으로 이렇다고 평가를 할 수 없지만 제가 읽은 한도 내에서는 작품의 질적 수준만큼은 결코 무시 못 할 단계에 이르지 않았나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면 제 개인적으로는 <무증거범죄>는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지만 쯔진천 작가를 평가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용의자 X의 헌신>과의 많은 유사성을 무시 못 하는 측면이 있기도 하고요. <무증거범죄>는 일명 '추리왕 시리즈'의 첫 번째 소설입니다. 그리고 국내에는 3편에 해당하는 <동트기 힘든 긴 밤>이 먼저 출간이 되었고 많은 분들이 좋은 평가를 하시기도 했습니다. 불행히도 저는 아직 그 작품은 읽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 작품을 읽어 본 후에야 쯔진천 작가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계속 믿고 보는 작가가 될지 아닐지... 저 역시 궁금해지는데요 제가 음식으로 비유를 자주 하는데 같은 음식이라도 만드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지듯 이번 <무증거범죄>는 제 입에는 잘 맞는 음식이었습니다.(어떻게 보면 원조보다 좋았던...) 다음 작품은 제 입맛에 맞을지 어떨지는 빠른 시일 내에 알 수 있었으면 하네요.

범인을 건방지다고 치부하는 건 섣부른 판단인 것 같군. 범인은 범행에 수많은 역수사 기법을 이용했어. 즉, 경찰에 잡히지 않겠다는 뜻이지. 살인사건에서 범인이 경찰에 잡히지 않으려면 보통은 범행수법이 저급할수록 좋아. 그런 종이를 남기지 않았다면 이 사건 역시 그저 평범한 살인사건으로 성과 시 양급 경찰의 관심을 끌지 않았을 테고, 자네처럼 고위급 지도부가 사건을 담당하지도 않았겠지. 투입된 경찰 인력도 자연히 줄어들 테니 범인은 더욱 안전해져. - P57

일부 경찰들, 특히 범죄심리학을 신봉하는 경찰들은 질문할 때 상대의 말과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길 좋아한다. 심지어 상대가 대답할 때 눈을 위로 향하는지 아래로 향하는지, 왼쪽으로 향하는지 오른쪽으로 향하는지까지 살핀다. 무의식적으로 하는 미세한 행동을 통해 그가 사실을 말하는 것인지, 거짓 진술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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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론도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1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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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나스오는 작가가 되기위해 다니던 출판사를 그만두고 공모전을 목표로 5년 동안 수많은 추리소설을 읽고 연구하여 마침내 <환상의 여인>을 내놓게 된다. 일일이 손으로 집필한 원고를 친구 기도 아키라가 워드프로세서로 정리 작업을 해주지만 안타깝게도 나스오집으로 가던 중 원고를 잃어버리게 되고 그걸 같은 지하철을 타고 가던 나가시마 이치로가 발견 주인을 찾아주려 했지만 원고를 읽어본 이후 그는 욕심이 생겨 자신의 이름으로 공모전에 제출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로 인해 기도 아키라는 자신을 나스오로 착각한 이치로에 의해 살해가 되고 뒤에 기도 아키라가 나스오가 아님을 알게 된 이치로는 진짜 나스오를 찾아가게 된다. 이치로의 공격에서 간신히 살아난 나스오는 오랜 시간 병원생활을 하게 된다. 퇴원 후 나스오는 공모전 결과를 보게 되고 자신의 작품 <환상의 여인>이 대상을 받은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이 있을 자리에는 시라토리 쇼라는 이름으로 되어있었고 이에 나스오는 시라토리 쇼가 자신의 친구 기도 아키라를 죽이고 자신의 원고를 훔쳤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자신의 누렸어야 할 부와 명예를 훔쳐가 시라토리 쇼...나스오는 복수를 다짐하게 된다.


처음에는 욕심이 부른 참극으로 생각하며 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야마모토 나스오는 공모전에 당선되어 작가라는 부와 명예에 대한 욕심으로 친구의 죽음에 결정적 힌트가 될 수 있는 부분을 경찰에 말하지 않았고 나가시마 이치로는 처음에는 순수하게 원고를 돌려주려 했지만 원고를 읽고 나서는 상금과 인세에 욕심을 보여 살인까지 벌이게 됩니다. 하지만 끝에 밝혀지는 모든 것은 욕심이 아닌 광기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환상의 여인>이 부른 광기였고 여기에 결부된 모든 인물들은 이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도착의 론도>는 시라토리 쇼라는 이름의 등장을 기준으로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요 전반의 내용들은 어떻게 보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소소하게 진행되지만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반전의 반전을 일으키게 됩니다. 시라토리 쇼의 등장으로 인해 사건의 전개와 진범을 대략적으로 간파하게 되는데 거기까지 갔을 때 '내가 너의 트릭을 간파했다'라는 일종의 우월감을 느끼다가 점점 끝으로 갈수록 '나는 결국 작가의 손바닥에서 놀아났구나'란 작가와의 두뇌싸움에서의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내가 한 수 앞을 내다보고 있을 때 작가는 그것을 미리 간파하고 두·세수를 더 내다보고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트릭 소설은 읽는데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끝까지 이해를 못 하고 마치는 경우와 이해를 하지만 놀림을 당한 듯한 것에 대한 분함... 그래서일까요 트릭 소설을 읽으면 끝까지 손에서 못 놓고 읽게 만들지만 머리 아픈 게 싫어 처음부터 손을 안대는 경우 이 두 가지가 공존하기도 합니다. 저에게 <도착의 론도>는 작가에게 놀림을 당하고 나의 머리 나쁨을 원망하며 한번 읽기 시작해서 끝을 보고만 그런 책이었습니다. 여전히 저의 부족한 내공을 반성하며 오늘도 책 읽기를 마칩니다.

나는 시라토리 쇼의 <환상의 여인>을 펼쳤다.

읽다 보니 의혹은 확신으로 변했다. 프롤로그의 문장에서부터 내 <환상의 여인>과 똑같았다. 그래도 나는 아니기를 바라며 페이지를 계속 넘겼다. 하지만 모두 똑같았다. 문장 하나, 글자 하나 차이가 없었다. 다른 것은 작가의 이름뿐이었다. ‘야마모토 나스오‘로 되어 있어야 할 이름이 ‘시라토리 쇼‘로 되어 있었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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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영화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 포레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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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의 귀재 또는 폭주하는 영화감독 오야나기 도시조는 '탐정영화'라는 새로운 작품을 찍기로 한다. 영화의 결말은 비밀로 한 체 순조롭게 진행되던 중 결말을 제외한 러시 필름을 시사하는 날 감독은 연락도 없이 행방불명이 된다. 남은 건 오직 결말 부분뿐.... 잘못하면 영화사 자체가 도산할 위기에 처한 상황에 감독의 행방을 찾지 못한 체 영화제작진들은 감독 없이 결말을

어 완성하기로 결정한다.


산사태를 만난 자유기고가 다쓰미는 한 저택을 발견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그곳은 왕년의 유명한 영화배우 사기누마 준코의 집으로 그곳에는 그녀의 딸과 조카 그리고 고용인으로 보이는 노인과 주치의, 입주 간호사가 있었다. 산사태로 인한 통신 두절에 마을로 내려가기 힘든 고립된 상황에서 하루를 묻기로 한 다쓰미.. 그날 새벽 여자의 비명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 다쓰미는 다급하게 밖으로 나오고 집 밖에는 간호사 하야시가 목이 부러진 체 죽어있었다. 2층 그녀의 방은 안에서 잠겨있는 상태였고 방열쇠는 그녀의 손에 들어있었다. 자살? 아니면 살인?..... (영화 '탐정영화')


작가 아비코 다케마루는 국내에 《살육에 이르는 병》으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그 책을 아직 읽지 못하였고 이 《탐정영화》가 작가와의 첫 만남이 되었습니다. 작가는 1989년 《8의 살인》으로 데뷔하여 여러 작품을 남겼는데 이 작품은 1990년에 나온 작품으로 전체적으로 가벼운 느낌이 드는 하고 싶은 얘기는 많은데 짜임새가 아직은 부족한 어떻게 보면 아직 신인작가로서의 풋풋함마저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소설은 크게 보면 영화의 크랭크인에서 크랭크업 그리고 영화 상영 이후의 이야기까지 영화를 만드는 전과정을 소재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다시 두 가지 파트로 나눠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현실에서의 영화 촬영 현장과 그들이 만드는 영화 속 이야기. 이 두 가지 상황을 교차편집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미스터리 소설이라면 보통 치밀한 구성과 극적 긴장감 그리고 반전의 묘미가 주는 즐거움이 있는데 이 소설은 그와는 대조적으로 극적인 긴장감이나 이렇다 할 반전은 그렇게 없는 작품입니다. 《탐정영화》는 '왜, 감독은 사라진 것인지' 그리고 '영화 속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냐'에 대한 의문을 푸는 게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보통 미스터리 소설 같은 경우는 작가가 만들어놓은 상황들을 독자들이 풀어보는, 즉 작가와 독자의 두뇌게임을 벌인다고 본다면 이 소설에서는 이야기에 독자들도 같이 참여해서 만들어가기를 원하는 듯해 보였습니다. 저는 소설 속 장면 중 감독 없이 스텝과 배우들이 결말을 만들기로 결정한 후 배우들은 서로가 돋보이기 위해 자신의 배역이 범인이고 왜 그런지 이유를 밝히는 장면에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당신들도 같이 참여해서 '어떤 역이 범인인지 그리고 왜 그런지 한번 만들어보는 건 어떤지' 의견을 제시해보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어드벤처 게임을 하는 기분이랄까 하여튼 조금은 신선하고 재미있게 책 읽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결국 소설이기에 읽다 보면 결론으로 가게 되는데 아쉽게도 결말 부분은 좀 허무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쉬웠습니다. 뭔가 한방이 있겠지 했는데 감독의 사라진 이유도 그렇고, 맥빠지는 영화 속 결말도 그렇고 많이 아쉬움이 남는 결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살육에 이르는 병》을 먼저 읽으신 분들은 이 소설에 대해 실망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 역시 이분의 다른 책을 읽어본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는 미스터리 소설로는 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현실 속 영화 만들어가는 과정과 감독의 실종만을 가지고 좀 더 코믹스러운 상황들을 만들어 넣어 이끌어갔다면 유쾌한 소동극으로 더 나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실제 영화로도 만들어져도 재미있는 작품이 될 것 같은데 말이죠. 영화를 좋아하는 독자와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 둘 다 잡기에는 어딘가 역부족이지만 책을 읽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안 드니 나름 재미있게는 읽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끝으로 영화 관련된 내용들이 많아 다양한 영화들과 감독, 배우들의 이름들이 많이 나옵니다. 소설 속 나오는 영화나 배우, 감독들이 누구인지 얼마나 아는지 맞추면서 읽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어두운 실내. 의자가 스무 개쯤되는 시사실 한가운데 사내가 몸을 깊숙이 묻고 앉아 있다. 그가 왼손을 높이 들어 딱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머리 위로 눈부시게 하얀 빛의 사각뿔이 홀연히 나타났다. 사각뿔의 밑면은 남자 정면에 있는 스크린, 꼭짓점은 그가 등지고 있는 벽 중앙 부분에 있다. 큼직한 숫자가 스크린에 비친다.

5, 4, 3, 2, 1·······

"서, 술·····서술 트릭? 그건 뭐지?"

미스즈가 묻자 호소카와가 신이 난다는 듯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는 ‘작가가 독자를 속이는 트릭‘이라고 정의하지. 작품 속 범인이 쓰는 트릭이 아니라 작가가 오로지 독자를 속이기 위해 장치하는 트릭이야·····소설의 경우에는 등장인물의 체형이나 그 공간의 풍경은 눈에 보이지 않잖아? 그걸 역으로 이용해서 중요한 내용을 독자에게 숨겨두기도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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